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쉬 체리 피치
Cherish cherry pea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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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 나랑 누가, 뭐? 썸을 타? 내가 김용국이랑 썸을 탄다는 소문이 났다고? 도저히 믿을 수도 없고 믿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나는 그저 오늘에서야 그 애와 처음으로 말을 트고 제대로 된 대화 몇 번 나누어 본ㅡ이라고 치기엔 조금 빨리 가까워진 느낌이 없지않아 있지만ㅡ것일 뿐인데... 참 심란한 일이었다. 오늘따라 너무 일이 잘풀린다, 너무 운이 좋다 싶었더니 아니나다를까 이런 날이 끝까지 완벽할 리가 없지, 이렇게 대단하게 뒷통수를 맞게 될 줄이야 그 누가 예상이라도 수 있었을까. 이와중에 내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와서 온통 지배해버리는 생각은, 힘들게 좁혀놓은 김용국과의 거리가 이 일로 다시 멀어지면 어쩌나 하는 것이었다.
“아니 무슨, 그야 나도 모르지!! 그런 얘기가 도대체 어디서 나온거야!?”
“나도 잘 모르겠는데 오늘 아침에 너랑 김용국이랑 같이 학교 들어왔다면서, 애들이 막 김용국이 여자랑 같이 등교한다고 교문에서부터 난리났었다고…”
그 얘기를 듣자, 오늘 아침 유난히 붐볐던 교문에서의 풍경이 바로 눈 앞에 선명하게 그려지는 것만 같더라. 그저 한창 등교시간이기 때문이라고만 여겼던 수많은 인파들이 단순히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구나 하고 금방 수긍에 들어갔다.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하도 말소리들로 소란스러웠음에도 그 말들이 김용국과 나의 이름을 담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 뒤늦게 알아버린 이 사실들에 머릿속이 복잡해져왔다. 사실 당연한 일이 아닌가? 누가 그 많은 애들이 내 얘기를 하고 있을 거라고 쉽게 예측하겠어.
“야, 암튼... 일단 교실 가서 상황 좀 봐볼테니까 조례 끝나면 바로 만나! 알았지?!”
“어어, 알았어.”
한 차례의 폭풍이 무사히 지나간 것만 같아 안도의 한숨이 새어나오려던 찰나, 교실 안 정갈하게 의자에 앉아 일제히 나를 바라보는 30명에 육박하는 아이들의 약 60개의 눈. 그리고 교탁 앞에 서있는 담임선생님의 흥미롭다는 듯 쳐다보는 눈에 내 기분은... 음, 분명 난 아무것도 잘못한게 없는데 괜히 주눅드는 기분이었달까.
“이야 김여주~ 오늘의 주인공 드디어 왔네요~ 3학년이 응? 남자친구도 사겨~?”
“네?? 아아아아아니예요!!! 사귀는 거!!!!!!”
“아아~ 그래 그건 나도 들었어 아직 사귀는 거 아니고 썸이라던데?”
"아니 썸도 아닌... 아 아무튼 쌤 그게 아니라요, 그러니까 그게 오해인데 저도 이런 얘기가 대체 왜 나오는지,"
"아침에 나가서 데이트까지 하다가 들어왔다면서... 김용국이면, 그... 이과반 남학생 아니야!"
“네 걔 맞는데요... 근데 그 데이트니 뭐니 그거는, 하 그게 아니라니까요 조오오옴……”
아니라고 아니라고 그렇게 말씀을 드려도 내 말을 들리지도 않는지 귀를 딱 닫고는 나 놀릴 건 다 놀려놓고서 나가는 담임선생님은 학교 내에서 막무가내인 걸로 유명하다. 그리고 하나 더, 뭔가 놀릴만한 건덕지가 하나라도 걸렸다 싶으면 물고 늘어져서 절대 안놓는 걸로도 유명하고.ㅡ선생님한테 당하는 애들을 그렇게 많이 봐왔으면서 저게 내 일이 되리라고는 단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다ㅡ 각설하면, 전달사항이 딱히 없다는 이유로 조례는 생각보다 일찍 끝나버렸다. 담임선생님이 나가자 곧바로 여자애들이 우르르 내 자리로 다가오더니 말을 걸었다. 뭐 다들 ‘여주야 김용국이랑 진짜 썸 타?' 라며 묻는 말이거나, ‘야 왜 말 안했어!’ 하며 서운해하는 말들이었다. 아니야, 아니라고! 그만 좀 물어보란 말이다 이것들아! 하는 마음으로ㅡ근데 솔직히 이거 좋은 오해이긴 했다. 왜냐면 내가 김용국을 좋아하니까. 그것도 무려 짝사랑!ㅡ아냐 그거 완전 헛소문이야, 나 걔랑 별로 친하지도 않고... 라고 대답했다. ‘거짓말 하지 마 김여주! 거짓말 다 티나! 헛소문이면 지금 왜 웃고 있는건데!’ 마치 다 꿰뚫고 있다는 듯한 친구의 말에는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더라. 그거야 좋으니까 웃는거지 바보야... 티가 나긴 뭐가 티 나냐고 이 바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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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애들 진짜 질리지도 않나. 반에서 네 얘기 아직도 나온다 야.”
“...뭐...? 이쯤되면 진짜 너무한거 아니냐...? 김용국이 뭐라고 말 안 해?”
“별 거 없다니까? 처음에야 ‘아니야...’ 이러더니만 이젠 그냥 암 말도 안 해, 그러니까 애들이 저렇게 날뛰지.”
“아니 왜 말을...! 야 그럼 너라도 뭐라고 해 줘야지! 어쨌든 그거 사실 아니잖아!”
“괜히 끼어들었다가 일 망치라고? 난 진짜 너 걔랑 잘 됐으면 한단 말야. 난 멀리서 지켜볼게...”
“하... 어떡하지. 이제서야 김용국이랑 좀 친해지나 했더만 이렇게 끝나는건가...?”
“....이렇게 끝나기 싫으면 너나 김용국 그만 피해다녀 이 기집애야!!!”
....(할 말 없음)
지금이 벌써 3교시 쉬는 시간. 고로 내가 김용국에게 내 머리카락털 끝 하나조차 안보이도록 김용국네 반(=지은이네 반) 앞에 코빼기도 안비춘지 3시간 째라는 말이다. 제발 도저히 너무 부끄럽고 창피해서ㅡ왜인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나같은 애가 김용국이랑 저런 소문이 났다는게 뭔가 부끄러웠던 것 같기도 하고ㅡ김용국 얼굴을 볼 수가 없었으니까. 안그래도 내가 부끄럼을 많이 타는 걸 아는 지은이가 그래도 쉬는시간 종이 치자마자 10초도 안돼서 우리 반까지 와줘서 정말 다행인거다.ㅡ마침 내 자리가 뒷문 바로 앞이라 더 수월한 것도 있다ㅡ이쯤이면 수그러들 법도 한데, 그 쪽 반 애들은 뭐가 그렇게 궁금한지, 무슨 대답이 그렇게 듣고 싶은 건지 아직까지도 이 일이 최고의 관심사란다. 물론 그 이유엔 김용국이 제대로 대답하지 않은 것도 한 몫 했을거다. ‘이제서야 물어보는 건데, 그래서, 김여주 넌 너네 반 애들한테 뭐라고 대답했는데?’ 그동안 지은이 얘기만 듣느라 내 얘기는 하지도 못했는데 내심 궁금했는지 뒤늦게 물어보는 지은이에게 대답했다.
“당연히 헛소문이라고 했지! 걔랑 별로 친하지도 않다고!!”
“..?? 헙......”
“? 뭐해 너?”
“므츤 느 드으 금응극.....!!!!!(미친 니 뒤에 김용국)”
“...거짓말하지마라 진짜 이 상황에...”
“증는 긋느...? 으그 증는그트?(장난 같냐...? 이게 장난같아?)”
“아니 무슨 내 뒤에 김용국이 왜,”
순간 하얘지려던 정신을 붙잡고 뒤를 돌아봤을 땐,
“........”
정말로 열린 뒷문 사이로, 손잡이를 꼭 잡은 채 내 뒷모습을 쳐다보고 있던 김용국이 있었다.
이거 진짜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데 점점, 지금 이 상황 분명 오해의 소지가 있었어, 맞지? 몸을 뒤로 돌린 채 마주한 김용국에 너무 당황해 버려서 어정쩡한 자세 그대로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하필 왜 이런때에 교실이 쉬는시간인데도 이렇게 조용한가 싶었더니 다들 무슨 단체로 드라마라도 관람하는지 안그런 척 하면서 결국은 이 쪽으로 시선집중이었다. 그야말로 일촉즉발에 사면초가. 김용국의 입에서 도대체 무슨 말이 튀어나올까 싶었다. 아니, 튀어나올 말이라는게 있으려나 싶었다.
“할 말 있어.”
“응? 아 그럼 밖으로 나가서,”
“지금 말고 점심시간에.”
“....혹시 밥을 같이 먹자는...? 은 아니지?ㅎ 아ㅎ 미안 내가 좀 김칫국을 잘 마..”
“맞아 그 얘기 하러 왔어. 둘이서 얘기할 시간이 좀 필요한 것 같기도 하고.”
“그러니까 이번에는 피하지 말라고. 그 얘기 하러 왔어.”
“...”
하지만 왜인지 나는 쉽게 대답을 내뱉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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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사족
1. 여지를 만드는 용국이와 혼란스러워하는 여주!
2. 여주는 도대체 뭐에 혼란을 느끼고 있는걸까요!
3. 그래서 여주는 뭐라고 대답할거래?
4. 아니 그래서 뭐 둘이 같이 밥 먹는대 만대?!
5. 암호닉은 다음 화에서 정리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