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부장님께 혼나고 오는 길이었다. 며칠 동안 반복되는 야근에 정신을 못 차리는 도중에 서류를 끝마쳐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오타도 많이 나고,
무엇보다 내용이 별로 좋지 않다는 평을 받게 되었다. 원래는 커피를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매일 밤을 새우니 어쩔 수 없이 입에 댄 것이 카페모카였다.
커피치고 달달한 카페모카의 향을 맡으니 조금 진정되는 것 같기도 하고, 한숨을 지으며 다시 서류를 고쳐나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럴 수가. 누가 봐도 '저 완전 대충했 어요' 하는 티가 팍팍 나는 서류를 보며 머리를 싸맸다.
밤낮 열심히 일해가면서 쓴 건데 이렇게나 내용이 엉망인 걸 보니 부장님의 마음도 이해가 갔다. 이런 서류를 보면 당연히 화를 낼 수밖에 없으시지.
열심히 고쳐가고 있는데 누군가 나를 톡톡 치길래 돌아보니 박찬열 대리님께서 곤란하다는 듯이 웃으면서 서있었다.
얼굴에 가득 궁금한 표정을 달았었나. 박 대리님께서는 'ㅇ사원 미안한데 이거 좀 복사해줄 수 있을까?'라고 먼저 말을 꺼내셨다.
그 말에 당연히 된다고 하며 대리님께서 전해주시는 종이들을 받았다. 누가 봐도 고생한다고 보일듯한 서류는 머리를 아프게 했다.
나에게 괜스레 시키시는 게 아니라 일이 많아 어쩔 수 없다는 건 우리 부서 모두가 다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박찬열 대리님이 부탁하는 건 당연지사로 들어주었다.
나에게 고맙다며 나중에 커피 한 잔 사겠다며 급하게 나가시는 대리님을 보다가 복사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
"아… 이건 또 왜 안돼.."
빨리 복사를 하고 나와서 남은 서류들을 작성해야 되는데, 한숨을 지으며 다시 복사기를 쳐다봤다.
도대체 뭐가 문젠지 모른 채 둘러보고 있는데 문소리가 나 뒤를 돌아보니 도경수 팀장님과 눈이 마주쳤다.
회사 내에서 실력은 좋지만 무뚝뚝하다고 소문난 도경수 팀장님.
일적인 일 빼고는 한 번도 말을 섞어본 적이 없는 터라 지금 이상황이 매우 어색했다.
빨리 복사를 하고 나가야 되는데 안되는 복사기 때문에 팀장님 몰래 울상을 지어야 했다.
얼른 해야겠다는 마음에 이것저것 만지고 있는데 될 리가 있나.
괜스레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서 먼저 하시라고 비켜주려 하는데 갑자기 손 하나가 튀어나오길래 놀라서 보니 도 팀장님께서 복사기를 만지고 계셨다.
그러다 갑자기 '윙-'하고 돌아가는 소리에 대단하다는 식으로 팀장님을 보고 있는데 팀장님은 한번 나를 쳐다보시더니 다시 시선을 돌렸다.
괜히 어색해서 작게 고맙다며 인사를 하고 복사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이놈의 복사는 또 왜 안되는지.
땀이 나는 것 같았다. 한참을 끙끙대며 있으니까 나를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져서 살짝 옆을 쳐다보니 도경수 팀장님께서 나를 보고 계셨다.
괜히 어색해져 왜 안되지.. 하며 혼잣말로 중얼거리고 있는데 팀장님께서 내 손에 들려있는 서류들을 가져가서 대신 복사를 해주셨다.
"이런 것도 못합니까."
"..."
민폐만 끼치는 나 같으니.
죄송한 기분에 조용히 도경수 팀장님의 뒷모습만 보고 있었더니 팀장님께서는 복사를 다하셨는지 아무 말없이 나에게 서류들을 내미셨다.
아. 허둥지둥 서류들을 받아들고 정리를 하니 나를 잠깐 쳐다보셨다가 다시 복사기를 돌렸다.
팀장님 같은 경우에는 사원들에게 시켜도 되는데 항상 자신의 일은 꼭 자신이 해서 부서 내에서도 인기가 좋다는 말을 떠올렸다.
"고맙습니다."
"..."
정리를 하고 나서 감사의 인사를 전하니까 역시 소문대로 무뚝뚝하시다.
뻘쭘한 기분에 눈만 굴리고 있다가 아직 다 마치지 않은 서류들이 생각나서 나가려고 했다가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시금 팀장님을 보았다.
아무 말 없는 팀장님의 뒷모습을 보며 괜히 꾸벅 인사를 하며 나가려고 문고리를 잡는 순간이었다.
"고마우면 커피 한 잔 사세요"
"아... 네.. 네!"
갑자기 들려온 팀장님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여전히 나를 보고 계시 진 않았다.
순간적으로 무슨 말인가 하며 멍하게 있다가 알아차리고 급하게 대답을 했다.
팀장님과 이렇게는 처음 말하는 거였기 때문에 신기한 기분이었다.
매일 짧게 '네' 아니면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밖에 들어보지 못한 터라 제대로 알지 못했는데, 팀장님 목소리가 되게 좋으시구나.
나가기 전에 다시 한 번 인사를 하려고 팀장님을 올려다보았다.
얼핏 보이는 팀장님 얼굴에 띄어진 웃음을 본건 내 착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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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애기 6명 낳고 싶다고 했는데 욕 엄청 먹고 깨달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