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외모적 이상형이 확고한 편이었다. 키는 178에서 185 사이, 흰피부, 입동굴이 있어 예쁘게 웃는 사람. 아 그리고, 짙은 쌍꺼풀은 절대 사절이었다.
어떤 스타일 좋아해? 라는 물음에 나는 늘 이렇게 대답해왔고, 오늘도 그런 날 중 하나였다.
남사친과 이상형의 경계_pro
0. 쟤가 내 이상형이라고?
옆에서 일주일 만에 또 바뀐 모니터 남친을 보고 있던 수정이는 또 한번 자신의 결혼 발표를 했다.
“야 얘 진짜 미친 거 아니냐? 진짜 내 이상형이야. 아, 오빠 나랑 결혼해,,, 솔직히 오빠 나랑 해,, 결혼 나랑 해,,”
“그래, 걔랑 해 결혼.. 제발 그 오빠가 네 마지막 오빠였으면 좋겠다.”
“딱 보면 모르냐, 얘진짜 내 마지막 사랑임. 야 이영채 근데 너는 이상형이어떻게 되냐.”
“뜬금없네 진짜. 내가이상형 말 안 해줬냐? 나 완전 확고해.”
나는 여느 때처럼, 누구보다도 자신 있게 내 이상 속 남자의 조건을 줄줄이 읊어주기 시작했다.
“키는 178에서 185 사이, 흰 피부, 제일중요한 건 웃을 때. 웃을 때 예쁜 남자. 아 그리고 진한쌍꺼풀 진짜 싫어.”
“겁나 확고하네. 이걸왜 이제 물어봤지, 내가. 야, 내가 남소해줄게! 딱 기다려.”
“이영채!”
아 저 새끼 또 겁나 일찍 왔네. 우리 반 종례 늦는데 왜 맨날 일찍오는 거야.
또, 또. 말하고 혀 내밀지. 저 습관 내가 고치라고 했는데 절대 안 고쳐 아무튼.
“황민현 쟤는 진짜 하루도 빠짐없이 너 기다린다. 야 잠시만. 너 이상형 황민현이랑 완전 딱 들어맞는데?”
“황민현? 쟤? 너 미쳤냐, 나 쟤 콧물 먹는 것도 봤어. 왜 이래.”
“아니 그게 문제냐고, 네 외모적 이상형이랑 완전 잘 맞잖아. 남녀 사이에 부랄친구, 소꿉친구이런 거 나는 안 믿는다니까.”
“응 아니야. 솔직히 쟤는 그냥 아니야.”
정수정은 뜬금없는 말 하는데 뭐 있어, 진짜. 아니, 황민현이 내 이상형에 들어맞는다고? 쟤가? 허, 말도 안돼.
서로 얼마나 못 볼 꼴을 많이 보이고 보여줬는데, 마음이 생기면 병신이지. 쟤는 암튼 아니야.
스스로 중얼중얼거리며 담임쌤의 종례를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종례가끝나자마자 수정이에게 짧은 인사를 건네곤 가방을 짊어졌다. 뒷문에서 날 기다리는 황민현은 핸드폰만 보고있었다.
대체 쟤가 뭐가 내 이상형에 잘 들어 맞는다는 거야? 어이없네 진짜.
키는 183. 통과.
흰 피부. 쟤 피부는 나보다 하얗지.아 짜증나.
입동굴이 있어 예쁘게 웃는 사람. 쟤 웃는 거 보면 짜증나는데? 아 이거 해당사항 없네, 그럼 그렇지. 근데 입동굴은 있음. 입동굴 있으면 뭐해, 내 기준으로 안 예쁘면 끝이지.
짙은 쌍꺼풀은 절대 사절. 쟤 쌍꺼풀은 절대 없음. 그건 확실하지.
너무 오랫동안 황민현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는지, 내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걸 알아채곤 황민현이 말을 걸어왔다.
“오빠 얼굴에 뭐 묻었어? 잘생김? 뭘 그렇게 뚫어지게 봐.”
“오빠는 무슨, 생일도내가 더 빠르거든? 야 빨리 집이나 가자.”
“아니 이영채, 내 얼굴은 왜 그렇게 빤히 봤냐니까~?”
말을 하면서 굳이 고개를 숙여 내 얼굴 앞으로 자기 얼굴을 들이미는데, 하 짜증이 치솟는다. 가만 보면, 쟤랑 관련된 모든 게 짜증을 불러 일으켜.
그리고 중요한 건, 역시 웃는 얼굴이 별로야. 제일 중요한 내 이상형 조건에서 너는 역시 탈락이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