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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수야 쉬야 다했어? 휴지줄까?"

 


"아니. 괜찮아. 경수 혼자서 할 수 있어."

 


조그마한 손으로 휴지를 뜯어 닦는 모습이 귀여워 나도 모르게 경수를 안았다.

 


"아.. 아빠 왜 그래.. 경수 숨막혀. 응? 아빠.."

 


"어구. 내 새끼. 혼자서 그런 것도 할 줄 알고. 똑똑하네, 우리 아들."

 


"흥. 경수는 원래부터 똑똑했어. 근데 아빠. 마트갈꺼지?"

 


"응? 응. 경수가 먹고싶다는거 사러 마트갈건데. 왜? 경수도 아빠랑 같이 가고싶어? 아빠랑 같이 가면 아빠가 경수 좋아하는 초코우유 사줄께."

 


"진짜? 우와! 아빠 최고! 경수도 갈래!"

 


"일단 바지입고 나가서 뭐 입을지 고르고 있어. 아참.. 경수야. 아침은 스팸 사와서 구워먹을까? 아니면 마트에 있는 식당가서 먹을까?"

 


"음.."

 


(내게는 귀여운 표정이지만)엄청 진자한 표정으로 고민에 잠긴 경수를 보던 나는 웃음이 나오려는 걸 참아야했다.

 


점점 고민하는 표정에서 울상으로 바뀌자 나는 혹시나 경수가 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경수에게 물었다.

 


"경수야 혹시.. 먹고싶은거 있어?"

 


고개를 끄덕이는 경수에게 뭐가 먹고싶냐고 물었도 경수는 손을 만지작거리더니 내 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아빠.. 경수.. 짜장면 먹고싶어.."

 


"음.. 그럼 아침엔 마트가서 짜장면 먹고 점심땐 스팸 구워서 먹자. 어때?"

 


"와! 아빠 엄청 똑똑하다!"

 


"이제 걱정 안해도 되지?"

 


"응! 안해도 돼!"

 


"그럼 나가서 마트에 뭐 입고갈지 고르고 있을래? 아빠 빨리 씻고 나갈께."

 


"알았어! 아빠 빨리 나와!"

 


바지를 입혀주고 욕실밖으로 보낸뒤 나는 다시 머리를 감고 샤워와 세수를 끝마치고는 옷을 입고 나와 경수의 방으로 갔다.

 


그런데..

 


"경수야 무슨 옷 입을지 다 정했ㅇ.."

 


내 예상과 달리 경수의 방은..

 


"아빠.. 경수 뭐 입어? 아빠가 골라줘."

 


엉망진창이었다.

 


옷장에 정리해서 넣어두었던 옷을 다 꺼내 바닥에 늘어놓은 것도 모자라 침대, 책상, 의자까지 널어놓고 그 가운데서 옷을 고르고 있는 경수의 모습에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저기.. 경수야.. 전에 아빠가 사준 옷.. 있잖아. 그.. 저번에 놀이공원 갈 때 입었던 옷. 그 옷 입는게 어.. 떨까?

 


나는 차마 화내지못하고 어색하게 웃으며 경수에게 옷을 골라주었고 경수는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해맑게 웃으며 아무렇지않게 늘어놓은 옷들을 밟고 가서는 내가 골라준 옷을 집어들어 내게 보여주고 있었다.

 


"아빠 이거 맞아? 경수 이거 입을까?"

 


"응.. 그거.. 이리와. 아빠가 입혀줄께."

 


"알았어!"

 


또다시 옷들을 밟으며 내게 뛰어와 옷을 건네는 경수를 한 대 때리고 싶었다는 건 비밀이다.

 


"근데 경수야. 앞으로는 아무데나 옷 놔두지 말자. 알았지?"

 


"아무데나? 나두지 말자? 그게 뭐야?"

 


"그러니까. 경수가 지금 바닥이랑 침대랑 의자랑 책상에 옷을 다 꺼내서 올려놨잖아. 맞지?"

 


"응! 아빠가 옷 고르라고 해서 경수 옷 고르고 있었어!"

 


"앞으로는 그러면 안돼. 앞으론 옷 고를때 어지르지 말고 고르자. 할 수 있지?"

 


"응! 경수 할 수 있어. 경수 똑똑해."

 


"착하네. 옷 다 입으면 가서 티비보고 있어. 혼자서도 뽀로로 볼 수 있지?"

 


"볼 수 있어. 경수 잘해."

 


경수의 옷을 갈아입히고 거실로 보낸뒤 나는 방안을 둘러보았다.

 


한숨만이 나올뿐이었다.

 


"괜찮아. 할 수 있어. 김종인 힘내자. 화이팅."

 


스스로에게 할 수 있다는 용기를 불어넣고 바닥에 주저앉아 천천히 옷들을 정리했다.

 


하나씩 정리하다보니 어느새 내 손은 익숙하게 마지막 옷을 집어들어 정리하고 있었다.

 


"다했다!"

 


일어나 뻐근한 몸을 풀고 거실로 나가자 뽀로로를 틀어놓은채 쇼파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있는 경수의 모습에 웃으며 다가가 조심스럽게 흔들어 깨웠다.

 


"아들 많이 졸려? 그냥 아빠 혼자 갔다올까?"

 


"으으응.. 경수 갈꺼야.. 안졸려.."

 


반쯤 감긴 눈을 한 경수를 안아들고 방으로 가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혀주었다.

 


"아빠가 옷 갈아입을 동안만 자자. 잘자 우리 아들. 사랑해."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금새 잠든 경수를 바라보다 천천히 옷을 꺼내 갈아입고는 의자에 앉아 경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바라봤다.

 


"아들.. 아빠가 많이 미안해. 그래도.. 아빠두고 어디가면 안돼. 알았지?"

 


잠결에도 내 목소리가 들리는지 끄덕거리는 경수에 웃으며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았다.

 


거울 앞에 서서 옷매무새를 다듬고 경수가 깨지않게 조심스럽게 안아들고 차 뒷자석에 설치된 베이비시트에 앉힌 후 안전벨트를 해주고는 차에 시동을 걸고 마트로 운전했다.

 


나름 비싼 돈을 주고 산 3~5세의 유아들을 위한 클래식 CD를 틀고 쏟아지는 잠을 쫓으며 마트 주차장에 도착해 주차한뒤 차에서 내려 경수를 품에 안았다.

 


"아빠아.. 벌써 다 온거야..?"

 


"어? 어. 아빠때문에 깼어? 더 잘래?"

 


고개를 젓는 경수를 안고 마트로 들어가며 물었다.

 


"경수야 배고프지? 짜장면 먼저 먹고 그거 사러갈까?"

 


"싫어. 그거랑 초코우유 먼저 사고 짜장면 먹어."

 


경수의 단호한 대답에 나는 상처받은듯한 표정을 지었고 경수는 웃으며 내 품에 파고들었다.

 


식품매장에 도착해 경수를 카트에 앉히고 장을 볼 동안 나는 우리를, 정확히는 경수를 따라오는 그 놈의 존재를 알지못했다.

 


"경수야 일단 그거부터 사고 그 다음에 초코우유 사러가자. 그거랑 초코우유 계산하고 나서 전에 갔던 식당에 가서 밥 먹고 집에 가는거야. 어때?"

 


"아빠 밥이 아니라 짜장면이야. 밥은 아빠가 잘하는거지."

 


"맞다. 밥이 아니라 짜장면이었지? 우리 경수 누굴 닮아 이렇게 똑똑해?"

 


"찬열이 삼촌."

 


내심 경수가 내 이름을 불러주길 기대하며 한 질문에 돌아온 답은 내 오랜 친구 박찬열(이란 못된 도비 놈)이었다.

 


"경수야 아빠가 말했지. 찬열이 삼촌은 아빠보다 공부 못했다니까."

 


"아니야. 찬열이 삼촌 똑똑해. 찬열이 삼촌이 저번에 경수한테 껌 씹는 법도 가르쳐줬어."

 


"껌? 설마.."

 


내게 찬열이에게서 배운 것을 자랑하듯 발을 까닥이며 입을 오물거리고 인상쓰는 경수의 모습은 예전 박찬열이 껌을 씹던 모습 그대로였고 그런 경수의 모습은 내게 충격적이었다.

 


"ㄱ.. 경수야.. 그런거 따.. 따라하면 안돼.. 나쁜거야.."

 


"왜? 찬열이 삼촌이 아빠도 예전에 그랬다고 했는데 경수는 왜 하면 안돼?"

 


"아.. 아.. 아빠는 ㄱ.. 그런거 안했어! 도비놈ㅇ.. 아니, 찬열이 삼촌이 거.. 거짓말 하는거야!"

 


"흐음.. 수상한데.."

 


"수상하긴 ㅁ.. 뭐가 수상하다고 그래.."

 


"찬열이 삼촌이 아빠가 말 더듬으면 거짓말 하는거라고 했어. 어? 아빠! 저기 그거있어, 그거!"

 


"어? 어어.. 맞네. 경수 눈 좋네.."

 


마침 경수의 눈에 띈 스팸덕에 나는 경수의 추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아빠.. 경수 걸으면 안돼? 이거 불편해."

 


"불편해? 좀 있으면 식당 갈껀데 그때까지만 참자. 마트에 사람들 많아서 혹시라도 아빠 놓치면 큰일나. 아빠가 전에 말했지? 요새 나쁜 사람들 많다고."

 


"그래도 경수 걷고 싶어. 아빠 손 꼭 잡고 있을께. 근데 아빠. 아빠가 말한 나쁜 아저씨가 저 아저씨야?"

 


"경수야 그러면 안돼. 그러다가 저 아저씨한테 혼나."

 


"혼나는 거 싫어.. 아까부터 계속 따라와서 무섭단 말이야.."

 


"어? 따라온다고?"

 


"응. 저기 저 아저씨. 공룡 뒤에."

 


나는 경수가 가리키는 곳을 돌아보았고 그곳엔 마스크를 끼고 모자를 쓴 남자가 우리를, 정확히는 경수를 뚫어져라 보고있었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는 단 한가지의 생각만 존재했다.

 


경수가, 위험하다.

대표 사진
독자1
헐헐 ...그남자정체는뭘까요.....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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