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아치 박우진이 나 좋아한대
이상하게 오늘따라 눈이 일찍 떠졌다. 분명 알람이 울리기까지 30분이나 남았음에도 설레는 마음이 먼저 일어나버려 나를 깨웠다. 일어나자마자 늘 그렇듯 박우진에게 카톡을 보냈다. 금방 1이 사라지더니 자신도 일어났다고 보내왔다. 아직 안 일어났었다면 깨워주려고 했는데 아쉽다.
박우진과의 연애를 시작하고 나서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마냥 학생1인 줄 알았던 내가, 박우진의 옆에만 있으면 특별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무뚝뚝하고 무심한 말투로 나를 기쁘게 하고, 웃게 만드는 박우진의 옆에서는 모든 걸 놔 버리고 좋아하는 남자애 앞에 있는 수줍은 김여주가 됐다.
-"어. 잘 잤나."
"응. 박우진. 너 오늘 뭐 입을 거야?"
-"어....아무 생각 없는데."
"그러면 우리 교복 입자."
-"......교복?"
"응. 나 교복입고 바다 가고 싶어."
-"어. 알았다. 교복 입고 갈게."
상상하기만 해도 낯간지럽던 일들이 일상이 되고나니 아무것도 아니었다. 교복을 차려입고 엄마가 안 보는 사이 나 갈게! 를 외치며 후다닥 집을 빠져 나왔다. 바다를 간다고 하면 분명 혼나겠지.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와 길을 조금 걸으면 언제나 그렇듯 박우진이 나를 기다리고 서있다.
"가자."
"응. 진짜 교복 입고 왔네?"
"니가 입으랬다이가."
"나는 사실 교복 입자고 하면 니가 싫다고 할 줄 알았어."
"나도 교복 좋은데."
"왜?"
"니 교복 입었을 때가 제일 예쁘다."
"...."
"그니까 바로 알았다고 했지."
아무래도 박우진은 저런 말들을 하는게 아무렇지도 않는게 분명하다. 듣는 당사자는 부끄럽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머릿속에서 난리 춤을 추는데 내가 쳐다보는 박우진은 무표정이다. 내가 고개를 쑤욱 내밀어 박우진과 눈을 마주치면 박우진이 나를 보고 웃다가 자신의 덧니를 가리기 급하다.
"헐! 진짜 예뻐!"
"예쁘네."
버스를 타고 달리고 길을 몇 번 헤매다가 도착한 바다는 정말 예뻤다. 그렇게 사람들이 붐비지 않는 바닷가여서 그런지 도란도란 놀고 있는 가족들 몇 가구 빼고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늘 높은 건물 속에 갇힌 채 살다가 이렇게 탁 트인 바다를 보니 마음도 탁 트이는 것 같다.
"좋나."
"응. 진짜. 너무 예쁘고 되게 좋아."
"그럼 됐네."
"너도 좋아?"
"어. 부산에서 살 때랑 좀 다르게 좋네."
"똑같은 바다인데?"
"니랑 와서 그렇다이가."
박우진이 나를 보고 내 머리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내 머리에 손을 얹은 박우진의 손을 잡고 앞장서서 걸으면 어느새 박우진이 나를 이끌고 가고 있었다.
바다에 왔으니 발은 담궈 봐야하지 않겠냐며 계속 징징거린 탓에 결국 두손 두발 다 든 박우진이 신발과 양말을 벗었다. 서로의 손을 맞잡는 대신 자신의 신발과 양말을 한 짝 씩 들고 차가운 바닷물에 발을 담궜다. 시원한 기운이 머리 끝까지 올라오는 듯 했다. 처음에 싫다했던 박우진도 시원한 바다가 좋았는지 잠시 모래에 자신의 신발과 양말을 두고 바짓단을 무릎까지 올렸다.
"시원하지? 좋지?"
"어. 오랜만에 바다 들어오니까 좋네."
"안 들어왔으면 섭섭할 뻔 했네."
"그러게."
발을 꼼지락 거리며 바닷물과 모래에 빠져있는 박우진에게 장난을 치고 싶어졌다. 슬금슬금 뒤로가 신발과 양말을 모래사장에 두고는 가벼워진 손으로 박우진에게 물장구를 쳤다.
"..야.."
"아니~ 너 더 시원하라고."
뻔뻔하게 박우진을 쳐다보자 낮게 웃던 박우진이 갑자기 허리를 숙여 나에게 더 많은 물을 튀겼다. 야! 하며 박우진을 노려보자 박우진은 혀를 낼름 보이며 메롱 하고 도망갔다. 첨벙첨벙 거리며 겨우 박우진을 따라가 박우진의 등판에 물을 또 튀겼다.
"어쭈."
내가 튀기는 물을 맞고만 있던 박우진이 나보다 훨씬 큰 보폭으로 성큼성큼 다가와 자신의 팔로 내 목을 감쌌다. 아니, 좋게 말하면 이렇게지 사실상 헤드락이었다. 나에게 헤드락을 걸고는 허리를 숙여 내 얼굴에 물을 몇 번 튀기던 박우진은 잘못했나 안했나. 하며 나를 괴롭혔다.
"잘못했나, 안했나."
"아 아 잠시, 잠시만!"
"빨리 말해라, 했나 안했나."
"했어! 했어 진짜 미안!"
"봐준다."
아프지도 않았던 헤드락을 풀고는 서로의 몰골을 확인했다. 엉망진창인 서로의 모습을 보다며 빵 터져 한참을 웃다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가 손을 뻗어 서로의 머리를 정리해주기 시작했다.
"박우진. 우리 저기 앉아서 바닷물 좀 말리고 집 가자."
"그래. 가자."
내가 어딜 가자고 하면, 늘 박우진은 가자고 하며 내 손을 잡고 자신이 이끈다. 오늘도, 이렇게.
해가 지는 것을 바라보며 시시콜콜한 얘기를 나눴다. 다시 집을 가면 내일은 오늘과 같은 일상이 아니라 어제와 같은 일상이 반복되겠지. 하며 우울해하면 박우진은 그러지마라. 내일 니 할 거 다 하면 내랑 재밌게 집에 걸어가면 되지. 한다. 박우진은 내가 부담스럽지 않게 싫어하는 얘기를 하지 않았고 늘 자신과 함께 하는 걸 강조했다. 이렇게 나를 아껴주는 네가 언제부터 나를 좋아했는 지 궁금해졌다.
"박우진. 근데 너 언제부터 나 좋아했어?"
"...어..그건 모르겠다."
"..그걸 왜 몰라?"
"진짜 모른다. 그냥..자연스럽게 니한테 스며들었다."
"..."
"학교 가는 게 진짜 귀찮았는데 어느 순간 부터 니 생각하면 또 그렇지는 않고,
되게 신경쓰이고 니한테 잘 보이고 싶어지고 그러다가
아 내가 니를 좋아하는갑다. 싶던데."
"...."
"뭔데 그 표정. 감동 뭇나."
생각하지도 못한 박우진의 대답에 놀라서 벙쪄있었다. 내가 너에게 스며드는 동안 너도 나와 같이 스며들었구나. 어쩌면 박우진이 나보다 먼저 나에게 스며들었겠다 싶었다. 박우진이 나에게 먼저 다가와주었기에 내가 천천히 박우진에게 가는 길이 어렵지 않았던 것이겠지.
"그럼 니는 내 왜 좋아했는데. 내 사고만 치고 댕겼다이가."
"..나도 처음엔 니가 양아치인 줄만 알았지. 담배피고..술 마시고..듣기로는 애들도 때린다고..하니까.
근데 나랑 있을 땐 안그랬잖아. 니가 나 챙겨주는 게 좋았기도 하고.."
"...."
"그냥 나도 모르게 너가 좋아진 거야."
멀리서 숨고있는 태양처럼 나도 숨고 싶었다. 태양도 빨갛고, 내 얼굴도 빨간데 왜 쟤만 숨고 나는 못 숨어. 머리카락으로라도 얼굴을 가렸더니 박우진이 손을 뻗어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 아무런 대화가 오가지 않는 우리의 사이는 정말 가까웠다.
천천히 네가 나에게 다가올 수록 느리게 내 눈이 감겼다. 마침내 너의 말캉하고 따뜻한 입술이 내 입술에 닿고 떨어지고, 서로를 쳐다보면 가장 예쁘게 웃고 있는 너와, 가장 예쁘게 웃고 있는 내가 너의 눈동자에 비춰졌다. 우리의 첫 입맞춤이었다.
* 안녕하세요! 밤구름입니당 * |
1. 우진이 말투가 제 말투라고 하니까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기분이 하핳ㅎㅎ하ㅏ핳ㅎ 부끄러운데 좋더라구용 2. 많은 분들이 우진이랑 여주 좋아해주셔서 저까지 기분이 너무 좋네용 흐흐 오늘은 우진이와 여주가 바다에 놀러간 일화를 분위기를 중점으로 살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뮤직비디오 장면도 조금 넣어봤는데 여러분의 상상에 조금 더 도움이 되길 바랄게요 3. 어제 일이 있어서 워너원고랑 해투를 새벽에 봤는데 보다가 정신차려보니 동이 터있더라구요 하마타면 오늘 현생 망할 뻔 했어요..... 4. 늘 말씀드리지만 암호닉은 언제든지 환영입니당 :)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
♥암호닉♥
코뭉뭉 님 / 무밍 님 / 참깨비 님 / 수 지 님 / 샘봄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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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