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 어디 있었어]
[왜 전화 안 받았는데? 내가 우습지?]
[누구랑 있었냐고]
.....
[또 권지용 그자식이야?
아님 누군데? 이승현?]
벌써 수십통째 오는 문자에 넌더리가 나,
예쁘게 하얀 벽지가 발린 내 방 벽에 휴대폰을 던져버렸다.
벽에 부딫혀 떨어졌는데도 고장도 안났는지
지금도 계속해서 들려오는 끔찍한 문자음.
이젠 정말 최승현과 헤어지고 싶다.
아니 이 생각을 한지도 몇년째인지 모르겠어.
사실 처음부터도 원해서 사귄것도 아니었는데.
스트레스에 머리를 거세게 엉클며 소리질렀다.
그때 컴퓨터 스피커에서 불길한 소리가 났다.
<쪽지가 도착하였습니다>
[왜 핸드폰 안보는데]
[끝까지 해보자는 거지?]
[좋아]
소름 소름 소름.
이젠 소름 밖에 남은게 없어.
덜덜 떨리는 손으로 권지용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용아...나 집인데 너무 무서워.
최승현이 미쳤어...나 데리러와."
두서 없는 말이었지만 평소 얘기들 덕에 금방 눈치챈듯
지용이 곧 나를 데리러 올 듯 했다.
시간은 한밤중, 시계는 벌써 12시 반을 가리키고 있다.
지용이가 1시까지 온다고 그랬으니까 참자.
내 제일 친한 친구, 권지용.
그와의 소개로 만났던 최승현이
이런 싸이코패스일줄은 몰랐다.
괜찮아, 곧 지용이가 올테니까.
십여분 가량 흘렀다고 생각했을때
초인종이 울렸다.
지용이구나.
잠옷만 입은채로 무서움에 눈물 범벅이 된 얼굴로
뛰쳐나가 삼중으로 된 자물쇠를 모두 열었다.
무거운 철제 문을 밀어 열었을땐 웃는 얼굴의 최승현이 있었다.
자신의 목도리를 벗어 나에게 둘러주면서
소름 끼치게 다정한 목소리가 입을 통해 흘러나온다.
"추운데 왜 잠옷만 입고 나와...응?"
목도리는 아직 그의 온기가 남아 따뜻했다.
그와 반대로 승현이의 눈은 얼음장처럼 식어있었다.
온 몸이 오들오들 떨려서 서 있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