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지. 근데 그땐 진짜 싸웠었어." "언젠데요." "아마, 니엘이 여자친구 있었을 때였던 것 같은데."
PING PONG!
PING PONG!
B
녤한테 여자친구가 생겼다. 지난 10년도 넘는 세월을 부랄친구라는 이유만으로 나와 함께 다녀서 인지 여자라는 여자와는 다니는 꼴을 못 봤는데, 내 입장에선 두 쌍수 들고 환영이였다. 게다가 새 여자친구는 새내기라고 했다. 이걸 듣고 성우 오빠가 도둑놈이라며 손가락질 했지만, 난 안다. 그 부들부들 떨리는 손가락질은 '녤아 알지? 니 여친의 친구는 성우가 찜☆뽕.' 과 같은 의미라는걸. 녤이는 만난지 3일째 되는 여자친구를 내게 소개시켜줬다. 여자는 여자가 봐야지 안다고 했던 농담을 진담으로 받아드린 모양이였다. ...내가 본다고 해서 니가 뭐 달라지겠니? 내 맞은편에 앉은 여자친구 옆에서 속 좋게 허허 거리고 있는 녀석에게 말하고 싶었다. "저 언니 지인짜 보고 싶었었는데. 오빠가 하도 언니 얘길 많이 했어요." 어디서 많이 봤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학교 포스터에 대문짝만하게 박혀있던 그 얼굴이였다. 한마디로 학교 간판이였다. ...니 클라스가 이 정도였니? 맨날 같이 라면먹고 밤새 오버워치 달리다가 퉁퉁 부은 얼굴이 익숙해져서 그런가, 다니엘이 과탑 여신을 모자라 학교 간판과 연인이라는 사실에 떨떠름한 기분이 들었다. 뭐지 이 좆 같은 박탈감은. "...아 그래요?" "또, 또 가시나 아 진짜 낯가리는거 봐라." 시발 누구 때문에 내가 지금 이 고생을 하고 있는데. 테이블 밑으로 정강이를 조심스레 까자 크게 들썩이던 몸이 이내 나를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노려보기 시작했다. 눈 안 깔아? "저는 오빠 처음 봤을때 언니랑 사귀는 줄 알았어요." 미쳤어요? 하마터면 필터링 없이 그대로 나갈 뻔 했다. 아니, 이건 더 이상의 필터링은 되지 않는 말이였다. 저 표현이 최선이니까. "...아 그래요?" "와, 니 싫나." "......" "내는 그래도 좀 즐겼었는데." 속 좋게 허허. 웃는 그 아구창을 좀 날려버리고 싶다는 건전한 생각을 했었다. 개같은 녀석의 웃음장벽을 쌓는 것 보단 녀석과 나의 사이에 장벽을 만드는게 더 빠르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째 표정이 안 좋아진 그 얼굴이 몹시, 완전, 레알 신경쓰여서 일부로 크게 소리내어 웃었다. "아 얘가 원래 농담을 참 좆 같ㅇ," "......" "...가 아니라 좀 짖궃게 쳐. 너도 조만간 당하게 될거야." 오늘 날씨가 참 덥네. 후끈 달아오른 분위기에 진땀을 빼느라 나 혼자 고군분투였다. "...아, 그렇구나." "......" 여자의 직감으로 말하는 건데. 난 이제 저 기집애한테 찍혔다. 어쨌든 나머지는 이제 더 이상 내가 해야 할 부분이 아닌 것 같아, 끝까지 뚱한 표정을 바라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가나." "팀플. 말 안했냐 내가?" "뭐라카노 또, 니 어제 다 했잖아." 넌 시발 제발 눈치 좀. 내가 제명 당할 수도 있다고. "...방금 생김. 암튼 나 간다." "끝나면 전ㅎ," "이 집은 허니 브레드가 그렇게 맛있더라 어, 그치?" "...ㄱ," "...저기, 나 가볼게. 얘랑 데이트 잘 하고 꼭, 집 앞까지 데려다 달라고 해." 입안에 식빵과 크림을 가득 물은체 황당해 하는 그 눈을 애써 무시한 체, 열정적인 작업에 내 손까지 묻어버린 크림을 닦고선 새내기 얼굴을 바라보며 당부했다. 꼭 입니다 꼭. "......" 도망치듯 빠져 나온 카페 입구에서 아직도 군데군데 묻은 크림을 닦으며 따가운 햇살을 받았다. [끝나면 진짜 전화해.] ...아이씨, 손에서 단내 난다. 짜증나게. 팀플은 개뿔 개뿔 개개뿔. 대충 둘러대고 나오니 딱히 할게 없어 근처에서 노닥거리고 있던 성우 오빠를 불러내 돈까스나 썰고, 아까와는 정반대에 위치한 또 다른 카페에서 오빠와 몇 시간째 뻐기는 중이였다. "야, 여주." "왜요." "소개팅 받아볼래?" "뭔 또 소개팅." 스스로 생각했던 격한 반응이 안 나온건지, 쇼파에 몸을 맡겨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던 몸이 허리를 바로 세워 내 두 눈을 죽일듯이 바라봤다. 너도 질 수 없잖아. 어? "님아 웃기지도 않음." "아, 왜." "...무슨 질투하는 것도 아니고." "하긴, 그건 그러네." "에이, 노잼."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장난에 흥미를 잃은 옹성우 군이 다시 쇼파에게 맡겨졌다. 여기 자주 와야겠다. 쇼파가 아주 그냥. "야." "왜 또." "너 녤이 여자친구 보고 왔다메." "에. 근데요." "느낀점은?" "여자친구 아깝다. 이정도." ...아, 안돼 내 좀비맛 쿠키가. "......" "......" "......" "...뭐요." 가뜩이나 뚜렷한 이목구비에 괜히 쫄아 찌질대자 헛웃음 한 번 뱉더니 이내 양 옆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기대한 성우가 병신이지." ...뭔 말을 알아듣게 해야지. "성우가 병신이지 뭐!" 계속되는 옹성우씨의 자기 성찰을 잠잔코 들어주고 있었을까 때마침 울린 휴대폰에 누군지 확인도 안하고 덥석 받았다. '가시나 과제도 안하고 핸드폰 만지고 있었나. 바로받네?' "...어, 뭐." - 니 어디가. "슬이는 데려다 줬냐?" 다니엘? 추궁하는 입모양에 대충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 약속 있다고 먼저 갔다 마. "야, 전화해서 물어본다?" - 와, 가시나 내를 그렇게 걱정해봐라. 좆을 까시오. 좆을 까. "꺼져 집이나 들어 가." - 그래서 니 어딘데. "니가 모르는 곳, 오늘 늦게 끝나. 끊는다." - ㅇ, 오빠야 뭐야. 오늘따라 더 마음에 안드는 행동에 똥씹은 표정으로 빨대를 질겅질겅 씹고 있었을까, 이내 1분도 안되서 화면을 밝혀오는 문자 메세지에 그대로 앞에있는 옹의자를 바라보았다. "당신 짓이지?"[빨리 내려와 벌레 많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