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에게 처음 말을 건 다음날도 남자는 어김없이 편의점에 찾아와 바나나우유와 천 원짜리 지폐 두 장을 계산대에 올려두었다. 혹시나 남자가 나에게말을 걸까 기대를 안고 일부러 느리게 계산을 했지만 남자는 그저 고개만 숙이고 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1200원입니다"
괜히 밀려오는 섭섭함에 나도 모르게 뚱한 말투로 말을 내뱉었고 거스름돈을 쥐여주는 나에게 손을 뻗던 남자는 무언가 망설이는듯하다가 입을 열었다.
"저... 매일 뚱바만 사가서 죄송해요"
"... 뚱바요??"
"아... 이거... 단지 우유... 뚱뚱해서... 뚱뚱한 바나나를 줄여서 뚱바요"
민망한 듯 어색하게 웃는 남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려버렸다. 쿡, 죄송해요. 나의 사과 아닌 사과에 괜찮다며 손을 저은 남자는 인사를 하곤 편의점을 나섰다. 바나나우유에 뚱바라는 귀여운 호칭을 달아주는 남자에게 더욱 호기심이 생겨버렸다. 내일은 내가 말을 걸어볼까. 어떤 말을 걸까 생각하다갑작스레 남자의 이름도 모르고 있단사실이 떠올라 내일은 남자에게 이름을 물어봐야겠다고 생각을 마치곤 왠지 모르게 들뜨는 마음을 갈아 앉히려 했지만 잘되지 않았다.
*
언제 오겠다는 약속을 따로 한 것도 아니었고 남자가 항상 같은 시간대에 오는 것도 아니기에 남자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오늘은 안 오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 괜히 초조해졌다. 계속해서 편의점 밖을 힐끗거리며 시간을 보내다 익숙한 옷차림새를 한 남자가 보였고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남자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어서 오세요!"
평소와는 달리 우렁찬 인사에 놀란 건지 남자는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고서 어색하게 웃어 보였고 나 역시 얼굴에미소를 띤 체 남자의 걸음을 따라 시선을 돌렸다. 오늘도 역시 바나나우유와천 원짜리 지폐 두 장을 올려놓던 남자는 잠시 기다려 달라며 어디론가 향했고 계산을 하려던 걸 멈추던 나는 곧캔 커피를 들고 오는 남자에 다시 계산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 봤자 고작 바나나우유 하나와 캔 커피 하나이지만.
"저... 이거 드세요"
"네? 아 괜찮습니다!"
"그래도... 이거 드세요!"
캔 커피를 내가 있는 쪽으로 가까이 내밀던 남자는 쑥스러운 듯 얼른 바나나우유를 집곤 빠른 걸음으로 편의점을 나섰다. 남자의 멀어져 가는 뒷모습과 남자가 먹으라며 두고 간 캔 커피를 번갈아 바라보던 나는 남자의 뒷모습이 사라지고 나서야 남자의 이름을 묻지못했다는 게 생각나 잠시 절망했지만 카운터에 놓인 캔 커피를 보며 애써 마음을 달랬다. 손을 뻗어 감싸 쥔 캔 커피는 추운 날씨에 일부러 따뜻한 걸 집어온 건지 굉장히 따뜻했다. 그리고 내 마음도 점점 남자에 의해 데워져가는 듯 어느새 내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
오늘은 기필코 남자의 이름을 물어보겠노라고 다짐하곤 남자가 올 때까지기다리며 지루한 시간을 보냈고 오늘도 역시 허름한 옷차림에 고개를 푹 숙이고서 들어오던 남자를 발견하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남자의 걸음에 시선을 두었다. 그런데 남자는 바나나 우유가 놓인 진열대로 다가가다 계산대 앞에서 멈춰 섰다. 나는 무슨 할 말이라도 있나 싶어 의아한 얼굴로 남자를 바라봤고 남자는 여전히 고개를숙인 채로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그저 인사를 건네는 것에도 쑥스러워하는 남자가 귀여워 몰래 웃고 있을 때남자는 바나나우유를 집어와 계산대에 올려두었고 나는 급히 웃음을 감추고서 계산을 마쳤다. 남자에게 거스름돈을 내밀다 또 받고 바로 가겠거니 싶어서 거스름돈을 내밀던 손을 거두었고 남자는 고개를 들어 그런 나를 바라보았다.
"이름이 뭐예요?"
무슨 걸 그룹 노래 부르는 것도 아니고. 참 멋없게도 물어보는 나를 원망하다가 우물쭈물 거리는 남자에 혹시 내가 실례를 한 건가 싶어 뒤늦게 걱정이 되었다.
"차.. 학연이요"
한참 동안이나 말이 없던 남자는 작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고 남자와 나 외에는 편의점에 아무도 없었기에 남자의 작은 목소리를 다행히 들을 수 있었다. 차학연. 그에게 차 학연이라는 이름이 정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김원식이에요"
"아..."
평소에 나에게 이름을 물어보던 사람들은 내 이름을 듣자마자 웃음을 터트리곤 했다. 그럴 때마다 짜증도 나고 화도 났지만 오히려 남자가 내 이름을 듯고 웃어줬으면 좋겠다는 정말 우스운 생각을 했지만 남자는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 웃지 않았다.
"여기 거스름돈..."
괜히 머쓱한 마음에 다시 남자에게 거스름돈을 건네었고 남자는 거스름돈을 받아 주머니에 넣곤 몸을 돌려 나가려 했다. 어제 커피 잘 먹었어요 고마워요. 급하게 남자를 붙잡듯 말했지만 나름 진심을 담아 인사를 하며 웃는 나를 빤히 바라보던 남자는 자신도 방긋 웃으며 고갯짓으로 인사를 하곤 편의점을 나섰다.
***
이다음부터는 또 다른? 이야기가 이어질꺼라서 여기서 끊을게요ㅠㅠ 작은분량 죄송합니다.....
신알신 신청도 환영이고 암호닉도 언제나 환영이에요!!!!
암호닉
오또카지♥
사랑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 시리즈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현재글 [빅스/랍엔] 꽃거지 01 13
11년 전공지사항

인스티즈앱
[단독] "햇님도, 단골손님이었다"…입짧은햇님 주사이모 의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