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101/임영민] 예로부터 구남친은 엿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임영민은 엿같다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7/05/31/16/a7ec65dd1a46eda3fb6cccc69abd50eb.jpg)
" 그만하자, 걍. "
뭐? 야, 임영민. 네 발언에 놀라 숙였던 고개를 바로 드니 절 빤히 바라보고 있었던 건지 너와 눈이 곧바로 마주치고 말았다. 당황한 저와는 달리 확고하다는 듯 저를 바라보는 너에 맥이 탁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니까, 제 앞에 서 자신의 미간을 잔뜩 구긴 채로 제게 이별을 고하는 놈이 바로 내 애인이다. 지금은 아니지, 그러니까 조금 전까지 애인이었던 놈이 바로 이 새끼다, 이 말이다.
" 아, 씨팔. "
" ... "
" 안 지겹냐? 난 너랑 싸우는 거 진짜 지겹다, 그러니까 그만하자고. "
흔히들 말하는 소꿉친구였던 임영민과의 연애는 순탄할 리 만무했다. 남녀사이에 친구는 없다, 란 옛말이 우습다는 듯 10년을 친구로 지내오던 우리도 어느 순간부터 서로를 남자와 여자로 보기 시작했다. 겨우겨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며 연애를 시작한 지 어언 1년이 지났을까. 주위에서 모두 혀를 내두를 정도로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와 다혈질의 만남은 꽤나 파격적이었다. 그리고 그 조화는 더욱 큰 화를 불러왔고.
그러니까, 이런 싸움은 평소에도 빈번히 발생했었다. 눈 맞으면 입 맞추고, 맘 맞으면 키스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게 우리는 눈만 맞으면 다투기도 많이 다퉜다. 그리고 그런 다툼이 반복될 때마다 우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금방 화해를 하곤 했다.
" 야, 임영민. 말 다 했냐? "
그런데 오늘은.
" 어, 다 했는데. "
예감이 심상치 않다.
" 헤어지자고. "
아아... 이별하기 좆도 아름다운 날이에요, 염병.
![[프로듀스101/임영민] 예로부터 구남친은 엿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임영민은 엿같다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7/04/27/17/9cb2d891dc778d90de4fb62e196af42f.gif)
그렇게 우리는 이별했다. 장난이 아니라는 듯, 헤어지자는 폭탄발언과 함께 각자의 길로 돌아선 우리는 무섭게 빠른 속도로 서로의 흔적을 지워나가기 시작했다. 첫째로 내려간 페이스북 연애중, 놈의 짓이 뻔해 확 가라앉는 기분에 저 또한 배사, 프사를 비롯한 임영민에 관한 그 무엇도 남기지 않은 채 놈의 흔적을 지웠다. 핸드폰에 저장된 낯간지러운 애칭 또한 임영민 세 글자로 바뀐 지 오래였고, 단축번호 1번에 저장돼있던 임영민의 이름이 내려가 그 자리가 빈 것도 오래였다. 그런 제가 단 하나 지우지 못한 것은 바로 갤러리 속 가득한 놈의 사진이었다. 그래, 이건 뭐... 정리하기 힘드니까. 그래서 지우지 않은 거라고, 그렇다고 치자.
ㅡ 야, 임영민 진짜 걔랑 썸 탄대?
우리가 헤어졌다는 소식은 파다하게 흘러나갔다. 그리고 무성히 피어난 또 하나의 소문. 임영민이 자신네 반 여자아이와 썸에 뛰어들었다, 뭐 이 정도 되시겠다. 아아, 염병... 헤어진 지 고작 2주 남짓 지났을 뿐인데 그딴 개소리가 들려온다는 사실에 기분이 퍽 상했던 저인데, 요즘 들어.
" 아, 몰라... "
ㅡ 여자애 난리도 아니라던데.
야, 임영민이 안 내친다는 소문도 있고? 하나, 둘 들려오는 소문 아닌 소문들에 이젠 저까지 임영민 썸녀의 존재 유무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이 말이다. 그러니까, 임영민이, 나를 두고, 아... 아니지. 나와 헤어지고, 2주 만에 새로운 여자를 만들었다. 그 괴상한 소문은 어느덧 기정사실화 되어 항간에 떠돌았고, 요즘 교내 뜨거운 관심사가 아닐 수 없었다. 엿같다. 엿같은 임영민, 엿같은 썸녀, 엿같은 구남친. 그리고... 엿같은 내 미련.
ㅡ 저기, ㅇㅇㅇ... 맞지?
지금 이 상태 그대로 놈을 마주한다면 저는 폭발할 것이 틀림없었다. 놈을 붙잡고 이것, 저것 따지고 들겠지.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자퇴가 답일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에 결국 임영민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점심을 거른 지 일주일이 넘어가는 차였다. 오늘도 저를 붙드는 친구들을 겨우 떨어뜨리곤 혼자 남은 교실에 엎드려 잠이라도 청하려는 찰나, 똑똑히 제 이름 석 자를 불러오는 낯선 목소리에 다시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ㅡ 나, 이예나라고 하는데.
그렇다, 요새 항간에 떠도는 임영민의 썸녀라는 분이 직접 행차하셨더라.
그 계집, 그러니까 그년과 제 사이에는 묘한 정적이 돌았다. 저를 먼저 불러온 그 계집도, 그 계집에게 이름을 불린 저도. 어느 누구 하나 섣불리 입을 여는 자가 없었다. 위치상 저를 깔보는 듯한 계집의 시선에 짜증이 솟구치려는 찰나, 다시금 제 이름을 불러온 계집에 의해 제 짜증을 억지로 한풀 꺾었다. ㅇㅇ야.
ㅡ 너 영민이 전 여자친구... 맞지?
" 어, 맞는데. "
얘 임영민이랑 진짜 친한가? 퍽 친숙하게 성을 떼고는 놈의 이름을 부르는 여자아이에 제 기분은 더욱 상했다. 얼마나? 몹시, 매우, 많이, 엄청나게, 완전.
ㅡ 너... 혹시 영민이 못 잊었어?
" ...뭐? "
ㅡ 그런 거면, 조심 좀 해 줘라... 나 영민이 좋아하구, 영민이도 나.
" 야. "
ㅡ 아니, 아무튼... 너한테 응원 안 바라, 그래두 방해는 말아 줬으면 해서. 너 영민이한테 차인 거라며? 차였는데도 그렇게 구질대는 거 좀 그래.
점점 도를 지나치는 여자아이의 말이 슬슬 끝을 볼 참이었다. 임영민 얘는 어떻게 된 애가 이딴 년을 썸녀라고. 자신의 앞에서 잔뜩 미간을 구긴 저는 보이지도 않는지 제가 할 말만을 잔뜩 늘어놓는 여자아이에게 무어라 한 마디 던지려는 찰나.
ㅡ 아무튼, 조심 좀 해 달라구. 안 그래도 너 차인 거 애들도 다 아는...
" 누가 차였대. "
익숙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들려선 안 될 목소리 하나가 저희들 틈으로 끼어들었다. 제 앞에 계집도, 저도 놀라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몸을 비트니 보이는 건.
" 너 잘못 알아도 한참 잘못 알았다, 내가 차였는데. "
교실 벽에 기대어 저희를 빤히 바라보는 임영민이 있었다.
ㅡ 어, 영민아. 그게,
" ㅇㅇㅇ가 차인 게 아니라 내가 차인 거야. 내가 너무 못해 줘서, 그래서 차였어.
ㅡ ...
예나야, 왜 말이 없냐. 잔뜩 굳은 표정으로 제 앞에 선 여자아이를 바라보는 놈과, 그런 놈을 바라보지 못하며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 붉어진 얼굴로 우물대는 년과. 퍽 대비되는 상황에 재미를 느끼던 찰나였다. 야, 이예나. 낮게 울린 놈의 목소리가 다시금 텅 빈 교실을 울렸다.
" 가서 애들한테 전해라. 임영민이 차였고, 미련에 찌들어서 ㅇㅇㅇ 다시 꼬시는 중이라고. 썸이고 나발이고 그딴 개소리 지껄이지 말라고. 알겠냐? "
오... 지져스... 엿같은 구남친이 다시 현남친이 될 수는 없는 걸까요.
ㅡ 저번 편에서 주셨던 관심과 초록글, 댓글, 추천, 스크랩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저번 편 외전 많은 분들이 바라셨는데 아직 생각해 보지 않은 부분이라 긍정적으로 고민해 보겠습니다!
ㅡ 원하시는 단편 소재와 주인공이 있으시다면 언제나 댓글로 신청 바랍니다. 짧게만 적어 주셔도 스토리 생각나는 대로 적어올게요.
ㅡ 댓글 달고 포인트 다시 받아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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