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패스!패스 하라고,병신아!”
좆까,내가 왜.얄팍한 자존심때문에 제 발끝을 거친 공이 녀석에게로 가는것도 퍽 기분이 나빴다.패스를 하라고 저 멀리서 방방뛰는 민석을 쳐다보던 루한이 입모양으로 중얼거렸다,좆까.골대까지 꽤 거리가 멀었음에도 녀석에게 패스를 하는 것은 죽는 것 보다 싫었다.결국 재빠르게 공을 끌고 달려 골대와 정면으로 맞닥뜨린 루한이 공을 걷어찼다.제발,골이여라.힘껏 걷어 찬 공이 공중에서 휘휘,돌았다.
“골!2대 1로 연장전 끝,수고했어 새끼들아.”
골!하고 코치가 외치자 마자 백현이 와다다 달려와 루한에게 안겼다.야,존나 잘했어 짜식.루한이 백현의 머리통을 슥슥 헤집었다.아,기분 존나 좋아.환하게 웃던 루한이 저 멀리서 터덜터덜 걸어오는 민석을 보고 표정을 굳혔다.제 코앞까지 다가온 민석이 비웃었다,말 한 마디 없이 그저 비웃었다.씨발,기분 나빠.새초롬하게 뜬 눈으로 끝까지 저를 쳐다보는 끈질긴 눈싸움에 루한이 결국 눈을 감았다.이상하게 저 눈만 보면 배알이 꼴린단 말이지,여우같은 게.나 먼저 씻으러 갈게.남들과 같이 씻는걸 죽는 것 보다 싫어하는 루한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백현이 루한의 어깨를 툭툭 치고선 자리에서 일어났다.어,새끼야.빡빡 좀 씻어 땀 냄새 쩔어.조명이 다 꺼진 어둑한 축구장 가운데에 앉아 백현의 뒷모습을 눈으로 따라가는데,14 변백현,그 등번호를 쫓던 눈이 어느새 기숙사를 향하는 민석의 등번호를 쫓았다.내가 미쳤지.결국은 축축한 잔디밭에 벌러덩 누워버렸다.
그렇게 조명이 꺼진 축구장에서 몇 십분이고 혼자 뛰었다.샤워를 마친 백현이 아직도 뛰고있는 루한을 보고 소리질렀다.새끼야!무슨 안좋은 일 있어?!루한이 멀리서 손사레를 쳤다.아니,기분이 그냥 뒤숭숭해서.돌계단을 밟고 올라온 루한이 어느새 백현의 앞까지 뛰어 와 그 머리통을 슥슥 쓰다듬었다.우리 애기,다 씻어서 뽀송뽀송해졌네.얼른 가서 코 자요.심기가 불편한 표정으로 가만히 서 있던 백현이 무릎으로 루한의 복부를 아프지않게 걷어찼다.징그럽게,이 새끼야.아프지도 않은 복부를 움켜쥐고 샤워실로 향하는 루한의 발걸음이 가벼웠다.제 이름표가 박힌 캐비넷에 선수복을 벗어넣고,속옷까지 벗어넣으려던 찰나 샤워실 안에서 쏴아ㅡ하는 물소리가 들렸다.아직 누가 있나?배를 긁적이며 샤워부스 앞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아니나 다를까 누가 있었다.아직까지도 어깨에 제가 남긴 멍자국을 달고있는 그 녀석.마른 수건을 어깨에 걸치고 저벅저벅 걸어나오는데,루한과 눈이 마주쳤다.또 그 야살스런 눈매가 매섭게 치켜떠졌다.
“훔쳐보는게 취미냐.”
“좆같은 소리하네.”
“전에도 훔쳐보더니,호모같은 새끼.”
전?아,첫 날 말하는건가.뒷통수를 긁적인 루한이 삐딱한 말투로 지나치는 민석을 그냥 보냈다.내가 저 새끼랑 말을 섞어봐야 좋을게 뭐있어.한숨을 훅 내쉬고 고갤 살짝 틀어 하얀 몸을 닦아내리는 민석을 흘겨보던 루한의 눈썹이 조금 꿈틀거렸다.
“더러워.”
새하얀 쇄골이나 허리춤에 간간히 빨간 자국이 스며있었다.그러니까,구타로 인해 생긴 자국이 아닌.애무를 해야만 생기는,잔뜩 피가 몰린 그 빨간 자국.누가 저 얇다란 허릴 붙잡고 잔뜩 허덕였을 걸 생각하니 기분이 적잖게 더러워졌다.호모같은 새끼?지랄하네,호모새끼.
*
다음날 민석은 축구장에 나오질 않았다.코치도 왠만하면 훈련을 시키는 편인데 몸을 못 가눌 정도의 몸살이란다.지랄,훌러덩 벗고 몸을 굴리니 몸살이 걸릴 수 밖에.코웃음을 친 루한이 빠르게 골대까지 뛰어갔다.근 한 달간 쉽게 되돌아오지 않던 컨디션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었다.경기가 가까워 질 즈음에 항상 슬럼프가 오곤 했었는데,오늘따라 골대가 제 코 앞까지 다가와 있는 기분이었다.제일 먼저 열바퀴를 끝낸 루한이 스탠드로 껑충껑충 뛰어 올라갔다.코치님,오늘은 세 경기만 뛰어요.네?능글맞게 들러붙자 코치가 저리 가,이 새끼야.징그럽게.낮게 웃음을 띄었다.
“야,야!막아 이 병신새끼야!”
“골!와아,김루한 어제 떡치고 왔냐.컨디션 대박이야 진짜.”
“새끼야,말 좀 곱게 해라.떡이 뭐냐,섹스라고 해야지.”
“아,존나 선정적인 새끼.”
세 경기를 뛰는동안 사이좋게 한 골 씩을 넣었다.첫 경기 전반에 한 골,두번째 경기 후반에 한 골,세번째 경기 연장전에 한 골.루한이 공을 걷어찰 때 마다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졌다.저 새끼,요새 리즈 찍네.아니나 다를까 저 멀리서 뛰어오는 백현을 한 품에 끌어안은 루한이 백현의 엉덩이를 받쳐들고 축구장 한 가운데를 가로질렀다.아,씹새끼 존나 무거워!잔뜩 투덜대는 말투에는 웃음기가 서려있었다.평소같았으면 9시가 다 되어야 훈련이 끝났을 텐데 오늘은 7시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훈련이 끝났다.평소에 훈련이 끝나면 축구장이나 수영장에서 시간을 떼우는데,오늘은 그럴 시간이 없었다.남들과 같이 씻는건 죽어도 싫었는데.으 씨발.루한이 눈을 꾹 감고 샤워실로 들어섰다.후끈한 열기가 온 몸을 덮쳐오자 벌써부터 기분이 더러웠다.
“아,씨발 깜짝아,니가 왠일이냐.”
“뭐 이 새끼야,난 씻으면 안되냐?”
“지 좆 보여주기 존나 싫다더니,이제 좀 마음이 열렸냐,오픈마인드?”
“까고있네.급한 일 있어서그래.”
씻는데는 총 10분도 걸리지 않았다.씻고 옷 입고 나오는 것 까지 합해서 10분 쯤 걸렸나.숙소로 향하는 발걸음이 어느새 빨라졌다.203호,문을 활짝 열고 숙소로 들어가 방에 있는 서랍이란 서랍은 다 뒤졌다.침대에 누워있던 백현이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너 이 새끼야,도둑인 줄 알았잖아.침대 옆 서랍에서 구급상자를 꺼내 든 루한이 상자를 들고 달랑,흔들며 문 밖으로 사라졌다.병신아,기숙사에 도둑이 왜 있어.다다다 뛰어가던 발소리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203호로 되돌아왔다.반쯤 열린 문틈 사이로 고개를 빼꼼 내민 루한이 욕지꺼릴 내뱉었다.
“야,씨발…….”
“왜,다짜고짜 욕질이야.”
“김민석 걔 숙소 몇 호더라?”
“관심있는거 맞네,305호.”
“좆이나 까셔.”
3층으로 올라가는 다리가 멋대로 후들거렸다.아니,내가 왜 이짓거릴 하고 있는거지.다시 내려갈까.고민을 하던 루한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남은 계단 한 칸을 올랐다.앞으로 한 50걸음만 더 걸으면 그 애 숙소 앞이다.아,모르겠다.민석의 방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 간 루한이 대뜸 문을 열었다.문을 열자마자 훅 열기가 끼쳤다.저 구석 침대에 이불을 턱끝까지 덮어쓰고 시름시름 앓고있는 민석이 보였다.루한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협탁 위에 구급상자를 놓았다.어,그러니까……감기약이 어딨더라.
“……뭐야.”
“아,씨발!놀랬잖아.”
구급상자를 뒤지던 루한이 흠칫하고 놀랐다.아,왜 지금 깨고 지랄이야.대충 감기약처럼 보이는 약을 모조리 꺼내 협탁위에 올려둔 루한이 눈을 감고 중얼대는 민석의 이마위에 손바닥을 얹었다.이건,뭐.뜨거운 정도가 아닌데?혀를 끌끌 찬 루한이 병신,하고 중얼거렸다.꼴에 깝치던 새끼가 골골대니까 퍽 걱정돼서 와 봤다.쳐먹고,내일은 필드위에서 봐.걱정이 반쯤 섞여있는 말투에 민석이 입술을 움찔거렸다.할 말 있음 하던가.말을 툭 내뱉고 침대에서 일어섰다.그리고 한 발작을 떼려고 했는데,그랬는데,민석이 그제서야 눈을 뜨고 루한을 쳐다봤다.물기가 가득한 눈.
“나 다시 잠들때 까지만…….”
“뭐.”
“같이 있어주라.”
더이상 걸음을 뗄 수가 없었다.정말 이상하게도.
*
어휴,망할 급전개
어쨋든 이 멜랑꼴리한 관계는 조금 길어질거에요
아직 둘은 좋아하는 사이가 아니니깐!!!
한번 질질 끌어보겠슴다!
망했다 망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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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유지태 못알아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