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형우 - 메이비메이비 (달콤한인생 OST)
![[인피니트/수열] Bionics_02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file/20150822/9/1/0/910ac9dfd843c522a148034c869134bc.jpg)
남자는 성열의 앞에 서서 연구소의 가장 안쪽으로 성열을 데리고 향했다. 온통 내부가 하얗고 인기척이 별로인 국립 연구소. 성열은 두리번 거리며 남자의 발소리를 귀기울여 계속 뒤따라갔다. 폭 폭. 옅게 들리는 기포 소리가 성열의 귓가에 들렸다. 도데체 여긴 연구만 하는 곳인지 성열은 갸우뚱 했다. 남자는 계속 복도를 걷다가 방 문 앞에 척 하니 섰다. 뒤따라 오던 성열은 남자의 등에 부딫혔다. 죄송합니다. 정중히 사과한 성열은 방 문을 열고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자네가 이 성열 인가?"
"혹시 소장님 되십니까?"
"허허. 긴장 풀고 거기 앉게나."
소장이 인자하게 웃으며 성열을 소파에 앉게 했다. 투명한 벽에 쓰여진 빼곡한 공식들과 두꺼운 책들. 하얀 방의 하얀 가구들. 성열은 여기 사람들은 왜 하얀색에 집착하지 라고 생각했다. 소장은 호출 버튼을 누르고 누군가를 호출 하는 듯 했다. 지금 소장실로 오게. 로봇이 가져다 주는 커피를 어색하게 들며 성열은 꼿꼿이 앉아 있었다.
"성열군이라고 편하게 부르겠네."
"네. 소장님."
"자네가 여기서 할 일은 간단하네. 실험체를 돌보아 주면 되네. 친구처럼, 가족처럼 말일세."
"실험체요? 사람인가요?"
"정확히 정의를 내리자면 사람도 아니고 키메라도 아닌 중간의 단계."
"키메라요?"
커피를 먹던 성열이 놀라 입에 머금었던 커피를 종이컵에 고스란히 울컥 해냈다. 소장은 예상했나는 듯이 길게 자란 수염을 쓰다듬었다. 어색한 공기가 소장실 안을 감도는데 문이 열리고 젊어보이는 남자가 소장실로 들어왔다. 성규군 왔나. 성열은 젊은 남자를 반히 쳐다보다가 그 남자가 성열을 쳐다보자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젊은 남자가 성열의 맞은 편에 앉았다. 소장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인사하게. L을 돌봐줄 보호인일세."
"이 사람이요? 보호인 구하지 않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L이 너무 힘들어 하지 않는가. 사람이기도 하지."
성열은 소장과 남자의 대화가 무슨 소리인지 의아해 했다. L이라니. 실험체인가. 성열은 커피를 먹는 척 하며 귀를 세웠다.
"후…. 반갑습니다. 김성규에요."
"이성열 이에요..."
김성규라고 하는 남자가 미간을 구기며 성열에게 악수를 청해왔다. 성열은 억지 웃음을 지으며 성규의 악수를 받아 들였다. 소장은 다 식은 커피를 들이키며 어색함을 달랬다. 눈치를 보던 성열은 느즈막이 문장을 입에서 내보냈다. L이 누구에요? 성규는 넥타이를 잡아 끌며 입을 열었다.
"성열씨. 앞으로 당신이 여기서 보는 모든것들은 비밀이에요. 함부로 밖에서 떠벌리지 마세요."
"도데체 뭔데 그래요?"
"L은 실험체에요. 당신이 돌봐줄 것. 18세 소년의 모습. 정부가 요청한 인간병기. 사람들 몰래 이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어요. 당신은 옆에서 L이 폭주하지만 않게 해주시면 됩니다."
"그럼 L의 실체가 뭔가요?"
"인간과 키메라의 경계에 있는 실험체."
성규는 성열에게 쏘아붙이듯 얘기하고 소장실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성규의 앞에 놓여져 있던 커피는 차게 식어있었다. 당황해 하지 말게. 원래 저러니까. 소장이 숱이 없는 머리를 쓰다듬으며 멋쩍게 말했다. 과학에 미친 사람이지. 소장은 깊은 숨을 쉬었다. 성열은 얼떨떨하게 앉아 있을 뿐이었다. 소장은 옅게 웃으며 밖에 있던 남자를 불렀다. 반듯한 양복을 입은 H가 들어와 소장에게 목례를 하고 성열에게 따라오라고 일렀다. 성열은 천천히 일어서 소장에게 인사를 하고 소장실을 나섰다.
"많이 힘들꺼야. 하지만 자네 스스로가 이곳에 발을 들인 이상 절대 나갈 수 없네."
소장이 낮게 말했다. 막 소장실을 나서던 성열은 멈칫 했다가 발을 뗐다. 역시 여기는 뭐든 이상해. 성열은 조신히 H의 뒤를 따라 국립 연구소의 지하로 내려갔다. 건물이 왜 작았는지 이제야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모든 시설은 지하에 위치해 있었다. 성열은 이제 하얀색이 넌덜머리가 날 지경이였다. 모든게 하얘서 눈이 아려왔다.
"여기가 L의 방입니다. 안쪽엔 성열씨의 방이 있습니다."
"저기. 제 옷들은요?"
"안에 다 있을꺼에요. 이건 호출기입니다. 필요할때 누르시되 자주 누르진 마세요."
그럼 이만. H는 성열에게 인사를 하고 구둣소리를 내며 성열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H가 성열의 손에 쥐어진 호출기를 만지작거리며 성열은 방의 문을 열었다. 순간 순식간에 자신에게 날라오는 물체 때문에 성열은 반사적으로 옆에 있던 스테인리스 쟁반을 집어들었다. 휘어서 흔들리는 이것. 잭나이프였다.
"누가 함부로 내 방에 들어오랬지?"
달빛에 비추어진 소년의 옆모습이 날카롭게 보여졌다. 위험한 잭나이프를 이리저리 돌리며 차갑게 말하는 소년. L. 성열은 쟁반에 박힌 잭나이프를 뽑아들며 다리가 후들거리는걸 느꼈다. 성열은 그렇게 배짱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L을 향해 성열은 다시 잭나이프를 던졌다. L은 창 밖을 보며 나이프를 가볍게 잡아냈다. 두 손가락 사이에 아슬아슬 끼워진 나이프가 좌우로 약하게 흔들렸다. 성열은 그때 후회를 했다. 내가 이곳에 왜 왔지. L과 성열. 실험체와 보호인의 첫 대면은 너무나도 살벌했다.
/
깍깍. 까치가 아침부터 가열차게 울어댔다. 성열은 시트에 몸을 더욱 말고 햇빛과의 대면을 애써 회피하려고 했다. 그러나 누군가의 악력으로 성열을 침대 밑으로 굴려 떨어뜨리는 바람에 원하지 않던 대면이 이루어졌다. 갈색 계열로 염색된 긴 머리가 붕 떠서 까치집이 되었다. 아이씨. 욕을 읊조리며 성열은 머리를 털었다. 그만 일어 나지? 이 한 마디에 성열은 정신이 퍼뜩 들었다. 맞다. 국립 연구소지. L은 벽에 기대 성열을 가소롭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보호인이라는게 이따구야? 이럴꺼면 왜 구했나 몰라."
"그 입좀 다물어라..."
잭나이프를 손으로 돌리며 가지고 놀던 L은 성열의 말에 발끈했다. 성열은 아침부터 저기압이었다. 화장실에 들어가 어푸어푸 세수를 한 성열은 다시 나오자 L이 사라졌다는걸 느꼈다. 갔나보네. 개의치 않고 국립 연구소에서 마련해준 옷을 입으려는데 무언가가 성열의 왼쪽 귓불을 스쳐 지나갔다. 뜨끈한게 울컥 나오는데. 피였다.
"마음에 안들어. 너."
L이 한 짓이었다. 잭 나이프가 벽에 꽃혀 있었고 L은 그걸 뽑았다. 성열은 순간 놀랐다. 잭나이프라니. 왼쪽 귓불을 만져보니 손에 피가 흥건히 묻어났다. 다시 화장실로 들어나는 성열은 L은 미간을 구기며 주시했다.
-L. 어딨어. 들어갈 시간이야.
"알겠어."
귀에 장착된 호출기에서 성규가 L을 호출했다. 그 보호인이랑 같이와. 성규도 성열을 못마땅해 하는 눈치였다. L은 대충 알겠다고 대답하고 성열이 들어가 있는 화장실 문을 두드렸다. 똑똑. 주먹으로 문을 치자 성열이 벌컥 하고 문을 열었다. 으익. 서로의 얼굴이 꽤 가까이 닿았다.
"그게. 나 오래. 너도 데려오래."
"그래? 가자."
성열은 쿨하게 명수의 앞에 섰다. 여기 위치는 아냐? 가소롭다는 듯이 웃은 L을 성열은 흘겨봤다. 쿡쿡 웃으며 L은 성열의 앞에 앞장섰다. 가자고. 잭나이프를 손에 놓지 않으며 L은 국립 연구소의 어딘가로 성열을 이끌었다. 성열이 국립 연구소에 발을 디딘지 이틀째 되는 날. 이곳의 위치를 꼭 외우리라 다짐했다. 온통 하얀 이곳에서 자신만의 색이 있는 것 같아 성열은 이곳이 더욱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L마저 하얗게 생겨서도 한 몫 했다.
잘 지내셨음까 오랜만이네여
사정이 생겨서 새걸로 다시왔습니다 그러나 변동사항은 없습니다
다음화는 노트에 자필로 써져있습니다 주말에 올리도록할께요
그럼 뿅!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키 인스타도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