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 찍어 안넘어가는 박우진 없다
; 춤밖에 모르는 개철벽남 박우진 꼬시기
w. 짹짹아참새해
EP. 5.5 - 외전 ( Side B; 박우진 ) "할 말 있냐? 왜 자꾸 따라와." "할 말은 없는데, 어... 그냥 좋아서. 안보면 자꾸 생각나니까, 옆에서 계속 보게." "아, 존나 귀찮게 구네." 귀찮다, 그 외에 어떤 감정도 없는 그냥 그런 관계. 그게 다였고 그 이상의 발전이 있을 거라고는 굳이 상상해본 적도 없었다. 누군가에게 첫눈에 반하고 사랑에 빠져서 혼자 앓다가 고백 한 번 못해보고 끝나버리거나, 혹은 고백하고 차이면 거기서 끝인 흔한 학창 시절의 경험따위를 그 애가 겪고 있는거다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다만 그 짝사랑 상대가 하필이면 나였고, 하필이면 그 때의 나는 또래 아이들 보다 아주 조금 더 그런 쪽에 무뎠을 뿐이었다. "나 사주는거야?" 나는 매일같이 댄스부실에 출석 도장을 찍었고 그 애는 하루도 빠짐없이 문 밖에서 나를 기다렸다. 기다려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왜 내가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연습이 끝나고 나오면 따분한 표정으로 있다가도 나를 보며 웃는게 어쩐지 기분이 묘해져서 아이스크림 하나를 쥐여줬을 뿐이다. 계속 사주려던 생각은 없었는데 저에게 사주는 거냐며 해맑게 웃는 그 모습을 차마 무색하게 만들 수 없어 매일 저녁 시간마다 지갑을 챙기는게 일과가 된거고. 어찌됐건 김여주 걔 웃음은 뭔가 천진난만한게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면이 있었다. 화이트데이 날이었나 솔직히 그런 상술같은 기념일에 그리 큰 의미는 두는 편도 아니었고 중학교 때 사귀었던 여자 친구한테 형식처럼 하나 사다줘본게 다라서 그 날이 화이트데이인지도 몰랐었다. 점심 먹고 언제 왔는지 옆에서 쫑알대는 김여주 말을 대충 들으면서 들어온 교실에 열댓개 정도의 사탕을 발견하고서야 화이트 데이인가 했던게 전부였다. 뭐 그래도 생각해서 챙겨준건데 버릴 수도 없고 하니까 일단 가방에 챙겨넣는데 옆에 우물쭈물대고 서있는 그 애 보니까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괜히 장난치고 싶은 그런 짖궂은 마음이었다. "넌 뭐 없냐?" "...사줄까?" "나 좋다더니 쪼~까 서운하네." 분명히 누가 들어도 장난스럽게 뱉은 말에 볼은 붉어져서는 사줄까 하는게 웃기기도 하고 해서 한 마디 더 덧붙혔더니 볼이 아니라 온 얼굴이 붉어지는 것 같았다. 뭐, 솔직히 말하면 좀 귀여웠다. 호감섞인 그런 감정이 아니라, 곰돌이 인형을 봐도 강아지를 봐도 귀엽다고 하듯이 그런 귀엽다는 표현이었다. 어, 맞아. 강아지 같았다. 엄마랑 여동생한테 막대 사탕 하나씩이라도 사줘야겠다 싶어 매점으로 가는데 강아지처럼 자꾸 눈에 걸리는 얼굴이었다. 손에 들린 세 개의 사탕을 보고 스스로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미쳤네 박우진, 오해할게 뻔한데 이걸 어떻게 주겠다고. "원래 남자가 여자한테 주는 날이잖아. 아 근데 착각은 하지마라 진짜. 그냥 나 사탕 별로라. 그리고 너무 많고. 내가 아는 여자가 너랑 엄마랑 동생밖에 없고 아무튼 진짜 뭐 그런 이상한 뜻 있는거 아니니까." 차마 내가 샀다고 말하지 못해서 다른 여자애들에게 받은걸 먹기 싫어 준다는 식으로 둘러대는데도 뭐가 그렇게 좋은지 사탕 하나만 마냥 내려다보는 걸 보고있자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던거 같다. 어딘가 모자라보이는 그 모습이 가끔 웃음을 자아냈다. 무슨 심보인지는 모르겠는데 그 애가 다른 남자 애들이랑 떠들고 놀고 잘 지내는 걸 보면 괜히 부아가 치밀어 오르는 기분이었다. 나 좋아한다면서. 그런 생각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대반사였다. 항상 내 옆에 붙어다니던 애가 다른 남자애 옆에서 즐거워하는게 보이니까 뭐랄까 우습지만 어쩌면 소유욕 같은거였다. 내 것이 아닌 것에 대한 소유욕은 정말이지 스스로 느끼기에도 바보같았다. 막상 니가 뭔데 라고 물어오면 할 말이 없을 것 같았다. 어쨌든 단지 얘기만 나눠도 괜히 기분이 나쁜데 서로 한 발씩 묶고 웃으면서 연습하고 있고, 주위에서는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을 보고 있자니 짜증이 났던게 사실이다. 못된거라면 못된거지만 일부러 넘어진 여주를 일으켜주러 농구공을 던지고 간거였다. 박지훈이 아닌 나한테 집중시키고 싶었다. 아, 보건실까지 데려다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냥 무릎에 피가 꽤나 많이 흐르는 걸 보니까 벌컥 화가 났고, 그래서 홧김에 그 화를 박지훈한테 뿜어내버리고 보건실로 데려온거다. 아무래도 그냥 그 날은 모든 것이 짜증 투성이였나. "작년에 너 팔 데였을 때도 내가 치료해줬던거 같은데. 그만 좀 다치지? 누구 치료해주고 간호해주고 그런거 내 적성에 존나 안맞아." 보통은 남자 쪽이 많이 다쳐오지 않나. 자꾸 다른 데서 다쳐오는게 딱히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뭐라고 해야될까. 그런 감정들 때문에 혹시 내가 얘한테 빠져들고 있나, 뭐 그런 생각을 했던게 한두번은 아니었으니까. 허나, 절대 절대로 아닐거였다. - 오늘은 우진이 감정선도 조금 보여줘야할 것 같아서 우진이 버전으로 외전을 써봤어요 ㅎㅎ 우진이 버전은 여주 버전보다 아주 쵸큼 더 진지하게 써보고 싶었거든요 아무래도 남자니까 가벼운 말투보다는 헤헹 .. 여주 사진은 오마이걸 아린 님 사진으로 썼어요 사실 사진을 넣어야할지 많이 고민했어요 ㅠ.ㅠ 사진을 넣으면 얼굴이 정해져있게 되는거라 빙의글 특성에 조금 집중이 안될 것 같아 걱정이 됐고, 사진을 안넣자니 여주의 표정을 표현하기가 힘들었거든요 ㅠㅠㅠㅠㅠㅠ 다소 상상에 불편하시더라도 이해해쥬세염 ㅠㅠㅠㅠ 다음 화는 다시 여주 시점으로 돌아와서 에피소드를 들고 올게욤 ♡♡♡ 댓글은 항상 감사하고 사랑하고 막막 그럽니다 ❤ [암호닉 신청] 0226, 짹짹이, 류제홍, 짱요, 째니짹, 3536, 숮어, 우지니최고야, 뿡빵뿡, 응, 쨘쨘, 수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