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만의 시간
3부
14-2.
“왔어?”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익숙한 얼굴에, 잠시 멈칫하다가 걸음을 옮긴 곳에는 동기들과 선배 몇 명이 있었다. 경수를 기다리다가 집에 들어오기는커녕 연락조차 안 올 것 같기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집으로 들어가려는 찰나에 동기 녀석에게 연락이 왔었다. 지금, 집 근처 술집인데 잠깐 나와 보라고. 기분이 썩 좋은 상태가 아니어서 거절하려고 했었지만 끈질기게 연락해오는 덕에 어쩔 수 없이 끌려 나온 거나 마찬가지였다. 꾸벅 고개를 숙여 앉아있는 선배들에게 인사를 하고서, 빈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야, 김종인. 너 왜 이렇게 비싼 척이야.. 형님이 부르면 네, 알겠습니다. 하고 뛰어와야지!”
“나왔잖아.”
“내가 너한테 전화를 몇 번이나 했는지 알아? 귀한 몸 모시기 힘들어, 아무튼.”
취한 듯, 내게 타박을 주는 형수 녀석에게 술을 한잔 더 따라주었다. 이거나 마셔. 그랬더니 녀석이 너나 마셔, 인마. 하면서 빈 잔을 가지고 와서는 내 앞에 턱하니 놓더니 가득 소주를 따라준다. 아… 술 마시러 온 거 아닌데. 잠깐 얼굴만 비추고 갈 생각이었는데. 괜히 나왔나 싶다.
“그나저나 어쩐 일이야?”
“너 보고 싶어서.”
“징그럽게 왜 이래.”
“이 새끼 이거 재미없는 것 좀 봐. 이러니까 네가 안 된다는 거야. 농담에는 농담으로 받아 쳐줘야지!”
“야, 형수 얘 많이 취했냐?”
“취하기는. 나 완전 멀쩡하거든? 취한 건 내가 아니라 보라누나야. 어?! 보라누나 어디 갔지? 아까 누나가 취해가지고 김종인 네 이름만 계속 부르던데….”
뜬금없는 형수의 말에 조금 의아했다. 보라누나라면 아까, 집에 올 때 길에서 마주쳤는데. 왜 나를…?
“…나?”
“응, 너. 1시간 전부터였나. 누나 취해가지고 계속 너 찾던데?”
“나를 찾았다고?”
“아 그렇다니까…. 네 이름 듣느라 지겨워 죽는 줄 알았다. 진짜.”
이유를 잘 모르겠어서 같은 테이블에 앉은 동기들에게 눈짓으로 물었더니,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의 대답을 보내온다.
“너 누나한테 뭐 잘못한 거 있어?”
“…야, 김종인이 그럴 애냐?”
“아니지…. 아니니까 내가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잖아.”
“뭔데, 뭐지? 왜 얘를 계속 찾았지?”
“그나저나, 언니 어디 가셨냐. 아까부터 찾던 김종인 대령했는데….”
나를 둔 녀석들의 말을 뒤로하고, 주변을 돌아보며 누나를 찾았다. 생각해보면, 누나가 딱히 나를 찾을 이유는 없는 것 같지만 그래도 무언가 마음이 편하지 않은데다가, 혹시 나도 모르게 누나에게 실수를 했을 지도 모르고, 술에 취해 내 이름을 계속해서 부른 것에는 다 이유가 있을 것 같아서. 가만히 앉아서 기억을 되짚어봤다. 누나가 나를 찾을만한 이유가 생각이 날까 싶어서.
혹시, 아까 집에 오는 길에 같이 저녁 먹자는 걸 거절해서 그런 건가. 그것 때문에 마음이 상했나….
“근데 너 뭐하고 있었냐? 뭐하고 있었길래 오라고~오라고~ 하는데 싫다고~싫다고 내뺐냐고.”
“왔으면 됐지, 뭘….”
“여자 친구랑 있었냐?”
“…….”
“아, 이 새끼 대답 없는 거 보니까 알겠네.”
고개를 저으며 씁쓸하게 웃었다. 경수랑 있었으면 여기 오지도 않았을 거다.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을 꺼내서 홀드버튼을 꾹 눌러봐도, 액정에는 아무것도 없다. 아직도. 경수에게서 연락이 없다는 말이다. 도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길래 이 시간까지 연락이 안 되는 건지…. 아무리 놀기 좋아하는 녀석이라지만, 그래도 내 연락이면 늦더라도 꼬박꼬박 답장해주곤 했었는데. 가만히 액정을 바라보다가 얕은 한숨을 내쉬며 핸드폰을 주머니 속으로 넣어버렸다.
“맞지? 맞지? 어쩐지…. 싫다고~싫다고~하더라니.”
“아니라고.”
“아님, 뭔데!”
“…….”
“아님, 뭐하고 있었는데!”
제대로 놀릴 작정을 했는지, 한 테이블에 앉은 모든 시선이 내게 집중되어있다. 니들은 한 학기 내내 붙어 있어놓고 아직도 나를 모르냐.
“그냥 집에 있었다. 됐냐?”
그 말에 하나같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됐고 제대로 대답이나 하라며 작정을 하고 달려든다. 웬만하면 그 기대에 부응해주겠는데 오늘은 연락 없는 도경수 때문에 그럴 기분이 아니라서 못해주겠다. 같이 있었던 거 맞지? 끈질기게 물어오는데도 대답은 하지 않고 앞에 놓인 잔에 소주를 따라 마셨다.
“뭐야, 김종인. 진짜 재미없어….”
“…나 재미없는 거 하루 이틀이냐.”
“아, 이 재미없는 새끼. 분위기도 못 맞춘다니까.”
“난 거짓말 못해.”
“끝까지 정직한 척 한다. 아무튼 너는, 진짜….”
장단에 맞춰주지 않는 내게 흥미가 떨어진 건지, 분위기가 다시 어수선해졌다. 그게 다행이다 싶어서 여전히 시끄러운 동기 녀석들을 뒤로한 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자주 한숨을 쉬는 건지 모르겠다. 한숨하면 또 도경순데. 일이 잘 안 풀린다 싶으면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뱉는 녀석 곁에 있어서 일까. 그 영향을 받았나, 내가. 고작 한숨 하나에도 그냥 넘어가질 못하고 경수를 생각해내는 나도 참 별 수 없다.
“…….”
핸드폰을 꺼내었다. 환하게 불빛이 들어오는 액정에 여전히 아무런 소식이 없고. 괜히 씁쓸해지는 마음에 또 한숨이 나오려는걸 그냥 삼키고 말았다. 2년 넘게 만났으니 따지고 보면 그렇게 짧게 만난 것도 아닌데 아직도 연락에 연연하는 내가 못난 건지, 아니면 이게 당연한 건지 모르겠다. 내가 한창 바빴을 때, 녀석 또한 이랬을까. 너도 오지 않는 내 연락을 기다리며 자꾸 한숨만 쉬고 그랬었어?
그 생각을 하면 내가 또 죄인이라 연락 없는 도경수를 혼낼 수도 없다. 연락 없는 걸로 치면 내가 더 했으니.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지금 내가 이런 것처럼 오지 않는 내 연락을 기다리느라 핸드폰만 붙잡고 있었을 경수 모습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상상이 되고, 그러면 나는 또 좋아서 나도 모르게 웃고 있다. 귀여워서. 얼마나 귀여울까. 핸드폰을 꼭 쥐고 울상을 하는 도경수는.
[경수야...]
메시지 창을 띄워 놓은 채 계속 녀석의 이름만 꾹꾹 눌러대다가, 모두 지워버렸다. 그리고 다시 손가락을 꾹꾹 눌러 다시 작성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전화해.]
내가 그동안 너한테 너무 소홀했던 거 인정해. 그래서 더 잘하려고 하는데 우리 참 타이밍이 안 맞다. 그치?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 못했던 것도, 그래서 기다리게 했던 것도 다 미안해. 이젠 안 그럴게. 그러니까 오늘만 봐준다. 연락 없는 것도, 지금 술 마시고 있는 것도.
[눈 뜨자마자 우리 집으로 와.]
대신 내일 눈 뜨자마자 이 문자보고, 바로 우리 집으로 와야 돼. 보고 싶으니까….
전송버튼을 눌렀다. 그리고선 앨범에 있는 녀석의 사진을 액정 화면 가득히 띄웠다. 화면을 꽉 채운 그 얼굴을 조심스럽게 손으로 쓸어보았다. 사진으로 말고, 진짜 도경수 보고 싶다. 살아 움직이는 네가 보고 싶어. 그래놓고 괜히 나 혼자 쑥스러워서 조금 웃었다.
“어? 보라누나!”
옆에서 들려오는 형수의 목소리에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서 고개를 들었다. 살짝 취한 듯 얼굴이 달아오른 누나가 눈앞에 서 있었다. 옆 테이블에 앉은 선배들이 이쪽으로 오라며 누나의 이름을 부르는데, 누나는 못들은 척 고개를 저으며 내 앞에서 꼼짝을 않는다.
“이게 누구야…? 종인이네? 종인이 맞지? 종인이!”
인사를 하려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잠깐의 틈도 줄 생각이 없었는지 누나가 비틀거리며 내게 다가와 비어있는 옆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너 김종인 왜 이제 왔어…. 내가 어~얼마나 찾았다구..”
내 어깨를 손으로 한 대 치는데 하나도 안 아프다. 술 취한 여자는 김혜인 덕분에 단련이 되어있는 터라 어떻게 감당해야하는지도 다 알고 있다. 이게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내 옆에 앉아있으니 어쩔 수 없이 받아줘야 될 상황이기도 하고, 또 나를 그렇게 애타게 찾으셨다니 무슨 용건이라도 있겠거니 싶어서 어지러운지 정신을 못 차리고 비틀거리는 누나의 팔을 잡아주었다.
“누나 많이 마셨나 봐요. 괜찮아요?”
내 말에 누나가 힘겹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서 안 취했다며 자꾸만 술잔을 찾아 손을 뻗는데, 그 모습이 술 취한 도경수 같아서 고개를 저으며 테이블 위의 잔을 치우고 컵에 물을 따라 술 대신 마시라며 앞에 놓아두었다. 그러고 있자니, 경수가 술에 취해서 이러고 있을 까봐 걱정이 된다. 적당히 마셔야 될 텐데. 누구랑 마시고 있을까. 세훈이랑 있으면 그나마 다행인데…. 세훈이 녀석한테 연락이라도 해봐야하나.
“야.. 김종인, 너...”
“…네?”
“그래, 너. 너 말이야. 너.”
물 컵을 꼭 쥔 채, 나를 올려다보던 누나가 또 말을 건다. 그에, 꼬박꼬박 대답하며 누나와 눈을 맞추었다. 옆에 앉은 형수가 내 어깨를 토닥이며 작은 목소리로 얘기 잘 해. 하고는 은근슬쩍 자리를 피한다. 앞에 앉은 동기 녀석들도 마찬가지라서 감당은 오로지 내 몫이 되었다. 아…. 여기 오는 게 아니었다고. 그냥 집에 들어갈걸. 자꾸만 후회가 된다.
“너어.. 네가 그러면 안 되지.”
“…….”
“내가..어?”
“누나 혹시 제가 잘못한 거라도….”
“…잘못?”
“…….”
“잘못한 거 없지이. 네가 무슨 잘못이 있을까아?”
나를 두고 사라진 녀석들을 눈으로 찾으며 도움을 요청 해봐도, 다들 구경하기만 바쁘지 아무도 도와주질 않는다. 누나를 부르던 선배들마저 재미있다는 듯 빤히 쳐다보고만 있다. 그러는 동안에도, 옆에서 누나는 잔뜩 혀가 꼬인 말투로 중얼중얼 알아듣기 힘든 말만 내뱉고 있고.
“누나.”
“…어어, 종인이 누나 찾았어? 왜 불러?”
“저 찾으셨다면서요.”
“그랬지이. 내가 너 계속 부르고 그랬어.”
내말에 꼬박꼬박 대답하면서도 힘이 빠지는지 자꾸 내 어깨에 기대려는 누나의 몸을 지탱했다. 그래도 어깨는 안돼요. 경수가 알면, 기분 나쁠 테니까.
“야, 김보라! 너 종인이한테 할 말 있는 거 아니었어?”
“…할 말?”
옆 테이블에서 들려오는 선배의 목소리에, 누나가 고개를 들어 나를 본다. 눈앞이 빙글빙글 도는지, 초점 없는 눈동자를 억지로 제자리로 돌려놓으려고 몇 번이나 고개를 흔든다.
“아, 나 할 말 있지!”
“어! 누나, 그렇게 기대면 안돼요. 김종인 임자 있는데?!”
“야.. 기대든 말든, 내 맘이거든?”
“…….”
힘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일부러 그러는 건지 자꾸만 내 어깨에 기대오는 누나 때문에 살짝 몸을 틀었다.
“…야.”
그에, 누나가 살짝 입술을 깨물며 나를 쳐다보는데, 그 눈에 원망이 담겨있는 것 같았다면 그건 내 착각일까….
“…내가,”
“…….”
“내가, 왜 너를 찾았을 것 같아?”
“…….”
“내가 왜 자꾸 네 이름만 불렀을 것 같냐고.”
누나의 목소리가 들리자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주위가 조용해졌다. 고개를 들어 보니, 선배들은 다 알고 있었다는 듯 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고 있었고, 동기 녀석들은 놀란 표정을 짓고 있다. 그 모습들에 힘이 빠졌다. 또 깊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누나 많이 취하신 것 같아요.”
“종인아….”
“…….”
“아까 나랑 마주친 거 우연이라고 생각해?”
“…….”
착각이었으면 했는데, 아니었던 모양이다.
“…누나.”
“너 기다렸어.”
“…….”
“너랑 같이 저녁 먹고 싶어서.”
“누나 저, 만나는 사람 있어요.”
“…….”
당황스런 마음에, 괜히 목이 타서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너 걔랑 언제 헤어질거니?”
“…누나.”
생각지도 못한 그 말에, 조금 굳은 얼굴로 누나를 쳐다보았다. 누나는 뭐가 그렇게 서러운 건지 벌겋게 달아오른 두 눈을 부릅뜬 채 나를 노려본다. 취해서 용기가 생긴 걸까, 아니면 그동안 쌓인 것들이 폭발한 것일까. 잘 모르겠다.
“너.”
“…….”
“여자 친구 있는 건 맞아?”
“누나.”
“내가 그동안 쭉 지켜봐왔는데 말이야. 2년 만났다던 네 여자 친구. 진짜 있는 건지 의심이 되더라.”
“…….”
“네 여자 친구 이름 아는 사람도…, 사진을 본 사람도…. 아무도 없어.”
“…….”
“그게 말이 돼?”
아직 놓지 못하고 있던 물 컵이 손 안에서 부들부들 떨렸다. 지금이라도 여자 친구 사진을 보여 달라는 누나의 말에, 일리 있다는 듯 갑자기 수군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누나는 여전히 떨리는 눈동자를 하고서도 나를 당당하게 올려다보고 있고,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혼란스러워서 주위를 돌아보니 온통 낯선 눈빛으로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이 모든 상황들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직접적으로 말한 건 누나뿐이었지만,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똑같은 눈을 하고서.
왜 못 보여줘? 여자 친구 있는 거 맞아? 없으면서 지금까지 거짓말 한 거야? 설마….
지금 이 순간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조용히 눈을 감고 그 시선들로부터 잠시나마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눈을 감았음에도 눈동자가 흔들리는 걸 멈출 수는 없었다.
“왜.”
“…….”
“왜 못 보여줘?”
“…….”
“왜 못 보여주는데.”
주머니 속에 있는 핸드폰을 꺼내들지 못하는 내 자신이 너무나도 싫었다. 있는데. 앨범에 너의 사진이 가득 있는데. 여기 있다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자랑스럽게 꺼내지 못하는 내가 너무…초라하게 느껴졌다.
“없지?”
“…….”
“너. 여자 친구 없지?”
처음이었다. 경수를 만나면서 이런 기분을 느낀 적은. 고등학교 때, 백현이와 잠시 틀어졌을 때도 이런 기분을 느끼지는 않았다. 녀석을 믿었기 때문일까…. 결국에는 다시 우리를 응원해 줄 거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이런, 좌절감을 느끼지 않았던 걸까….
“…없는데 왜 있는 척 했냐고 안 물어 볼게.”
너의 존재를 부정하는 그 말에도, 아니라고 말 할 수 없는 내가….
“…….”
“…….”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를 몰아세우는 누나의 말과 주위의 낯선 시선들에 나는 작아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대답이 없는 나를 보고 누나는 조금 슬프게 웃었고, 구경이라도 난 듯이 수군거리던 사람들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혀를 찬다. 그 모습이 나를 또 한 번 무너지게 만들었다.
“제가 봤어요.”
그 순간,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여자 동기 하나가 손을 들고서 나와 누나가 앉은 쪽으로 걸어왔다.
“…뭘?”
“김종인 여자 친구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걸어온 수아가 태연한 목소리로 하는 말에 다시 한 번 이목이 집중된다.
“언제…. 언제 봤는데?”
“한 달 쯤 전이었나, K대 근처에서 둘이 걸어가는 거 봤어요. 야, 네 여자 친구 K대 다니는 거 맞지?”
대답은 못하고 조금은 놀란 눈으로 수아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되게 귀엽게 생겼던데. 동글동글하니…눈도 되게 크고, 키는 이정도 되려나?”
“…….”
“그러니까, 다들 궁금해 하시는 김종인 여자 친구는요. K대 다니고, 귀엽게 생겨서, 키는 한 이 정도에, 머리는 짧고. 둘은 잘 어울립니다. 됐어요?”
수아의 말에 누나가 입술을 깨문 채, 나를 본다.
“…….”
“야, 너 왜 대답을 안 해.”
정말로, 경수를 보기라도 한 것처럼, 수아가 줄줄 읊어대는 그 모든 것들이 경수를 가리키고 있었다. 별 거 아니라는 듯, 내 어깨를 손으로 툭 밀며 대답을 독촉하는 수아에게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거 봐요. 내가 봤다니까. 아무튼, 김종인 임자 있는 거 맞고요, 제가 봤으니까 이제 다들 속이 시원하시죠?”
“…….”
“그러니까…, 보라 언니는 지금 많이 취하셨구요. 언니 자고 일어나면 오늘 일 후회하면서 이불킥 할지도 모르니까 이쯤에서 그만하시고….”
“…….”
“시간도 늦었는데, 이제 그만 집에 갑시다.”
나는, 단 몇 마디로 상황을 정리하는 수아를 멍하니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
늦었습니다...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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