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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263
역시 방학이어도 달라진 건 없었다. 이름만 방학이지, 학교 가는 것도 똑같다. 시원한 바다나 워터파크로 휴가라도 가고 싶은데 시간도 없고 당장 대입이라는 큰 산이 하나 남았으니 상상하는 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진짜 수능만 끝나면 미친듯이 놀 것이다, 전생에 놀지 못하다 죽은 놈처럼. 

 

"끝나고 게임장 갈래?" 

"미안, 오늘 좀 바쁜 일이 생겨서." 

"뭐야. 다음에는 꼭 가는 거다, 알겠지?" 

"알았어, 알았어. 다음에는 안 뺄게." 

 

그냥 오늘은 너무 피곤해서 조용한 곳에서 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평소에도 잘 안 가던 시간이 오늘따라 왜 이리 늦게 흐르는 건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오늘은 공부를 할 마음도 생기지 않았다.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 감기라도 걸린 건지 자꾸만 기운이 빠졌다. 

 

"아, 피곤해." 

 

결국 나는 저조한 컨디션을 이기지 못하고 본능에 따라 움직였다. 책상에 철퍼덕 하고 엎드렸더니 보다 나은 것 같았다. 웬일인지 자습 감독 선생님도 계시지 않았고 자세가 편해지니 잠이 솔솔 오기 시작했다. 결국 무거운 눈꺼풀에 백기를 들고 말았다. 

 

 

"일어나, 끝났어." 

"어, 어? 나 얼마나 잤어?" 

"글쎄다. 많이 피곤해 보여서 깨우지도 못했어." 

 

느릿느릿 가방을 싸고 나니 애들은 벌써 교실 밖을 나간 지 오래였다. 투둑, 툭. 조용한 교실에 울리는 소리에 창밖을 보았더니, 조금 전까지 밝았던 햇살과는 어울리지 않게, 어느새 소나기가 후두둑 떨어지고 있었다. 그제서야 우산을 들고 오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된 나는 절망을 할 수밖에 없었다. 

 

'금방 그칠 것 같지도 않은데....' 

 

오늘따라 교실 뒤에 버려진 우산도 없었다. 분명 며칠 전까지는 몇 개 있었는데 말이다. 종일 축 쳐져 있던 이유가 이거였던 건가. 언제까지 교실에 앉아 소나기가 그치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었기 때문에 대충 교실을 정리하고 빠져 나왔다. 소나기는 점점 거세지고 있었다. 쓰고 갈 뭐라도 있나 싶어서 가방을 뒤졌더니 에어컨 바람에 추울까 봐 가져온 얇은 가디건이 있었다. 이걸 쓰든 말든 비에 젖을 건 똑같겠지만 안 쓰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 가디건을 머리에 뒤집어 쓰고 교문을 향해 달리기로 했다. 

 

"저, 선배...." 

"누나 지금 바빠, 아니, 어?" 

"같이... 쓰고 가실래요?" 

 

뭐랄까, 잘생긴 아기 돼지를 닮은 남학생이었다. 얘는 누군가 싶어서 보니 파란 명찰에 '주학년'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이름이 특이해서 까먹지는 않겠다. 

 

"나랑 집 방향 다르면 어쩌려고 그래." 

"글쎄요, 그건 진짜 다르면 생각해 보려고요." 

 

결국 나는 이 처음 보는 남자애와 함께 나란히 우산을 쓰고 걸었다. 그때 나는 보았다, 우산을 비스듬히 들어 내 쪽으로 기울이던 그 아이의 모습을. 어깨가 빗물에 젖는 걸 보며 내 쪽으로 당기자 새빨개진 귀로 괜찮다며 손사레를 치던 그 아이도 똑똑히 기억한다. 그렇게 내 고3 첫사랑은 시작되었다. 

 

이제야 말하는 거지만 이때부터 널 좋아했어, 학년아. 

 

 

"주학년!" 

"어, 누나?" 

"같이 가자, 오늘." 

"오늘요?" 

"비... 오잖아." 

 

아름다운 첫사랑의 기억이 시작된 지 딱 2년이 되는 날이다. 하늘도 오늘은 나의 편인지 때마침 한여름의 소나기가 내리고 있었다. 대학생이 된 후에도 여전히 내 옆에 있어 주는 이 아이 덕분에 오늘도 힘을 낼 수 있었다. 내 아름다운 기억, 주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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