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당히 하자, 그만해. "
황민현의 입에서 나온 말은 다소 충격적이였다. 머릿속에는 저 새끼 뺨을 쳐야 하나, 무릎을 쳐야 하나 라는 두 가지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그렇게 분노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을 때 쯤,
" 할말 다 한 거 같은데, 이제 갈게. "
야 이 미친 새끼야. 결국 나와 버리고 말았다. 끝까지 쿨한 척, 차여도 아무렇지 않은 척 하기엔 내 속이 심각하게 좁았나 보다. 내 말을 들은 후 황민현은 곧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나를 쳐다 보았다. 왜, 신기하냐? 니 호구같은 전여친이 욕하니까? 드디어? 생각보다 황민현은 더한 미친 놈이였다. 내가 저 말을 뱉은 후 놀라는 척을 하고는 곧바로 짐을 챙기고 이제 막 나가네, 잘 지내 라는 말과 동시에 카페 문을 나섰다. 오늘은 진짜 더럽게도 운이 없나 보다, 술이나 퍼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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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두 살,
" 우진아 뭐라고? 누나가... "
" 그만 만나자고요, 미안해요. "
아, 벌써 두 번째 차임이다. 황민현 때의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을 무렵, 박우진과의 연애를 시작했고 잘 잊은 줄 알았다. 그런데 이런 방법으로 다시 상기시켜주다니. 참 고맙다, 우진아. 절대 움직이지 않을 것 같은 입꼬리를 애써 쥐어 짜내며 올렸다. 아마 박우진 눈에는 퍽 웃겨 보였을 거다.
" 그래, 그만 만나자. 너도 잘 지내고, 군대 잘 갔다 오고. "
내 말에 박우진은 한 번 비웃고는 바로 뒤돌아 갈 길을 가 버렸다. 기분이 참 뭣 같네. 왜 항상 난 이렇게 비참하게 까이는 걸까,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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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세 살,
" 그래서 헤어지는 게 좋지 않을까, 라는 내 생각인데. 넌 어때? "
먹고 있던 버거를 떨어 뜨렸다. 아 미친, 진짜 사주나 보러 가야 되나. 몇 번을 까이는 거야. 이제는 까이는 게 익숙해질 지경이였다. 빨리 대답을 요구하는 듯한 강의건의 행동에 고개를 두어 번 끄덕이고는 그래 그래, 헤어지자 씨X 놈아, 라고 말하고는 가게를 나왔다.
얼마 가지 못 하고 바닥에 주저 앉아 버렸다. 곧 눈에서는 예상과 같게 추한 눈물이 흘려 내렸고. 이건 강의건이랑 헤어져서 우는 게 아니다. 남자한테 세 번이나 까여서, 아니 똥차한테 세 번이나 까인 내가 너무 짜증나서 흐르는 눈물일 거다. 솟아 오르는 분노와 짜증으로 바들바들 떨고 있을 때 쯤이였을까,
내 눈을 의심했다. 강의건인가 저게? 아까 날 뻥하고 찬 그 전남친으로 추정되는 남자 한 명과 꽤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 한 명이 팔짱을 끼고 좋아라 하며 지나갔다. 와, 순간 내 머릿속에는 황민현 때와 같이 저 새끼를 어떻게 해야 하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냥 빨리 아무 곳이나 치는 게 낫다는 판단이 섰다.
" 어, 아까 나 찬 씨X 새끼 아냐, 쟨 또 누구냐. 어제 클럽에서 만났다는 걔야, 혹시? "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강의건과 그 여자가 보이는 반응은 내 생각과 같았다. 하지만 강의건은 굴하지 않고 내게 말하며 어깨를 토닥여 왔다.
" 추하게 왜 이래, 이렇게 되면 너가 더 힘들 텐데. "
아, 너무 빡친다. 죽고 싶네 진짜. 남자복이 정말 더럽게 없나 보다. 내가 앞으로 남자 사귀나 봐라.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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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네 살,
" 미안하다, 오빠 진짜 바쁜 거 알잖아. 더 좋은 남자 만나. 너라면 충분히 만날 수 있어. "
남자 안 만난다던 김여주 어디 갔냐? 이번에도, 역시나 까였다. 그래도 전에는 내가 질려서, 군대를 가서, 바람 나서 그런 화낼 만한 이유라도 있지만 이번에는 그냥 없다. 없다고. 강의건까지 보낸 후 남자는 두 번 다시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던 찰나. 이 남자는 진짜 괜찮다며, 능력도 있는 직장인이라고 한 번만 만나보라는 친구의 말을 철썩같이 믿고 만났었다. 그리고 그 남자는 지금 내 앞에 있는 옹성우고, 이제는 구남친이다.
옹성우의 문제점은 하나였다. 일이랑 연애하는 거. 일에 미쳐 사는 옹성우는 날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만난지 한 달? 그 쯤까지는 세상에 이런 남자가 없었다. 능력 있어, 스윗해, 철도 들었어, 그리고 잘생겼어. 결혼까지 심각하게 고려해 볼 정도로 완벽한 남자였다. 그래, 사람은 오래 만나 봐야지. 역시 한 달이 지난 후 점점 내게 소홀해 지더니 결국 일이랑 연애를 하게 됐다. 잘 먹고 잘 살아라, 망할 놈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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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현재 스물 여섯,
" 미안해, 그 때는 철도 안 들고 너를 깊게 생각 못 했었어. 벌써 6년이나 지났는데, 그동안 나도 많이 변했지. 안 받아 줄거야? 응? "
" 누나, 아니 대리님. 제가 그 때 진짜 멍청했죠. 저도 알아요. 근데 지금은 군대도 갔다 오고, 머리에 생각도 차고. 이제 만날 자격 있지 않나? "
" 에이, 그렇게 말하면 좀 섭섭하지. 그 때 내 말 한 번이라도 제대로 들었냐. 그냥 아는 애였다니까. 미안해, 오해하게 해서. 지금은 풀렸으니까 다시 만날지 한 번 생각 해 봐. "
" 어, 난 너가 더 좋은데. 일보다는 너지. 그 때도 지금도 다 우선 순위는 너야. 내가 많이 좋아하는 거 알잖아. 너랑 헤어지고 나서 많이 후회했어. 그러니까 우리 다시 연애할까? "
" 양심도 없네, 난 다 정리했고 미련도 없다. "
안녕하세요! 너즈입니다 |
안녕하세요! 정말 정말 쓰고 싶었던 글인데 이렇게 쓰게 되네요..~ 비루한 글이지만 많이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ㅜㅜ 한 번 댓글 반응 보고 연재를 고려해보겠습니다! 없으면... 슬퍼요 ㅜㅜ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