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왠지 모르게 긴장감도 넘치고 숙연한 연습실 분위기에 둘의 진도는 재빠르게 넘어가 어느새 마지막 동작에 도착해 있었다. 마지막 동작? 성열이가 요염하게 성종이 얼굴 쓰다듬다가 뽀뽀. 꺄르르, 주책맞게 웃고있는 채린을 보며 성열은 잠시 자신의 제안을 후회했다. 내가 미쳤었나 봐 이 미친 놈, 죽어라 죽어. 복잡한 속과는 반대로 겉으론 하하 웃으며 슬쩍 성종을 쳐다보니 제 머리를 감싸쥐고 자책하는 꼴이 자신과 다를 바 없었다.
" 야 이성종! 잘하고 있냐! "
그때, 갑자기 연습실 문이 소란스럽게 열리더니 하나 둘 멤버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채린을 보고 꾸벅꾸벅 인사를 하고 저들 손에 하나씩 든 검은 비닐봉지를 연습실 바닥에 늘어놓았다. 마지막 동작 때문에 멘붕중이었던 성종과 성열은 이 순간 멤버들이 너무나 고마웠다. 민망해 죽을것만 같았는데. 검은 비닐봉지 속에서 끝없이 나오는 과자들과 음료를 바라보며 자신들도 연습실 바닥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런 아이들은 보며 오늘 수업은 더 이상 안되겠다고 판단했는지 채린은 겉옷을 껴 입었다.
" 어, 쌤. 이거 드시지 왜요?"
" 수업도 안될것 같고 집에가서 쉴란다. 성열, 성종! 내일 계속 복습할거니까 둘이 오늘 한 거 연습해 와. "
채린은 우현이 넉살좋게 웃으며 건넨 과자를 와그작와그작 씹으며 둘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꼭, 연습해 와! 그러다 걸려 온 전화를 받으며 아이들에게 손 인사를 하고 황급히 연습실을 빠져 나갔다.
채린이 나가고 모두들 한참을 기계적으로 과자만 먹다 지금까지 연습한거 한번 해보라는 호원의 말에 10개의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가엾은 트러블 메이커들에게로 향했다.5명의 뜨거운 눈빛을 받는 2명은 어쩔줄 몰라 하며 이 상황을 모면하려 했지만 눈치도 귀신같은 우현이 둘의 팔을 잡아 연습실 중앙으로 이끌었다. 음악 준비 됐어요. 성열은 활짝웃으며 말하는 동우가 오늘따라 너무나 얄미웠다. 아, 장동우, 아. 성열이 속으로 열심히 동우를 욕할때는 이미 간주가 흐르고 있었고 멤버들은 군인 박수까지 치고있었다. 그래, 어차피 보여줘야 하는거 과감하게 하고 말지. 성열은 성종에게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노래가 드디어 끝을 보였고 성열이 성종에게로 다가가 둘의 거리가 입술이 닿을듯 말듯 할때 그대로 얼굴을 지나쳐 고개를 돌렸다. 피식피식 웃음을 참고있던 우현과 호원이 그제서야 뒤로 누우며 박장대소를 했다. 뭐가 그렇게 웃겨요! 자리로 돌아오며 소리치는 성종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둘은 그저 웃기만 했다.
" 쟤네 신경 쓰지마. 너네 의외로 잘 한다. 근데 뭔가 감정이 없네, 로봇끼리 춤 추는 것 같아."
역시 이럴때 상황중재 해 주는 리더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성열은 생각했다. 형 같으면 남자끼리 부비고 있는데 감정이 생기겠어? 옆에서 실실 쪼개기만 하던 명수가 한 마디 던졌다. 맞네, 그렇구나. 안 그래도 작은 눈을 더 게슴츠레 뜨고 고개를 끄덕이던 성규가 아직도 웃고 있는 멍청이들에게 과자 한 주먹씩을 쥐어 입에 한 가득 넣어주었다. 그제서야 연습실은 다시 평화를 찾았고 주인모를 한숨소리 두 개가 울려퍼졌다.
멤버들이 떠나고 난 후 둘은 다시 거울 앞에서 호흡을 맞췄다. 민망하긴 하지만 콘서트에서 선 보여야 할 것이고 잘해야 되니까. 끊임없이 세뇌를 하며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성열이다.
" 형, 그렇게 부끄러워요? "
말 없이 연습만 하던 둘의 정적을 깨는 성종의 고운 미성이 연습실에 울려퍼졌다. 무, 무슨 소리야. 성열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당황한 것 인지 말을 더듬었다. 그런 성열을 보며 성종은 살풋 미소지었고.
" 아니, 계속 형 얼굴이 빨개져 있길래. 난 이제 익숙해 졌는데. "
" 아니거든? 연습이나 해. "
아씨, 쟤 나를 궤뚫고 있는 것 같아. 엄마 무서워. 성열은 뒤 돌아서 인상을 한껏 찌푸렸다. 그러나 그는 알지 못했다. 이 연습실은 사방이 거울이라는 것을. 그 모습을 본 성종은 푸흡 웃으며 손으로 입가를 가렸다.
연습이 끝나고 숙소로 돌아 온 성열은 땀에 젖은 윗 옷을 벗으며 욕실로 향했다. 오른쪽 손엔 수건 왼쪽 손엔 속옷을 들고 휘파람을 불며 문을 연 성열은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있는 성종을 보자 당황하고 말았다. 나 씻을건데…. 성열이 기어갈 듯 한 목소리로 말하자 성종이 물을 끄고 손을 탁탁 털며 성열을 지나쳐갔다. 성종이 나간 후 욕실로 들어 온 성열은 요즘 자신이 조금 변한 것 같다고 심각하게 고민했다. 옛날엔 분명 이성종이 내 눈치를 봤었는데 이젠 도리어 내가 눈치를 본다? 아니 왜 눈치를 보는거지? 잘못돼도 뭔가 한참 잘못됐다. 샤워기를 신경질 적으로 끈 성열은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와 주먹 쥔 두 손을 관자놀이께로 갖다 대었다.이상하게 이성종이랑 트러블메이커 춘다고 꼭 붙어있으면 왼쪽 가슴부근이 간질거렸다. 아 몰라, 진짜 명수가 말한 '감정'의 변화가 찾아오려나 몰라. 성열은 피식 웃으며 다시 샤워기를 켰다. 아아아아아 진짜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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