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찬백] Fashion, Passion
W. 레녹
패션계에서 백현은 꽤나 유명했다. 스물 일곱이라는 젊은 나이에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디자이너로 우뚝 선 것, 그리고 이제는 점점 세계로 그의 영향력이 뻗어 나가고 있다는
것, 그리고 아무도 못이기는 그 까칠한 성격. 백현의 브랜드 Passion B의 직원들은 그의 눈치를 보느라 늘 바빴다. 심지어 백현의 거래처 사람들도 그의 눈치를 봤다. 모델들
도, 스타일리스트들도. 하여튼, 패션계에서 백현의 입지라는 건 무시할만한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백현이 그 까칠한 성격도 먹히지 않는 적수가 나타났다. 고작 쇼에 선 지 1
년이 갓 지난 신인모델 찬열이었다.
*
백현은 요즘 꽤나 골치가 아픈 일이 생겼다. 모델중에 꽤나 잘생긴 얼굴로 소위 '얼빠'들을 많이 모은 신인모델 한명 때문이었다. 모델이면서 연기자 일을 해서 꽤 이름을 날린
제 선배들만큼 유명해진 그를 Passion B의 간판모델로 삼았는데, 그 모델이 계속 제 신경을 긁어댔기 때문이었다.
이번 시즌 화보를 찍는 날 처음 만난 그 이름도 모르는 생짜 신인모델은, 현장에 나와있는 백현을 보자마자 달려와서는 백현의 손을 덥석, 잡았다. 모델의 그 행동에 현장에 나
온 스텝들은 모두 얼어붙었지만─물론 백현까지─그 모델은 그 큰 눈망울을 반짝이며 말했다.
"완전 뵙고싶었어요! 성격이 그렇게 까칠하시다면서요?"
"뭐?"
"디자이너님 진짜 유명하시잖아요! 성격으로."
백현이 벌레씹은 표정을 짓자 그 모델은 호탕하게 웃었다. 아, 정말이신가보네! 모델은 그렇게 말하고는 또 크게 웃었다. 백현의 표정이 점점 더 일그러졌다. 주변에 있던 스텝
들이 슬그머니 스튜디오를 빠져나갔다. 백현은 모델을 노려보며 자켓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얼마 안가 전화를 받은 그의 비서에게, 백현은 모델
을 똑바로 쳐다보며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을 했다.
"우리 모델 바꾸지. 이런 멍청한 새끼말고, 적어도 뇌에 개념은 찬 놈으로."
백현은 적어도 그 모델이 미안하다며 사과는 할 줄 알았다. 그런데 백현이 너무 모델을 만만히 본 모양이었다. 그는 백현의 눈빛을 피하지 않았다. 그저 씩, 웃을 뿐이었다. 비
서와 전화를 끊은 백현에게, 그 모델은 활짝 웃으며 물었다.
"그럼 이 자켓 벗으면 되나요? 역시 저는 L&M 브랜드가 좋더라구요!"
아오. 백현의 표정이 다시 한번 일그러졌다. L&M은 Passion B의 경쟁 브랜드였다.
그 뒤로 Passion B의 모델은 바뀌지 않았다. 기필코 바꿔버리겠다는 백현의 의지를 굽힌건 위약금이었다. 못마땅하지만 계약한 반년동안은 그 모델이 Passion B의 대표모델
이었다. 제 회사의 간판모델의 이름에도 관심없던 백현은 처음으로 모델의 이름을 알아냈다. 찬열이었다. 박찬열. 정말로 그는 L&M브랜드의 옷을 즐겨입었다. Passion B의
간판모델이면서 경쟁 브랜드 사의 옷을 입다니. 백현의 자존심에 금이 가는 소리였다. 까칠하기로는 사포와 견주는 백현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결국, 찬열을 모델로 추천
한 직원이 짤렸다.
찬열은 그 사건 이후로 종종 백현의 사무실로 찾아왔다. F/F디자인을 새로 그려야해서 안 그래도 예민한 백현에게, 찬열은 정말로 골치거리였다. 욕을 해봐도, 무시해봐도, 찬
열은 끄떡없었다. 늘 오후 네시면 찾아와서,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았다. 그를 말리려 들어온 백현의 비서에게는,
"전 얼그레이홍차요."
하고 주문을 해버렸다. 그런 찬열을 보며 백현이 허, 하고 탄식을 내뱉었다. 저처럼 까칠하게 다가오면 맞대응이라도 하겠는데, 저렇게 능글맞게 웃는 낯으로 다가오니 어떻게
해야 할 바를 모르겠다. 백현은 연필을 내려놓고 찬열의 맞은 편 소파로 가서 털썩, 앉았다. 백현이 마른 세수를 하고는 찬열을 노려보았다. 찬열은 그런 백현을 보며 빙그레,
웃었다.
"얼그레이 없어."
얼그레이가 없다는 백현의 말에 찬열은 잠시 곤란한 표정으로 비서와 백현을 번갈아 쳐다 보았다. 그러나 이내 곧 활짝 웃으며 비서에게 말했다. 다즐링이요! 그 말에 백현이 한심하다는 듯 찬열을 쳐다봤다.
"다즐링도 없어."
"에? 홍차 아예 없어요?"
"홍차뿐만이 아니고 너한테 줄 건 하나도 없으니까 썩 꺼져."
얼음이 뚝뚝 떨어지는 것만 같은 백현의 말에 비서가 당황한듯 찬열을 쳐다보았다. 찬열은 아랑곳않고 활짝 웃었다. 그럼 그냥 있을게요. 찬열의 말에 백현이 허, 하고 짧게 웃
었다. 정말로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오는 상황이었다. 백현이 저를 보며 마냥 웃는 찬열을 노려보며 말했다.
"너 나랑 지금 뭐 하자는 거야?"
백현의 날 선 물음에 찬열이 활짝 웃으며 대꾸했다.
"친해지고 싶어요!"
레녹 |
안녕하세요 레녹입니다! 정말정말 오랜만입니다ㅠㅠ 아직 글을 다 완성하진 못했지만 빨리 돌아오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올렸답니다 그래서 이번엔 매일매일 글을 올리진 못할 거 같아요...흑
아 그리고... 오늘은 암호닉 리스트가 없...
다음 편부터 암호닉 리스트가 올라갈거구요 암호닉은 지금도 여전히 받고있답니다
새해가 밝았네요! 다들 새해에는 이루고자 하는 것 다 이루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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