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이고 일 학년들이 쉴 틈 없이 몰아쳤다. 건장한 체격들 뿐이었고, 혼현을 보이는 이는 하나도 없었다. 허나, 은은히 퍼지는 플로랄 향은 그대로였다. 한참이나 뒤를 보며 서있었다. 준면이 툭툭 치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배식을 받았다. 육식성이 강한 종현은 고기 향에 낮게 그르렁 댔다. 혼현이 검게 비췄다.
종현이 준면을 뒤따라 가고 있을 때 뒤에서 제지가 들어왔다. 제 셔츠 끝자락을 누군가가 잡아왔기 때문이었다. 누군가가 제 뒤에 있음을 자각한 뒤엔, 고기 향에 묻혔던 플로랄 향이 언뜻 풍겼다. 고개를 돌려 푹 숙여진 동그란 뒷통수를 바라봤다. 쫑긋대는 귀가 하얬다. 아마, 돌연변이인 알비노인 것 같았다. 뒷통수를 두 어번 쓸어냈다. 보드라운 머릿결이 손 안에 감겨들었다. 손을 떼자 제 손목을 잡고 다시 머리통 위로 올려두는 후배의 행동이 당돌했다. 무척 사랑스러운 토끼였다.
준면은 자신을 따라오지 않은 종현을 찾느라 바빴다. 다른 테이블을 눈 여겨 봐도 종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 때였다, 키가 작은 후배를 데리고 자신이 있는 테이블로 착석한 것은. 꽤나 귀여운 생김새였다. 하얀 얼굴, 수줍은 듯 붉어진 볼이 사랑스러움을 더했다. 준면이 눈짓으로 종현에게 물었다. 종현은 말을 아끼며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평화로운 식사가 시작 됐다. 토끼는 예상과 다르게 고기를 먹었다. 적은 양이었으나, 동물이 아니기 때문에 인간의 식성을 따르는 터였다. 볼이 빵빵할 만큼 입 안에 밥을 우겨넣은 모습이 귀여웠다. 종현은 그렇게 좋아하는 고기에도 거의 눈길을 주지 못했다.
준면이 먼저 일어났다. 느긋히 먹는 종현과, 불편함에 어쩔 줄 모르는 후배 덕이었다. 준면은 먼저 간다며 인사를 했고, 준면이 떠난 후의 식사는 조금 더 편안했다. 토끼는 고개를 들고 자신에게 간간히 웃음을 보였고, 종현은 너스레를 떨며 몇 가지의 개그를 던져댔다. 굉장히 닭살스러울 수 있는 광경이었으나 상관 없다고 생각했다.
토끼의 이름은 경수라고 했다. 경수, 성은 도. 특이한 성, 특이한 종류.. 그 안에서의 돌연변이. 경수는 급식실의 공기가 답답한 건지 단추를 몇 개 풀었고, 와이셔츠 틈으로 보이는 흰 살결에 목이 끓었다. 생에 처음 느끼는 갈증이었다. 고개를 돌리고, 식판을 아무리 쳐다봐도 갈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덜컥 일어서는 자신의 손목을 잡아오는 경수의 머리를 쓰다듬고 취수대로 향했다. 콸콸 쏟아지는 물을 쇠 컵 안에 가득 담아 몇 번이고 마셔봐도 똑같았다. 토독, 귀가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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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를 할지, 조각으로 몇 개로 이어서 낼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ㅜ_ㅜ 여러분의 선택이 필요해요. 아마 연재가 된다면.. 카백, 카디, 쫑디.. 를 포함해서 찬백도 조금 나올 것 같고요.. 아마 카디와 쫑디가 메인 커플, 사이드로 찬백이 나올 것도 같네요.. 혹은 육식과 육식, 카세종이 나올 수도 있겠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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