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어딘지 알 수 없을 만큼 넓은 곳.
대륙일까? 아니면 섬?
이곳이 어딘지 분간할 수 없을 많큼 이곳은 넓다.
주변이 온통 나무로 둘러 쌓인 것을 보면 숲같기도 하다.
게임이 시작된 지 이제 막 5분이 지나가고 있었다.
귀에 단 이어폰으로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들려? 다들?"
이어폰에 달린 버튼을 누르고 잘 들린다며 말하는데 다른 팀과 눈이 마주쳤다.
옆에서 팔을 잡아 당기는 바람에 곧 다시 시선을 돌렸다.
"눈 마주치지마. 쓸데없이 감정 만들지마. 시작하기 전에 먼저 시작하지마."
"나도 알아. 대장. 그저 마주친 것 뿐이야. 근데 어디로 이동하는 거야?"
"일단 기지부터 잡아야겠지. 숲으로 이동하자. 오늘 밤을 버티는 게 먼저야."
컨테이너가 가득한 창고를 빠져나와 곧장 숲으로 들어갔다.
"기광아. 일단 주변에 잡히는 것부터 말해줘. A구역에 다른 무전 잡혀?"
"아...또 해킹하라고?"
"빨리. 자다가 죽을 수는 없잖아?"
대장과 해커가 상큼하게 나누는 섬뜩한 대화에 몸이 흠칫 떨렸다.
..자다가 죽는다니...
"아.... 조금만 기다려봐. 게임 시스템에 손을 대야 해. 아직 해지기 전이니까 기다려봐."
이어폰을 통해 들리는 목소리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숲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계속했다.
얼마 가지 않아 나무로 둘러싸인 곳 사이로 조그마한 공터가 나타났다.
"여기가 좋겠네. 기광아. 위치 좀 봐줘."
"...해킹하라며. 잠깐만. A-3구역이네. 3시방향으로 5m정도 더 가면 낭떠러지야. 주변이 다 산이라서 아직까지 잡히는게 없어."
기광이 투덜거리며 현재 우리가 있는 위치를 확인 해 주었다.
"대장. 일단 거리 쪽으로 가서 부족한 탄알이랑 식량부터 가져오자."
허벅지에 달린 총을 꺼내 살폈다. 총에 장전되어있는 탄알은 고작 여섯발이었다.
내 말에 옆에 있던 요섭이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우리가 장소를 찾을 동안 다른 팀들은 식량과 무기부터 찾아나섰을 거야. 숲으로 온 팀은 거의 없어. 다들 거리에 있는 빈 건물을 차지했을거야."
"그래. 그럼 우리도 일단 거리로 가서 무기랑 식량부터 확보하자. 텐드도 찾아야해."
거리는 마치 망한 도시 같았다.
뭐랄까...워킹데드에 나오는 거리..?
거리에는 회색 건물만이 줄지어져 있었고 골목골목 어두운 곳에 숨어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확실히 숲보다는 사람이 많네."
요섭의 말이 끝나기사 무섭게 이어폰에서 기광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렇지? 레이더 망에 걸리는 빛들이 아주 많아. 와...지금부터 본격적으로 게임 시작되면 다 죽겠는데?"
"빠르네.. 이기광 실력 안 죽었어?"
당연하다고 외치는 소리에 다들 웃었다.
"자. 그럼 얼른 탭부터 찾아서 메모리 끼워. 레이더 망부터 보내줄게. 47팀이라더니 완전 대박인데? 다 거리 쪽에 집중 분포되어있어."
"그럼 우리 흩어져야겠네. 식량이랑 무기, 다른 생존도구들. 나눠서 찾는 게 더 빠르겠어."
"그래. 막내 말이 맞아. 흩어지자."
"..막내 혼자 괜찮겠어?"
기광의 목소리에 얼굴이 찌푸려졌다.
왜..나도 잘 할 수 있다고...
대장이 머리를 헝크리며 말했다.
"괜찮아. ...괜찮겠지. 여자라고 뭐 다를 건 없으니까. 막내 너는 무기를 찾아줘. 제일 먼저 네가 쓸 것부터 챙기고. 지형 파악해두고."
"그래. 저격수한테 총이 없으면 안되지. 암."
요섭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너한테 필요한 탄알 잘 찾아오고. 저번처럼 아무거나 막 주워오면 안돼."
우리의 대화를 듣고있던 기광이 말했다.
"음..대장? 아쉽게도 이번 게임에서는 총 종류가 한정되어있어. 한가지로..."
? 그게 무슨 개소리람..
다들 기광의 말에 걸어가던 걸음을 멈추고 귀에 손을 올렸다.
"이번 게임에서는 총 종류가 정해져있어. 권총, 리볼버, 저격용소총. 딱 세 종류 밖에 없어. 그리고 각각 세 종류 이내의 모델로 한정되어있어."
"뭐? 모델이 정해져있다고?"
"응. 권총은 세 종류, 리볼버는 하나. 그리고 저격 소총도 하나."
"우리팀 총 하나 받았어. 막내가 들고있고"
요섭의 다급한 말에 기광이 내게 물었다."
"막내야. 너 지금 들고있는 건 뭐지?"
"리볼버."
지난 게임들과는 다르게 무기가 한정되어있다는 말에 대장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다물었다.
"야! 윤두준! 정신차려. 요섭아. 일단 넌 탄알부터 챙겨."
"응. 막내야. 그럼 저격 소총은 하나니까.. 아니다. 일단 총부터 하나 챙겨오고 탄알들은 모두 다 쓸어와. 알았지?"
"응."
"그리고 텐트랑 탭만 찾아서 여기서 다시 만나자. "
"응."
"나는 힌트를 찾아볼게. 대장. 정신차려. 대장은 식량을 챙겨줘."
"...그래."
넋이 나간 대장을 대신해 요섭이 상황을 지휘했다.
"윤두준 진짜 정신 빠졌네. 오늘은 무조건 탄알이랑 식량을 확보해야해. 내일부터는 거리에 진행팀이 들어오게 될거야."
"진행팀?"
나의 물음에 기광이 답했다.
"첫날은 아무런 제약이 없어. 제거에도 아무런 제약이 없고. 그래서 최대한 많은 탄알과 식량을 확보해야해. 내일 진행님이 들어오는 순간부터..."
"..함정이 늘어난다는 거지."
"그걸 아는 애가 지금..!"
정신줄을 잡은 두준의 말에 기광이 한숨을 뱉었다.
"흩어지자. 다들 꼭 돌아와."
다른 방향으로 흩어지는 우리들에게 기광이 말했다.
"오늘은 첫날이니까 누가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는 거 다들 알고있지? 다들 조심해.그리고 막내야."
"응."
"총부터 빨리 찾아. 첫번째 공지 벌써 내려왔다. 저격총은 서른개 뿐이야. 뛰어."
정말...좀비 하나 튀어 나올 것 같은 분위기였다.
일단 총부터 찾으라고 했으니까...
총이 들어있는 케이스의 크기가 커서 눈에 잘 띌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눈에 띄지 않았다.
언제 누가 나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손에 땀이 흘렀다.
주인없이 물건만 남겨진 상점에 들어갔다.
아니, 들어가려 했다. 하지만 문이 잠겨 들어 갈 수가 없었다.
어쩐지 다들 왜 안 털어가나 싶었다.
유리문으로 본 상점의 내부에는 온갖 식량과 잡화들이 널려있었다.
"뭐야..식량이 넘쳐나는데...들어 갈 수가 없네.."
건물 뒤로 돌아가니 뒤에 작은 철문이 있었다.
머리에 꼿혀있던 실핀하나를 빼서 열쇠구멍에 넣었다.
요리조리 찌르기를 반복하니 딸깍하는 소리가 났다.
"예스!"
건물 안에는 역시 내일 진행팀이 들어와서 판매를 할 것 같은 온갖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뭐든 챙기는 게 좋겠지. 물건을 담을 배낭을 찾으려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배낭을 하나 집는데 안쪽에 무언가가 있었다.
....!!!
"기광. 내 말 들려?"
"응. 말해"
"내 주변에 다른 사람들 많아?"
"아니. 네 주변에는 없어. 왜?
"탭 찾았어. 메모리 끼울게."
"응."
배낭을 앞으로 매고 주머니에서 메모리카드를 찾아 탭에 끼웠다."
"연결됬어."
탭을 가방 앞쪽에 넣고 가방을 열어 식량을 쓸어담았다.
가방을 바로 매자 묵직함에 몸이 뒤로 쏠렸다.
와...뒤통수 깨질 뻔.
몸의 중심을 잡고 천장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와...여기 보물창고네..."
"왜?"
대장의 목소리에 귀에 달린 버튼을 누르고 말했다.
"총이 천장에 붙어있는데 저걸 어떻게 떼지?"
"...어디야?"
위치를 알려주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요섭과 대장이 왔다.
"...식량은 여기서 확보하면 되겠어."
"문은 용캐도 땄네... 근데 우리 이런거 막 따도 되?"
요섭의 물음에 기광이 무심하게 말했다.
"말했잖아. 첫날은 아무런 제약이 없다고."
대장이 근처에 있던 사다리를 가져오더니 천장에 달린 총을 떼어 내게 건냈다.
케이스를 열자 나는 경악했다.
"와...미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