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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사친 강동호 썰 4.

 

 

동호의 부상은 부상의 정도보다는 시기적으로 너무나도 치명적이었고, 예상했던 대로 선발전 출전은 못하게 됐음. 부상한 다리의 재활 시기를 거치면서 동호에게도 슬럼프라는 것이 찾아왔음. 사실상 촉망받던 육상 선수로서의 생명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임. 태어나서 처음으로 무기력한 강동호를 보는 건 나에게도 너무 힘든 일이었음. 워낙에 티를 안내서 그렇지 강동호의 얼굴은 전의 그것과는 달랐음.

밥 없으면 못 살던 놈이 끼니도 마지못해 챙겨 먹고 재활과 운동에만 집착적으로 매달리다 보니 가끔 볼 때마다 안 그래도 쌀알만 했던 얼굴이 거의 반쪽이 됐고 살집이 있다 싶었던 몸은 근육만 남아 전과는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음.

 

그 시기에 나도 비슷하게 공부, 실기, 연애, 등등 모든 것들에 슬럼프가 와서 만나던 남자친구와도 헤어지게 됐음. 근데 살은 안 빠짐. 흑.
그렇게 두-세 달 정도가 지나고 여름방학이 되었음. 슬럼프를 핑계로 나는 고등학교 2학년 1학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시원하게 말아 잡쉈고, 다니던 디자인학원에서도 이렇다 할 실력 향상 같은 게 없었음.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간절히 간절히 방학을 기다렸음. 그래도 방학이 되니 가장 좋아하는 여름인데다 물놀이를 할 생각에 조금은 마음이 들뜸. 오랜만에 느껴보는 '살아 있다' 라는 감정이었음.

 

하지만 내 신분은 처량한 고등학생이었고 학원은 학교를 다니고 있을 때보다 더 강렬하게 나를 붙잡아 두었음. 물놀이에 대한 목타는 로망은 그렇게 사그라드는 듯 했음. 그즈음 동호는 그 이름도 어색한 '체육 선생님' 이라는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음. 워낙에 수능 공부랑은 담쌓고 지내던 놈이라 어쩔 수 없이 급하게 개인 과외를 시작했고, 숙제 같은 건 같이 하곤 했음.

나와 강동호는 여름방학 기간동안 거의 억지로 도서관을 다녔음. 학교에서 제대로 수업을 들었던 적이 거의 0에 수렴하는 놈을 데리고 하나부터 열까지 도와주자고 하니 나까지 스트레스가 너무 심했음. 그런데도 오랜만에 보는 장난기 넘치는 동호의 모습은 어쩐지 좀 안심을 하게 했음.

 

아-더워. 아 여름 진짜 싫어. 도서관 매점에서 컵라면을 먹으며 연신 손부채질을 하는 강동호를 보며 나는 딸기크림이 발린 우유식빵을 한꺼번에 입에 밀어 넣었음. 애초에 더위 자체를 잘 안타는 나는 도서관 에어컨 때문에 가디건까지 입고 있는데 얇아 터진 티 쪼가리 하나를 입고도 강동호는 덥다며 연신 짜증을 냈음.
부상 후에 거의 10키로 넘게 빠진 살이 아직 돌아오지 않아 마른듯한 얼굴을 보며 안쓰럽다고 생각하려는 찰나 거의 주륵 흐르다 못해 똑 하고 떨어지기까지 하는 강동호의 땀을 보니 괜히 짜증이 밀려왔음. 야. 너 집 가서 씻고와. 땀으로 샤워를 하냐 무슨.. 너 뭔 병 있는 거 아니야? 하면 진한 눈썹이 꿈틀하다가 두꺼비 같은 큰 손이 내 이마를 딱!하고 때림. 야, 이건 열을 배출하는 거지. 아주 건강한 방식으로. 너는 열을 배출을 못하니까 땀은 안 나고 손이 이렇게 뜨거운 거야 멍청아. 라며 물티슈로 슥슥 닦고 있던 내 손을 잡음.

나는 손을 빼내며 오 뭐야.. 과알못인데 왠지 그럴듯해. 하며 강동호 팔뚝에 손을 올려 놓으며 말했음. 뜨거운 여름일수록 거의 공격적으로 뜨거워져서 친구들이 거의 무기 수준으로 생각하는 내 손은 심지어 내 몸 만지는 것도 짜증 나게 했기 때문에 덥다 해도 에어컨 바람에 차가워진 강동호의 맨 팔뚝은 내 손을 식히기에 아주 좋았음. 물론 강동호는 아아아아아아아주 극혐하는 행동이었지만.

 

 

그렇게 작열하는 더위와 학기 중보다 빡세게 굴려지는 스케줄에 동호도 나도 지쳐가고 있던 중이었음. 초등학교 친구라 동호와 나를 잘 알고 있던 친구 하나가 자기네 교회에서 고등부 여름수련회를 간다며 우리 둘에게 오라고 함. 평소에 종교가 뭐야? 하던 강동호나 유치원 때까지만 잠깐 교회를 다녀본 나는 좀 겸연쩍어 하기는 했음.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계곡으로 갈 거래. 하는 말에 동호와 나는 서로를 쳐다봤음. 나는 솔직히 가도 된다고 생각해, 너는. 하며 눈을 부릅 뜨고 물어오는 동호에 나는 고개가 빠질 정도로 위아래로 끄덕이며 응. 이런 호의를 무시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 라고 조금은 단호하게 대답했음.

 

순식간에 교회 여름 수련회를 가게 된 나는 외박만큼은 절대 안돼! 라는 엄마를 강동호랑 같이 가. 라는 말로 간단하고 완벽하게 설득시켰음. 학원 안 가는 것도 신나고, 오랜만에 또래 애들이랑 놀 생각에 신나고, 물놀이할 생각에 신나고. 수련회를 가기 전 일주일 동안 거의 미친 여자처럼 행복했음.


수련회를 가는 당일이 되었음. 치마를 입을까, 바지를 입을까. 하는 고민이 삼십분을 넘어가고 있었음. 내 침대에 걸터앉아 세상 따분한 표정으로 나를 기다리던 강동호는 이따금씩 뭔 치마야. 그거 진짜 시각적 공해다? 하는 말을 늘어놓았음. 그딴 소리는 귀에 들리지도 않고, 전신 거울 앞에서 몇 번을 댔다가 뗐다가 하다 결국 치마를 입기로 결정하곤 동호를 방에서 쫓아냈음.

치마를 입고 나오는 나를 보더니 강동호는 혀를 끌끌 찼음. 그러거나 말거나 신난 나는 팔랑팔랑 신발장으로 가서 또 5분간 고민 후에 쪼리 하나를 봉투에 담고 샌들을 신었음. 야, 강동호 내 방에서 가방 갖고 나와. 엄마 갔다 올게! 하고 문을 나서면 으유 저걸 그냥, 어무니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오면 떡볶이 해주세요! 하고는 남은 어깨에 내 가방을 들쳐매고 나오는 강동호가 있었음.

 

설레는 맘으로 교회 버스에 올라탔음. 처음 보는 익숙하지 않은 얼굴들이 있어 처음엔 어색한듯했지만 이 세상에서 제일 익숙한 강동호도 있었고, 놀러 간다는 설렘 때문에 딱히 어떤 것도 신경 쓰이는 게 없었음. 버스는 한 시간 반 정도를 달려 목적지에 도착했음. 멀미가 심한 나는 토기가 몰려올 정도는 아니었지만 조금 어지러운 상태로 버스에서 내렸음. 동호는 생긴 거랑은 다르게 낯을 많이 시끌벅적한 교회 애들과 조금은 떨어져 걸었음.


수련회장에 도착해 밥을 먹고, 간단하게 예배를 드리고 나니 동갑 친구들끼리 바닥에 빙 둘러앉아 친목을 다질 수 있는 기회가 생겼음. 스물다섯 명 정도가 앉아있는데, 정확히 내 반대쪽 멀리에 앉아있던 강동호와 눈이 마주쳤음. 갑자기 또 그 진한 눈썹을 몇 번 꿈틀거리더니 소리 없이 손으로 이상한 모션을 취함. 쟤 뭐여. 하고 무시하는데 동호가 갑자기 일어나 어디론가 사라졌음. 다시 한번 쟤 뭐여. 하고는 바로 관심을 끄고 새로 만난 얼굴들과 이름이 뭐냐, 어디 학교 다니냐, 어떻게 왔냐 하며 시시콜콜한 얘기들을 정말 세상 어색하게 나누고 있었음.

나는 동일고 다니고-까지 얘기하는데 손에 뭔가를 쥐고 나타난 강동호가 내 옆자리를 비집고는 터억-하고 앉음과 동시에 저어어엉말 익숙한 강동호의 축구 유니폼이 내 다리에 덮혀졌음. 내가 말했지 공해라고. 하고는 동호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표정없는 얼굴로 맞은 편을 응시했음.
하필 내가 말하던 타이밍이라 다들 어벙하게 나와 강동호를 번갈아가며 쳐다보는데 난 더 어벙하게 손가락으로 강동호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음. 얘는 내 친구. 안 그래도 뜨거운 내 손은 더 활활 타는 듯 했음.

 

 

그렇게 어색해서 뒈질 것 같던 아이스 브레이킹 시간을 거치고 본격적으로 계곡에 물놀이를 가기로 했음. 나는 챙겨온 반바지와 슬리퍼로 갈아입고, 신고 거추장스러운 긴 머리를 질끈 올려 묶었음. 정말 지대로 놀고 싶었음.

 

남자아이들은 계곡에 도착하자 약속한 듯이 상의를 훌러덩 벗어 재끼고 물에 뛰어드는데 아직은 소년미가 넘치는 몸들이라 딱히 민망할 것도 없었음. 아직은 어색함이 다 깨지지는 않은 듯했던 강동호는 물에 뛰어드는 애들을 보고 기대감이 가득한 얼굴로 살풋 웃더니 저벅저벅, 그렇지만 천천히 계곡으로 걸어 들어갔음.

 나는 새로 친해진 교회의 여자애와 플라밍고 모양의 튜브를 양쪽에서 잡고 차가움에 갹갹 대는데 갑자기 같이 갹갹대던 여자애의 시선이 한 곳에 꽂혔음. 야, 너 친구.. 대박. 하며 내 얼굴을 보고는 말했음. 여자애의 시선이 머물렀던 곳으로 고개를 돌리니 플라밍고의 거대한 대가리가 시야를 가려서 몸을 좀 뒤로 당겼음.

여자애가 봤던 사람은 내 친구라고 했기에 당연히 강동호였음. 계곡의 조금은 깊은 쪽에 훌러덩 벗어재낀 애들 사이에서 혼자 흰 반팔티를 입고 있어 엄청나게 튀던 동호는 오랜만에 보는 개죽이 얼굴을 하고는 아마도 남자애들과 물싸움을 하고 있는 듯 했음. 근데, 뭐가 대박이라는 거야. 하고는 중얼거리는데 동호가 물이 가슴께까지 찼던 곳에서 살짝 벗어나 허리까지 차는 곳으로 움직였음.

아-. 나는 그때서야 뭐가 대박이었는지 여자애의 대답을 듣지 않아도 알게 되었음. 물에 젖은 강동호의 흰 티는 티로서의 구실을 저언혀 못하고 있었음. 덕분에 완벽하게, 근육의 굴곡까지 드러난 동호의 몸은 어린 시절에 보았던 그 것과는 너무 달랐고, 어린 시절부터 종종 봐오긴 했지만 요 근래에 살이 엄청나게 내린 데다가 운동을 하던 애라 그런지 남자다운 선이 점점 강해지는 동호의 몸은 또래의 남자애들한테서 흔하게 보이는 것은 아니었음.

 

 

난생 처음, 동호를 알게 된 그 순간 이후 정말 처음으로, 강동호를 보고 심장이 뛰는 순간이었음.

 

 

 

 

-

 

안녕하세요! 넘 늦은 반짝임입니다ㅠ

혐생 때문에 늦었어요8ㅁ8 그래서 좀 길게 가져와봤어요! 아닌가..

아므튼 수련회는 다음 5편까지 이어집니당! 다시 한번 누추한 글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ㅜㅠㅠ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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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50.229
하 엄청 기다렸슴다..... 만족스럽다 아 좋은 인생이다!!!!!!ㅠㅠㅠㅠㅠ 다음편도 기대할게유~~~
6년 전
독자2
....크으.......우리의 섹시아이콘강동호씨....아 상상해버렸습니다.. 상상하라고 묘사 자세히 해주신거죠!??
6년 전
독자3
크으으으 역시 섹시한 동호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엉엉어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6년 전
독자4
제심장이이새벽에요동쳐요ㅠㅠㅠㅠㅜㅠㅠ
6년 전
독자5
와 설레요ㅠㅠㅠㅠㅠㅠㅠ 강동호ㅠㅠㅠ물에젖은ㅠㅠㅠ티셔츠ㅠㅠㅠㅠㅠ근육ㅠㅠㅠㅠ섹시해ㅠㅠㅠㅠㅠ
6년 전
독자6
작가님 기다렸어요ㅠㅠㅠ 좋은 글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ㅠㅠㅠㅠ 사랑해오❤️❤️
6년 전
독자7
진짜 동호 너무 좋아요!!ㅜㅜㅜㅜㅜㅜㅜㅜ 동호 너무 사랑스럽고 막! 웃는거 너무 이구ㅜㅜㅜㅜㅜㅜㅜㅜ 작가님 사랑해요ㅠㅠㅠㅠ 빨리 동호랑 이어지게 해주세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6년 전
독자8
계곡에서 흰티라니 노린게 분명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6년 전
독자9
기다렸어요! 혐생이 절 기다리고 있는데 행복해졌어요ㅎㅎ
6년 전
독자10
ㅠㅠㅠㅠㅠㅠ아진짜넘좋아ㅠㅠㅠㅠ
6년 전
독자11
너무 좋아아아아아 강동호 ㅜㅜ 진짜 설레요
작가님 글 너무 집중해서 잘읽어져요 !!

6년 전
독자12
작가님 이제 연재안하시는건가요ㅠㅠㅠㅠ이제야 이글 발견한 저는 넘 슬프네용ㅠㅠ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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