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잡아! 잡으라고!!"
"실험체 546-15! 거기 서지 못해?"
아니다.
내 이름은 저게 아니다.
내 이름은 그들이 부르는 낯선 것이 아니다.
"지금 서지않으면 발포하겠다!!"
그가 보고싶다.
그가 그립다.
내 몸 어딘가를 관통하는 총알조차 그에 대한 그리움을 뚫지못했다.
"실험체 546-15 생포했습니다!"
"당장 실험실로 끌고 가!"
그가 불러주던 내 이름이 듣고싶다.
도경수라는 내 이름 세 글자가 너무나도 듣고싶다.
"경수야 일어나. 아침이야."
꿈이다.
"많이 피곤한가.. 경수야 좀 더 잘래? 이따가 깨워줄까?"
꿈일것이다.
"알았어. 좀 더 자. 대신 10분만이야. 알았지?"
꿈이..아닌가?
나는 그의 목소리가 꿈이라고 확신하면서도 꿈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에 눈을 떴다.
내 두 눈에 처음 들어온 사람은 믿기힘들지만 그였다.
환상일까?
스스로에게 물었다.
"변백현.."
"어? 벌써 깼네? 좀 더 자도되는데. 밥 먹을까? 배고파?"
아니다. 환상이 아니다.
스스로에게 답했다.
"변백현."
"응. 나 여기 있어. 왜? 뭐 필요한 거라도 있어? 물 갖다줘?"
믿기지 않았다.
믿을 수 없었다.
환상이 아닌데도 나는 그를 믿을 수 없었다.
지금이 현실인지 아닌지 알기위해 사람들이 주로 쓰는 방법이 볼을 꼬집는 거라던 그의 말을 떠올리며 나는 내 볼을 최대한 세게 꼬집었다.
"경수야! 너 피나! 얼른 손 떼!"
피가 날때까지.
그리고.
그가 치료해줄때까지.
"꿈.. 아니네."
"손 이리줘. 이따 손톱 깎아야겠다. 이쁜 볼에 왜 상처를 내고 그래. 고개 똑바로 들어봐. 약 바를거야. 따가워도 참아. 안바르면 안나아. 흉져."
나는 볼에서 느껴지는 따끔함을 무시하고 그를 안았다.
"살아있어줘서 고마워."
"겨.. 경수야 왜 그래.. 숨막혀. 이거 놓고 얘기하자. 응? 경수야."
"내 이름.. 안불러줘서 고마워."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실험체 545-15."
순간 그의 얼굴이 눈에 띄게 굳었다.
"그게 내 진짜 이름이잖아. 실험체 546-15."
"아.. 아니야.. 니 이름은 경수야, 도경수."
그의 떨리는 목소리는 내게 거짓을 말하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그럼 밖에 있는 것들은 뭐야? 왜 날 실험체 546-15라고 불러?"
"그건.."
흐려지는 말끝과 불안한듯 입술을 깨무는 그의 모습은 내게 무언가를 숨기려하고있음을 알려주었다.
"말해줘. 아니, 말해. 내가 모르는게 뭔지. 니가 안가르쳐주면 난 밖에 있는 것들한테 물어볼꺼야."
그는 잠시 망설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의자에 앉았고 그는 내 맞은편의 의자에 앉았다.
"너는.."
침묵.
그리고 기다림.
"나와 유전자가 같아. 내가 낳은거야. 아니, 정확히는 내 체세포에서 널 만들어낸거야."
그리고 충격.
놀람.
"아.."
마지막으로 탄성.
"그러니까.."
나는 그의 떨리는 눈동자를 응시했다.
"변백현이 내 쌍둥이 형이라는 거네. 맞지?"
믿을 수 없었다.
그동안 그가 내 몸에 놨던 주사기의 개수를.
그가 날 부르던 도경수란 이름도.
마지막으로.
"그럼 도경수란 사람은."
그가 날 속였다는 사실을.
"이 세상에 없는거네."
"그건 아니야. 너는.."
"됐어. 더 말할 필요없어. 말하지 않아도 돼. 아.. 하나만 물을께."
궁금했다.
"변백현은, 죽지않은거지?"
난 누구인지.
고개를 끄덕이는 그의 눈에는 눈물만이 고여 내 심장을 잠기게 했다.
"나는.."
언제까지 살아야 되는건지.
"죽을 수 없는거지?"
왜 살아야 하는건지.
그의 슬픈 눈과 나의 텅빈 눈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나는 더이상 그를 변백현이라 부를 수 없다.
이 어딘가에 존재할 또다른 내가 깨어나 그를 마주하기 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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