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2.17
오늘은 이재환씨가 아프다는 이유로 병결휴가를 냈다. 이럴 줄 알았다. 비가 많이 오던 어제 저녁, 퇴근시간이 되고 엘리베이터를 우연히 같이 탄 나와 이재환씨. 엘리베이터를 내리고 회사 앞까지 나갔는데, 우산이 없는 나는 '콜택시라도 불러야겠다' 라고 혼잣말을 했는데, 갑자기 내 손에 자기 우산을 쥐어주더니 '여자가 콜택시 혼자 타면 위험해요. 이거 쓰고 버스타고 가요.' 그러면서 자기는 괜찮다며 나에게 우산을 쥐어주고는 가방으로 머리를 가리며 먼저 뛰어갔다. 같이 쓰고 가지. 암튼 오늘 앞자리에서 쫑알쫑알거리는 이재환씨가 없으니 오랜만에 우리 부서는 밖에서 내리는 빗소리와 타자 소리만 들릴뿐, 조용했고 차분했다.
-지이잉
조용한 업무시간에 내 진동소리가 너무 크게 들린 탓에, 뜻하지 않은 눈길을 받은 나는, 다들 한번 씩 웃어주고는 핸드폰을 확인했다.이시간에 카톡올 사람이 없는데.누구지?
「나 아파요.
-이재환」
뭐야. 이재환씨이네.
"뭐 남자친구한테 문자라도 왔나? 입꼬리 귀에 걸렸네."
내가 웃고있엇나..? 나도 모르게 올라갔던 입꼬리를 내리며 아무것도 아니라고 정 과장님께 부정을하고, 답장을 했다.
「그러게 왜 우산을 주고 도망을 가요?
같이 쓰고 가자고 할려그랬더니. 」
전송버튼을 누른지 몇 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1이 사라지고 답장이 왔다. 하여간 성질 급한건 아파도 여전하네.
「어머. 너무 저돌적이다.(부끄)
언제 끝나요? 오늘 야근해요?」
「아뇨? 오늘은 원식선배랑 정 과장님이
걸렸어요! 바로 집에서가서 뻗어야죠.」
「ㅎㅎㅎㅎㅎ아..ㅠㅠㅠㅠㅠ」
「왜요?」
바로바로 답장을 서로 하다가 이제는 답장을 안한다. 뭐야 이남자. 나는 답장이 오던 말던 다시 업무에 집중하고, 간간히 원식선배와 회사 메신저로 학연선배의 치댐에 대해서 험담을 하다가, 가위바위보에서 진 학연선배 덕에 커피를 얻어 마시고 웃고 떠들면서 퇴근 시간만 되기를 기다리고있엇다. 근데 마침 울리는 진동소리. 아 맞다. 이재환.
「보고싶다. 별빛이」
?????????????????????????????뭐야. 지금 나 몰카하는거야?????????????????????? 내가 답장을 할 시간도 주지 않고, 바로 전화가 온다. 받을까 말까 6초 정도 고민을 하고 터치를 했다.
-여보세.
-아 전화를 왜 이렇게 늦게 받으실까.
-참나. 왜요?
-언제 나와요? 지금쯤 끝나지 않았나?
"자. 오늘은 이만 차학연씨랑 ○별빛씨는 들어가보세요. 저랑 원식씨는 남아서 야근 좀 하고 들어갈게요."
-어? 끝낫죠????? 방금 정 과장님 목소리 들은거같은데?????
정 과장님 말은 어떻게 들었는지 끝났냐고 또 재촉을 해온다.
-아. 끝났어요. 왜 전화한거에요?
이미 학연선배는 오늘 동창회라며 들떠있는 상태로 엘리베이터를 먼저 타고내려가고, 난 뒤늦게 엘리베이터를 탔다.
-아 언제 나와요. 도대체.
-지금 엘리베이터에요. 지금 내린다. 근데 전화 왜 했냐니.
"별빛선배!!!!!!"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회사 앞, 차를 대기시켜놓고 우산쓴 채로 날 부르고 있는 이재환씨. 왜 저기있는거야. 아픈 거 맞아? 난 전화를 끊고 이재환씨에게 다가갔다.
"왜 왔어요? 아픈 거 맞아요?"
"보고싶다고했잖아요. 보고싶어서 왔지."
난 이재환씨의 행동에 많이 당황을 했다. 근데 이 상황에서 뛰고 있는 내 심장.
"우와. 나 방금 한말 되게 설렜죠. 아 추워. 얼른 차에 타요."
자기가 할말만 하고는 조수석 문을 열고 나를 친히 꾸겨넣고, 자기도 차에 탄다.
"지금 나데리러 온거에요?"
"그럼요. 집이 어디에요? 아 배고프다. 우리 저녁먹을까?"
"은근슬쩍 말 놓지말구요. 아프다면서요."
"아픈 건 아까 약 먹고 다 낫죠. 지금은 거뜬해. 그리고 여긴 사석이니까 말 편하게해도 되잖아요. 안그래?"
"웃겨. 정말"
내 말에 씽긋 웃던 이재환씨는 자기 사촌동생이 한다는 막창집으로 데려간다. 분위기 있게 레스토랑이나 좀 가지. 왠 막창이야 .
"어! 형! 어쩐 일이야. 말도 없이. 그것도 여성분이랑?"
"자식. 인사해라. 이 쪽은 곧 니 형수님 되실."
"아! 안녕하세요! 저는 이재환씨랑 회사 동료인 ○별빛이라고 합니다."
이재환씨의 말도 안되는 말을 가로채고 내가 먼저 인사를 했다. 하여간 뭘 맡기면 안되요.
"아~ 재환이형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요. 저는 재환이형 사촌동생 이홍빈이라고 합니다. 실례가 안된다면 나이가.."
"저는 올해 25살 이에요."
"오! 저랑 동갑이네요! 말 편하게 해요. 우리!"
"뭐야. 지금 내 앞에서 딴 남자랑 말 이렇게 막 하고, 그럴거야? 어서 자리에나 앉자. 야! 이홍빈! 여기 막창 2인분만 줘."
나에게 말도 안되는 투정을 부리며, 나를 어서 자리에 앉힌다. 입은 대빨나와서는. 참 못났네.
"도대체 사촌동생한테 나에 대해 무슨 말을 했던거에요?"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내가 분명 잘못들은건가. 약 먹고 낫기는 무슨. 아직도 열이 있나. 난 의심이 들어 손을 뻗어 이재환씨의 이마에 얹었다.
"뭐해. 지금?"
"아니. 약 먹고 다 나은거 맞아요? 내가 좋기는 왜 좋아요."
"아 진짜 어쩜 좋아. 너무 귀엽잖아."
라면서 내 머리를 쓰담쓰담 한다. 진짜 나 좋아하는 게 맞나?
"진짜야. 첫 입사할때 부터 나 별빛선배한테 뿅 갔잖아. 그리고 웬만하면 말 놓지? 내가 4살이나 많잖아."
"아니. 뭐 사석에서는 말 편하게 하겠는데. 지금 나 가지고 장난하는거 뭐 그런거 아니죠?"
갑자기 내 말을 듣고는 표정을 굳히더니 가까이 다가온다. 코가 맞닿을 정도로. 나는 놀란 나머지 움직일 수도 없었다. 그러더니 하는 말이
"내가 지금 장난하는 걸로 보여? 나 진심인데."
쿵. 요즘 잠 못이루게 하는 이재환. 망할 이재환. 참 싫다.
댓글덕분에 글이 써집니다ㅠㅠㅠㅠㅠ 고마워요,다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