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려진 틈은,시간이 지나갈수록 점점 영역의 크기를 넓혀가지
아침에 눈을 뜬 재환은 우선 자신의 상태부터 확인했다.자신이 그 전날 침대에 누워서 잠을 청했을 때와 별반 다른점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가슴 한편에 남아있는 불안감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었다.침대에서 나와 거실로 향한 재환은 쇼파에 앉아 텔레비젼을 보고있는 홍빈을 보고 놀란듯이 말했다.
"형 언제왔어?"
"너 자고있을때 왔어"
"일정이 일찍끝났나봐? 보름정도 걸린다면서"
"그렇게 됐어.뭐 나야좋지 일찍끝나서"
홍빈은 분명 어젯밤에 재환과 얘기를 나누었는데도,그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린것처럼 태연하게 말했다.재환은 켄이 자신의 몸을 통해 자신인 척 하고 홍빈과 이야기를 나누었단 사실을 알지못해서 그런지 홍빈의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했다.홍빈은 재환을 뚫어져라 쳐다보다 시선을 거뒀다.재환은 홍빈이 앉은 쇼파 옆자리로 걸어가 앉아 말했다.
"할 얘기 없어?"
"무슨얘기"
"전화하면서 했던 얘기. 집에오면 얘기해준다면서"
"좋은얘기도 아닌데 꼭 들어야겠어?"
"말하기 힘들단거 이해해.그때의 형은 이미 다 자라있어서 지금도 그때의 상황을 똑똑하게 전부 기억하고 있을테니까.그래서 형이 얘기해줄수 있는 마음가짐이 아니라면,기다릴 수 있어. 그래도 언젠간 꼭 얘기해줘야 돼.빠르면 빠를수록 좋고.그만큼 중요하단말이야"
"알았어.형이 마음을 다스리고 꼭 얘기해줄께.아직 꺼내기 힘들지만,너도 알아야 할테니까.우리 재환이도 다 자랐네,형 마음도 헤아려주고"
홍빈은 말을 끝내고선 재환의 머리를 헝크려뜨리고 그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툭툭쳤다.재환은 뭐하는짓이냐며 인상을 찌푸리고 홍빈의 손을 뿌리쳤지만,홍빈의 얼굴에선 웃음기가 사라지지 않았다.지금 그들의 모습은 어느 가정집의 형제들 보다 형제간의 우애가 좋아보였다.
**
재환은 오늘 수업이 있다며 집을 나가서 지금 집안에는 홍빈 혼자밖에 없었다.홍빈은 손톱을 물어뜯으며 불안한듯 거실에서 이리저리 왔다갔다 거리다 조용한 집안을 가득 채워 울리는 핸드폰 벨소리로 인해 화들짝 놀랐다.부리나케 자신의 방안으로 뛰어들어간 홍빈은 급히 전화를 받았다.
"네,황박사님.어제 연락드렸었어요.재환이 때문에요"
"다름이 아니고 그때 꿈을 또다시 꾸기시작하더라구요.그때처럼 애가 가끔씩 조금 다른것 같기도 하구요.그리고 뭐 때문인지 저에게 그때 일을 물어보더라구요.그때의 일을 기억도 못하는 아이가 왜 다시 그일을 들춰내는건지 모르겠어요.게다가 자기가 한 일을 또 기억못해요.다시 그때처럼 안좋은일이 발생하는걸까요?"
"네.그럼 이번주내로 찾아뵙겠습니다"
홍빈은 전화를 마치고 한숨을 내쉬었다.지금 그의 마음속은 온통 재환의 걱정으로 가득차있었다.도대체 그아이에게 왜 이런일들이 계속 발생하는것일까.
재환이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때 홍빈은 밥을 먹고있던 중이였다. 재환은 혼자만먹냐며 홍빈에게 찡찡거린뒤 밥솥에서 밥을 퍼와 홍빈의 맞은편에 앉았다.홍빈은 머뭇거리다 재환을 보고 말했다.
"재환아. 너 이번주에 시간 있니?"
"마침 내일 교수님사정으로 공강이긴한데, 왜?"
"요즘에 또 그 꿈 꾼다면서.황박사님께 연락넣어놨어,이번주내에 간다고"
"그럴필요까진 없는데..."
"그래야 돼.그때도 너에게 도움을 주신분이니까 이번에도 니가 왜 그러는건지,뭐 때문인지 알려주시기도 하실거고 많은 방면에서 도움을 주실거야"
"알았어.그렇게 할게"
"그래. 그럼 내일 저녁쯤에 가자"
재환은 사실 황박사님이 누구인지 잘 몰랐다.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자신의 불안정한 심리를 심리치료를 통해서 안정시켜 주신 분이시라고 홍빈이 자신에게 얘기해줬었지만,재환은 무엇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때의 사고기억과 관련된 대부분의 기억이 완전히 전부다 날라가버려서 그분에 대한 어떠한 사실 한가지도 기억하지 못했다.사고 기억에 관련해서 백지상태인 재환이 그때일에 대해서 기억하고 있는건 지금 꾸고 있는 꿈을 그때도 꿨었고,장례식장에서 홍빈이 울음을 참던 모습뿐이였다.그리고 재환은 황박사님을 만나는것이 두려웠다.하지만 재환에게 홍빈은 재환 제 자신보다 더욱더 소중한 사람이여서 재환은 홍빈이 자신에 대한 애정어린 걱정에서 나온 간곡한 부탁을 거절할수가 없었다.
그날 저녁,재환에게 한동안 아무 연락이 없던 정택운 형사에게서의 연락이왔다.
"네.이재환입니다"
"재환이니?그때 주거칩입감식결과가 나와서 연락했다"
"아,어떻게 나왔어요?"
"일단 아무런 성과가 없구나.너와 네형인 홍빈이 지문과 흔적이외엔 별다를게 없었단다.외부칩입 흔적도 없었고. 결과적으로 다른 사람의 흔적자체가 없었어"
"그런가요.."
"미안하구나"
"아니예요.다른사건도 많으실텐데 괜한 걱정만 끼쳐드린것 같아서 죄송합니다"
"아니다.혹시 2차 칩입이나 또 다른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르니 너나 홍빈이나 몸조심하고,무슨일있으면 꼭 연락해라"
"네.감사합니다"
재환은 전화를 끊고 한숨을 내쉬었다.정택운 형사님께 사실을 전해드리지 못해서 마음에 걸렸지만 그렇다고 또 진실을 얘기해드릴 수도 없어서 재환의 속은 타들어갔다.게다가 집안이 엉망진창으로 된 그 날은 켄의 존재자체도 모르고 의문의 사람이 자신이 자고있는 사이에 집안에 들어와 집을 그런꼴로 만든것에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마음도 혼란스럽고 정신 또한 없었지만,시간이 경과하고 켄의 존재를 알게된 지금은 확실히 켄의 짓이라는것을 알수있었다.그리고 재환은 그가 자신에게 원하는 것이 자신의몸이라는것을 이제는 알수있었다.하지만 재환이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것은 10년전의 사고와 그로인한 자신의 절단된 기억.그리고 그의 심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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