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지훈아 안녕~"
"뭐야."
"아니 뭐... 등교하는데 너 보이길래!"
"..."
이어폰을 끼고 영어 단어장을 외우던 지훈이는 이어폰을 빼며 뒤를 돌았다. 아, 진짜 잘생겼다. 잠깐 얼굴에 놀랐지만 인사를 하자 지훈이는 바로 표정을 굳힌다.
또 철벽 치긴, 등교하는 지훈이 옆에 나도 서서 걸어가자 지훈이가 걸음을 멈춘다.
"뭐하는 거야."
"그냥 너랑 같이 가고 싶어서, 왜?"
"난 싫은데."
"난 좋은데?"
너무 뻔뻔했나, 지훈이는 내 말에 습관처럼 또 눈을 질끈 감고 머리를 넘긴다. 아, 화 참는 거도 잘생겼다. 얘는 뭐 이리 잘생겼냐.
내 말에 대꾸를 하려다가 아예 상대도 하지 않고 교문을 통과해버린다. 하여간, 까칠하긴 더럽게 까칠해. 야 박지훈! 지훈이의 뒤를 바로 따라갔다.
"너 진짜 싸가지 없는데 너무 귀엽다."
"귀엽다는 말 싫어."
"그럼 너 너무 잘생겼다."
"잘생겼다는 말도 싫어."
참나, 이건 뭐 거의 벽에다가 탁구공 던지고 치고 혼자 놀기 급이잖아. 근데 이제는 내가 미친 건지 이런 상황까지 좋다. 그냥 지훈이가 좋은 거 같기도 하고?
맨날 들이대다 보면 언젠가는 받아주겠지, 받아주면 좋겠다.
"저를 반장으로....."
아, 잘생겼다. 유세 시간이 아니라 미모 자랑 시간인줄 알았네. 지훈이가 발표하는 시간이 되면 참 좋다. 마음 놓고 얼굴 봐도 되고~
나만 그런 게 아닌건지 주위 여자애들 모두 이미 반은 영혼 나간 거 같았다. 저런 미모를 가진 분이 반장이 되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충성충성...
뻔하게 반장은 박지훈이 되었다. 그리고 부반장을 뽑아야 하는데 내가 이사를 와서 아는 애들이 별로 없어서 걱정이다. 부반장 꼭 해야하는데...
연설 시간이 끝나고 투표할 시간이 왔다. 그리고 종이가 한 개 씩 열린다.
성이름, 성이름....
- 부반장은 성이름이 되었습니다~ 반장과 부반장은 교탁 앞으로 나와주세요,
헐, 이거 진짜 맞지? 같이 교탁 앞에 나란히 서있는데, 지훈이 표정이 그다지 좋아 보이진 않는다. 설마 나랑 같이 반장 됐다고 싫어서 그러는 건가?
지훈이가 먼저 이야기를 하고, 그 뒤를 이어 내가 열심히 하겠다고 이야기를 한 후 자리로 돌아갔다. 자리에 앉자마자 지훈이 어깨를 쿡쿡 찌르자 나를 본다.
"왜."
"어, 1년 동안 잘 해보자고."
",,,그래, 네가 될 줄은 몰랐는데. 그래도 축하해."
"헐, 너 지금 나한테 축하한다고 해준거야?"
"하...."
지금 내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습니다... 그래도 축하한다고 해준 지훈이의 목소리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내 반응에 지훈이는 어이가 없는지 또 눈을 질끈 감는다.
지훈아, 왜. 너 그렇게 자꾸 눈 질끈 감으면 눈가에 주름 생긴다? 진짜야~ 내 말에 지훈이는 살짝 당황을 하더니 눈가를 손으로 문지른다. 아, 귀여워.
"지훈아, 나랑 매점 갈래?"
"아니."
"나랑 가주면 안돼?"
"..."
ㅋ 역시 씹혔다. 그래도 이 정도면 뭐~ 많이 발전했어! 매점에서 지훈이가 뭘 좋아하려나, 고민을 하고 있었을까 이사 오고 나서 친해진 친구 연희가 나를 부른다.
"야, 성이름!"
"어, 왜?"
"너 혼자 있길래. 왜, 뭐 사먹게?"
"아, 나 말고... 누구 사주고 싶어서."
"헐, 누구? 설마 남자?"
"오, 정연희. 촉 좋네?"
연희의 촉을 칭찬해주면서 초코우유를 계산했다. 그대로 받아서 매점을 빠져나가자 놀란 표정의 연희가 나를 졸졸 쫓아온다.
"와 대박, 누구야?"
"비밀~ 다음에 말해줄게."
"야, 설마 박지훈은 아니지?"
"...진짜로 촉 좋네?"
오, 소름 끼치는데. 놀라울 정도로 연희의 촉은 좋았다. 아, 그게 아니라 내가 티를 많이 낸 건가? 어쨌든. 연희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왜, 왜 그러는데.
그걸 몰라서 묻냐, 박지훈이 뭐가 좋냐? 차라리 지나가는 멍멍이를 보고 사랑에 빠지는 게 날 거 같네요, 이름 씨. 라며 내 초코우유를 뺏어가려고 한다.
어, 어? 안돼, 이거 박지훈 줄 거란 말이야. 내 말에 연희가 기가 찬 듯 이야기를 꺼낸다.
"박지훈이 뭐가 그렇게 좋냐?"
"음, 잘생겨서?"
"하여간... 성이름 얼빠인 건 알아줘야 해."
"성격이 좀 차갑긴 해도, 나름 다정한 면도 있어. 진짜야!"
"네 망상이겠지."
참나, 망상? 망사아앙?!? ...그럴 수도 있겠네. 아, 아니야. 그래도 박지훈이 정말 내 취향이야! 성격이 차갑지만 나름 다정한 면도 있는데... 다들 너무하다, 너무해.
연희를 무시하고 교실로 올라가자 자리에 앉아서 공부를 하고 있는 지훈이가 보인다. 아 미친... 쟤는 공부하는 게 왜 이렇게 섹시하냐... 또 한 번 반하게 된다... 이러다가 코피 나겠어.
"지훈아, 이거 마시면서 해!"
"..."
"지훈아?"
"아, 어, 고마워."
지훈이 옆자리에 앉으면서 초코우유를 건내자 지훈에게 말을 걸었다. 못 들었는지 계속 문제를 푼다. 아, 이어폰 때문인가? 톡톡 건들면서 다시 부르자 그제서야 고개를 든다.
문제 푸느라 정신 없는 지훈이는 어어, 라며 옆에 나둬. 라고 한다. 오 세상에, 나인줄 모르고 이렇게 착하게 말하는 거니 지훈아... 너무하다 너무해. 평소였으면 고맙다고는 개뿔
그냥 나 마시라고 했을 거 같다. 그래도 받아준 게 어디야~ 좋게 생각하자!
에필로그 1 (지훈의 이야기) |
아, 부반장으로 누구 쓰지. 누구 쓸까.... 옆자리인 성이름이의 얼굴을 슬쩍 보았다. 되게 간절해 보이네. 그냥 한 번 적어줘? 아, 미치겠네. 고민하다가 그냥 간절해 보이는 사람 적었다. 그냥 적은 거야, 그냥. 별 생각은 없었어. 지훈이 낸 종이에는 이름 석 자가 적혀 있었다. 「성이름」 |
에필로그 2 - 초코우유 |
뭐야, 이게 왜 내 책상에 있지... 공부하다가 졸려서 잠깐 화장실에서 찬 물로 세수를 하고 돌아왔더니 책상에 초코우유가 있다. 누가 나한테 줬을리는 없고, 아. 성이름 껀가. 또 빙구 짓 하네. 자기 껄 왜 내 책상에 올려두는지... 성이름이는 어디로 갔는지 또 안 보인다. 우유를 다시 옆으로 슬쩍 밀었다. 우유는 시원할 때 마셔야 하는데... 괜히 신경 쓰이네. 수업에 집중도 못 하는 거 같던데... 아, 박지훈 미쳤냐? 너 왜 성이름 생각하고 있냐, 신경 끄고 공부나 하자. 그래, 졸려서 미쳤나보다. 쓸데 없는 생각이나 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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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6 청춘 지훈메리미 조각 현 유자청 경화수월 우쥐녕 뚜기 1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