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야 - Writer 순간.
"더 이상 할 말 없으니까 가볼게."
"..어 잘지내고."
6년동안 잘 지내왔다고 생각했지만 알게 모르게 지쳐있었던 여주와의 연애에 마침표를 찍었다. 우리 둘은 참 많이도 닮았었다. 자기가 하고싶어 하는 일에는 끝까지 손을 놓지 않았고, 아무리 힘들고 눈물날만큼 지쳐있어도 내색 하나 내지 않았다. 우리 둘의 성격이 이랬던게 문제였던걸까 이렇게 마지막까지 우린 무엇하나 제대로 말하지도 못한 채 끝을 맺었다. 편의점 앞 딱딱했던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담담하게 고백했을 때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내심 무드 없어서 여주가 차진 않을까 하며 잘 떨리지도 않던 마음이 진짜 무진장 떨렸었는데 씨익 웃으며 그럴줄 알았다며 마음을 받아준 그 때의 여주 모습이 지나치게 사랑스러웠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사내새끼가 좋아하는 여자한테 제대로된 꽃다발도 없이 고백했던 것이 아직도 마음에 걸린다. 그래서 별 일 없더라도 종종 여주에게 꽃 한송이씩 사다주기도 했었는데, 다 끝난 일인데 이제와서 생각하면 뭐하냐 민윤기. 여주가 떠난 앞자리를 보니 아직 커피도 채 식지 않아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었다. 뭐가 그리 급해서 그렇게 빨리 가버린걸까. 뭐, 나였어도 나같은 새끼한테는 진절머리가 날 것 같긴 하네. 워낙에 표현도 많이 안했고, 안했다기보단 서툴렀다. 사소한 다툼에도 여주가 먼저 풀자며 다가와줬으니까. 생각해보니까 나 되게 복에 겨웠었네.
그렇게 한참을 앉아있다 이내 여주가 흘리고 간 립스틱을 주머니에 넣고는 터벅터벅 자리를 뜨는 윤기였다.
"윤기야 오랜만에 술 한잔 하자."
"왜."
"친구한테 그렇게 야박하게 굴기 있냐. 섭하네"
"..알았다."
옆 부서 남준과 퇴근 후 간단하게 약속을 잡은 뒤 아직 버릇이 어디 못가는지 여주 자리를 쳐다보니 들어온지 얼마안된 정국과 얘기하는게 눈에 보였다. 아- 신경쓰면 안되는데. 하고 마음을 다스려도 계속 신경이 쓰이는건 어쩔 수 없는지 팀장실에 들어와서도 업무에 집중하지 못했다. 여주 자리만 훔쳐보다가 퇴근하게 생겼네. 이젠 그러면 안되는데. 그래도 전정국은 신경쓰이네 민윤기 미쳤냐.
-
"너 여주씨랑 헤어졌냐?"
"그 얘기가 갑자기 왜나와."
"아니 네가 그렇게 신경쓰는 사람이 여주씨말고 또있냐. 뭐때문에 싸웠는데 엉아한테 말해봐."
"엉아는 무슨 ..그냥 둘다 지쳐서 헤어진거지. 여주한텐 아직도 미안하다."
근처 고기집에서 남준과 소주한잔 마셔가며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는데 여주에 대한 얘기가 나오니까 낮에 정국과 함께 얘기하던 여주 모습이 오버랩되더니 괜히 짜증나는 마음에 소주만 입에 털어넣었다. 이 가게도 여주랑 되게 자주왔었는데. 어? 저거 여주씨 아니야? 남준의 작은 외침에 슬쩍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니 피곤해 보이는 여주와 그 빌어먹을 정국이 우리가 앉아있는 대각선 테이블에 앉더라. 쫑알쫑알 거리는 남준에게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보인 뒤 대각선 직빵으로 보이는 둘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누나 빨리 말해봐요 어쩌다가 쫑난건데요? 저거저거 어린새끼가 말하는 것 좀 봐라. 건방지다는 생각도 잠시 여주의 대답에 집중하니 그냥 마음 안맞아서 헤어진거란다. 평소 무관심했던 나였기에 그저 묵묵하게 술을 들이키는 방법밖엔 없었다. 안주없이 몇 잔을 계속 기울였을까 여주가 갑자기 구역질을 하며 화장실로 뛰어가려하는 모습에 벌떡 일어났지만 이미 정국이 짐을 챙겨 여주에게 가려고 했기에 그대로 자리에 앉아 걱정만할 수 밖에 없었다. 이내 여주를 부축하고는 가게를 뜨는 정국을 속으로 씹으면서 말이다. 가뜩이나 가녀린 애가 아프니까 신경쓰이고, 신경쓰이니까 찾아가고싶고, 근데 찾아가면 안되는 사이고, 미치겠다 진짜. 그 뒤로 며칠 뒤 여주한테 문자 한통이 왔다.
-팀장님. 할 말이 있어요.
ㅇㅅ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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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김글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네요.. 투표는 거의 박빙이라 다음주에 마감하고난 뒤에 결정될 것 같아요. 연애에 서툰 윤기.. 너무 좋아요.. 궁금하신게 있으시면 댓글에 물어봐주세요! 피드백이 저를 먹여살립니다..(별)
암호닉 !
찡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