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규는요오. 우혀니가 세상에서 제~일 좋구요오. "
" ...... "
" 움~. 그리구우.., 우혀니 없이는 못 살구요오~. "
" ...... "
" 일 초라도 안 보이면~. 성규 쥬거, 쥬거. 우혀니 없으면 쥬거. "
" 그냥 나가 죽어. "
![[인피니트/현성] 김성규는 남우현 앞에서만 혀가 짧아져요 02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b/5/2/b520c7320d6213182027f1cf1b16bff8.jpg)
아오. 저 씨발 년. 말하는 것 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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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규는 남우현 앞에서만 혀가 짧아져요 |
약간 측은한 듯한 눈빛이었지만 별 신경 안 쓰려고 노력했다. 멀쩡한 내 나이 23살에 갑자기 정신연령이 4살짜리 아이가 되었다니... . 뭔 이런 괴상하고도 어이없는 일이 닥칠 수가 있는 거지. 아니, 괴상하고도 어이없는 일이 아니라 그걸 곧바로 믿은 남우현도 병신같고 솔직하게 말 못하고 계속 목소리를 변조하는 나도 병신같고, 의사 선생님도..., 병, 오. 하느님... , 왜 저에게 이런 힘겨운 시련을 주시나이까... .
" 그만 좀 웃어. "
나의 좆 같은 이야기를 가만히 듣던 동우가 결국 웃음을 크게 터트렸다. 쉽사리 웃음을 멈추지 못하고 꺽꺽대는 동우를 한심하다 듯이 쳐다봐주고는 앞에 있는 텅 빈 캔커피를 탕, 하고 발로 찼다. 배를 부여잡고 겨우겨우 웃음을 멈춘 동우가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고는 내 어깨를 위로하는 듯 움켜잡는다.
" 이게 기회일 수도 있잖아! " " 기.., 회? " " 혹시 모르지. 너한테 무심한 남우현이 이제 막 챙겨줄지. " " 남우현이? 얼씨구. 오히려 더 무시할 것 같은데. 생각해 봐. 안 그래도 노인 소리 듣는 내가 정신연령이 네 살이면... . " " ...... "
내 말에 수긍하는 듯 딱딱하게 굳은 채 고개를 작게 끄덕이는 동우. 이 새끼가! 그리고 이내 허허헣, 라는 바보 같은 소리를 내며 웃는 동우의 멱살을 잡곤 짤짤짤 흔들었다. 마구마구 흔들리다가 이내 허공에 손을 휘적거리는 동우에 흔들던 손을 멈추니 그대로 동우가 내 시선을 맞춰온다.
" 그런데 난 니가 남우현이랑 이렇게 오래 사귈지는 몰랐어. "
* * * *
남우현과의 첫 만남은 정말 평범하디 평범한 작은 편의점에서 일어났다. 돈 모아서 쌍수를 할 거야! 나름 빽빽한 계획을 세우며 나는 곧바로 아르바이트를 찾아 나섰고 이내 아는 지인을 통해 얻은 아르바이트는 편의점 알바였다. 조금 귀찮고 지루했긴 했지만, 딱히 시끄럽고 복잡한 것보단 나은 것 같아 내심 편의점 아르바이트가 나에게 적합했다. 몰래 삼각김밥을 까먹기도 하고, 가끔 들어오는 예쁜 손님을 몰래 본다느니 약간의 소소한 행복도 작게 감돌았다. 그러던 어느 날.
" 야. 야. "
그날은 아마 이성열이랑 햄버거 내기로 축구공을 뻥뻥 차댔던 날이었을 것이다. 그날의 컨디션은 사상 최악이었고 무엇보다 스멀스멀 감기는 눈과 함께 밀려오는 졸음이 견디기 힘들었다. 결국, 조금만 눈을 붙이자 싶어 잠시 잠들었는데 갑자기 딱딱한 무언가로 내 머리를 툭툭 치는 느낌에 부스스 고개를 들었다.
" 뭐야. 알바생이 손님이 왔는데 처자고 있고. "
일부러 들으라는 듯 내뱉는 말에 나도 모르게 미간을 얕게 좁혔다. 인상은 강아지처럼 순하게 생겼는데 말하는 것 좀 봐라. 나를 아니꼽다는 표정을 내려다보다 내 머리를 툭툭 쳐댔던 콜라 캔을 탕, 소리 나게 내려놓는다. 계산. 짧은 녀석의 말에 잠시 상황 파악을 못 하고 눈을 끔뻑였다가 이내 바코드를 찍고는 500원이요, 라고 냉랭하게 답했다. 그 옆에서 껌을 쫙쫙 씹어대며 화장을 떡칠한 여자가 그 싸가지없는 녀석의 팔짱을 끼며 치근덕댄다. 오빠아~, 나아 배구팡~. 헐. 살다 살다 저런 목소리는 처음 들어본다. 고, 고막이...! 고막이...! 나의 달팽이관이 썩어들어갈 것 같아! 앵앵거리며 정체를 알 수 없는 혀 짧은소리를 내는데, 그 녀석은 귀여워 죽을 것 같다는 표정으로 헤실헤실 댄다. 이 커플 이상해.
녀석이 주는 500원을 건네받고는 막 나가려는 뒷모습에 대고 다음에 또 오세요, 라는 살갑게 끝인사를 하려는데, 다시 한 번
" 우웅~. 희정이 삼각김밥 사죠오~. 삼각김밥 사죠오~. 삼각김밥 먹구 찌포! 우웅~? "
이라는 나의 앙증맞은 달팽이관을 건드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what the fuck.
녀석은 또 뭐가 그리 좋은지 알겟쩌 여보! 라는 애교스런 목소리를 따라 내며 나가려던 발걸음을 돌린다. 그리곤 구석탱이에 있는 참치 마요네즈 삼각김밥을 하나 집어 계산을 한다.
" 히잉~. 지금 머글랫! 나 먹여죠~. 오빠앙~. " " 알았어. 알았어. 아, 말하는 거 존나 귀여워. "
대체 어디가? 실실 웃으며 삼각김밥 껍질을 하나하나 정성스레 벗기는 녀석. 그리곤 다 벗긴 삼각김밥을 화떡녀에게 먹여준다. 분명 저 녀석은 콩깍지가 딱 쓰인 게 분명하다. 저게 뭐가 귀엽다는 거야... . 저런 건.., 나도 해볼까..?
" 성규느은~, 조오기! 딸기 우유 먹구 찌포! 사주면 안대? 우웅? "
헐 씨발. 목소리가 너무 컸다. 그냥 호기심에 해본 말이 녀석의 귀에 들어간 듯 화떡녀에게 삼각김밥을 먹여주다 말고 고개를 돌려 나를 뻔히 쳐다본다. ...헙, 재빨리 입을 닫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걸음을 옮겨 괜히 반듯하게 잘 전열된 과자들을 만지작거렸다. 흑역사 생성이다. 김성규.
" 오빠아~. 왜 먹여주다가 말엉! 빨리 먹여죠오오~. " " ...희정아. " " 우웅? " " ..그게.., 아, 아니야. 시간이 좀 많이 늦었네. 일단 나가자. " " 힝. 뭐얏! "
급하게 화떡녀의 손을 잡고 나가는 녀석의 뒷모습을 보다가 이내 안도의 한숨을 쉬며 과자를 만지던 손을 내렸다.
그 후 그 녀석은
" 아, 진짜 한 번만 말해줘. " " 꺼져. "
하루도 빠짐없이
" 나 남자한테 관심 없어. 그냥 목소리만, 응? " " 씨발! 이 새끼 또 왔어! 나가라고! "
나에게 찾아와
" 그럼 뿌잉뿌잉이라도... . 저번에는 잘 하더니만. " " 아악! 씨발! "
그 역겨운 애교 목소리를 요구했다.
그렇게 빠짐없이 온 지도 한 달째 가까이 되는 날이었다. 힘이 남아도는지 또 히죽히죽 웃으면서 편의점에 들어서는 녀석을 보며 나는 그대로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버렸다. 미..미친..저 새끼는 지치지도 않나... . 주저앉을 나를 향해 손을 내민다. 아, 잡으라는 뜻인가. 녀석이 내민 손을 덥석 잡고 몸을 일으키려는데 갑자기 손을 놓아버리는 녀석에 그대로 다시 엉덩이를 찧었다.
" 악! " " 내 얼굴이 너무 잘생겨서 다리에 힘이 풀리셨나. "
뭐래. 녀석이 다시 손을 내밀길래 이번엔 잡지 않고 내 힘으로 일어났다. 아, 엉덩이야... . 모양새 빠지게 절뚝거리며 자세를 잡으려는데 갑자기 내 손을 낚아채는 녀석의 행동에 고개를 들었다.
" 그냥 한 번 해주면 그냥 갈 텐데, 안 지겨워? " " 내가 왜 해야 해. 아오. 씨발. 여친한테 해달라 할거지. " " 헤어졌어. 아, 빨리. " " ...... "
정말 간절한 표정으로 한 번만, 을 외치는 녀석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냥 눈 딱 감고 한 번 해버려?
" 하면. " " 응? " " 하면 뭐 해줄 건데. " " 소원 들어줄게. " " ...... "
니가 무슨 소녀시대니? 소원을 들어준다니. 순둥이처럼 눈을 반짝거리며 나를 뚫을 기세로 쳐다보는 녀석에 나는 한숨을 무겁게 내쉬었다.
" 뿌꿍뿌꿍. 성규느은~, 지금 너어! 무 너무 배고파요오~. "
정적.
정적.
또 정적.
10초간 정적.
" 저기요. " " ...하, 으응... . " " 저랑 사귈래요? "
그래. 어떻게 보면 애교 목소리를 내달라는 것도 남우현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왜 저 지랄인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또 안 하면 그 작은 눈으로 날 뚫을 기세로 노려보는데, 그게 또 무서워서 안 할 수도 없고 막상 하면 또 반응은 싱겁게 나오고. 나한테 어떡하라는 거야. 씨발. 일은 다 지가 다 벌어놓고 좆같이 힘든 건 난데!
* * * *
동우랑 헤어지고 지긋지긋한 남우현을 만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시끄러운 초등학교를 지나 한참을 걸어가니 저 멀리 나를 기다리고 있는 우현이 보였다. 킁, 코를 한 번 들이키곤 아아-, 버릇처럼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멀리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나를 발견했는지 천천히 내 쪽으로 걸어오는 우현. 점점 좁혀오는 거리에 나는 두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 우, 우혀나..이게 뭐야앗? "
우현의 손에 들린 저 노란빛 병아리 가방은 뭐란 말인가. 혹시 잘못 본 건가 싶어 눈을 비비며 다시 한 번 확인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현성 유치원, 이라 적힌 노란 가방을 나에게 내미는 우현. 내가 으응? 이라고 반응하자 메라고, 라며 짧게 내뱉고는 손수 내 어깨에 메어준다. 어린이 가방이라 내 몸에 안 맞아 꽉 끼는 게 답답했다. 그런데 이걸 왜 나한테..?
" 아는 누나가 유치원 선생님이거든. 당분간 거기서 교육받아야지. "
.....?????? 남우현 너 또라이니? 내 나이 23살에 어디? 유치원? 유치원에서 교육을 받으라고? 씨발!? 그대로 망치로 내 머리를 쿵, 하고 맞은 기분이다. 정말 이 새끼는 또라이인 게 분명하다. 내가 누구 때문에 정신연령이 네 살이라는 어이없는 결과가 낳았는데, 뭐? 이제 유치원을 다니라고? 하하하!
" 나아..시른데에...그냥 근처 카페 가믄 안대...? " " 애가 무슨 카페야. 따라와. "
내 손을 끌며 성큼성큼 걸어가는 우현. 뭐라 말할 기회도 없이 질질 끌러갔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한 번씩 나를 향해 쏘았다. 다 큰 어른이 이런 가방을 메는 게 신기해 보이겠지. 하... . 얼굴이 화끈 화끈거린다. 그런 사람들의 시선에 우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패기 넘치게 걸어나갔고 결국 나도 포기한 채로 우현을 따라갔다. 그리고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깜찍한 유치원에 눈물이 앞을 가렸다.
" 남우현 띠발년... . "
23살 김성규, 하루아침에 노란색 어린이 가방 메고 유치원 다니게 생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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