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네. 죄송합니다. 내일 꼭 제출하겠습니다! 네, 들어가세요!"
지독한 편집장의 성화에 나는 반나절 가까이 노트북 앞에만 앉아있다.
잠도 못 자고 키보드만 놀려댔더니 쉴 새 없이 하품이 나왔다. 하암, 흐아아암….
하품과 함께 찾아오는 졸림에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서 찬장 안의 커피를 찾았지만 다 먹고 없었다.
늦게까지 하는 카페가 있을까 생각을 하던 도중, 한 카페와 동시에 택운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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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그때도 지금처럼 졸려 하면서 택운이 앞에서 부끄러운 줄 모르고 하품을 막 해댔었는데.
그래서 택운이는 그런 내 모습에 픽 웃으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내 손을 잡고 그 카페로 데려갔었어.
졸음을 애써 참는 날 아늑한 자리에 앉히고는 카운터로 향했고, 분명 주문 다 했는데도 계속 카운터 앞에 서서 기다렸었다?
그리고 나는 그 잠깐 새에 잠이 들었었는데, 날 살짝 흔들어 깨우는 택운에 일어나니 평소와는 다른 컵이 놓여있었어.
우리가 항상 즐겨 먹던 카페모카나 아메리카노는 긴 컵에 줬었는데, 그 날은 머그컵이었거든.
그 머그컵에 담긴 건 커피가 아닌 따뜻한 우유였어.
그런데 천천히 우유를 식혀 먹다 갑자기 문득 궁금해졌어. 그때 카운터에서 택운이가 기다렸다고 했잖아.
충분히 넘어갈만 한데 생각해보니까 택운이가 축구 하고 와서 다리 아프다고 했었거든.
그래서 장난 반, 진심 반으로 물어봤어.
아, 그때 택운이 표정을 봐야 하는데…. 얼핏 당황한 듯한 표정이 귀여웠거든.
그래서 나는 더 파고들었어. 반응도 재밌었고 궁금한 건 사실이니까!
막 이렇게 장난치니까 택운이가 아무 말 않더니 생각지도 못한 답을 해줬어.
"응?"
- 울리면 너 깰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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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저 때가 제일 행복했었던 것 같다. 택운이 있었으니까.
저 때가 아닌 '지금의 나'는 함부로 행복을 쫓지 않는다. 택운과 함께 있을 수 없기에.
그리고, '지금의 나'는 우유를 마시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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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독방에서 올렸던 글인데 얼떨결에 노스텔지아 시리즈에 담아봤네요. 제가 제일 아끼는 썰이었는데 이제야 풉니다 히히 맘에 들어하실 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택운이는 함께 있을 수 없는 데에 단지 헤어진 존재가 아닌 걸로 썼어요 ^^; 단순히 헤어졌다는 이유로 우유를 못 마시지는않을테니까요..! (쥐구멍에 숨는다.) 그럼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택운아, 미안하다 사랑한다!!!!!!!!! (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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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호닉 = 밍 / 코알라 / 깡통 / 운이 / 귤껍질 / 먼지 / 삼이 / 칰칰 / 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