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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새 세찬 비가 그치고 보슬보슬 이슬비가 내려왔다. 풀잎끝에 위태로이 매달려있던 빗방울은 이내 커다란 물웅덩이로 곤두박질쳤다. 보슬보슬 가볍게 내리는 비에 맞춰 민석은 눈살을 찌푸리며 살며시 눈을떴다. 눈을 뜨자마자 아랫도리는 뻐근함이 밀려왔고 허리에는 거센 통증이 밀려왔다. 민석은 입술을 꾹 깨물며 손으로 허리를 툭툭 쳤다. 꿈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너무나도 생생한 기억에 이것은 꿈이 아니였다. 조금전의 상황이 민석의 머릿속에 빠르게 그려졌다 지워졌다를 반복했다. 남자한테 강간을 당했다는 생각에 민석은 어느새 눈물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민석은 지나간일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엄청난 통증에 잠깐 모든 정신이 쏠려있어서 눈치채지 못했지만, 지금 민석이 있는곳은 조금전의 그곳도아닌, 민석의 집도아닌, 낯선곳이였다. 


 Downpour(暴雨) 2
w.이클립스


      씨발… 민석의 작고 예쁜입에서 거친욕이 튀어나왔다.민석의 동공은 초점을 잃은채 한없이 떨려왔다. 이내, 민석의 눈안엔 그가 가득차있었다. 민석은 믿을수 없다는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민석의 머릿속에선 다시 그장면이 떠올랐다. 성급하게 민석의 옷을 벗기던…. 그는 민석에게 다가와 하얀알약을 먹였다. 이미 저항할 힘을 다 써버린 민석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했다.그리고 민석은 그약을 삼키고 그를 바라보며 눈물을 떨궜다.


"…왜,왜그랬어요?"

"…"

"저,저한테 왜그랬어요?…"


그는 무표정으로 말없이 민석을 바라보았다. 무슨표정인지 읽을수조차 없는 표정이였다. 묵묵부답인 그를 본 민석은 다시 정신을 부여잡고 울부짖었다.


"이 개새끼야! 흡, 씨발 사람 병신만들어놓고…개새끼…미친놈.."

"루한."

"뭐?"

"개새끼,미친놈아니고 루한이라고."

"하, 미친놈…"

"루한."

"또라이새끼…"

"루한."

"그래 너 루한이야 근데 그게 무슨소용이야? 넌 한낯 강간범인데."


어디서 저런 용기가 나왔는지 민석은 자기가 뱉은말에 순간 흠칫했다. 여기서 더이상 밑보이면 죽을지도 모른다는생각에 눈을 질끈 감았다.


"따라와"


    아…이제 인신매매 당하러 가는구나, 내생은 여기서 끝이구나…밑도 끝도 없이 따라오라는 루한을 보며 민석은 허탈한듯 한쪽 입꼬리를 들어 피식- 하고 웃어보였다. 민석이 그자리에 꿈쩍않고 가만히 있자 루한은 민석의 손목을 또다시 거세게잡고 이끌었다. 민석은 다시 그상황과 겹치는것같아서 루한에게 소리쳤다.

"아! 이거놔! 이,이거 노란말이야!…"

"…후..존나 귀찮은 애새끼네"

루한은 반항하는 민석이 귀찮게 느껴졌는지 민석을 다시 벽에 밀어붙이고 민석의 귀에대고 낮게 중얼거렸다.

"그냥 닥치고 따라와 네가 아무리 저항해봤자 다 부질없는 짓이니까."


민석의 동그랗고 큰눈은 튀어나올듯이 더 커졌고 어벙벙한 표정으로 루한에게 이끌려갔다.


    

루한이 나를 데려간곳은 지하 벙커같은 곳이였다. 그곳은 어둡고 눅눅했고 무서웠다. 저멀리서 키가 훤칠하고 덩치가 있어보이는 남자가 우리쪽으로 걸어왔다. 내 덩치에 두배쯤은 족히 돼보였다. 이곳에있는 사람들 모두 루한과 똑같은 사람들일 것 같은 생각에 나는 또다시 사시나무떨듯 몸을 떨었다. 어느새 우리앞에 다다른 남자는 입을떼어 루한에게 말을 건넸다.


"임무는 잘 수행했나 루한동무."


"예,여기 데려왔습니다 크리스동지."


    나는 지금 이상황이 도대체 무슨상황인지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았다. 낯선곳에 들어와서 지하벙커같은곳에 끌려오고…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한국말을 쓰지만 나와는 조금 다른말을 쓴다… 그리고 동무,동지라는 호칭을 붙였다. 아무래도, 잘못걸려도 무엇인가 단단히 잘못걸린것 같았다. 나는 루한이 크리스라고 말하는 사람을 보며 몸을더 움츠렸다.


"…루한동무."

"왜그러십니까 크리스동지."

"방법이 틀렸다."

"그게 무슨말입니까.크리스동지 말대로 남한인을 데려왔지 않습니까."

"근데 왜이렇게 겁먹어하지? 내가 너에게 내린 임무는 이게 아니였지않았나."

"…"

"그런 방법으론 데려오지 말라고했지 않는가."


"…죄송합니다 크리스동지."


    민석은 잠시 뻥져있을수밖에 없었다. 지금 민석앞에서 벌어지고있는 일들은 민석의 눈으로 보았지만 더이상 믿기 힘든 일이였다. 동무,동지라고 서로를 칭하던것. 나와 같은 한국어를 쓰지만 조금 다른 말을 쓰는것. 나를두고 남한인이라고 칭하던 루한. 믿기 힘들었지만. 루한과 크리스, 그리고 이둘을 제외한. 아니, 민석을 제외한 이곳의 모든사람은. 



북한인이였다.



   도대체 어디로, 어떻게 남한에 북한사람들이 이렇게 와있는지는 이해할수 없었다. 앞뒤가 어떻게 되었든, 일단 내 목숨을 부여잡고 있는게 더 관건이였다.이곳에 있다가 내 생을 여기서 끝내는것은 시간문제였다. 나는 머릿속으로 수만가지 생각과 저 북한인이 남한으로 건너올수있었던 경우의 수를 머릿속에 그렸다.


    첫째, 저사람들은 우리나라로 탈북한 선량한 시민이다.

    둘째, 저사람들은 우리나라를 증오하는 간첩이다.

    셋째, 저사람들은 우리나라로 탈북한 강간범들이다.


    내 세가지 추측은 이러했다. 내가 이곳으로 끌려온이상 분명히 나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였을것이다. 그렇다면 '첫째, 저사람들은 우리나라로 탈북한 선량한 시민이다.' 이 경우는 맞지 않게된다. '탈북자'라는 꼬리표를 달았지만 선량한 시민일 가능성이라… 거의 희박한것 같다. 많은 경우의 수를 생각하고 있을때쯤. 크리스는 나에게 말을 붙여왔다.


"죄송합니다. 처음부터 루한동무가 무례를저질렀습니다."


"…예?..아…네…"


"동무는 저희에게 필요한존재입니다."


"네?…그게 무슨소리죠?"


민석은 '호랑이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산다.'라는 말을 머릿속에 새기고 침착히 크리스와 말을 이어나갔다.


"그건 후에 차근히 설명 드리겠습니다. 저희를 도와주시겠습니까."

"…전 남한인입니다. 보아하니 북쪽에서 내려오신 분들 같은데… 저보고 반역자가 되라는겁니까?"

"저희를 도와주셔야합니다."

이것은 부탁이아니라 강요였다. 크리스는 말을 끝까지 이었다.

"목숨이 아깝지 않은 모양입니다?"

"…왜하필 저인거죠?원래 타깃이 저였나요? 그냥 평범한 대기업회사원이였던 김민석."

"이유는 없습니다. 운이 안좋게도 루한동무의 눈에 들은모양이죠."

"허, 참나…"

"루한동무 눈에 한번 들면, 그누구도, 아무도, 절대 빠져나올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저희조직에서 꼭 필요로하는 동무죠."

"전 도울 수…"


    민석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루한은 민석의 배를 걷어차 바닥에 나뒹굴게된 민석은 윽…하는 신음과함께 배를 부여잡았다. 


"크리스 동지말이면 무조건 복종이다."

"윽,하…"

"더 흥분해서 북한말로 더 씨부리기전에 닥치고 해"

"흡,개,개새끼…"

"더러운 남한인주제에 입이 좀 거칠다?"



"루한동무. 거기서 그만해, 그정도했으면 알아들었겠지. 힘들게 남한말 배워놨으니 북한말은 조금 자제하도록."

크리스였다. 이 조직의 대장처럼 보였다. 근엄하고 카리스마있는 결단력으로 아마 그자리에 올랐을꺼라 민석은 생각했다.

"루한동무."

"예,크리스동지."

"일단 교육부터 제대로 시켜."

"알겠습니다."


    그리고 루한은 나를 어깨에 들춰매고 어디론가 향했다.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져 나왔다. 길고 단단히 엉켜있는 매듭은 어디서부터 엉킨건지 풀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회사에서 짤린것? 그녀와의 이별? 비가 쏟아져내린것? 바지 밑단에 얼룩이 묻은것? 내가 먹구름이낀 하늘을 쳐다본것?… 아니면, 내가 루한의 눈에 들었던것? 조금은 이기적이겠지만, 왜 그게 나여야했는지 꼭 나였어야했는지. 차라리 다른사람이였다면… 내가 이조직을 돕게 된다면 분명난 추후에 사형될것이다. 우리나라를 반역한 죄로. 세상사람들은 나에게 손가락질을 해댈것이다. '저 더러운 반역자새끼' 하면서.


    내가 생각에 잠길동안 어느새 루한은 또다른 낯선곳으로 날 데려왔다.그리고 침대에 날 눕혔다. 또 강간할것같은 마음에 두눈을 질끈감고 손에 힘을 꼭 주었다. 그리고 이내 들려오는 루한의 음성.


"조금 쉬어둬."

"앞으로 힘들꺼야."

"그리고…"

"그때는…"

"미, 미안…"


서투른 사과를 끝으로 루한은 민석이 있는 방에서 점점 멀어져갔고,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서일까 몸에 힘이 스르륵 하고 풀렸고 이내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깊은 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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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저번글의 독자2에요ㅠㅠㅠ!!!으어 루한이 북한인이였군요!!재미있어요 ㅠㅠ!!작가님 애정합니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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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클립스
흐허 ..ㅠㅠ 감사해여 ㅠㅠㅠ 암호명 신청하세요!! 그럼 편하게 알아볼꺼같은데!! ㅎㅎㅎㅎ 제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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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아 저는 초코우유로 할게요ㅎㅎ!!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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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클립스
네 감사합니다 ! ^^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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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헐 맙소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으 금데 그렇게 때리고 이상ㅎㄴ짓 다 하고는 미안하다니 좋네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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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클립스
핫 ㅋㅋㅋㅋㅋㅋㅋㅋ 반전이네요 ! ㅋㅋㅋ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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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작가님..다음 글도 기다리고 있겟습니다 너무 재밋어요! 신알신하고 갈테니꼭 꼭꼭 연재해주세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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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클립스
감사합니다!! 꼭꼭 연재할께요 !! ㅎㅎ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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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작가님 다음글 기다릴게요!!!! 꼭꼭 올려주세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제 취향♡♥♥♥♥♥♥♥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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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클립스
감사해요 ~!!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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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허 ㄹ와 진짜 재밌어요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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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클립스
허류ㅠㅠ 감사해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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