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찬식 정진영
지나가며 몇 번 본 적이 있다. 친구 몇 명과 같이 붙어다니는 모습을 본 적도 있고, 가끔 혼자 돌아다니는 모습도 본 적이 있다. 그 때마다 묘하게 신경이 쓰였던 거 같다. 비단 같은 반 아이들의 입에서 자주 오르락내리락 내리락 하던 녀석이라서만이 아니라 얘를 뭐라고 표현해야 되지. 묘하다고 해야 하나, 잘생기기도 하고 이쁘기도 한 게… 비단 묘한 외모뿐만 아니라 풍기는 분위기 또한 그러했고 나는 그 애를 외모도 분위기도 모든 게 묘한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 상상 속의 그 애는 같은 남자지만 신비하고 고상한 뭐 그런 존재였다. 관심은 있었지만 딱히 친해지려곤 하지 않았다. 원체 붙임성이 없는 내 성격도 성격이지만 녀석의 주위에 항상 가득히 존재하는 애들이 부담스럽고, 그 묘한 분위기에 다가가기가 쉽지 않아서. 그런데,
"야, 쟤 봐! 존나 잘생겼어."
내게 삿대질을 하며 눈을 부릅 뜬 모습으로 말하는 녀석에 혼란이 온다. 쟤가 원래 저런 애였나, 쟤가 원래 저렇게 쁘띠거니를 닮았었나, 쟤 목소리가 원래 저렇게 염소 같았나. 지나가면서 들었을 땐 꽤 낮고 좋은 목소리였던 거 같은데. 지금까지 이럴 것 같다, 하고 생각해왔던 모습과 다른 모습에 생각이 많아질 무렵 어느새 내 앞에 다가온 녀석이 내 책상 앞에 쭈그려 앉으며 말했다.
"안녕, 꼬마아가씨? 생각이 많을 땐 레몬사탕이지."
해맑게 웃으며 하는 그 말에 여태껏 강철멘탈이라 믿어왔던 내 멘탈이 붕괴 되는 기분이었다. 아니, 내 멘탈이 붕괴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멘탈과 함께 내 환상 또한 와장창 깨지고 있다. 같은 반이 됐다고 내심 설레하던 내 자신에게 타임머신이라도 타고 찾아가 정신차려, 이 새77ㅣ야 라고 소리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내가 생각했던 녀석은 이게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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