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수야 일어나. 밥 먹어야지."
"으응.. 경수 더 잘래. 밥 안먹어.."
"쓰읍. 지금 안일어나면 아빠 화낸다. 아빠가 화내면 무서운거 알지? 얼른 일어나자. 우리 아들 착하지."
"응.. 경수 착해. 아빠 화내면 무서워. 대신 그거 구워줘. 그거."
"그거?"
"응. 그거. 어제 먹은거 있잖아. 빨갛고 따뜻하고 맛있는거."
"아.. 스팸? 어쩌지. 그거 어제 다 먹었는데."
울상을 지으며 내 품을 파고드는 경수를 안고 욕실로 가며 경수의 귀에 속삭였다.
"아빠가 경수 씻겨줄 때 가만히 잘 있으면 그거 구워줄 수 있는데."
"경수 가만히 있을께. 도리도리 안할께."
경수의 옷을 벗기고 경수의 머리를 물로 적신 후 경수 전용 샴푸인 뽀로로 샴푸를 찾는데 안이 텅텅 비어있었다.
스팸을 먹기위해 눈을 꼭 감은 채 가만히 있는 경수를 돌아보고는 나는 얼른 내가 쓰는 샴푸를 뽀로로 샴푸통에 넣었다.
그러고나서 뽀로로 샴푸통에 든 내 샴푸로 경수의 머리를 감기기 시작했다.
"근데 아빠. 이거 냄새 이상해. 아빠 머리 냄새나."
"에이.. 아빠 머리에서 무슨 냄새가 난다고 그래. 봐봐. 이거 뽀로로 샴푸 맞잖아. 뽀로로 그려져 있잖아."
"흐음.. 수상한데.."
며칠 전 경수와 함께 마트에 갔을 때 경수가 말을 잘 들으면 주려고 소세지 10개 가량을 몰래 사서 냉장고에 숨겨놨었다.
그런데 내가 회사에 간 사이 유치원을 다녀온 경수가 (어떻게 알았는지는 몰라도)숨겨둔 소세지 중 절반 이상(딱 2개 남아있었다.)을 먹었다.
어떻게 알게 되었냐하면 퇴근하고 와서 보니 경수가 평소에 하지않던 것 중 하나인 옷 벗어서 정리하기를 했길래 경수에게 소세지를 주기위해 냉장고를 뒤적이다가 알게되었다.
나는 딱 2개 남은 소세지를 경수에게 보여주며 나머지가 어디갔냐고 묻자 경수는 고양이가 먹었다며 시치미를 떼길래 경수를 보며 저 말(흐음.. 수상한데..)를 했더니 그 이후 틈만 나면 내게 저 말을 한다.
"수상하긴 뭐가 수상해. 근데 경수야 진짜 강아지가 소세지 먹었어?"
"ㅇ.. 응? 응. 가.. 강아지가 먹는거 봤어!"
이렇게 티가 나는데 누가 모를까.
하지만 난 아들의 깜찍한 범행을 눈감아주고있다.
경수의 머리를 감기고 샤워시키고 세수까지 해준 다음 머리를 수건으로 대충 말리고 옷을 입혀 내보내고는 나 역시 씻을 준비를 했다.
경수를 씻기느라 거의 다 젖은 옷을 겨우 벗어내고 머리를 감는데 하필이면 머리에 샴푸칠을 다해갈 무렵 밖에서 경수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빠! 경수 오줌 눌래! 쉬야 하고싶어!"
나는 경수의 다급한 목소리에 놀라 샤워기를 틀어 거품을 대충 씻어내고 경수를 변기에 앉혀 옷을 내리고 볼일을 보게했다.
경수가 편안하게 오줌을 눌 동안 내 눈에는 아직 씻기지않은 거품이 물을 타고 눈에 흘러들어가 내 눈을 따갑게 했다.
"아빠 어디 아파? 토끼처럼 눈이 빨개."
"응? 아.. 아무것도 아니야. 아빠 안아파. 괜찮아. 경수 오줌 다 눴어?"
"응! 다 눴어!"
눈이 따갑고 아팠지만 나는 차마 경수에게 말할 수 없었다.
보나마나 경수는 내가 아프다고 하면 울며 내 걱정을 하고도 남을 아이니까.
난 이 작은 아이가 걱정하게 할 수 없다.
아니. 하면 안된다.
나는 경수의 아빠니까.
경수는 하나뿐인 귀한 내 아들이니까.
아빠는.. 아들을 울리면 안되니까.
아빠라면 당연히 아들을 지켜줘야하니까.
나는 경수의 아빠였고, 경수는 내 아들이었기에 나는 내 아픔을 말하지않을것이다.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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