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요... 가는건 좋은데 이 줄만 풀어 주시면 안될까요?.."
"괴상한 차림새에 하늘에서 떨어진 여인을 내 어찌 믿겠느냐 안된다."
"아니면..."
"어허! 시끄럽다 조용히 따라오너라"
그러니까 지금 나는 두 손이 밧줄에 묶인 채 두 사내 중 귀엽게 생긴 사내가 무서운 표정으로 꾸짖는걸 무서운척 입을 막아가며 한참을 따라 걷고 있다. 그래 아침까지는 모든게 나의 하루 일과와 다르지 않았단 말이지. 평소와 똑같은 교복을 입고 평소와 똑같은 버스를 타고 ...거기서 일이 난 것 같다.
끼익-.
버스가 건너편 차도에서 튀어나온 트럭과 부딪히고...그리고 눈을 떠보니 나무가 우거진 숲 속 고운 한복을 입은 귀엽게 생긴 사내와 검은 옷을 갖춰 입은 키 큰 사내 앞에 떨어져 있었다.
"누구냐"
분명히 죽을 줄 알았는데 여기가 어딘지 버스는 어디가고 왜 나 혼자 이 곳에 떨어져 있는지 상황파악도 하기 전에 내 목엔 날카로운 장검이 겨누어 졌다. 몇날 몇일 칼만 갈아댔는지 조금만 스쳐도 목이 댕강 잘려나갈 것 같아 최대한 굽신굽신 눈웃음에 목소리까지 바꿔가며 여기가 어딘지 친절히 물었더니
"누구냐고 물었다."
라며 당장이라도 내 목을 벨 것 처럼 으르렁 대는 키 큰 사내 탓에 눈물콧물 질질 짜며 하소연 했다.
"저는 성이름이고요 제가 왜 여기있는지 저도 모르겠고요 저 분명 트럭에 치여서 죽었는 것 같은데 .... 지금 여기 천국이에요? 여기 천국인게 왜 또 저 죽이려고 하세요 진짜..."
눈물 때문에 시야가 흐려져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정신이 없어서 자세히는 보지 못했지만 분명 트럭이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 키 큰 사내가 움찔하는 것도 같았다. 어찌됐든 내 눈물 작전이 통하면 당장 그곳을 벗어나 같이 버스에 타고있었던 친구들을 찾으러 가려던 찰나에 뒤에서 가만히 지켜보던 귀엽게 생긴 사내가 입을 땠다.
"너 여기 어떻게 들어왔는지는 모르겠는데 옷차림으로 보나 말하는 행색으로 보나 그냥 보내줄 수 없을 것 같다 나랑 같이 궁으로 가자"
티비에서나 보던 고운 한복을 차려입고 유명한 아이돌 사이에서도 전혀 꿀리지 않을 외모를 하고선 생글생글 웃으며 말하면 내가 따라갈 줄 아나......
"조심히 따라오너라 이 곳은 길이 험하다"
절대 저 귀여운 사내 때문에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 혼자 남겨진다 한들 집에 갈 수 없을 것 같다는 직감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저기...저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요?"
"그래 나도 너에게 궁금한 것이 많은만큼 너 역시 그렇겠지 궁에 도착할 때 까지만이다. 궁에서는 네가 모든 질문에 답을 해야 할 것이다."
뒷말이 무섭긴 했으나 이 사내들을 따라가며 내가 알 수 있었던 것은 우선 이 곳은 한국이 아니다. 한국일 수는 있겠지만 내가 살던 시대가 아니라는 뜻이다. 처음엔 내가 진짜 사고를 당하더니 단단히 미쳤구나 라고 생각했지만.... 소설 속에서나 보던 일들이 현실이 되었다. 막상 이런일이 실제로 일어나니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이 받아들여져서 스스로도 놀라웠다. 또 키 작은 남자는 귀족 아니면 왕족 쯤으로 보였고 그 옆에 키 큰남자는 호위무사 격으로 보였으며 내 눈물 작전이 통했는지 아까 내 말을 듣고는 한참동안 멍해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귀여운 사내 말에 따르면 궁에 돌아가 내가 답하는 말에 따라 오늘이 진짜 내 생의 마지막 날이 될 수도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