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 또라이
W. JPD
"설명."
"... 뭐가."
"핸드폰에 남자 이름 있잖아, 설명."
"지금 고작 그거 가지고."
"설명하라고."
"... 야, 같은 반 남자애들인데 저장도 못해?"
"할 이유가 없잖아, 굳이."
남들은 부러워한다, 그래, 남들은 내가 박지훈과 사귀는 것을 부러워한다. 겉보기에 잘생겼고, 할 일 잘하고, 적당히 눈치 있고, 할 말은 하고, 무뚝뚝한 것 같으면서도 사람 잘 챙기고. 장점이 넘쳐나는 사람이니 부러워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적어도 다른 사람들 입장에선. 나도 이런 줄 알고 사귄 건데, 나는 알지 못했다. 이 새끼는 소유욕, 그리고 그에 따른 집착이 굉장히 심하다. 하루에도 몇 번을, 이런 쓸데없는 질문들을 하며 나를 더 옭아매려고 한다. 할 수만 있다면 저를 방에 가둬두고 싶어 하는, 그런, 정신병자 새끼.
"오늘 왜 나랑 같이 안 먹었어."
"친구들이랑 먹겠다고 예전부터 말했잖아."
"어제까지 나랑 먹었잖아, 오늘은 도망간 거 아니야?"
"... 체육이라 그냥 바로 간 것뿐이야."
"나 안 먹었어, 매점 가자."
항상 이런 식이다, 박지훈은 내가 없으면 나를 찾는 일 외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새끼가 이렇게 해버리면 결국 또다시 얌전히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라, 그래도 좋아하는 마음은 있기 때문인 건지. 좆같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새끼는 나를 너무 잘 아는 것도 문제지만, 사람을 길들이는 법을 알고 있다는 게 더 문제다. 마치 동물원의 사육사 같은 느낌이랄까, 내가 짐승이 된 느낌이다. 어째서 이렇게 아무런 반항을 할 수가 없는지.
-
"... 아."
"내가 잘못 봤나."
나는 공부를 못하는 편은 아니라 특별반에 속해있어서 야자를 끝까지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박지훈은 아니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앞뒤 안 가리고 미친 듯이 달려들어도 흥미가 없는 일이라면 귀찮다며 금방 때려치우는 성격이었기에 남아서 공부하는 일에는 전혀 참여하지 않고 있었다. 그랬기에 나에게는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 시간이었고, 당연히 오늘도 그러리라 생각했다. 평소같이 쉬는 시간에는 특별반 아이들과 잠깐의 수다를 떨며 웃어댔고, 끝나고 나서는 혼자 가는 거냐며 데려다주겠다는 특별반 남자애와 같이 하교를 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이 모든 일은 박지훈이 집에 갔다는 전제하에, 그래서 가만히 있었던 건데.
"어디야?"
"여보세요? 어, 집에 가는 길."
"누구랑 가, 혼자일 텐데."
"아, 그렇지. 그래도 집 가까우니까, 걱정 마."
나는 바람을 피우려는 의도도 없었고, 이 남자애를 조금도 마음에 두고 있지 않았다. 우연히 하교를 같이 하게 된 친구였을 뿐이고, 딱히 별다른 생각은 없었다. 그렇다고 굳이 박지훈에게 하나하나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고 생각했고 애초에 박지훈이 없어서 더 편하게 생각했었다고는 할 수 있지만, 친구랑 같이 하교하는 게 뭐가 어때서, 나는 친구랑 하교도 같이 못하는 건가, 내가 왜. 아니, 애초에 나는 왜 이렇게 간단하게 박지훈이 만들어 놓은 덫에 걸리는 걸까.
"그래서, 하교는 혼자 잘하셨고?"
"... 어, 근데 내 집까지는 무슨 일이야."
"그 새끼가 어디까지 데려다주는지 궁금해서."
"그냥 친구야, 오해하지 마, 그냥, 우연히."
"핑계 대는 거 보니까 뭐 있나 보다, 나도 오해 안 하려고 참은 건데."
"... 그런 게 아니라."
"뭐가 그렇게 급해, 그 새끼 변호해주는 게 그렇게 중요해? 왜, 내가 그 새끼 족치면 안 될 이유라도 있고?"
"... 야, 내가 친구랑 하교도 같이 못해?"
"걔가 친구야? 그냥 남자새끼 아니고? 내가 곱게 넘어가니까 이젠 호구로 보이지."
그러고 보니 박지훈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나에게 욕이나 폭력을 쓰지는 않았는데, 그러지 않아도 충분히 무서웠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항상 차분한 듯 느리면서도 나를 억압하는 그 분위기가, 충분히, 그런 거 없이도, 나를 누르기에 충분했다. 말을 한마디 할 때마다 한 걸음씩 다가오는 게 말은 안 해도 두려웠지만, 피하지 않았다. 뭔가 내가 당당하게 나가면 그만할지도 모른다는 희망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겁이 없었다.
-
"아까처럼 굴어봐, 왜, 무서워?"
"..."
"존나 귀엽네, 썅년."
"... 지훈아, 나 너 좋아해, 걔랑 아무 사이도 아니야."
"알아, 좋아하니까 사귀겠지. 나도 너 좋아해."
"... 나, 내가 앞으로 잘할게, 응? 내가, 다시는, 안 거슬리게, 응, 잘할게."
"이래서 말 안 들으면 혼내라는 소리가 나오는 거야."
"..."
"나는 안 그러려고 하는데, 네가 자꾸 거슬리게 구니까."
"..."
"그래서, 잘못했어?"
대답도 못하고 고개만 세차게 흔든다, 시야가 흔들려 박지훈의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만큼. 그렇게 미친 듯이 두려움에 떨며 고개를 끄덕이면 이내 내 턱을 쥐어잡는 손에 움직임이 멈췄는데 마주친 눈이 무섭다. 여태 보이지 않아도 우리의 위치는 이랬을 텐데, 너는 항상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나는 아래에서 영향도 없는 반항을 하며 개기고. 나는 왜 이제야 알았을까, 지훈아. 내가 하는 것들은 다 네 손바닥 안에 있었을 텐데.
"키스해도 돼?"
그럼 난 또 미친 듯이 고개를 흔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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