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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지저귀고, 눈꺼풀은 추를 매단듯 무겁기만한데 하늘은 아직도 어두웠다. 연극이 시작되기 전 시꺼먼색의 두툼한 막이 쳐져있는 무대를 보는 것만 같은 아침이었다.

처음엔 하룻동안 잠깐 지나가는 소나기인줄 알았던 비가 계속된지도 어제 딱 2주일이 되었다. 한여름도 아닌 가을이 다 저물어가는 시기에 오는 것만으로도 신기한 비가 며칠을 지나 몇주 째 계속 된 것이었다. 처음엔 마냥 신기했던 작은 동네의 주민들은 이제 슬슬 지쳐가고 있었다. 사실 기나긴 비에 지친 것은 주민들만이 아니었다. 창문 꼭꼭 닫힌 베란다에 널린 빨래들도, 넓은 몸뚱아리 어디 숨길새도 없이 커다란 물웅덩이를 밟고 지나가는 커다란 버스 바퀴도, 청테이프에 하늘거리는 몸을 맡기고 호박나이트클럽에 무대를 뛰고있다는 비틀즈의 흑백사진도. 모두 가을비에 젖다 못해 빠진 듯 눅눅해져 흐물거리는 몸뚱아리를 겨우 보존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왠일인지 항상 누구보다도 먼저 인사를 건내왔던 톡톡 튀어오르는 빗방울이 보이지가 않았다. 그것뿐이 아니었다. 잠시 게으름을 피우며 비를 거두면서도 금방이라도 비를 쏟아부을듯 항상 하늘을 막아두고 있던 시꺼먼 먹구름도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그저 밤하늘마냥 어두컴컴한 색의 얼굴빛을 하고 있을 뿐. 정말 비는 내리지 않았다. 어쩐지 이상했다. 게다가 쌕쌕 옅은 숨만 뱉어내어도 희뿌연 연기가 조금씩 입술 사이로 새어나오는 것이 벌써 겨울이 된 듯 했다. 그리고 그것을 깨달은 순간, 이상함은 사라지고 왠지 모를 설렘이 성큼 다가왔다

그렇게 11월의 첫날, 작은 동네에게 인사를 할 틈도 주지 않은 정 없는 가을이 가버리고 차가운 겨울이 찾아왔다.






[EXO/첸총] 소년, 김종대 1 | 인스티즈





" 제 이름은 김종대입니다. "




종대의 입이 다물어졌다. 꼬리가 올라간 입술을 아예 깨무는 것을 보아, 제 소개는 저게 다인듯 했다.

억양이 짙은 사투리에서 아이들은 종대가 어디에서 왔는지 알 수 있었고, 교탁 위에 가지런히 모아놓은 양손에서 종대의 성격이 어떤지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종대를 노려볼 시간만 조금 더 준다면 아마 종대에 대한 세세한 것 까지도 알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모두들 아쉬워했다. 충분히 알아낼 수 있는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아니, 충분히 알고 있는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 모두는 그 짧은 소개가 아쉬웠다. 조금 더 듣고 싶었다. 떠먹여달라고 어리광을 피우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지방에서 올라왔다는 데에 대한 무시는 더더욱 아니었다. 사실 아이들은 그 이유를 잘 알지 못했다. 왜 그렇게 계집애도 아닌 사내놈의 자기소개를 더 듣고싶어하는지 저희 스스로도 알지 못했다. 그저 저희 속이 그랬다. 무언가 종대가 길게 길게 이야기했으면 좋겠다고 저희 속이 그랬다.

종대는 박수를 기다리는듯 가만 서서 아이들을 내려다보았다. 지루하고 민망한지 고개를 숙이고 교탁도 두어번 두드려댔다. 톡톡. 소리조차도 조심스러운 것이 어딘가 우스워 아이 중 한명이 웃음울 터뜨렸다. 백현이었다. 종대가 고개를 들어 백현을 바라보었다. 종대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종대의 눈꼬리가 누군가가 옆에서 꼬집은 둣 잔뜩 쳐졌다. 그것이 화가 나서 그런 것인지, 민망해서 그런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아이들은 알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포기가 빨랐기 때문에 종대의 기분 읽는 것에 손을 놓아버렸다. 그리고 백현일 따라 웃었다. 서른명이 웃으니 반이 꽤나 요란스러워졌고, 선생님이 교탁 쪽으로 걸어갔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교탁을 회초리로 치기 전에 웃음소리를 그치곤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종대는 그 모습이 낯선듯 잠시 주춤하더니 자리를 비켜섰다.




" 책상이랑 의자는 목공실 가서 받아오고, 교과서는 다 사왔지? "

" 네. "

" 혼자선 힘들거 같으니까. 보자…  "




옆으로 비켜 선 종대를 보지도 않고 교실의 빈자리를 바라보며 말하던 선생님이 종대에게 고개를 돌렸다. 흠칫 몸을 떤 종대는 말꼬리를 길게 늘리며 대답했다. 아이들은 그 대답에 소리를 죽여 몰래 웃음소릴 흘렸다. 벌써부터 종대의 말꼬리를 가지고 놀리는 저희의 모습이 눈에 훤했다. 아이들울 잠시 흘굿 거린 종대가 제 시선에 걸쳐진 백현을 한번 더 바라보았다. 백현은 웃음기를 지우곤 언제 웃었냐는양 시치미를 떼었다. 그 사이에 선생님은 종대와 백현의 눈짓을 눈치챈것인지 시선을 백현에게 꽂았다. 백현이 입을 벌렸다.




" 백현이랑 지금 다녀와라. "

" 선생님! "




하지만, 선생님이 먼저였다. 아이들은 멍청히 입을 벌리고 쌤! 선생님! 을 하염없이 불러대는 백현을 보며 웃었고, 백현은 그런 시선을 알고 부러 더 큰 목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종대는 웃음기 없는 얼굴로 그 모습울 가만 바라보고 있다 먼저 문을 열고 나가는 백현을 따라 교실을 나섰다. 아이들은 그 모습에 조금 아쉬운 눈치를 보였다.







" 집에는 언제 오래냐. "

" 형 대학원 마칠 때. 대학원 과정 이제 일년밖에 안 남았으니까, 마치면 형이 부산으로 내려온댔다. "

" 형이 내려와서 같이 산다고? "

" 응, 부산에 내려와가 일자리 다시 구하고……. "

" 의외다. 난 형이 너 데리고 갈 줄 알았는데. "

" …가족이니까……. "




읏차. 양 손에 들어올린 책상을 고쳐 쥔 백현이 흘긋 종대를 바라보았다. 의자를 소중한 것이나 되는듯 품에 끌어안듯이 들고 있는 종대의 표정이 여간 당황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백현이 몰래 웃으며 종대에게 물었다. 종대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답을 했다. 계단을 오르는 것이 숨이 차는 듯 간간히 끊기는 말소리를 백현은 가만 듣고 있다 툭 답을 던졌다. 그러다보니 이야기는 금새 끊겨버렸다.

순식간에 둘의 주변 분위기가 잔뜩 무거워졌다. 방금 전 종대가 무언가 하나만 보여도 웃음을 터뜨리던 백현이 입을 다물어서인지, 아니면 종대의 잔뜩 지치고 젖은 목소리가 마지막 말이었던 탓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둘은 분위기가 무거워지면 무거워진대로 가만히 그 분위기를 탔다. 둘은 억지로 이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시도는 한심하다고 판단한듯 입을 꾹 다물고 앞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교실에 도착할 대 까지 둘 중 어느 누구도 입을 열지 않었다.




쉬는시간 종이 치자마자 반은 순식간에 시장통이 돠어버렸다. 모두들 구석에 옮겨다놓은 종대의 책상에 몰려들었고, 창 밖에는 반에는 들어오지 못하고 전학생을 구경하느라 몇몇 아이들이 몰려있었다. 제 자리에 앉아서 그 모습울 흘끗 바라보던 백현이 슬쩍 자리에서 일어나 앞문을 열었다. 백현이 일어나는 모습을 쫓아 눈을 굴려대던 종대는 여기저기서 몰려오는 질문에 다시 눈을 꼭 감고는 웃어대었다. 그 탓에 종대가 다시 눈을 떴을 때에는 백현은 반에서 나가고 난 뒤였다. 종대가 슬쩍 눈꼬리를 내렸다.

백현은 시린 손을 주머니에 꽂아 넣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종대를 보느라 몰렸던 아이들도 어느새 저희 반으로 간 것인지 복도는 아까전 보다는 덜 소란스러웠다. 그 속에서 가만 눈을 굴려대던 백현이 저 멀리서 걸어오는 경수의 모습에 손을 흔들어대었다.




" 박찬열은 어디가고 너만 오냐. "

" 걔네 0교시 지리였어. "

" 존나 쳐자고 있겠네. "




 휴대전화룰 만지작거리는 경수의 목을 팔에다 낀 백현이 슬쩍 경수의 휴대전화 화면을 바라보았다. 아기자기한 캐릭터가 나오는 것이 요새 저희 반 아이들이 하고 있는 게임이었다. 이게 그렇게 재밌나. 슬쩍 손가락을 뻗어 화면을 아무렇게나 누르려던 백현이 보이지 않는 찬열을 찾았다. 경수는 백현의 쪽을 바라보지도 않고 답했다. 걔네 0교시 지리였어.

지리라면 영교시 풀로 안 자는게 이상한거지. 백현은 고개룰 주억거리며 손가락을 뻗어 화면을 마구 눌러대었다. 덕분에 아슬아슬하게 유지되고 있던 캐릭터 탑이 천장까지 닿아버렸고, 분홍색이며 파란색이며 색색깔의 캬릭터들은 영정사진마냥 흑백이 되어서는 죽을상을 지었다. 경수가 휴대폰울 던질둣이 들어올리고는 백현에게 주먹을 날려대었다. 이 씨발새끼! 좆같은 새끼! 아! 변백현. 아!

가만히 그 주먹을 맞아주던 백현은 작은 키를 콩콩거리며 저를 이리저리 때려대는 경수에게 손바닥을 내밀어 멈추란 제스르쳐를 보였다. 씩씩거리며 화를 참아낸 경수가 뭐, 이 개새끼야. 하고 톡 쏘아대며 묻자 백헌이 샐쭉 웃었다.




" 인생은 이런거란다, 미개한 문과놈아. "

" 존나 뭐만하면 문과 들먹이고 앉았네. 대단하신 이과 씨발놈께서는 그래서 이과 전용 발돋음판이세요? 미친새끼. "

" 니가 기벡이 뭔지는 알긴 아냐? "

" 이 개새끼 문과왔으면 어쩔쩐했어. 존나 뻔한 이과 레퍼토리 아까워서 눈이나 감았겠냐. "




저를 약올리는 백현의 뒤통수를 친 경수가 잠금화면으로 바뀐 제 휴대전화룰 다시 키며 중얼거렸다. 백현은 그저 겅수의 옆에 서서 경수의 속을 긁어대며 낄낄대었다. 제 최고기록에 단 몇십점이 모자라다는 것을 깨달은 경수가 정말 백현을 죽여버릴까 고민하던 틈에 경수는 백현의 반에 도착했다. 아, 7반까지만 갈랬는데. 손목시계를 흘긋 본 경수가 아직은 넉넉한 시간에 몸을 틀어 백현의 교실로 들어갔다. 그런 겅수를 잡으려던 백현은 이미 반에 들어가 제 자리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은 경수를 따라 제 반으로 들어갔다.

한차례 질문 공세가 끝나고 마음 맞는 어이들만 남았는지, 종대의 근처는 조금 분위기가 조용해져있었다. 누구랑 친해지려나. 뒤를 흘깃거린 백현은 잊술을 삐죽였다. 다 저랑 친하지 않은 놈들이었다. 백현은 누가 볼새라 고개를 다시 휙 돌려 경수를 보았다. 경수는 다시 게임을 하고 았었다.




" 오늘 너네반에 부산애 전학왔다매. "

" 이야 , 문과찌질이들이 이과소식도 아냐. "

" 지랄. 전학생 어떻냐고. "

" 니 눈으로 보세요. 병신아. "




저를 쳐다보는 백현을 느낀건지 경수가 잠시 백현을 흘긋대더니 입을 열었다. 전학왔다는 서문은 어떻게 이렇게 빨리도 퍼지는지. 백현이 책을 팔랑거리며 소문의 시작이라도 알아보려했으나, 단번에 잘라버리는 경수에 입맛을 다셨다. 경수는 한찬을 그렇게 게임을 하더니 타임아웃이 돼버려 끝나버린 게임에 휴대전화를 책상에 내려놓고는 뒤를 돌아보았다. 키 큰 애들에게 둘려싸인 탓에 경수의 눈에는 종대가 보이지 않았다. 신이 난듯 웃고 있는 종대의 카랑한 목소리를 들은 경수는 가만 고개를 주억거렸다.




" 왕따야 가서 놀아달라고 해서 잘 붙어다녀라. "

" 뭐야. 쟤랑 친해지고싶냐? "

" 문과까지 쫓어오는 널 보니 마음이 아파서 그래. "

" 지랄- 오늘 김종인 오거든. "

" 김종인 존나 팔자 좋은 놈 이제 오냐. "

" 그 새끼 내가 장담하는데 백빵 오디션 떨어졌을거다. "




목소리만 듣고 무얼 아는건지 경수는 턱짓으로 종대를 가르키며 백현에게 친하게 지내라며 일렀다. 그 모양새가 제 엄마 같아 백현은 입술을 삐죽대며 물었다. 약이 오를만한 백현의 행동에도 겅수는 태연히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쑤셔넣었다.




" 아무튼, 점심시간에 쟤 챙겨와라. "

" 반했냐? "

" 답답하게 중국놈이랑 저러고 있는 것보단 낫지. 좀 그렇잖냐. "




자리에서 일어나면서도 종대를 챙기라 말하는 경수에게 백현이 빈정거리며 묻자, 경수가 목소리를 낮추어 답햤다. 그리곤 백현이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경수는 앞문을 열고 나갔다. 목을빼어 창 밖으로 경수가 지나가는 모습울 쫓던 백현이 몸울 틀어 종대룰 바라보았다. 어짜피 종대를 대려갈 생각이었지만은. 쟤네들이랑 친해질줄은 몰랐는데. 백현이 목을 긁었다. 목소리만 새어나오는 종대는 마냥 신이 난듯 보였다.

















소년, 김종대

제가 썼지만 참 불친절하네요

백현이랑 종대 관계는 금방 나올거구

아직 안 나온 멤버들운 천천히 기다려주시면 언젠가 열두명이 나와있을거에요 ㅋㅋ






대표 사진
독자1
우와....담편도기대할게여ㅜㅜㅜㅜ신알신하고갑니다!!!
11년 전
대표 사진
독자2
작가님 이거 정말 재밌네요 신알신 하구가여!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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