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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ire 전체글ll조회 475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W. Claire

 

 

 

 

 

 

18세기 지구와는 분리된 별개의 세상이 있었다. 에덴(the garden of Eden), 천사와 악마만이 살아가던 낙원에 분열이 생겨버렸다.

 

 

 

 

 햇빛이 네스토르를 채 비추기도 전에 백현은 모두를 재촉했다. 능력이 봉인되어있던 상자를 그냥 길바닥에 버려두고 왔으니 네스토르의 악마들이 백현이 저지른 범죄를 알아채는 건 시간 문제였기 때문에 떠날 준비를 하는 백현의 손길이 분주했다. 갈 곳은 있어서 이러느냔 준면의 질문에 당연히 에오스의 집을 대려던 백현이 미간을 구기며 입을 다물었다. 경수와 함께했던 그 집은 고르고스, 준면, 찬열까지 포용하기엔 작았다. 무엇보다 그곳에 배어있을 경수의 체취가 사라질까 두려움에.

 

ㅡ일단 나가는 게 급해.

 

대충 얼버무리고 발부터 떼었다. 먼저 날기 시작하는 준면과 고르고스를 보던 백현이 출발 직전, 머뭇거리며 다시 성을 바라보았다. 검은 날개를 미워하던 유년의 자신이 금방이라도 저기 거울 앞에서 자신의 붉은 눈을 보고 울고 있을 것만 같아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았다. 아름답고 싶어, 슬핏 웃으며 한숨 같이 뱉어내던 말이 귓전을 스치는 것도 같아 입술을 깨물려던 행동이 입술을 지긋이 누르는 따스한 손가락에 저지당했다. 출발하지 않고 백현을 주시하던 찬열이었다. 다시 올 수 있을까, 작게 속삭이는 백현의 말에 찬열은 그저 웃어주었다. 어깨를 으쓱이고, 커다란 눈을 잔뜩 휘며 웃음으로 응대했다.

 

ㅡ가자.

 

큰 손으로 허리를 감싸며 나긋하게 속삭이는 무게 실린 저음에 백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미련을 심는 백 마디의 말보다, 현실을 보여주는 찬열이 고마웠다. 너 꽤 잘 컸다? 씁쓸한 감정을 숨긴 백현이 눈꼬리를 한껏 접으며 웃곤 찬열이 머리를 헝클었다. 과한 손놀림에 머리를 정돈하는 데 정신을 빼앗긴 찬열을 보며 웃던 백현이 먼저 하늘을 날았다. 고르고스가 있고, 본래 천사였던 준면이 길을 헤메지는 않을 테니까. 후련한 마음으로 여유롭게 날으는 백현의 뒤엔 잔뜩 뒤집어진 머리를 하고 씩씩대는 찬열이 있었다. 고르고스 닮은 찬열이.

 

 

 

세훈은 카이의 감시 아래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카이가 훔쳐와 와르르 쏟아둔 제 기구들 사이에서 한참을 울었었던 세훈의 눈물이 멎었을 때가 되어서야 세훈의 방에 들어온 카이가 침대 앞에 비스듬히 기대 앉았다. 카이의 시선이 종용하는 바를 알 것 같아 세훈은 말 없이 일어나 해체된 기구들을 조립하기 시작했다. 신기한 양 턱을 괴고 지켜보는 시선을 의식한 세훈이 입안의 여린 살을 질겅 씹었다. 밖으로 나갈 수 없고, 자의가 눌린 채 시키는 연구를 해야 하는 이 상황은 유토피아에서의 것과 다를 것이 없었다. 이에 힘이 들어간 듯 입안에 비린 향이 퍼졌다. 터져나오는 피를 혀로 할짝이던 세훈의 눈가가 가늘어졌다. 세훈은 자신을 보던 카이에게로 다가갔다.

 

ㅡ카이.

ㅡ문제 있어?

ㅡ그건 아닌데.

 

문제 있어? 라니. 지극히 형식적인, 제한된 우리의 관계를 일깨우는 말에 세훈의 웃음이 헛돌았다.

 

ㅡ여기 성 넓으니까. 연구실 하나만 주면 안 돼요?

ㅡ기구 저거 뿐인데?

ㅡ먹고 자고 하는 곳에서 저런 연구까지 하라구요? 내가 너무 불쌍해.

 

다른 실험은 못하게 할 거잖아요. 저거만 있으면 돼요, 집중 안 되니까 방에 잠금도 좀 되면 좋겠고. 카이가 안 들어왔으면 좋겠는데. 이어지는 세훈의 말을 듣던 카이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ㅡ넌 똑똑하잖아.

ㅡ…….

ㅡ허튼 짓은 안 하겠지 뭐. 방 하나 줄게.

ㅡ고맙네요.

ㅡ서둘러줬으면 좋겠어. 하루라도 빨리.

 

 오랜 시간을 유토피아 안에서 살아온 세훈에게 기계 조립은 간단했다. 평정을 유지하는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재촉하는 카이에게 세훈은 그 앞에서 어깨를 으쓱이며 이미 완성된 기계를 가동시켰다. 완성된 기계, 선명히 떠오르는 변질의 악몽, 유일하게 남은 준비물은 경수와 경수의 백호였다.

 

ㅡ아직 일러요. 당신 마음대로 쟤 안 죽이려면 몇 번 테스트가 좀 필요하거든.

 

처음으로 마음을 준 사람에게 처음으로 해보는 거짓말은.

 

ㅡ확인했으니까 이것들 다 옮겨서 실험실 하나만 줘요. 최대한 금방 할게요.

 

시간을 벌어내기 위해서.

 

 

 

길고 길었던 날갯짓 혹사당한 백현 무리의 검은 날개들은 에오스 정부 앞에 다다라서야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쉬지 않은 긴 비행에 준면이 거친 숨을 돌렸다. 하얗기만 한 고풍스러운 건물들, 준면에겐 그리운 곳들 중 하나였다. 곳곳에 돌아다니는 하얀 날개들이 동시에 준면을 서럽게 만들기도 했다. 태어나 처음으로 온 에오스와 처음 보는 천사들에 눈을 동그랗게 뜬 찬열이 백현을 바라보았다.

 

ㅡ에오스 정부잖아.

ㅡ알아.

 

도움을 요청할 거야. 악마 중에서도 보수파 악마의 신분을 갖고 에오스 정부에 들어가겠다는 백현의 말에 모두가 동시에 그를 만류하려 했다. 그러나 백현을 말릴 수 없다는 것 또한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기 때문에 섣불리 그 걸음을 막을 수 없었다. 비록 협상이 결렬되더라도 무사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 뿐이었다.

 

백현은 거침없이 자신을 막으려는 천사들을 지나쳤다. 혹시나 싶어 백현이 따라오지 말라 단단히 어드름을 놓은 고르고스는 기둥 뒤에 숨어 제 주인을 바라보고 있었고, 찬열과 준면은 어쩔 수 없이 천사들의 손을 내치며 백현을 따랐다. 에오스 장로들을 찾아 여기저기를 뒤지던 백현 무리가 수많은 천사들에 의해 포위되었다. 그 중 몇몇 낯익은 얼굴에 준면은 쓰게 웃었고, 찬열은 백현에게만 집중했다. 도통 속이 드러나지 않는 표정으로 가만 천사들을 바라보기만 하던 백현의 몸이 돌연 수십 명으로 불어났다. 오래 전 평화 협정ㅡ가이아 위에서의 평화 유지를 위해 에덴 초기 네스토르와 에오스가 악마와 천사의 능력을 공동 봉인하기로 한 것ㅡ으로 인해 눈앞에서 최초로 벌어진 능력에 천사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진짜 백현'을 찾기 위해 바삐 움직였지만 백현의 분신들이 그들을 꽉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찬열과 준면은 잡힌 채 소리를 지르는 천사들에게 유감을 표할 새도 없이 혼자 어디론가 가고 있는 백현을 쫓았다. 커다란 마지막 방의 문, 백현이 그 문을 열어젖혔다.

 

ㅡ무례한 것으로 보아 보나마나 네스토르에서 온 잡것이로구나.

 

에오스 정부의 모습이 훤히 보이는 수정구슬을 중심을 빙 둘러앉은 장로들 중 가장 안쪽에 앉아있던 장로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 백현에게 말했다. 다른 장로들의 시선도 썩 곱지 않아 방에는 금세 위압감이 서렸다.

 

ㅡ이야기를 들어주십시오.

ㅡ…….

ㅡ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백현은 그 기에 눌리지 않고 입을 열었다. 분신술이 풀린 듯 멀리서 수많은 천사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앞에는 에오스의 장로들, 뒤에는 천사들을 두고도 백현은 떨림 없는 목소리를 냈다.

 

ㅡ천사 하나가 사라졌다는 걸 아실 겁니다.

ㅡ경수를 말하는 건가.

 

한 장로의 말에 백현이 어렵게 고개를 끄덕였다. 찬열이 백현의 곁으로 다가섰다. 손을 잡아줄 수 없으니까 곁에라도 있어주고 싶은 그런 마음으로. 백현은 숨을 가다듬었다. 자신의 발언으로 아주 큰 일이 벌어질 것이다.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큰 일이. 고향을 저버리고,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린 백현이 물러날 곳이라곤 없었다.

 

ㅡ내 이름은 백현이고, 에덴의 초기에 태어난 네스토르의 보수파 악마입니다.

 

쏟아질 것이라 예상했던 야유는 아직 없었다. 아주 근엄하고 무서운 침묵만이 흐르는 중이었다.

 

ㅡ경수가 태어난지 96년 정도 되던 때 경수를 만났습니다. 경수를 봤다면 알겠지만 예쁘지 않은 나에 비해 경수가 너무 하얗고 예뻐서, 또 나 같은 악마들에게는 주어지지 않는 죽음을 가진 경수가 내겐 동경, 그래. 동경처럼 다가왔었어요. 그래서 경수를 키웠습니다. 경수는 100년을 넘겨 어엿한 성인 천사가 되었지만, 성인이 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납치를 당했습니다.

ㅡ네 책임 아닌가?

 

미간을 구긴 장로의 말에 천사들이 동조하며 백현을 비난했다. 준면이 백현을 공격하려 다가서는 몇몇 천사들을 막아섰다. 직면한 사실이었지만 충격에 몸을 가눌 시간은 없었다. 백현이 빠르게 입을 열었다.

 

ㅡ범인을 알고 있습니다. 범인을 말한다면 내게 그럴 수 없을 거예요.

 

백현의 말에 불안한 시선을 나눈 장로들이 다시 백현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ㅡ경수를 납치한 건, 경수를 납치해서 경수를 악마로 만드려고 하는 건!

ㅡ…….

ㅡ카이입니다.

 

백현의 말에 모든 소음들이 사라졌다. 준면에게 가로막혀 버둥거리던 천사들도, 수군거리던 몇몇 장로들도 카이라는 이름에 입을 다물었다. 경수 납치했고, 납치한 경수를 심지어는 악마로 만드려는 존재가 카이라는 말에 끓어오르던 장내 천사들의 노기가 차갑게 식었다. 뜨거운 분노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이름에 두려움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들의 눈빛을 읽어낸 백현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ㅡ이길 수 있습니다! 경수 찾아와야 할 것 아닙니까!

 

그러나 천사들은 백현에게 어떤 답도 주지 못했다. 절망에 백현이 입술을 깨물었다. 정적은 길게 지속되었고, 백현은 뜨거워지는 눈가에 눈을 세게 감았다. 흐르기 직전의 눈물들로 인해 눈꺼풀이 뜨거웠다. 조용히 처음의 그 장로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백현은 그렁그렁한 눈으로 그를 올려보았다. 불안을 예감한 찬열이 백현의 팔을 잡았다.

 

ㅡ도울 수 없네.

 

다시는 우리를 찾아오지 말게, 잔인한 말에 준면이 나지막히 욕을 내뱉었고 천사들은 우르르 자리를 빠져나갔다. 빠르게 떨어지는 눈물을 차마 닦아주지 못하는 찬열이 백현의 귀를 빠르게 막지 못했다는 사실에 후회를 거듭할 뿐이었다. 천사들은 두려움 앞에 경수를 내쳤다. 자신들은 가져보지 못한 영생을 경수가 가지게 되었다는 핑계로 졸렬한 저들을 위로하고 있겠지 지레짐작 밖에 할 수 없었다.

 

 

 


늦어서죄송합니다ㅠㅠㅠㅠ

 

 

 

경수네님, 환자님, 솜사탕님, 바비님, 연두님, 피삭님, 니가네트워크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제 글에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들 중 비회원이신 분들이 조금 많으세요ㅠㅠㅠ신알신도 안 돼서 글 찾기 매번 번거로울실 텐데 이렇게 읽어주시니 너무 감사합니다 부족한 글에 과한 사랑이지만 기뻐요ㅜㅡㅜ

 


부연설명

 

 

사실 이제 딱히 부연설명을 나눌 부분은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궁금증이 생기신다면 바로 바로 댓글에 달아주시면 되겠습니다!

이 팬픽은 모두 제 상상이기 때문에 탄탄하지 못할 수도 있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라면 당연히 완전 이해가 힘드실 수 있어요ㅜㅠㅠ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끝나면 텍스트 파일이 메일링으로 나갈 예정입니다. 부족한 내 글이 여기저기 떠돈다면 너무 창피할 거예요ㅜㅡㅠ

텍스트 파일에는 다소 수정이 들어가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사실 완결도 많이 남았으니 이 부분은 픽이 끝나면 얘기하는 걸로..

오늘도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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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앗 피삭이에요! 일빠 처음이다ㅎㅎㅎㅎ 일단 댓글먼저 쓰고 읽으러가요 ㅋ_ㅋ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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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천사와악마가 나오는판타지물이라니..하 제가 왜 이걸 이제야봤을까요ㅜㅜ전 멍충인가보ㅏ요ㅜㅜ오늘 처음보고 프롤부터 정독하고왔는데 진짜 제스타일이네요ㅜㅜ사랑해요 제사랑다드세오ㅜ♥ㅜ백현이가 어떻게할지 너무궁금하네요ㅜㅜ엉엉 비회원이라서 신알신읁못하지만 암호닉 미원이로ㅈ신청하고갈게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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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경수네에요!ㅠㅠ오늘 들어오자마자 바로 달려왔어요ㅎㅎ백현이가 안타깝네요ㅠ찬열이랑 행복해졌으면 좋겠네요ㅎㅎ메일링이니ㅠㅠ!!생각만해도 좋네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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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저 환자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텍스트 파일이라니ㅠㅠㅠㅠㅠ 좋네여 백현이 불쌍해서 어떡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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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니가네트워크입니다!!혹시하고 들어왔는데 9화가있어서 폭풍오열 텍스트파일나오면전절대 아무한테도 공유안해줄거에요 호호호 백현이에게 도움을 줄수없는 장로들을 보면서 새삼 카이의 존재를 다시 느꼈어요 카이는 정말 두려운존재.. 그래도 백현이에게 찬열이와 준면이 고르고스가있어서 다행이네요 특히 찬열이ㅠㅠ멋잇어ㅠㅠㅠㅠ진짜 너 잘컷다ㅠㅠㅠㅠ세훈이의사랑은 볼때마다안타까워요..카이 알고잇으면서ㅠㅠㅠ세훈이입장에서보면 카이가 세훈이한테 내뱉는 한마디한마디가 못됐어!!!!!!!그래도ㅠㅠㅠㅠㅠ앞으로 어떻게 이야기가 펼쳐질지 정말 예측불허인거같아요ㅠㅠㅠ잘읽고갑니당!!
12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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