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Bloody Romance
W.DKN
J.
(성규 과거)
그날은 평소와 다름없이 야자를 마치고서, 집에 가지 않고 그대로 교실에 남아 복습을 하던 중이었다. 어둑어둑해진 밖이 심해처럼 새까맸다. 시계가 가리키는 시각을 본 성규의 눈이 크게 뜨인다. 언제 시간이 이렇게 지났지. 허둥지둥 가방에 문제집과 교과서를 쑤셔 넣었다. 정갈하게 걸려있던 마이를 껴입은 성규가 교탁 위에 놓인 출석부를 집어 들고 조금은 빠른 걸음으로 교실 문을 나섰다. 틱, 틱 성규의 손길에 차례로 불빛이 꺼지고, 완전히 어둠에 삼켜진 복도가 으스스할 법도 한데 전혀 개의치 않은 표정으로 문을 걸어 잠갔다. 창문으로 간신히 들어오는 불빛으로 앞뒤를 분간하며 계단을 내려가는데, 순간 옆으로 붉은색의 무언가가 휙 지나간다.
“…….”
반사적으로 고개를 홱 돌린 성규의 눈에 보이는 소화전의 빨간 불빛. 비식 웃음을 터뜨린 성규가 그대로 계단을 내려가 1층 교무실 앞에 선다. 스프링이 부딪치는 소리가 연달아 들리며 손쉽게 열린 교무실. 문이 닫히자마자 아예 불빛이 차단되어 할 수 없이 핸드폰을 꺼내 들어 불빛을 비추었다. 출석부 꽂이 함에 출석부를 꽂아 넣고 등을 돌려 반대편 문으로 나가려는 성규의 뒤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성규를 불러 세웠다.
“김성규?”
“…….”
가던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본 성규의 얼굴이 새하얗게 굳는다. 도깨비불마냥 어둠 속에서도 환하게 비치는 붉은색의 눈동자 여러 개. 그리고 코끝으로 스미는 비릿한 피비린내. 심장이 멈춰, 혈관에 피가 안 도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저를 향해 쏟아지는 여러 개의 불빛 탓에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투둑, 성규의 손에 들려있던 핸드폰의 불빛마저 홀드가 걸리는 바람에,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새까만 어둠이 성규를 덮쳤다.
“…이거 일이 재밌게 됐네?”
“……”
“보이지,”
“….”
“우리의 정체가.”
김재규, 더럽게 놀기로 소문난 녀석이었다. 작년에 같은 반이기도 했던지라 눈에 익숙한 얼굴이 순식간에 코앞으로 다가왔다. 굳어버린 발을 애써 들어 올리려고 해봤지만 소용없었다. 무서움에 그대로 얼어붙은 몸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와중에 재규가 손을 뻗어 성규의 멱살을 잡았다. 잘나신 도련님이 늦게까지 위험하게 왜 여기 계셔. 역겨운 냄새가 후각을 자극했다. 할 수만 있다면 코를 부여잡고 싶었다. 구역질 나는 냄새 탓에 얼굴을 찌푸린 성규의 머리칼을 와드득 움켜쥔 재규가 비열한 웃음을 걸었다.
“야, 이거,”
“…….”
“먹자.”
언제 한번 TV 프로그램에서 방영해준 다큐를 스쳐 지나가듯 본 적이 있었다. 어쩌면 뱀파이어가 실존할지도 모른다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주제로. 컵에 든 물을 목구멍 뒤로 넘기며 비죽 웃음을 흘리던 지난날의 저가 미치도록 후회가 됐다. 말도 안 되는 힘으로 저를 제압한 채 무리에게 저를 집어 던지듯 넘기고 건물 뒤 으슥한 곳으로 끌고 가는 재규의 등을 쳐다보던 성규가 제 겨드랑이 안으로 손을 넣어 저를 지탱하는 김재규 무리 중 한 명의 손을 물어뜯었다. 한순간이었다.
“악…!”
틈을 빠져나와 구석에 있던 한 놈에게 발길질을 한 성규가 도망치려 뒤를 돈 순간 누군가의 큼지막한 손이 성규의 동그란 머리통을 세게 움켜쥐었다. 어딜 도망가려고 해. 손을 들어 다른 이들의 움직임을 제지한 재규가 성규를 다시 앞으로 빙글 돌렸다. 붉은빛이 둥실 거리던 눈이 어느새 검은색으로 되돌아온 무리가 여기저기서 입 안의 피를 뱉어냈다. 오금이 저리고 절로 이가 맞부딪쳤다.
“부잣집 도련님인 줄만 알았더니, 주먹질 좀 하네?”
“…….”
“근데 한번 내 레이더망에 잡히면,”
“…….”
“아주 아작을 내버리거든, 나는.”
어느덧 자취를 감춘 재규의 무리에 오히려 배로 불어난 두려움이 성규를 덮쳤다. 무슨 사인을 받았는지 하나, 둘이 아닌 순식간에 모두가 사라졌다. 교사식당의 유리창에 비친 재규의 모습은 도저히 사람의 형태라고는 볼 수 없었다. 별빛마저 보이지 않는 서울의 어두컴컴한 밤. 들어는 봤어? 뱀파이어. 퀭해진 성규의 눈 밑을 훑던 손가락이 스르륵 미끄러져 성규의 와이셔츠 단추로 내려왔다. 천천히 하나, 둘 단추를 풀러 가는 재규의 표정은 이 상황이 무척이나 즐겁다는 표정. 내가 이쯤을 물어뜯을 거야. 차가운 두 손가락 끝으로 성규의 뜨거운 목덜미를 툭툭 두드린 재규가 천천히 고개를 밑으로 내렸다.
“정신 똑바로 차려, 괜히 피 다 빨리기 전에 죽지 말고. 난 신선한 피를 원하거든.”
헉.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성규가 헛숨을 들이켰다. 그대로 잡아챈 뒷머리를 잡아당긴 재규에 의해 자연스레 성규의 고개가 들렸다. 우득, 하는 듣기 싫은 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이빨의 움직임이 생생히 느껴지는 목덜미 부근부터 천천히, 무언가가 발끝까지 빠른 속도로 번져갔다. 몸이, 이상했다. 땅으로 꺼질 듯 힘이 풀린 몸이 스르륵 미끄러지는 걸 재규가 잡아 제 다리 위로 받쳤다. 눈을 꾹 감은 성규의 눈에서 참고 참아낸 눈물이 주룩 흘러내렸다.
무서워…. 살려줘.
그 어떠한 것도 생각해내지 못한 채, 단 이 두 단어만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
“다, 다녀왔습니다.”
현관을 들어서자마자 절로 꿇린 무릎에 딱딱한 대리석에 철푸덕 엎어진 성규의 꼴을 본 성규의 모(母)가 소리를 질렀다.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거실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모가 다시금 크게 소리를 내지르며 고운 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온전치 못한 성규의 목덜미서부터 흘러내린 피가 온몸을 뒤덮다 못해 새하얀 대리석을 붉게 물들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어, 엄마….”
“가,가까이 오지 마!”
“왜, 왜 그러세ㅇ….”
“가까이 오지 말라니까!!”
살갗을 뚫고 나올 듯 푸르게 선 핏줄이 이리저리 꿈틀댔다. 온몸에서 열이 훅 끼쳤다. 이제는 완전히 제가 저를 당하지 못할 정도로 몸이 제멋대로 날뛰었다. 신발장 위 자리한 거울속에 비친 낯선 모습. 혼탁해진 붉은빛의 눈동자, 어깻죽지에서 뚝, 뚝 떨어지는 핏방울, 파드득 날이 선 머리카락. 순간 정신이 혼미해지며 성규가 피바다가 되어버린 대리석 한가운데로 풀썩 쓰러졌다. 앞이 캄캄해지는 와중에도 몸 내부의 움직임이 선연히 느껴졌다.
*
힘겹게 눈을 뜨자마자 거실로 끌려나온 성규가 밝게 내리쬐는 햇볕에 눈을 찡그렸다. 정신을 미처 차리기도 전에 성규에게 내밀어진 건 통장 하나.
“네 계좌다. 이거 받고, 당장 나가라.”
“…….”
“의사 불러준 것만으로도 고마워해. 몸에 별 이상은 없다고 하니까, 지금이라도 짐 챙겨서 나가줘.”
“…엄마.”
“얘는! 누가 네 엄마야!! 지금 너랑 말 섞는 것도 무섭고 더럽고 소름 돋으니까 돈 챙겨서 당장 나가.”
네가 뭘 하고 살든, 뭘 먹고 살든 상관 안 할 테니까 우리 이제부터 연 끊도록 하자. 독한 말이 술술 내뱉어진다. 언제부터 제 엄마가 저렇게 차가운 사람이었던가. 제 목의 숨통이라도 막듯 커다란 거즈가 덮인 목덜미를 매만지며 고개를 떨구었다. 성규의 모습을 보지도 못한 채 자식과 생이별을 하게 생겼는데도 무덤덤한 성규의 부(父)마저 자리를 떴다. 차라리 죽고 싶었다. 저는 이미 현실을 인식해버렸다. 가족에게서 버려졌고, 더이상 저는 인간이 아니다.
괴물이다.
Say_
블러디로맨스 이제 중반정도 온 것 같아요~.~
성규과거는 거의 번외편..에 가깝다 시피 해서 따로 넣을까 하다가 그냥 본편에 넣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내용량이 충분치 못한 점 사과드릴게요 ㅠㅠ..
지금까지 쭉쭉 달려주고 계신 여러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ㅎㅎ
연재에 신경쓰느라고 스토리에 기반을 못두었더니 내용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자꾸만 와르르 무너지네요..
일단 지금까지 연재한 스토리를 조금 수정해야 할 듯 싶어요. 추가되는 내용이 있을수도 있구요
반대로 없어지는 부분이 있을지도 몰라요. 결과는 연재가 모두 끝난 후에 찾아보실 수 있을 것 같구요
따로 글잡에 다시 글을 올리진 않을 것 같아요 ㅎ.ㅎ
이번 J편도 미리 써둔 편이라서 수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요..ㅠㅠ
그러한 이유로 다음 편 연재는 조금 늦지 않을까, 허허... 죄송합니다 (--)(__)
최대한 빨리 돌아올게요~ 아마 늦어봤자 다음주 초까진 오지 않을까.. 싶어요 ㅋ.ㅋ
댓글달아주시는 모든 분들! ㅈㅔ 사랑을 받으세요 ~S2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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