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3.12
그런 이재환씨와의 이도 저도 아닌 사이를 유지하다가 서로 지칠 때쯤 D-Day가 왔다. 그 날은 우리 부서의 회식 날. 오늘은 왠지 기분 좋아보이는 정 과장님이 우리 이재환씨도 들어왔는데, 환영회 한번 못했으니 오늘 회식이 어떠냐고 제안을 해오셨고, 회식을 워낙 좋아하시는 두 선배와 뭐든 좋다고 하는 이재환씨 덕에 회식자리를 갖게됐다. 이재환씨는 오늘도 물론 자기 사촌동생이 하는 막창집을 가자고 권유하였다. 그래서 우리는 퇴근 시간이 끝나고 이재환씨를 필두로 내세워 홍빈이의 막창가게에 도착했다.
"어? 별빛아! 어? 형도 왔네?"
"어! 여기는 우리 부서 식구들. 정택운 과장님. 차학연 선배. 김원식 선배! 그리고 알지?"
"아. 안녕하세요. 저는 재환이 형 사촌동생 이홍빈이라고 합니다. 저기 자리에 앉으세요!"
홍빈이가 앉으라는 자리에 앉고 밑반찬들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근데 역시 빠지지않고 물어보는 학연선배.
"홍빈씨가 별빛씨를 어떻게 알아? 친해?"
"아. 그게"
"저번에 저랑 홍빈이랑 지나가는데 우연히 마주쳤거든요. 그때 인사 한번 나눴었어요."
뭐야. 나는 솔직히 말할려 그랬는데. 왜 피하는거야. 기분 상하게. 오늘은 서로 말 한마디 안주고받고 눈도 안 마주쳤다. 진짜 왜 저러지.
"아 그래? 아 배고파. 어? 나왔다~"
막창이 구워지고 누구 먼저 할거없이 젓가락이 움직이고, 1시간이 지나가 분위기가 최고조로 이르고 소주잔도 오가며 웃고 떠들었다. 덕분에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마신거 같다.
"어? 그러고 보니까 재환씨는 술 안마시나?"
"아. 네. 제가 오늘 차가 있어서. 몇일 전에 차를 홍빈이 가게 앞에 주차하고 갔었거든요."
"아. 그래? 자! 자! 과장님! 한 잔 받으세요."
나는 누가 말을 하던 말던 혼자 소주 잔을 채워가며 마이웨이 술을 들이켰다. 금방 비워진 잔을 채우기 위해 술을 따르는데. 누가 귓가에 말을 한다.
"그만 마시지? 많이 마신거 같은데."
이재환이다. 괘씸한 이재환. 오늘 첫 마디가 저거야? 나는 괜히 심통이 나서 손을 뿌리치고 잔에 채워진 술을 마셨다. 나 혼자 소주 2병을 마실때 쯤, 정 과장님이 이만 자리에 일어나자고 얘기를 하셨다. 내일 회사도 가야하고 시간도 12시가 다 되어가니, 가자고 일어나신다. 학연선배와 원식선배는 아쉬움을 숨키지 못하고 자리에 일어섰고, 나는 정신을 못차리는 탓에 이재환씨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났다. 정 과장님이 계산을 하시고 홍빈이의 인사를 받고, 나는 과장님과 선배님들에게 인사를 하고 갈려고 몸을 틀었는데, 순간 중심을 잃고 넘어질 찰나에, 이재환씨가 잡아줬다.
"제가 별빛선배 데려다드릴게요. 집 방향이 같아서요. 그만 들어가보세요! 내일 뵙겠습니다!"
"그래요. 재환씨 잘 부탁해요. 그럼 저도 이만 갑니다."
모두들 각자 택시를 잡거나 대리운전으로 집을 가셨고, 나는 이재환씨가 데려가는 탓에 조수석에 탔다. 자기도 운전석에 앉아서 정신 못차리는 날 보더니 차 문을 연다. 술 기운에 혼자 있기 싫은 나는 이재환씨의 손을 잡았다.
"어디가."
술기운에 잠긴 내 목소리에 흠칫 놀란 이재환씨는 애써 담담한 척을 하며 말한다.
"숙취해소음료 사러. 여기 앉아있어. 금방 갔다올게."
"나 추워."
내가 춥다하니 입고있던 재킷을 나에게 입혀주고는 편의점으로 향했다. 그동안 눈을 잠시 붙혔다. 몇 분이 지났을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내 어깨를 툭툭 치는 이재환씨때문에 눈을 살짝 뜨니, 음료를 마시라고 건넨다.
"이제 술 좀 깨나? 어휴. 뭘 그렇게 들이부어. 여자가."
웃겨. 내가 누구 생각하면서 그렇게 마셨는데.
"집이나 데려다줘요."
몇번 데려다 준 적있어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집까지 갔다. 가는 동안은 서로 아무 말안하면서 갔다. 적막만 흐른 채 가다가 집에 도착할때쯤 이재환의 입이 열린다.
"다 왔다."
하면서 차에서 내리더니 조수석 문을 열어준다. 나를 일으켜 세워주더니 차 문을 닫고는 멍하니 나를 쳐다본다. 나는 쳐다보다가 괜히 쑥스러워서 고개를 푹 숙이고는 한참 생각을 하다가 '에라, 모르겠다'라는 식으로 이재환의 허리를 꼭 껴안으며 말을 했다.
"오늘 왜 나한테 말 한번도 안 걸었어요? 눈도 안 마주치고, 진짜 나빳어. 나 이재환씨 좋아하는거 같단 말이야. 근데 오늘 행동 보니까 나를 좋아한다고 했던 말이 과거형이 됐나 싶어서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알아? 이것 봐. 또 말 한마디 안하고"
내가 용기내서 하는 말에 아무 대꾸도 안하고 반응이 없는 이재환이 미워서 허리에 감은 손을 푸르고 얼굴을 볼려고 고개를 돌리니, 나를 반기는건 입술이었다. 갑작스런 입맞춤에 입술을 떼려고 하니, 내 뒷목을 도망가지 못하게 한손으로 잡고, 나머지 한손으로 허리를 감싼다. 처음에는 어쩔줄 몰라서 손을 어디다 놓아야 할지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자 어느순간 내 손은 이재환의 허리를 잡고 있었다. 오랜 시간 입을 맞추니 이제야 얼굴을 보인다. 나는 뒤늦게 정신이 들어 멍한 상태로 이재환을 쳐다보자 이재환은 그런 내가 웃긴지 눈이 없어질 듯 웃으며 내 볼을 양손으로 잡고는 '쪽' 하고 뽀뽀를 난무해온다.
"아 진짜 오또카지. 너무 예뻐서 안되겠다. 내가 별빛이 가져가야겠다."
"누구맘대로?"
내 말에 이재환은 씨익 웃고 나를 껴안아 온다.
"우리 연애하자."
D-Day. 서로의 짝사랑이 오늘로서야 끝이 났다. 망할 이재환. 근데 이재환.. 선수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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