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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수가 알기에 종인은 이 사창가를 관리하는 폭력배였다. 말이 폭력배지 그야말로 삼류건달이다. 사실 종인이 어떻게 사창가에서 주먹질을 하는 지 경수도 잘 알지는 못했다. 백명의 사람에게는 백개의 사연이 있듯이 경수는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다. 어차피 무던히 밀어내도 부메랑처럼 돌아와 상처가 날 운명이다. 알고 싶지 않았다.

 

 경수는 첸을 대신해 처음 보는 남자 앞에서 스스럼없이 옷을 벗고 남자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신음을 흘렸다. 경수는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익숙하지 못한 소년이 받기엔 거친 손님이다. 그러나 단단히 체한 것처럼 가슴 한구석이 얹혀서 경수는 만약 종인을 보게 된다면 전처럼 환하게 웃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무슨 감정인지는 제 자신도 알 수 없는 것이니 말을 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종인이 보면 가슴이 답답하게 아려 왔다.

 

도망가고 싶다. 경수는 처음으로 그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 갔다. 결국 삶이라는 것은 으레 그렇듯 이렇게 변화되는 것이다. 지금은 사랑 때문에 아파하고 있지만 종인 역시도 곧 알게 될 것이다. 이것만 벗어나면 행복할 수 있을 거라는 것을. 혹시 도망가면 우리는 행복하지 않을 까. 경수는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웃었다. 손님은 자신을 예뻐했다. 사랑한다고 말했다. 도대체 사랑이 무엇이길래.

 

 사랑이라는 것, 별 것 아니다. 순식간에 타오르고 순식간에 식어버리는 것이, 이 지구에서도 하루에 수억 번씩 일어나고 있다. 그 중 하나에 불과하다. 개개인에게 있어서는 중요한 것이지만 객관적인 수치로 따져 봤을 때는 도리어 사소하기까지 하다. 그런 사랑을 했을 뿐인데, 자신이 이렇게 아파하는 것도 잠깐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경수는 그렇게 혼란스러워 했다.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사랑을 모르고 있어서일까. 아니면 사랑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일까.

 


"사랑해요."

 

 

 

경수는 울면서 손님의 목덜미에 팔을 감싸고 입을 맞추었다. 이것이 종인이라고 생각하자. 종인아, 사랑해. 나는 너를 사랑해. 눈 앞이 캄캄해진다. 가슴이 터질 것 같다. 나는 이런 사랑을 실 날만큼도 원하지 않는다. 하필 이런 운명에 찾아온 너를 나는 원하지 않았다. 정말 미친 사랑이었던 모양이었다. 아니, 정정한다. 미친 사랑인 모양이다.

과거 완료형으로 회상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형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이야기해야 하는 자신의 사랑에 그저 비웃음만 나오고 있다. 놓지 못해서, 차마 놓지 못해서, 놓으려고 아무렇지도 않게 첸을 대신해서 손님을 맞이했던 경수였다. 그런데 막상 놓을 수 있겠느냐고 물으면 대답할 수가 없다. 그저 고개를 푹 숙이고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는 눈을 감출 수밖에. 아릿하게 아파왔다. 입술이, 그리고 마음이, 너무 아프다.

 

 종인에게 맞아서 생채기로 범벅이 된 몸보다 종인의 외면으로 인해 받은 상처가 더 아픈 것과 마찬가지다. 아파서 힘들고 아파서 눈물이 난다. 그러니까 이건 슬퍼서 아파하는 것도 아니고 슬퍼서 우는 것도 아니다. 경수는 그렇게 작게 중얼거리면서 눈에 고인 눈물을 훔쳤다. 손바닥이 눈물로 점점이 젖어들었다.

 

녹이 슬어버린 것도 나쁘지 않다. 무디어 버리게 된 것도 나쁘지 않다. 그래서 보다 덜 아프게 된다면 그게 가장 낫다 생각한다. 어차피 버러지 인생이니 버러지답게 사는 궁리만 잘 하면 경수는 쓰게 웃었다. 아주 오랜 기간 살았던 늙은 사람처럼 자신도 결국 체념에 익숙해졌다. 어쩔 수 없다 하나 답답한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행복함이라는 것,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원한다. 경수는 종인이 습관처럼 보고 싶어졌다. 체념을 했다 하지만 미련스럽게 남아 있는 사랑의 잔재가 종인을 자꾸만 찾았다. 곧 고개를 저어서 외면해 버렸지만, 그래도.

 

 

 사랑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다. 스스로의 의지로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강제적인 힘이 개입됨으로서 못한다는 말을 모를 리가 없다.

 


운명이라는 가시굴레가 경수를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

 

 

 

 

 세 번째로 문 담배의 맛은, 첫 번째 그리고 두 번째 담배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썼다. 무지 써서 빠르게 움직이던 발걸음이 늦어지고 종국에 아직 열려 있는 방, 그 안에 있는 경수를 돌아보게끔 했다. 돌아보는 순간 경수와 시선이 마주친 종인은 가슴이 탁하고 막혔다. 결국 그래서 세 번째 담배는 필터 가까이 피우지도 못하고 바닥에 버렸다.

 


 진짜, 지독히도, 쓰다, 담배가. 종인을 불렀다. 귓전에 닿는 쓸쓸한 목소리. 종인은 경수를 뒤돌아 보지 못했다. 경수는 종인의 앞에 섰다. 애잔한 표정에, 고인 눈물에, 굳어있던 목부터 귀밑, 나아가 이마까지 뜨거워지더니 싸한 기류가 코끝을 지나간다. 경수가 종인에게 눈으로 묻는다. 도망가자고. 경수가 조심스레 간격을 좁히고 다가와 종인을 안는다. 어깨에 코가 닿자마자 훅- 끼쳐오는 경수의 여린 냄새에, 결국 눈물이 맴돈다.

 


"어젯밤에 어떤 손님이랑 잤어. 그런데 몸을 섞는 내내 네가 생각 났어."

 

시간이 부족할 만큼의 보고픔, 그리움. 우리에게 놓였고 놓인, 현실과 운명도 감히 막아낼 수 없었을. 경수의 품은 지나온 주먹질만 해댄 시간에 대한 보상 같고, 또한 더없는 위로처럼 느껴진다. 네가 생각났다는 그 한마디가,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욱 가슴 시린 고백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새삼 깨달아간다.

 

 

"있잖아."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다. 순간 다가온 먹먹함에 경수도 모르게 입술이 붙어서. 어정 띤 곳에서 끊어져버린 말을 뒤로하고 경수는 고개를 수그린다. 참으로 다소곳이 붙어있는 두발만 내려다본다. 그러다 어느 순간, 목덜미가 빳빳하게 굳는다. 손끝으로 자신의 뺨을 쓸어보는 종인의 행동 때문에.

 

 

"도망가자."

 

종인의 눈동자를 흔들고 지나가는 파동이 시선 끝에 어렴풋이 걸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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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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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아련해요ㅠㅠㅠㅠ둘이같이도망갔으며뉴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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