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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루민] 딸기

 

 

유명한 루민 팬아트 중에

민석이가 의자에 묶여있고 루한이 딸기를 사오는 팬아트가 있는데,

그 팬아트를 배경으로 해서 쓴것입니다 :)

 

 

 

 

 

 

 

 

잠에서 깨어나 눈을 뜨면 보이는 풍경은 항상 같았다. 풀리지 않을것이란걸 알면서도 손과 발을 뒤척이며 어떻게는 빠져나가려고 애를 썼던 과거와는 달리, 체념해버린지 오래인 현재의 나는 그저 눈을 뜨면 주위를 둘러보며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는 것 밖에는 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는 방에는 그저 의자에 묶여있는 나만 덩그라니 방치되어 있다. 방 안에는 시계도 없었고, 아침과 밤을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은 창틀에 청테이프가 붙여져 있는 작은 창문 밖으로 흐리게 보이는 바깥 하늘의 풍경 뿐이였다. 벌써 그에 의해 이 방 안에 감금된 지 3주가 가까이 되는 시기였다. 그는,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이러는 것이라고 했다.

 

"…아아."

 

잠겨있는 목에서 쉴대로 쉬어버린 소리가 흘러나왔다. 나는 큰 목소리로 아, 아, 거리며 목을 풀고 난 뒤에 어둠으로 가득 차 있는 방 안을 둘러보았다. 나를 이곳에 가둬놓은 그, 루한은, 항상 외출할 때 불을 꺼놓고 나간다. 그는 알고 있을 것이다. 내가 깜깜한 이곳에 갇혀있을 때 공포심이 마음 한 켠에서 스물스물 피어오른다는 사실을. 루한이 외출하기 전 내가 있는 방에 들어왔을때, 루한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제발 나갈 때 불 좀 켜고 나갈 수 없어? 무섭단 말이야… 라는 식으로. 루한은 내 말을 듣고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것을 긍정의 의미로 받아들였지만, 루한이 그 다음날에도 불을 끄는 것을 보고 깨달았다. 루한이 내 부탁을 무시했다는 것을. 루한은 나를 사랑한다면서, 내 부탁을 들어준 적이 거의 없었다.

 

'사랑해.'

 

귀에 박힐 정도로 많이 들은 말이다. 루한은 나를 사랑한다고 했다.

 

 

 

* * *

 

 

 

루한이 오늘따라 많이 늦는다. 창문 밖으로 깜깜해진 하늘이 보인다. 다른 날에는 밤이 되기 전에 칼 같이 시간을 지켜서 들어왔는데, 오늘은 늦는다. 낮에는 창문으로 약간의 빛이라도 들어와 그렇게 깜깜하지는 않았는데, 밤이 되자 안그래도 불을 꺼서 어두운 방이 더욱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했다. 숨이 점점 거칠어지고, 심장 박동수가 빨라지는것을 느끼는 순간, 나는 더욱 더 두려워졌다. 내가 있는 방 안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고요했다. 무서운 속도로 뛰어대고 있는 심장 소리가 크게 들릴 정도로. 그렇게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다가, 방 밖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몸이 굳으며 눈이 크게 떠졌다.. 루한이 온것인가… 고개를 들어 방문을 보는 순간, 덜컥- 하고 문고리가 돌아가며 문이 활짝 열렸다. 방 안으로 그가 가벼운 걸음으로 뛰어들어오고, 형광등 스위치를 켰다. 방 안이 환하고 밝은 빛으로 가득 차고, 그토록 기다렸던 빛을 보게 된 나는, 떨고있던 몸을 간신히 진정시켰다. 

 

"나 왔어."

 

루한의 얼굴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를 정도로 항상 비슷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다. 입꼬리 끝이 부드럽게 올라가 있는, 보는 사람까지 기분좋게 만드는 예쁜 웃음이라고 생각했었지만, 그것은 그저 민석이 루한을 처음 봤을때만 했던 생각일 뿐이였다. 입은 웃고있지만 눈은 소름끼치도록 무표정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나는 더 이상 루한이 웃는 모습을 보고 예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루한…"

"오늘은 너무 늦었지? 미안. 뭘 좀 사온다고."

 

그의 말투는 부드러웠다.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하는 것을 듣다보면 정말 연인에게 말하는 것 처럼 느낄 정도로. 그러나 그런 목소리도 나에게는 그저 공포로 밖에 다가오지 않았다. 어느 새 의자 뒤에 묶여있는 내 손과 의자 다리에 묶여있는 발은 단단히 묶여져 있는 밧줄을 풀기 위해 급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나 혼자만의 힘으로 밧줄을 풀 수 없다는 것 쯤이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냥, 루한에게서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에서 무심코 치는 처절한 몸부림일 뿐이였다.

 

"풀어줘."

"응?"

"손이랑 발…살이 쓸려서 아파…"

 

넌 또 내 부탁을 듣고도 무시하겠지. 아무렇지도 않게, 내게 무슨 말도 듣지 않았다는 듯이 뻔뻔하게 행동하겠지. 보잘 것 없는 그 두 귀로 내 말을 똑똑히 들은 주제에. 웃고 있던 입꼬리가 내려앉아 버리고, 평소보다 더 싸늘해진 눈으로 날 바라보는 주제에. 내 말을 알아들었다는 티를 다 내고 있으면서. 너는 끝까지 내 말을 무시하겠지… 손이 덜덜 떨린다. 손이 의자 뒤에 묶여 있어서 루한이 내 손이 떨리고 있는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것이 무척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잠시 옆으로 돌렸던 고개를 다시 루한이 있는 쪽으로 돌렸다. 여전히 정색하고 있을 것이라 예상했던 루한은, 예상을 깨고 웃고 있었다. 물론, 눈은 차갑고 입꼬리만 올라간 웃음.

 

"배 안고파?"

"……"

"아직 아무것도 안먹었잖아."

 

 

내 눈 앞에 보이는것은, 희고 고운 손. 그리고 그 손에 들려있는, 빨간 딸기.

 

 

"나갔다 오는데 팔더라. 네 생각나서 사왔어."

"……"

"아 - 해봐."

 

루한이 딸기를 내 입에 가져다 댔지만, 나는 입을 열지 않았다. 딸기가 내 입술에 짓눌려져 으깨져도, 굳게 닫힌 내 입술은 열리지 않았다. 딸기 조각이 바닥에 툭 떨어지고. 으깨진 딸기 조각이 내 입가에 묻고 턱을 타고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루한은, 바닥에 떨어진 딸기를 아깝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런 루한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신경질적으로 눈을 꽉 감아버렸다. 손이 묶여있기 때문에 찝찝한 턱을 닦아낼 수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혀를 내밀어 입 주변을 핥아내려는 순간, 내 입술을 쓸어내리는 낯선 감촉에 의해 나는 깜짝 놀라 눈을 떴다.

 

"칠칠 맞게."

"……"

"다 묻었잖아."

"……"

"가만 있어. 닦아줄테니까."

 

내 입술과 입가를 닦아내는 루한의 손가락은 차가웠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루한의 얼굴을 차마 바라볼 수 없어 눈을 내리깔고 잔뜩 긴장한 채 앉아 있으니, 루한의 손이 내 턱을 잡고 위로 들어올렸다. 루한이 내게 다가오자 나는 순간 흠칫 몸을 떨었다. 루한이 자신의 혀로 내 입가를 핥았고, 입가에 묻어있던 으깨진 딸기 조각을 다 닦았다. 이내 루한이 내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부드럽게 맞춰왔고, 루한의 입 안에 남아있던 딸기 때문인지 약간의 달콤한 향과 맛이 느껴졌다. 루한의 혀는 내 입술을 부드럽게 쓸기도 했고, 과감하게 내 혀와 맞닿아 움직이기도 했다. 루한이 내 턱을 잡고있던 손을 떼내고 내 뒷목을 감쌌다. 루한의 차가운 손이 뒷목에 닿자 순간 소름이 끼쳐 몸을 떨었다. 나와 입을 맞춘 채 눈을 감고있는 루한의 얼굴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흰 피부. 길고 예쁜 속눈썹. 부드러운 까만 머리칼…눈을 꽉 감았다. 연인과 하는 키스와는 기분이 달랐다. 그저 얼른 끝났으면 좋겠고, 끔찍하다는 생각 뿐이였다.

 

"…하아."

 

이내 루한이 거친 숨소리를 내며 입술을 뗐고, 누구의 것인지 모를 타액이 길게 늘어지다가 이내 끊겼다. 나는 미소짓고 있는 루한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나를 왜 감금시켜 놓는거야. 나를 사랑한다면서. 사랑하는 사람한테는, 편하고 행복하게 해줘야지. 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굳이 말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입을 열지 않았다.

 

"민석아."

"……"

"사랑해."

 

차가운 손으로 내 볼을 쓸어내리며 말하는 루한의 얼굴은, 더럽게도 아름다웠다. 맑고 순수한 그 얼굴로, 나한테 이런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른다는 사실에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나를, 사랑한다고? 사랑하는 사람한테는 이러면 안되는거야. 하긴, 너는 내가 아무리 말해봤자 깨닫지 못하겠지.

 

"루한, 미안해…"

"응? 미안하다고? 뭐가?"

 

 

미안하지만,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

 

 

 

앞으로도 이런 생활을 계속해야 할 것을 알고있는 나는, 그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숙일 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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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대박 ... 재밌어요 취향저격글이네요 근데 팬아트를 본적없어서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미지가 상상이 가요 ㅎㅎ 잘봤습니다. 앞으로 애독할게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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