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bal. 배진영이 덮고 자고 있었다.
원래는 친구가 자고 있으면 자기가 입고 있던 옷도 덮어주는 것이 상책인데
이샛기는 어떻게 된 게 상도덕도 없는 모양이다.
"야 일어나, 점심시간이야"
"아이ㅆ...아..뭐야 일어났네?"
????????
이샛기 누군지 아시는 분???
"si..siba! 너 누구야!"
"나? 2학년 7반 10ㅂ.."
"아니 배진영은 어디가고 니가 있어? 너 누구야!"
"배진영? 아...너 일어나면 데리고 오라고 했어"
그럼 날 버리고 밥을 쳐먹으러 혼자 갔다는 것인가.
배신감에 두 다리를 움직일 수 없을 것 같았지만 그건 아니었다. 왜냐하면 밥을 먹어야 하니까.
"그래? 그럼 가자"
가자고 자신감 있게 말하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낯을 가리는 성격(?)탓에
아무 말도 없이 급식실로 걸어가기만 했다.
"야....이거 어쩌면 좋냐...배식시간 끝났어"
"뭐? 무슨 소리야 sibal! 그런 게 어디있어!"
"하는 수 없지..우리가 잔다고 못먹은 걸 누구 탓을 하겠어.."
이 샛기 왜 이렇게 태평하지?
마치 내가 돼지가 된 기분이었다.
"토실토실 학년 돼~에~지~ 밥 달라고..헙!"
어떤 놈이 돼지돼지 거리나 쳐다봤더니 눈이 마주치자 들고 있던 돼지 인형을 소중하게 안고 급식실을 뛰어나갔다.
"하...일단 매점이라도 가자..나 배고파서 아사할 것 같으니까"
"그래 그러자"
아쉬움과 빡침을 뒤로하고 우리는 급식실을 걸어나왔다.
오늘따라 멀게 느껴지는 매점을 향해 걷고 있는데
저거슨! 배신자 배진영의 뒤통수!
면봉같은 뒤태에 배진영임을 확신하자마자 옆에서 자꾸만 여학우들에게 윙크를 날리는 박지훈을 뒤로하고
달려가서 잘난 뒤통수를 시속 120km로 후리고 싶었으나
무거운 분위기에 (사실은 앞에 있는 선배가 무섭게 생긴 것이 한 몫 했다) 급격히 속도를 줄였다.
"저..배진영...?"
"어!! 야!! 벌써 왔냐! 밥을 도대체 얼마나 빨리 쳐 먹은 거야?"
"me친 느므...득츠..븝 믓 츠믁읐으니끄"
"뭐라는거야 (후비적) 아 됐고! 좋은 소식이 있어!"
"뭔데"
"너 내 덕분에 댄스 동아리 가입됐다! 내가 가위바위보를 좀 잘하..."
"sibal!!!!! 뭐?!?!?!??! 댄스 동아리?!?!??!?!!?"
"이거 me친놈 아니야!!!!!??"
"아 씹...소리 좀 지르지마!
너 동아리 혼자 하면 외로울까봐 나 신청하면서 같이 했어
그래도 너 춤 못추니까 매니저로 신청했어 걱정마지말라구-☆"
하...현기증 난다. 어서 배진영의 뚝배기를 산산조각 낼 필요가...
난 사실 조용한 게 좋기 때문에
배진영 몰래 독서 동아리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역시 신은 내 편이 아니었다.
배진영은 17:1의 경쟁률을 망할 다섯손가락으로 뚫고
결국 나를 댄스 동아리에 집어넣었다.
"저..저기 취소를..."
"뭐?"
"아니요 아닙니다ㅎ 제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하"
ssyang.
너무 무서워서 실패다.
결국 도장이 찍힌 동아리 가입서를 들고 매점을 빠져나왔다.
그런데 뭔가를 잊은 것 같은 느낌...feeling은
"점심을 안먹었잖아!!!"
"아우 sibal 놀래라! 왜 자꾸 소리를 질러!!"
"ㅂ,,,배진영 sibasaeggi야, 니가 버리고 가서 밥도 못쳐먹었어...어쩔셈이야?"
"그걸 내가 어떻게 하냐...그러게 수면의 욕구를 좀 줄였으면 니 그 왕성한 식욕을 채웠지 않을까?"
아...
더 이상 대화를 이어나갔다가는 요절을 할 것만 같아서 그만두기로 했다.
툭툭-
"야..삐졌냐? 아.. 미안해~1시간만 참아~내가 빵사줄게!"
"진짜지?"
"me친...바로 태세 변환이냐..안 사주면 일주일동안 그걸로 괴롭힐 거 잖아"
"그래 그렇긴 해"
"아휴 됐다...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아 맞다 그 동아리 가입서 들고 3학년 2반 강다니엘 선배한테 주면 돼"
"ㅁ..뭐 강 뭐?
"강다니엘 선배. 동아리 가입서 내러 왔어요~하고 드려
난 좀 바빠서 20000"
"me..me친 놈아!! jolla 무책임한 새끼!!"
하..착잡하다.. 친구를 잘못 만나서 밥도 못먹고 팔자에도 없는 댄스 동아리 매니저나 하고..
3학년 층은 왜 이리 높은지..
저기 흐릿하게 보이는(기분탓인 듯 하다) 3학년 2반 푯말에
애써 앞머리를 추스르고 두리번 거렸지만
아무도 나에게 관심이 없었다.
왠지 모르게 지나가는 사람들이 나를 피하는 것만 같아 마음이 아프지만
계속 이러고 서 있을 수 만은 없기에
마침 3학년 2반으로 들어가는 사람을 무작정 잡았다.
"저..저기요"
"허..헉쓰...이게 무슨일이람...왜...왜 그러니..?
뭐야 왜 이렇게 쫄아..?
당황한 나머지 찾아야 할 선배의 성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ㄱ...김? 고? 권? 아 뭐더라...
뭐...다니엘이라는 이름이 흔한 이름도 아니고 대충 말하면 알아듣겠지
"저..다니엘 선배 좀 불러주세요"
"어..얽...그래...!"
호다닥 뛰어가는 뒷모습을 안타깝게 쳐다봐준 후 한참을 기다렸을까
인내심의 바닥이 어디쯤인지 어렴풋이 느껴질 때 쯤
내 머리위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나..나 불렀니..?"
"아..그 다니엘 선배?"
"어..다니엘 맞는데..왜 무슨 일로.."
"동아리 가입서 드리러 왔어요 여기.."
"동아리? 무슨 동아리...아..댄스 동아리..
댄스 동아리 가입서는 내가 아니라 강다니엘 한테 내야 하는데"
"네? 그럼 선배는 누구신지..."
"난 최다니엘인데"
sibal.
왜 이 학교 안경잡이들이 내 인생에 도움이 안 되는지 모르겠다.
날씨가 추운지 파들파들 떨고 있는 최다니엘 선배가 안쓰러워
얼른 강다니엘 선배를 불러달라고 했다.
"지금 강다니엘 없어..걔 점심시간에는 무용실에 있는데.."
쌍욕이 나오지 않을 수 가 없다.
어느 세월에 무용실까지 갔다가 오냐고...
망할 강다니엘.
"하하...무용실은 좀 멀지?
그거 내가 강다니엘한테 전달 해 줄게"
"ㅈ..정말요? 이야! 감사합니다! 만수무강 하세요!"
왠지 종이를 건네받는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 같았지만
요즘에는 수전증이 있는 사람도 많으니까 굳이 티를 내서 착한 최다니엘 선배를 민망하지 않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갑자기 훈남으로 보이는 최다니엘 선배에게 허리 숙여 인사를 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복도를 지나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퍽!
"아 씁...내 어깨..."
"으아..아...ㅈ..재성함미다.."
어깨의 아픔은 사라졌고
난 오늘 천사를 만났다.
작가의 말!말!말! |
아이고 안녕하심까. 뚝배기 고등학교 교장입니다. 제가 이렇게 늦게 찾아온 이유는 제가 게을러서 입니다. 죄송합니다. 저에게 돌을 던지세요!! 어제는 상당히 쿠크가 바사삭하는 날이었습니다. 순발식이 끝나자마자 워너원 카테고리가 생겼네요. 하지만 당연히 이 글은 프로듀스 101 카테고리에서 연재를 할 것입니다. 롬곡이 줄줄 흐르지만 이 글은 멈추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프로듀스 101이 끝났다고 우리의 덕질도 끝난 게 아니니까요. 워너원으로 데뷔한 멤버들도 있지만 앞으로 나올 멤버들이 아주 아주 많을 것이기 때문에 이 글은 평생 프로듀스 101 카테고리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아무튼 오늘도 재미없는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따라 말이 길어지네요. 제가 요즘 현생이 너무 바빠서..(기말고사가 한달도 채 남지않은 고3) 다음 화는 조금 많이 늦게 가지고 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냥 절 죽이세요. 독자분들 사랑합니다. 하지만 절 잊지마세요. 저는 다시 돌아올거니까요. -암호닉- [나니] [인연] [주먹밥] [유닝] [괄도네넴띤] [절편] [복숭아] [지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