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아(Messiah)
w.봉봉&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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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자- 다들 자리에 착석! 그만 까불고! 야 거기 장동우랑 이호원! 닭살돋으니까 서로 그만 좀 만지작대라!" 다들 정신이 빠져가지고 말이야! 우현의 말마따나 회의실의 분위기는 정신사납기 그지없었다. 호텔 작전을 끝내고 나서의 첫 회의였다. "아오 이성종은 또 왜저래!" 두 손을 옆구리에 나란히 얹고 나름 카리스마있게 동생들을 지휘하는 큰형 우현이다. 물론 아무도 그 말을 듣지 않았지만. 동우와 호원은 여전히 서로 볼을 꼬집으며 이상한 놀이를 하고있었고, 명수는 글라스보드에 난해한 그림을 그리고있었다. 이 모든 상황을 정리해줄 성종은 어제 신나게 놀았던 후유증으로 한쪽 테이블에 몸져누워 잠을 자고있었고, 태민은 진영과 노는데 집중하느라 우현의 말 따위에 신경도 쓰지 않았다. 지아를 비롯한 소에족간부들은 저들끼리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킬킬대며 떠들고 있었고, 고위연구원들 또한 끼리끼리 뭉쳐 잡담이나 하고있었으니 회의는 시작조차 할 수 없었다. "으아아아악!! 다들 진짜 이러기야? 빨리하고 들어가자고. 엄마 혼자 재워놓고 나와서 신경쓰이는데... 나 빨리 가야해!" 우현의 입에서 나온 '엄마'라는 말에 산만하던 회의실이 한순간 고요해졌다. 우현이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곤히 자고있는 성종을 제외한 모두가 진지하게 각자 자리에 앉았다. 다들 언제 떠들었냐는듯 태연한 표정이었다. 연구원 대표로 지목된 정식이 첫마디를 끊었다. "우현군. 그래도 공식적인 자리인데 반말은 삼가..." "아, 네. 죄송합니다." 정식의 눈이 날카롭게 뜨였다. 그는 호텔작전을 그 누구보다 못마땅해하던 사람이었다. 사실 호텔 작전은 우현쪽의 독단적인 기습이었기 때문에 소에족과 연구원들의 큰 도움이 필요하지 않았다. 아마 그게 불만이었을것이다. 자존심 강한 연구원들은 분명 자신들이 병풍취급을 받았다며 투덜댔을것이다. 그런 그들을 설득하는 것은 언제나 어려움이 따랐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달랐다. 정부는 이미 이들의 정체를 조금이나마 눈치챘을거다. 앞으로 일어날 싸움은 절대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제부턴 모두가 힘을 합쳐야한다. 잠들기 전에 우현에게 성종이 당부했던 회의의 요점이었다. 회의에는 소에족 대표 지아를 비롯한 소에족 고위 간부들과, 연구원 대표 정식을 비롯한 고위 연구원 몇몇이 참석했다. "그래. 이제 우리도 나설때가 된건가요?" "네. 정부에서 잔뜩 독이 올라있으니 만만치 않을겁니다. 합심해야죠." "뭐 세워둔 작전이라도 있습니까?" "성종이의 말에 따르면... 정부쪽 화약고 경비가 많이 약해졌다고 하더군요. 아주 중요한 부분일텐데, 지금 정부 상황이 그냥 상황이 아니지않습니까. 그래서 거길 노리자고..." "그럼 이번엔 우리 소에족들도 도움이 될 수 있나요?" 소에족의 대표로 나온 지아는 부쩍 의욕에 불타올라있었다. 아마 정부에게 복수할 이 날만을 기다린 모양이었다. 또 계획이 무산될까봐 걱정어린 눈빛으로 우현을 응시하는 지아에게 우현은 따뜻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의 팔자주름이 예쁘게 접혔다. "그럼요. 앞으로는 소에족의 능력적인 면이 많은 도움이 될테니까... 함께 전투에 참가할거에요." "저희 M들은 투입되지 않습니까?" "네. M들은 엄마... 아니 성규형과 함께 간호팀으로 활동할거에요. 간호사수업을 괜히 했겠어요." "그렇군요. 한번 안전하게 간을 보면서 소수정예인 당신들은 영웅이 되었으니, 제대로 싸워보겠다 이거죠?" 우현은 이제 제법 정식의 가시돋힌 말을 받아낼 수 있게 되었다. 아마 정식보다 더 까칠하고 냉정한 명수때문이었으리라. 우현의 관점에서 센터 연구원들은 다 거기서 거기였다. 그 누구하나 인간미를 가진 사람이 없었다. 우현은 올라오는 화를 눌러참았다. 괜히 소란을 피워봤자 우현의 손해였다. "그런뜻이 아니라," "10분만 쉬다하죠." 회의때마다 늘 이런식이었다. 거기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정식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굳어있던 몸을 풀었다. 잔뜩 얼굴을 구긴 우현이 은근한 손짓으로 명수와 호원을 구석으로 불러냈다. 글라스보드에 괴상한 추상화를 그려내고 있던 명수가 마카를 닫고 우현에게 다가갔다. "와. 난 이 세상에 김명수보다 싸가지없는 인간이 존재할줄은 몰랐어." "시비입니까?" "아니." 떨어지기 싫다며 징징대는 동우를 겨우 태민에게 붙여놓은 호원도 바퀴달린 의자를 굴리며 구석으로 향했다. 호원이 구석에 도착했을때, 이런저런 푸념을 앞뒤없이 늘어놓는 우현의 말을 명수가 단호하게 끊어냈다. "그래서 지금 투정부린다고 해결되는게 있습니까? 계속 징징거리면 정식씨한테 다 일러바칠거니까 알아서 하세요." "와... 너 와... 사나이 사이의 의리 모르냐? 입싼새끼!" "아직 일러바치지는 않았는데 그런식으로 하실겁니까. 그냥 해본소리였는데 기분이 상해버렸네요. 정식씨한테 가서 말해야..." "사랑한다 명수야..." 호원이 동우가 신경쓰이는지 계속 뒤를 힐끔거렸다. 다행히도 동우는 태민과 짝짝꿍이 잘 맞는지 방긋거리며 놀고있었다. 그 옆으로 쓰러진 듯 잠든 성종은 미동조차 없었다. 이정도의 소음이라면 예민한 성종이 벌써 깨어나 잔소리하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야야 이호원! 형님들 이야기에 집중해야지!" "형씨들은 성종이 걱정 안됩니까? 항상 쌩쌩하던 애가 저러고있는데." "그야 명수랑 뜨거운 밤을 보내서..." "남우현씨. 저 정말 정식씨한테 일러바칠겁니다. 이건 거짓말 아닙니다." 야, 야야, 야야야!!! 그런다고 정말 정식에게 향하는 명수나 입을 잘못놀려 명수에게 무릎꿇게 생긴 우현이나 거기서 거기였다. 호원이 들리지않게 살짝 끌끌거리며 혀를 찼다. 유치하게 초딩싸움을 하는 둘의 모습은 스물두살먹은 건장한 청년이라고 보기에 무리가 있었다. "이거 놓으십시오." "명수야아..." "어디서 귀여운척을," 즐거웠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웃고 떠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호원에게는 큰 기쁨이었다. 우현에게 헤드락이 걸려 켁켁거리는 명수에게 손을 뻗는 호원이다. "어이 형씨들!" "왜? 아아아악!! 남우현씨 이것 좀 놓으십시오!!!" "저도 어디 한번 끼어봅시다!" 찰싹 달라붙은 명수와 우현 사이로 호원이 뛰어들었다. 온갖 요란한 소리를 내며 세 남자가 서로 엉켜 엎치락뒤치락거리는 광경에 회의실에 있던 다른사람들은 하던 행동을 모두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조용히 못합니까!!!" "쉰다면서요!! 좀 놀게해주면 어디 탈납니까?" 파드득거리는 호원과 명수의 사이에서 살짝 빠져나온 우현의 시선이 우연히 성종에게로 꽂혔다. 편안하게 잠들어있던 성종의 미간이 살짝 구겨져있다는 것을, 우현은 알지못했다. - "우현아?" 캄캄한 방 안에는 우현이 켜두고 나간 은은한 스탠드 빛만이 빛나고 있었다. 살짝 침대에서 일어난 성규가 졸린 눈을 이리저리 비볐다. 밤 12시. 항상 곁에있던 우현이 보이지 않아 성규는 덜컥 겁이났다. 우현은 성규가 그 무엇보다 어둠을 무서워한다는걸 제일 잘 알고있는 사람이었다. 우현은 한밤중에 성규를 두고 멀리 나갈 사람이 아니었다. 성규는 대충 걸치고있던 큰 와이셔츠의 옷깃을 세게 쥐어잡았다. "남..우현? 우현아!" 잠긴 목을 살짝 풀고 더 크게 소리쳤다. 그러나 그 어디에서도 우현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난방을 틀었음에도 약간 쌀쌀한 날씨에 담요를 어깨에 걸친 성규가 방을 나섰다. 긴 복도는 텅 비어있었다. 수명이 다 된 형광등 하나가 옅게 깜박이고 있었다. 다른 M들이 잠들어있는 긴 복도를 지나 계단을 오르는 성규다. 맨발에 닿는 차가운 대리석 바닥의 감촉이 영 좋지않았다. 무언가 평소와는 많이 달랐다. "아... 어디있는거야 진짜-" 한참을 걷던 성규가 결국 계단 모퉁이에 주저앉고 말았다. 약지에 예쁘게 끼워진 빛바랜 동전반지를 몇번 스윽 훑었다. 반지에는 아직까지 우현의 온기가 남아있는 듯 싶었다. "남우현... 이 바보." 눈 앞에 아른거리는 우현의 웃음에 성규가 다시 자리를 털고 있어났다. 길고 어두운 복도는 한창 깊은 밤에 잠겨 고요했다. 혹시나 다른 사람들이 제 발소리에 놀라 깰까봐 잔뜩 까치발을 든 성규가 언제 들릴지 모를 우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채 복도의 끝으로 나아갔다. 부스럭- "뭐야!" 놀란 성규가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창문 밖으로 검은 고양이 한마리가 지나갔다. 가슴을 쓸어내린 성규의 몸은 이미 말하고 있었다. 더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말라고. 그러나 안타깝게도 성규는 그 신호를 듣지 못했다. 그저 우현을 찾아 다시 한번 발걸음을 떼었다. 느리고 무거운 발걸음을. 얼마나 걸었을까. 어디선가 낮은 인기척이 들려왔다. "우현이야?" "..." "우... 현이 맞지?" 바스락거리며 천이 마찰하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려왔다. 우현이 주위에 있으면 항상 따뜻한 향기가 났건만, 지금 성규의 곁에는 싸늘한 밤공기 뿐이었다. 뭔가 기분이 좋지않다. 성규가 입술을 꼭 깨물었다. 우현아 너 장난치는거야? "남우..." 그리 멀지않은 복도의 끝에 누군가가 보였다. 꺼림직한 느낌에 한발짝씩 내딛던 성규가 천천히 뒷걸음질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뒤를 돌아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다. 복도 끝 코너사이로 빼꼼히 보였던 그것은 다름아닌 총구였다. 죽을힘을 다해 뛰는 성규의 뒤로 몇몇 발소리가 들려왔다. 점점 가까워지는 소리에 성규는 귀를 막았다. 온몸이 찌릿거리며 점점 굳어왔다. 쇠약해질대로 쇠약해진 성규의 몸은 그들의 시야에서 벗어나기에 턱없이 약했다. 점점 흐려오는 정신을 붙잡은 성규가 마지막 힘을 짜내어 소리쳤다. "남우현!!!!" - 탕- 바깥에서 들려오는 갑작스러운 총성에 열띤 회의를 이어나가던 모두가 일순간 동작을 멈췄다. 우현이 오른손을 살짝 들었다. 모두가 숨을 죽였다. 복도 창문 너머로 무언가 엄청난 양의 인파가 몰려오고있었다. 몇발의 총성을 더 듣는동안 모든 상황을 파악한 우현이 악에 받쳐 소리쳤다. "다들 흩어져요!!! 지금 당장 도망쳐요!!! 기습입니다!!!" 명수가 재빨리 비상경보를 울렸다. 건물 전체에 귀를 찢는 경보음이 울려퍼졌다. 세상모르게 잠들어있던 성종을 손을 잡아끈 명수가 먼저 달리기 시작했다. 명수의 뒤로 방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며 복도로 쏟아져나왔다. 그 사이에는 멍한 표정으로 서있는 우현이 있었다. 그리고 곧, 우현은 생각해냈다. 방에 혼자두고 왔던 성규의 존재를. "김성규!!" 애타게 성규를 부르는 우현의 목소리가 공중으로 흩어졌다. 성규의 방이 있는 5층까지 뛰어올라간 우현이 급하게 방문을 열어재꼈다. 땀을 닦을 시간따위 없었다. 그러나 방 안에는 이미 오래 전 사람이 떠나버린 듯 아무런 온기도 남아있지않았다. 불안했다. 엄청난 공포가 우현을 잠식했다. 덜덜 떨리는 다리에 겨우 힘을 준 우현이 다시 길고 긴 복도를 뛰어갔다. 아래층은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총성이 질서없이 뒤섞여 이미 아비규환인 상태였다. 온 정신이 아찔해졌다. 여기저기 뭉쳐있는 시체더미에 구역질이 났다. "우현이형!!!" 가까운 어딘가에서 우현을 부르는 호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밀려올라오는 사람들에게 이러저리 치인 우현의 왼뺨으로 따끔한 뭔가가 느껴졌다. 그의 눈 앞에 호원이 보였다. 잔뜩 상기된 얼굴이 지금 이 상황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있었다. "우현이형, 정신차려요!! 지금 뭐해요!!" "너... 너... 너는... 동우 데리고 얼른 나가라... 난 엄마 찾아서 같이 나갈거니까." "호원아!!!" 인파를 따라 밀려올라온 동우가 소리침과 동시에 급히 호원의 손을 잡았다. 다시 놓칠세라 꼭 잡은 두손이 숨김없이 떨리고있었다. 올라오는 사람들 사이로 정부군 몇몇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시는 맡기싫었던 혈향이 짙게 풍겨오고있었다. 무슨 무서운 귀신이라도 본 마냥 떨고있는 동우가 호원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은채 중얼거렸다. "호원아.. 우.. 우현이형... 성규형이... 성규형이 6층 복도에..." "뭐라고 장동... 형!!" 동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우현이 굳었던 몸을 움직였다. '성규'라는 단어에 우현의 정신보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호원이 우현의 이름을 불렀을때 이미 우현은 6층계단의 끝에 도달해있었다. 그곳에서 우현이 집어든 것은 다름아닌 성규의 담요였다. 우현의 눈이 번뜩였다. "장동우, 말해봐! 왜!" "이.. 일단 여기 벗어나야해 호원아! 여긴 안돼!" "남우현이랑 김성규 데려가야지 씨발!" "6층에서 성규형.. 성규형 봤는데.. 군인들한테 잡혀서 끌려가고있었어.. 어떡해 호원아..." "씨발." 우현은 지금 제정신이 아니다. 성규를 발견한다면 무슨 헛짓을 할지 모를일이다. 호원이 맞닿은 두손을 더욱 세게 쥐었다. "장동우. 무조건 뛰어." "..." "잘들어. 너 지금부터 정신 집중해. 무슨 일이 있든간에 흔들리지 말고. 우리가 건물 나오는 순간 바로 불태워버려. 알았지?" "...응." 호원이 눈을 질끈 감고 뛰기 시작했다. 손을 잡힌채 뛰는 동우는 열심히 정신 집중을 하고있었다. 동우가 듣지 못할정도로 작게, 호원이 속삭였다. "우리 오늘, 소중한 사람을 하나 잃을지도 몰라." - "으.. 으윽-" 어떤 방이었다. 하얗게 비워진 방이었다. 묶여있는 손이 불편했다. 찬 바닥에 닿인 무릎이 저렸다. 성규가 눈을 떴다. 건조해진 눈이 뻑뻑하게 조여왔다. 몇번 눈을 깜박였다. "야. 이새끼 깼어." "어, 진짜... 대위님! 이새끼 깼는데요?" 복도의 끝은 막다른 벽이었다. 절망감에 지쳐 벽에 기대 주저앉았던 이후로 모든 기억이 말끔하게 지워져있었다. 어쨌든 한 사실만은 분명했다. 그대로 쫓아오던 정부군에게 잡혔다는 사실. 도로록거리며 눈을 몇번 굴려 방을 훑었다. 의자에 앉은 나이많고 뚱뚱한 남자가 방금 전 그들이 말하던 대위일것이다. 그 옆으로 늘어선 군인이 넷. 서늘한 총구가 기분나쁘게 성규의 머리를 툭툭 쳐왔다. 반대쪽에서 성규를 잡고있던 군인까지 총 여섯이다. "새끼, M주제에 간도 크다? 소에족들이랑 합심해가지고... 니 새끼를 창조시켜준 국가한테 감사하다는 인사는 못할 망정..." "... 누가 창조시켜달라했어? 그럴바에는 죽는게 낫지 씨발." 아악! 개머리판이 성규의 등을 세게 때려왔다. 정신이 아찔해졌다. "개기지마라. 좀있으면 니놈 잘난 기둥서방이 찾으러 올거니까." "... 뭐?" "아까 복도에서 너 끌고오는데, 왠 좆만한 애새끼 하나가 보고 쫄아서 내려가더라. 니 기둥서방한테 전하러 가겠지. 그 새끼이름이 남우현이었나..." "남우현... 우현이는... 아.. 안돼! 안된다고!" 나약하게 몸을 몇번 파득이던 성규가 다시 무자비하게 때려오는 매끈한 개머리판에 털썩 쓰러졌다. 온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바깥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렸다. 분명 우현일것이다. "엄마! 김성규!" 복도 가득 울리는 우현의 목소리에 줄지어 서있던 군인들이 킥킥거리며 웃었다. 성규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야, 너보고 엄마랜다. 미친... 큭- 크큭..." "보기보다 취향이 변태적이네. 근친? 뭐 그런건가?" "꼴에 밝히긴." "근데 이새끼 구멍맛이 그냥 좋은게 아닌가봐? 저렇게 찾아대는걸 보니. 한시라도 안보이면 발정이 나나봐, 니 서방말이야." 좋다고 한마디씩 던져대는 군인들의 음담패설따위 들리지 않았다. 오직 저를 부르는 우현의 목소리만을 성규는 귀에 담았다. 우현의 기척이 점점 가까워진다. 성규가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눈을 내리깔았다. 안돼, 우현아. "김성.... 김성규!!" "남우현..." "왔네. 애틋해서 지켜볼수가 없어서 어쩌나..." 활짝 열린 문 밖으로 우현이 보였다. 맺혀오는 눈물에 뿌옇게 번져 표정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성규는 느낄 수 있었다. 우현도 울고있다는 것을. "... 김성규." "우현아 너..." "어디있었어... 찾았잖아..." "흡... 우현아.... 미안해... 내가 미안해..." 우현이 한발짝 성규에게 다가갔다. 움찔- 군인 몇몇이 성규의 어깨를 더 강하게 눌렀다. 우현의 얼굴이 파삭 구거졌다. "손때라." "지랄하네. 야 이 새끼야, M이랑 물고 빠니까 좋드냐? 어?" "씨발 닥치라고. 너, 김성규 건드리면 내가..." "그만하지, 자네?" 잠자코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대위가 무거운 몸을 의자에서 일으켜세웠다. 대위가 뭐라 중얼거리는 소리와 동시에 성규의 왼편에 서있던 군인이 성규의 머리통에 총구를 겨누었다. 우현이 빠득- 소리가 나게 이를 갈았다. "죽을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꼴에 연인이라고 구하러 오다니. 눈물겹네. 그렇지 아니한가?" "닥치고 김성규 풀어줘. 내가 대신 죽을테니까 김성규..." "아니, 아니야. 내가 왜 이 오만방자한 M을 놓아주겠는가? 국가의 소유물로서의 임무를 다하지 못하고 다른 M들까지 선동해 일을 이꼴로 만들어버렸는데. 지금 이 M이 한 일의 심각성을 자넨 알고있는지 모르겠지만," "씨발 그딴게 다 무슨상관인데!!! 김성규 내놔!!! 내놓으라고!!!" 우현의 짐승같은 포효에 성규는 그저 고개를 숙였다. 몸이 말하는대로 따랐어야했다. 내가 그 방에서 나오지만 않았어도, 우현을 찾으러 돌아다니지만 않았어도 이런일은 없었을 것이다. 맑은 눈물이 아래로 한없이 추락하고 있었다. 성규가 숙인 고개를 들었다. 왠지 이게 우현과의 마지막일것만 같아서, 우현을 조금이라도 더 보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자자... 진정해보게. 내가 자네와 딜을 하려고 하는데... 어때, 수락하겠는가?" "말해봐 씨발. 어디 한번 말해보라고." "음.. 우리부대도 방금 소에족과 싸움을 하다 온 몸이라 별로 상태가 좋지 않아서 말이지. 이 싸움을 더 오래 끌었다가는 피해가 만만치 않을걸세. 자네쪽도 그렇지 아니한가? 우리가 도망친 자네들을 쫓고 쫓아봐야 두쪽 다 손해라는거지. 편하게 가자고, 응?" "그래. 빙빙 돌리지 말고 결론을 말해. 빌어먹을 능구렁이 새끼." "허허... 그럼 본론을 말해볼까? 자네가 흥분할 것 같아서 기껏 순화해줬더니..." "..." "자네가 지금 이 자리에서 M(17)을 버리고 도망친다면, 모두를 살려주겠네. 도망친 소에족과 M들, 다른 놈들까지 모두 말이야." "그게 무슨..." "그러나 자네가 끝까지 미쳐날뛰고 버틴다면 말이지..." "..." "다 죽일거야. 모조리. 구석에 숨은 놈들까지 하나하나 잡아내서 싹 갈아치울거라고." "..." "내 말 알아듣겠나?" 우현이 비식이며 실소를 내뱉았다. 답은 정해져있었다. "지랄마." "이런, M과의 같잖은 사랑때문에 모두를 죽음으로 몰아넣을 생각인가?" "같잖은 사랑? 입조심해," "그럼 뭐라고 더 표현할까. M과 인간의 사랑이라... 삼류영화의 제목같군." "존나 감성적이네 씨발." 잠자코 듣고있던 성규가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우현이 무엇을 선택하든 자신은 무사하지 않을 것이다. 이 상황에선 우현도 명수도 그 누구도 성규를 구해줄 수 없었다. 이미 군사 다섯이 우현에게 총구를 겨누고 있는데다가 바로 옆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그것. 여기서 더 시간을 끌어봤자 우현만 위험해질 것이다. 아래에서 계속 정부군들이 치고 올라오고 있다. 조금 더 지체되면 우현과 성규는 선택이고 뭐고 단칼에 숨이 끊기고 말 것이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그딴 제안 거절..." "가." "... 엄마?" "가라고. 남우현. 나 두고 가." 핏대를 세우고 바락이던 우현이 잠잠해졌다. 눈물을 가득 머금은 둘의 눈이 마주쳤다. 서로의 눈동자에 비친 두 인영이 공중으로 서서히 바스라지고 있었다. 함께했던 모든것이 눈물에 섞여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게.. 무슨소리야 엄마. 나는 엄마한테 항상이 될꺼라고..." "그만해. 가. 가버려. 가버리라고!!!!" 그렇게 상처받은 눈으로 바라보지마 우현아. 너가 그렇게 쳐다보면 난 정말 돌아버릴 것 같아. "남우현. 내가 그때 말했지. 또 다시 내 심장에 상처가 남을 사랑이 될까봐 너와 시작하지 못했다고. 기억해?" "응... 엄마," "근데 그게 아니었어. 난... 난 내가 상처받을까봐 무서웠던게 아니었어. 사랑하는 너가 상처받을까봐 무서웠던거야. 그래서 내 마음을 숨기고 고백하지 못했어. 너한테 첫눈에 반했는데, 그랬는데... 내가 너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될까봐, 두렵고 무서웠어. 너랑 함께한 1년동안 내내 그랬어. 너와 영원함을 맹세한 뒤에도 난 여전히 불안했어. 그런 내 마음, 너 한번이라도 생각해본적 있어? 이제껏 한번도 못말했는데, 언젠간 말해주리라 생각하고 내 맘속에 꼭 숨겨두고 있었는데... 그 전에 이렇게 되버렸네." 어쩌지 우현아. 나 정말 무서워. 내가 너한테 상처가 된다는게 끔찍하고 온 몸이 떨려와. 차라리 우리 몰랐다면 좋았을까? 애초부터 너가 M센터에 들어오지만 않았어도, 나에게 배정된 연구원이 아니었더라면 말이야 우리... "... 엄마. 왜그래... 누가, 누가 우리 헤어진다고 했어? 누가그래!" "부정하지마. 지금 이 상황이, 우리의 이야기가, 소설이나 영화속에서만 나오던 그런 것 같지? 믿기지 않지? 근데 똑똑히 기억해 남우현. 이건 현실이야. 그리고 우린 그 현실속에서 살고있어. 알아?" 이 모든게 꿈이었으면 좋겠어 우현아. 깊은 악몽에서 깨어나 고개를 돌리면 옆에서 너가 가만히 웃어주고 있겠지. 그렇겠지 우현아? "가. 우현아 제발 가. 더 아프지않게 제발 가버려. 너의 마음속에 지워지지 않을 상처로 남겨질 비참한 날 가엾게 여긴다면, 사랑한다면. 넌 살아 우현아. 행복했어. 너랑 있었던 그 모든 시간 나 너무 행복했어. 그래서 이제 웃으면서 죽을 수 있어. 사랑하는 널 살린다는 생각을 하면 기뻐서, 미쳐버릴 것 같아서. 그러니까 제발." "안돼. 내가 어떻게... 어떻게 엄마를 두고 가? 김성규를 두고가? 우리한테는... 우리한테는... 절대 이별같은거 없을거라고 말했잖아! 내가 그렇게 말했잖아! 나 너 못두고 가! 내가 어떻게 그래! 죽어도 같이죽어. 살아도 같이 살아 우린. 내가 어떻게!!!" "남우현!!!" "우리가 어떻게 헤어져!!!!!" 더이상 약하디 약한 유리심장이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금방이라도 깨질 것 같아, 성규가 몸을 비틀었다. 조금이나마 우현에게 더 가까이 가기 위해 무릎을 질질 끌었다. 묶인 손을 우현에게로 뻗고싶었다. 그렇게라도 우현에게 닿고싶었다. "엄마. 왜 엄마 자신을 속여? 같이 가자... 응?" "싫어. 아니 못해." 우현아. 벌써부터 보고싶어. 어떡해. "사랑해 엄마." "난 아니야." 널 너무 미친듯이 사랑해. "내가, 내가 구해줄게. 다시는 엄마한테서 떨어지지 않을게, 그러니까..." "가버려. 싫어. 가버려. 가버려 너. 싫어..." 아니 가지마 우현아. 나 두고 가지마. 나 무서워. 널 없는 세상은 상상만해도 몸이 떨려와. "우리 영원히 함께하자. 우리 영원히..." "사랑하자..." 결국 이렇게 제 감정에 솔직해질수밖에 없나보다 우현아 모질게 널 놓아주려 했는데 미련한 마음이 네 발목을 잡으라고 하는데 어쩌지. "이제 널 보내줘야 하는데..." 어쩌지... 눈물파편 사이사이로 깨어진 성규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미친척 그대로 뛰어들어서 마지막으로 안아보고 죽을까- 우현의 머릿속이 온통 복잡해졌다. 그럴까 엄마? 난 원래 또라이었잖아. 엄마가 그랬잖아, 가끔 보면 난 좀 나사빠진 애 같다고. 그렇게 장난스럽게 말했던게 어제까지였잖아. 우리 그랬잖아, 엄마... "나 안가 엄마. 난 엄마한테 항상이고 영원이야. 나 절대 안떠나. 우리 아직 할일 많이 남아 있잖아!! 저 엿같은 정부도 때려부셔야하고, 엄마가 그렇게 가보고싶어했던 바다도 가보고, 김명수랑 성종꼬마랑 호원이랑 동우랑 다같이 웃고, 떠들고!! 아직 행복해야할 일 많이 남아있잖아. 어떻게 이렇게 끝내? 말도 안돼 이건, 엄마 그러니까..." "우현아." "..." "넌 살아. 끝까지 살아가야해. 알았지?" ".... 엄마." "영원히, 안녕-" 뭐라 더 쏘아 붙이려 우현이 크게 심호흡을 하는 순간, 뒤에서 무언가가 우현을 강하게 낚아챘다. 눈을 한번 감았다 뜬 순간, 눈 앞에 성규는 없었다. 우현은 달리고 있었다. 길고 긴 복도를. "씨발.. 너.. 너 뭐야!!" "정신차려요 우현이형!!! 다 같이 죽고싶어요?" "안돼... 안돼 엄마!!!" 점점 멀어져가는 회의실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뛰었다. 흘리다 못한 눈물로 이미 앞이 보이지 않았지만 성규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았다. 우리 엄마, 어떻게 생겼더라? "기다려... 기다리라고! 이 새끼들아 멈춰!!!!" "형!!!!" "....? 자.. 잠깐만... 저거..." 토도도도독- 낭랑한 소리와 함께 우현의 발치에 작은 무언가가 포물선을 그리며 굴러왔다. 급히 호원을 뿌리친 우현이 그것을 낚아챘다. 분명 성규가 있던 방 안에서 나온 물건이었다. "엄마..." 그것은 다름아닌 반지였다. 우현이 호텔작전 전 성규에게 주었던 영원한 사랑의 증표. 녹슬고 흠집난 동전반지. "씨발... 김성규!!!!" 목이 터질듯, 목놓아 성규를 부르는 순간 우현 자신도 모르게 다시 뛰고있었다. 성규의 온기가 남아있는 반지를 꼭 감아쥔채 뛰었다. 살아야했다. 성규의 말대로 어떻게든 살아야했다. 이렇게 허무하게 죽을 수는 없었다. 탕- 우현의 등 뒤로 한발의 총성이 울렸다. 우현의 눈에서 또 다시 몇 줄기의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엄마, 엄마에게 난 항상이었어요. 아니, 항상이 되고싶었어요. 그런데 진짜 영원이란건 없나봐요. 난 엄마에게 언제나가 될 수 없나봐요. ... 김성규. 어떡해. 나 벌써부터 니가 너무 그리워. 보고싶어. 사랑한다고 말하고싶어. 너 지금 어디있어?" 아무도 듣지 못할 우현만의 중얼거림이 차가운 공기중으로 퍼져나갔다. 우현이 말을 마치는 순간, 엄청난 폭팔음과 함께 뜨거운 기운이 온 대기를 감쌌다. 성규를 두고 나온 KIST가 허무하게 불타고 있었다. 우현이 절규했다. "김성규!!!!!!!!!!!!" 들려 엄마? 제발 들어줘. "김성규... 왜... 왜 우린!" 헤어져야만 하는건데. 다 뱉지 못한 한마디 말. 멍하니 서있는 우현의 코끝에 무언가 차가운 것이 닿았다. KIST는 이미 형태를 잃은채 잿더미가 된 뒤였다. "눈... 눈이다... 엄마... 눈온다... 엄마가 그때 말했잖아... 첫눈이 오면 나랑 같이 보고싶다고... 김성규, 보고 있어?" 첫눈이었다. 슬프고 또 슬펐던 한 연인의 이별을 애도하 듯 그렇게 첫눈이 내렸다. 온 몸이 젖어드는 것 조차 잊은 우현이 성규를 닮아 그저 하얗기만한 눈을 맞고있었다. 이질적이게도 눈은 너무 예뻤다. 공기중으로 날아온 성규의 따뜻한 내음이 눈송이 속에 묻어있었다. 우현이 미소지었다. 다시는 못맡을 성규의 마지막 흔적. 마지막을 내가 함께해서 다행이다, 김성규. 사랑해. - "저새끼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거다. 방금 뛰어가던 소에족, 그때 J-106 부대 불태웠던 그 새끼 같던데... 빨리 처리하고 가도록 하지. 서일병, 자네가 처리하고 뒤따르게나." "충성!" 대위가 먼저 방을 나갔다. 그 뒤를 따라 네명의 군인들이 차례로 방을 빠져나갔다. 기분나쁘게 웃으며 남아있던 한 군인이 총을 잡아들었다. 이미 우느라 온 몸에 힘이 다 빠져버려 실신하기 직전이었던 성규가 힘겹게 입을 뗐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약지에 예쁘게 끼워진 반지를 빼내었다. 남은 힘을 모두 짜내어 반지를 바깥으로 던졌다. 토도도도도독- 대리석 바닥과 마찰하는 쇳소리가 유난히 구슬프게 들렸다. "조금만... 조금만 있다가 쏘면 안돼요?" "이새끼가 뭐라는거냐 지금?" "지금 쏘면... 우현이가 듣는데... 그럼 너무 잔인하잖아요... 제발..." 탕- 한치의 자비없는 싸늘한 총알이 성규의 얇은 다리에 박혔다. 도저히 그 고통을 가늠할 수 없었지만, 우현을 잃은 그 슬픔보다는 덜했을 것이다. 너무 쏟아내어 말라버린줄 알았던 눈물이 다시 났다. 우현이 생각나서 또 그렇게. "새끼. 그립냐?" "보고싶어요... 우현이..." "미친놈들." 그대로 성규의 한쪽팔과 어깨에 총알을 두어번 더 박아넣은 군인이 방을 나섰다. 그 순간, "으아아아아아악!!!!!!!!" 펑- 그와 동시에 엄청난 화염이 모든것을 집어삼켰다. 대충 예상하고 있었다. 성규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우현아. 작별인사도 못했네. 근데 마지막은 사랑한다는 말로 보내서 다행이다." 몸에 불이 붙은 일병이 온 몸을 비틀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살짝 떠있던 실눈도 금세 성규의 얇은 눈꺼풀에 갇혀버리고 만다. 하얗기만 하던 와이셔츠가 붉은 피로 젖어가고있었다. "벌써부터 보고싶은걸. 이제 어떻게 참지 우현아?" 우현과 함께했던 모든 것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갔다. 먼 옛날이 아득해졌다. 「누구세요?」 「아악!」 「혹시 새로 온 의사선생님이세요?」 「...네?」 「우와! 아까 김명수가 한 말이 진짜 맞았네? 안녕하세요!」 너무나 갑작스럽게 찾아온 우리의 첫만남. 넌 아니 우현아? 이때 널 처음 보고 반해버렸다는걸. 아참, 방금 말해줬지. 이제 생각해보니까 부끄럽다. 끝까지 비밀로 할껄... 괜히 니 맘이 더 아플것같은데. 미안해서 어쩌지? 어쨌든 너 정말 첫인상부터 바보같았어. 실실 웃는게 어디 나사 하나 빠진애처럼. 근데 그게 왜 그렇게 멋있었는지 모르겠다? 콩깍지가 씌였나봐. 「우현아」 「응?」 「우리 아기- 이름이 뭔지 알아?」 「언제 또 이름같은걸 지었대... 뭔데?」 「현성이.」 「어?」 「현성이라고. 니 이름의 현이랑 내 이름의 성. 이쁘지않아? 김현성.」 「이름은 이쁜데... 잠깐. 왜 김씨야! 내가 아빠니까 남현성이지!」 「왜 니가 아빠야!」 따뜻한 봄과 더운 여름이 다 가도록 불러댔던 애칭 기억해? 현성이 아빠- 라고 부르면 그렇게나 좋아했잖아, 너.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에 접어들고 나서는 그 애칭 한번도 불러본 기억이 없다. 마지막으로 불러줄껄. 너 정말 좋아했는데, 그 애칭. 들을리 없겠지만, 꿈속에서라도 혹시 들을지 몰라. 그래서 말해볼게. 현성이아빠- 사랑해, 그리고 미안해. 「우현아.」 「응...」 「그 마음 잃어버리지말고 잘 가지고 있어.」 「당연하지. 내가 말했잖아. Always 라고. 난 엄마한테 항상이야 항상.」 마음을 다잡지 못해 힘들었던 내게 그저 따뜻한 미소만을 지어줬던 너. 너도 많이 힘들었지? 내가 괜히 고생만 시켰네. 명수가 그랬는데 말이야, 이미 이별이 정해져있다면 그 시간, 1분 1초가 아깝지 않게 사랑해라고. 이렇게 망설이는 시간 아깝지 않냐고. 근데 내가 이땐 너무 둔한 겁쟁이었나봐. 내가 조금 더 빨리 고백했더라면, 우리 조금 더 웃을 수 있지 않았을까? 헛된 후회 해본다. 미안해 우현아. 「괜찮아. 난 엄마에게 항상이라니까. 항상-」 「...항상은 없어 우현아. 언젠가는 모두 헤어져야해. 이별은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거야. 그 누구도... 내가 사랑하기를 두려워하는게 바로 그거야. 너를 너무 좋아해서- 이별하면 더이상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너한테 빠져들어서 헤어나지 못할 것 같은데 이별하면 난 살수가 없을거야 우현아. 한번 아파봤기 때문에 무서워. 다신 상처받기 싫어.」 「... 난 엄마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거야. 약속해.」 「우현아. 난...」 「그만- 더 말하지마. 무슨말이 더 필요있어. 난 정말- 정말로 영원해. 김성규에게는. 난 김성규에게 유일한 '항상'이야.」 「응... 우현아.」 「사랑해.」 「나도 사랑해.」 너의 첫 고백이었는데 미련한 멍청이였던 나는 이렇게 밖에 받아들일 수 없었지. 그런데도 넌 나에게 항상이 되어주겠다고 했잖아 우현아. 고마워. 난 아직도 믿어. 넌 나의 영원이고 항상이라는거. 비록 우리 이승에서는 헤어지게 되었지만, 나 기다릴거야. 너가 날 기다렸듯이 항상, 영원히, 변함없이. 「엄마. 난 절대로 엄마 놓치지 않을꺼야.」 「흐... 흐으윽... 우현아...」 「엄만 내 생에 가장 소중한 사람이야. 빛나고 아름다운 예쁜 사람. 이제 내가 지켜줄게. 다시는 울지 않도록.」 「남우현 사랑해. 이건 고백이야.」 「나도 김성규 사랑해. 이것도 고백이야. 매일매일 고백해도 모자라겠어 난.」 사랑해. 언제나 너를 향해 말하고 있을거야. 널 좋아한다고. 「그... 우현이형은 어때요?」 「나야 당연히 찬성이지. 너네 완전 감동이다.」 「에... 무슨... 성규형 따라서 그러는거죠?」 「응. 근데 너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맹목적인건 아니라고. 난 엄마한테 항상이 되기로 했거든. 그러니까 항상 엄마와 같아야지. 안그래?」 넌 이때도 이렇게 굳은 결심을 하고있었는데, 난 너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네. 항상이 되어주겠다는 것. 영원이 되어주겠다는 것. 죽어서라도 꼭 지켜야겠지 우현아? 나 믿어줘. 난 언제나 네 곁에 있을거니까. 나 믿지? 「엄마, 맘에 들어?」 「응. 완전...」 「우리 둘이 커플링이다- 내가 이거 두개 만든다고 며칠밤을 셌는데!」 「알았어. 내가... 큰맘먹고오... 입술 뺏긴거... 용서해준다!」 「아니 이제 한번 했으니까 뽀뽀쯤이야 과감하게 해야지!」 「저리가 저리가!」 「엄마- 뽀뽀해줘~"」 「내일 다치치말구... 잘 수행하고 오면 뽀뽀해줄게.」 「진짜? 진짜지? 약속해!」 「사랑해.」 「나도 사랑해.」 우리 사랑의 증표는 너한테 줄게. 내가 계속 가지고 있어봤자 난 이렇게 죽을거고, 반지도 의미없이 불타서 사라질건데. 우리 증표를 어떻게 한줌의 재로 만들 수 있겠어? 너가 꼭 간직하고 살아가. 내가 그리우면 그 반지 보고. 너 혼자 그러는거 잘하잖아. 물체랑 이야기 하고 그러는거. 내가 반지 안에 들어가서 니가 하는 말 다 들어줄게. 반지의 요정도 아니고... 바보같다, 그치? 「좋아해. 김성규. 아프지마. 사랑해. Alweys.」 「바보야. Always 거든. 그리고 나도 사랑해.」 잊을 수 없을만큼 사랑해서 미안해. 바보 우현아. 바보 남우현보다 더 바보같은 김성규라서 미안해. "이제... 박사님이랑 창민이형 만나러 가는건가?" 지독한 가스와 짙은 혈향만이 성규의 곁에 남았다. 숨이 막혀왔다. 어둠의 사신이 점점 성규의 곁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창민이형한테 미안해서 어떡해... 매일 우현이 보고싶다고 징징댈껀데..." 타닥타닥- 근 반년간 KIST에 쌓아둔 모든것이 불타고 있었다. 울고 웃었던 추억도, 우현과 나란히 걷던 흰 복도도, 머리를 맞대고 회의하던 직원휴게실도, 그리고 김성규도. "우리 성종이한테 미안해서 어쩌지. 고생해서 나 찾아왔는데 벌써 헤어지고... 하긴 성종이같은 애한테 난 너무 못난 엄마였어. 계속 살아남아봤자 언젠가는 짐이 될거니까." 뜬금없이 자신을 반성하는 성규다. 자신과 함께하는동안 그토록 밝게 웃었던 성종이 생각났다. 성종과 함께했던 소소한 순간순간이 성규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엄마! 우리 새로운 세상이 오면요, 깊은 산골짝에 들어가서 나무집 짓고 살아요!」 「와, 우리 성종이! 보기보다 취향이 구식이다?」 「엄마랑 우현이 아저씨랑 함께할 수 있으면 뭘 더 바라겠어요!」 「정말? 다른건 아무것도 필요없어?」 「음... 아! 명수형! 명수형도 같이 살아요! 그렇게 넷만 있으면 다른건 정말 필요없을거야!」 성종을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레 명수가 떠올랐다.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알았던 김명수와 자신이었기에, 성규는 심장이 저렸다. "우리 명수는 나 없으면 어떡해.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박사와 성열이까지 잃었는데, 마지막으로 남은 나까지 없으면 어쩌지?" 아주 옛날 이맘때쯤, 명수가 잔뜩 엉망이 된 채 성규를 찾아온 적이 있었다. 「우리 모든걸 다 잃었네요, 엄마.」 「왜, 왜 그렇게 생각해?」 「이 세상에 이성열도 없고. 박사도 없고. 아무도 없잖아요? 그게 내 삶의 전부였는데.」 「...」 「엄마. 내 세상을 통째로 빼앗겨버리면, 잃어버리면... 이제 어떻게 살아야해요?」 「왜 그렇게 생각해? 아직 남은 사람이 있잖아?」 「... 누구요?」 「나. 그리고 너.」 정말 많이 아팠다. 소중한 옛사랑을 떠나보내던 그 날이 떠오를때면 어김없이 서로를 찾았던 성규와 명수다. 때로는 오누이처럼, 때로는 연인처럼 서로를 의지하고 살아왔던게 지난 2년이었다. 적어도 성규에게 명수는 그런 존재였다. "우리 명수는 참 아프고 상처받은 앤데, 운은 좋다? 내가 이렇게 떠나니까 금방 곁에 새 사람이 생기잖아. 우리 성종이랑... 우리 명수랑 이제 행복해야지...?" 무엇이 고통인지 모르겠다. 잔혹하게 뚫려버린 총상인지, 뜨거운 불에 잠식되어가는 몸뚱아리인지, 사랑하는 사람들을 이승에 두고 떠나는 마음인지. 도무지 성규를 아프게 하는게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동우랑 호원이는... 예쁜사랑 하겠지. 이 세상에서 그렇게 잘 어울리는 커플을 본적이 없는걸." 서로를 감싸고, 함께 웃고 울고 아프고. 바라보기만 해도 행복한 두 사람은 더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되리라, 성규는 단정지었다. 몇시간 전까지만 해도 샐샐 웃으며 안겨오던 동우가 생각났다. 「성규엄마아-」 「왜, 우리 동우?」 「호원이가 안놀아줘어! 명수형이랑 우현이형이랑 논다고 요즘 완전 날 홀대한다니까!」 「어이구. 호원이 혼쭐을 내야겠네! 왜 이렇게 예쁘고 금쪽같은 동우를 두고 말이야, 그런 때탄놈들하고 놀게!」 「그치 그치?」 요즘들어 시원찮아진 호원에 대한 섭섭함을 졸졸 흘려넣고도 호원이 그를 부를때면 금새 방긋거리며 뛰어가던 순수하기만 했던 어린 동우. 그런 동우를 품에 안고 세상을 다 가진듯 더없이 행복해보이던 호원. "그럼 혼자 남는건 우리 우현이밖에 없네... 어떡해...." 솟아오르는 끝없는 연기와 화염의 저편에서 우현이 보였다. 잔뜩 눈물에 젖은 얼굴이 엉망이다. 상상으로나마 성규가 손을 뻗었다. "우리 우현이 사랑해." 「나도 김성규 사랑해.」 "안녕" 「가지마. 가지마 엄마.」 "정말 안녕..." 엄청난 화기(火氣)의 중심에서 성규가 고요히 잠들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성규의 입가에는 기분좋은 미소가 걸려있었다. 마지막이 너와 함께라서 다행이다, 우현아. 사랑해. - 저 멀리 뿌연 안개를 넘어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다. 여전히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길로 KIST를 빠져나와 기절한 동우를 업고 한참을 뛴 호원과 우현은 어딘지 모를 콘크리트 잔해 사이에서 겨우 숨을 고르고 있었다. 텅 비어버린 우현의 눈동자가 한없이 아파보여 호원이 고개를 숙였다. 젖어버린 우현의 머리끝에서 한방울 한방울 눈녹은 물이 느리게 떨어지고 있었다. "한일씨한테 연락왔어요. 지금 살아남은 사람들은 거의 다 찾은 것 같다는데... 우리쪽으로도 곧 차 보낼거고." "... 응." 너무 많은 힘을 써버린 탓에 잠시 기절했던 동우가 깨어났다. 기절한 채 호원의 등에 업혀 뛰어오면서도 얼마나 울었던지 눈물자욱이 선명했다. "호원아... 나..." "장동우!" 깼어? 호원의 목소리는 여전히 따뜻하다. 동우가 호원의 품을 파고들었다. "괜찮아?" "으응... 난 괜찮은데... 우현이형은..." "그냥 둬. 위로할 방법이 없잖아." 우현이 작은 유리조각을 집어들었다. 떠오르는 태양에게로 날아간 유리조각은 힘없이 떨어지고 말았다. "동우야." "네, 형..." "엄마 어디있어?" "... 형." "김성규 어디있냐고." "성규형은 죽었잖아요. 그만해요. 더 곱씹어봤자 형만 힘드니까." 단호하게 잘라내는 호원의 말에 우현이 실소를 자아냈다. 그만해라고? 이대로 김성규를 끊어내라고? "동우야. 가서 김성규 좀 데려와라. 보고싶다. 김성규가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이 안나네." "..." "눈이 옆으로 쭉 찢어져가지고 여우상이었는데. 코는 예쁘게 뻗어가지고 얼마나 도도해보이던지. 근데 그 끝은 몽톡하다? 정말 신기해. 그렇지?" "..." "동우야. 왜 대답이 없어?" "..." "아, 엄마 데리러 갔나?" 등돌린 우현의 뒷모습에 동우가 눈물을 훔쳤다. 우현은 자신들뿐만 아니라 세상에 등을 돌린 듯, 껍데기만 남아버렸다. 고작 하룻밤동안 그는 너무 변해버렸다. "호원이 거기 있냐? 동우가 안오네. 우리 엄마 데리고 도망이라도 쳤나? 니가 가서 찾아와." "형." "왜. 또 그만두라고 하려고? 내가 이러고 있으니까 정신병자같냐? 병신같냐고 씨발!!!!!" 콰직- 우현이 손에 쥐고 있던 유리조각이 산산조각 난 채로 우현의 살 속 깊이 박혀들었다. 그런데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우현이 일어났다. 우현의 손에서 줄줄 흘러나온 피가 태양에 젖어들었다. 우현의 약지에 나란히 끼워져있는 녹슨 두개의 반지 사이사이에도 붉은 피가 스며들었다. 빵빵- 귀따가운 클락션 소리가 들렸다. 그들의 앞으로 고급 외제차가 멈춰섰다. 이리저리 콘크리트 파편이 튀어있는 전쟁터 속에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동우와 호원도 조심스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우현의 등을 떠밀었다. "얼른 가요. 형. 복수해야죠." "..." 아무말 없이 우현이 차 문을 열었다. 정해진 장소로 가는 내내 차 안에는 정적만이 감돌았다. 동우가 하얗게 김이 서린 창문에 손가락을 갖다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써내려갔다. 「11월 30일. 성규형이 천사가 된 날.」 적힌 글자사이로 흰 눈이 날리고있었다. 천사가 된 하얀 성규가 동우의 눈 앞에 팔랑였다. 동우가 웃었다. 웃었는데도 눈물이 났다. "성규엄마. 나도 착한일 많이해서 형이 있는 천국에 꼭 갈게요. 기다려요." 녹은 눈에 젖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날씨가 유난히 추웠다. 눈이 와서 그랬나 보다. - "다들 괜찮아요? 다친데는..." 그들의 임시 피신처는 다름아닌 한일 소유의 무기창고였다. 언제 발각될지 모르기 때문에 안전상 다섯 창고로 나누어 자리를 마련했다. 옆 창고들을 쭉 둘러본 동우와 호원, 우현이 제일 구석진 곳에 있는 자신들의 창고로 향했다. 그곳에는 명수와 성종을 비롯한 주요 간부들이 모여있었다. 넋을 놓아버린 명수와 그 옆에서 쓰러질 듯 울고있는 성종과 태민. 예상대로 상황이 펼쳐져있었다. 예의상 안부라도 물어보려던 동우가 입을 다물었다. 터덜터덜 명수의 곁으로 다가간 우현이 털썩 주저앉았다. "엄마... 는요?" "..." "죽었다는게 사실이었습니까." "..." "어디 한번 잘난 입 놀려보시죠 남우현씨." "나 힘들다. 그만해라." "씨발!!!! 엄마 구하고 오겠다며!!! 김성규 데리고 나오겠다며!!! 그따위로 남우현씨 자신이 무능력한걸 알았다면 도움이라도 청했어야죠!! 그렇게 혼자 영웅이라도 되고싶었습니까!!" "넌 무슨 생각을 그따위로 하냐." "가장 중요했던 한 사람을 잃었습니다. 어쩔겁니까, 이제?" "어쩌긴 뭘 어째. 복수해야지." "이상황에 지금 무슨 복수..." "김성규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복수 해야지." 이를 부득 간 명수가 급히 우현의 옆에서 자리를 옮겼다. 홀로 남은 우현이 부들부들 떨고있는 성종의 어깨를 가볍게 감쌌다. "괜... 찮냐?" "흐...흐읍... 아저씨... 이게... 이게 다 제탓이에요... 내가 조금만 신경썼으면..." "아냐. 이게 왜 네 탓이야. 다 내 잘못..." "그만들하시죠." 한일이 파삭 인상을 구겼다. 숨이 넘어가기 일보직전까지 꺼이꺼이 울어재끼던 성종과 태민도 한일의 말에 마음을 진정시키고 울음을 삼켰다. "지금 운다고 다 해결될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아직까지 이게 무슨상황인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얼른 수습하고 다음 일을 생각해야죠. 계속 이러고 있다가는 남은 사람들까지 위험해집니다." "흐.. 흐윽... 아저씨... 그치만..." "성규군일은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몰래 사람을 본해 유해를 찾고있으니 이제 그만 잊으셔야죠. 우현군의 말마따나 복수해야하지 않겠습니까. 성규군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성규'라는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성종과 태민이 서로를 껴안고 다시 오열하기 시작했다. 한일이 몇번 한숨을 쉬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일은 저희가 정부를 너무 우습게 봐서 생긴 일입니다. 성종군이나 태민군 모두 정부의 Mko들을 간과하고 있었던거지요. 경기 윗지방에서 소에족과 전쟁을 치른 K-032 부대가 고의적으로 데이터베이스를 조작했습니다. 정부로 보내지는 데이터베이스를 자신들의 패배로 조작해서 보낸 것이지요. 그 데이터베이스를 해킹해서 빼내던 성종군이 그 사실을 알 리가 없었고요. 그 전력들이 다 KIST를 습격하러 내려온 것입니다." "그럼..."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지금 누구보다 힘든 사람은 저 멀리 어딘가에서 저희를 지켜보고 있을 성규군 일겁니다. 힘을 내야죠. 이제껏 모아왔던 정부에 대한 자료와 많은 무기들이 손실되었지만 다행이 인명피해는 그닥 크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정부군도 이번 일로 정예부대 하나를 잃었습니다. 기회는 충분해요. 제가 새 보금자리를 물색할 동안은 불편하더라도 여기서 조용히 숨어지내야 할겁니다." 그 누구도 한일의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몇가지 주의사항을 더 일러둔 한일이 창고를 나갔다. 어색한 공기가 넓은 창고를 감쌌다. 그 정적을 깬 것은 성종이었다. "... 옛날에 금잔디 동산에..." 성종의 구슬픈 미성이 어색한 공기를 밀어냈다. "메기같이 앉아서 놀던 곳... 물레방아 소리 들린다... 메기야 희미한 옛생각... 장미화는 피어 만발 하였다... 물레방아 소리 그쳤다..." 노랫말이 유난히 슬프게 들렸다. 태민의 훌쩍임이 더 커졌다. 여기저기서 울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엄마... 내 사랑하는 김성규..." 우현의 끝맺음에 먼 발치에 굳어있던 명수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내렸다. 성규와 함께했던 기억들이 모두의 마음속에서 눈녹듯 씻겨 내려가고 있었다. 그는 그렇게 떠났다. 메시아의 곁을. 그리고 십이월이 찾아왔다. |
봉봉입니다... 이번편... 무슨 더 할말이 있겠습니까... 일단 매부터 맞겠어요 엉엉ㅠ,ㅠ
이렇게 성열이에 이어 규형을 떠나보내고... 아이고 눈에서 땀이나네...☆★
딱히 다른 코멘트는 필요없겠죠 이번편...! 이제 메시아는 점점 클라이맥스로 다가가고 있습니다.
마음껏 우셔도 되고 절 욕하셔도 됨미당... 흐르그흙... 제가 죽을죄를 지었어요 흐르그르르흙...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Ps.브금도 아련한게 좋네요...☆★ 또르르...☆★ 지난번 천월이가 신선하다고 했던게 바로 이겁니다... 나쁜 가스나... 스포도 그런식으로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