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참깨와 솜사탕 - 두리두리
황제 흥신소
EP . 8
'네가 소개팅 같은 거 안 나갔으면 좋겠고, 아까 그 데이트 코스도 다른 사람이랑 안 갔으면 좋겠다고.'
"아! 잠 좀 자자!!!"
자꾸만 귓가에 아른거리는 사장님의 목소리에 양 손으로 귀를 틀어 막고서 눈을 꾹 감았다. 그래, 너 잘생긴 거 잘 알겠으니까 자꾸 내 눈 앞에 아른거리지 좀 마. 나 진짜 심장이 떨려서 죽을 것 같으니까. 물론 사장님은 듣지 못 하겠지만, 끙, 하는 소리를 내뱉고서 한숨을 쉬었다. 왜 고백을 받은 내가 이렇게 혼자 끙끙거려야 해. 이건 너무 불공평 해!
'잠수타면 혼난다.'
"으으…."
꼼짝 없이 내일도 출근하고 얼굴 보게 생겼네. 울상을 지으며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나는 아직 조금, 아주 조금이라도 생각 할 시간이 필요한데. 사실 사장님이랑 제대로 된 데이트를 한 적도 오늘이 처음이라면 처음이라, 남자 친구로서의 사장님도 모르겠고… 미친, 남자 친구래. 이불을 팡팡 쳤다.
"여주야. 정신 차리자."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그랬다. 갑자기 이 말이 왜 나오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혼자 중얼거리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황제 흥신소
: 여기가 흥신소인지, 데이트하는 장소인지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
날씨 한 번 구리네. 하늘에 구멍이 뚫렸는지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비에 고개를 젓고서는 우산을 털었다. 아, 나 천둥 진짜 싫은데. 무서운 것 까지는 아닌데 괜히 천둥 소리만 들리면 심장이 두근두근 거린다. 한숨을 쉬고서는 사무실의 문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어, 왔어?"
사장님이 평소와 다름 없이 의자에 앉아서는 내게 인사를 했다. 누구는 어제 누구 때문에 엄청 고민하고 막 난리를 쳤는데 본인은 누구보다 꿀 잠을 잔 얼굴로 저렇게 인사를 하다니. 괜히 얄미워 메롱을 할 뻔 한 걸 참고서 어색하게 웃었다. '생각은 해 봤어?' 사장님이 반짝거리는 눈으로 내게 물었다. 아니, 당장 대답할 필요 없다면서요.
"네, 제가 생각을 해봤는데요."
물론 생각은 해 봤지만.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짓자, 덩달아 심각한 표정을 지은 사장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생각을 해봤는데? 어서 뒷 말을 이어 보라는 듯 재촉하는 사장님이다. 어우, 참을 성 없는 것 좀 봐. 고개를 저었다. 원래 이런 말은 좀 뜸을 들여줘야 하는 거라고요.
"일단, 사장님 저랑 딱 세 번만 데이트 해 보실래요?"
"세 번?"
"네. 저희 데이트 같은 데이트 어제가 처음이었잖아요. 저는 사장님에 대해서 아직 제대로 모르고요."
열변을 토하는 내 얼굴을 바라보던 사장님의 입꼬리가 쑥 올라가더니, 사장님이 곧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하자. 데이트 세 번.' 생각보다 흔쾌히 수락하는 사장님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렇게 바로 결정해도 돼요?' 내 물음에 사장님이 고민할게 뭐가 있어. 라며 웃었다.
"나는 지금 간절하잖아."
윽. 사장님의 말에 괜시리 간지러워지기 시작하는 심장 부근을 애써 진정시키고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럼 데이트는… 다음에 할까요? 오늘은 비 오니까. 내 말에 사장님이 웃었다. 오늘은 그럼 사무실에서 데이트 할래? 실내 데이트를 하자는 소리를 하고 싶은 건지, 사무실에서 데이트를 하자는 사장님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사무실에서 할 만한 게 있어요? 사장님이 음, 하는 소리를 내더니 내게 물었다.
"보드 게임 좋아해?"
개 콜이죠.
사장님이 열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나를 보더니 웃고서는 고개를 갸웃했다. '젠가 할래?' 또 젠가 하면 김여주 아니겠습니까.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팔을 걷었다. '사장님 저 우습게보시면 큰일 나요. 저 젠가 되게 잘해요.' 쉴 새 없이 중얼거리자, 사장님이 빵 터져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 너 젠가 잘해. 벌칙은요? 눈을 반짝이자, 사장님이 음, 했다. 점심 내기 어때? 아, 좋아요. 콜.
사장님이 젠가를 다 쌓고서 가위바위보를 했다. 내가 가위, 사장님이 보. '봐봐요. 저 벌써부터 가위바위보 이기고. 벌써 승리 할 조짐이 보이네요.' 내가 신나서 마구 중얼거리니, 사장님이 젠가가 그렇게 좋냐며 큭큭 웃었다. 되게 오랜만에 하는 거라서 그래요. 눈을 반짝였다.
"그럼 저 부터 할게요!"
황제 흥신소
"이건 사기야. 사장님 사기 치지 마세요."
"여기서 사기가 가능하기는 해?"
이럴리가 없어. 내가 세 판 다 질리가 없다고. 사장님을 매섭게 노려보며 이건 사기가 분명하다며 칭얼거리니, 느긋하게 웃으며 여기서 사기가 가능하냐는 사장님이다. 그건 아닌데… 울상을 지었다. 우르릉 쾅쾅, 치는 천둥이 꼭 내 기분을 말해주는 듯 했다. 나는 내가 젠가의 신인 줄 알았지. 그냥 존나 찌끄레기였던거야.
"세상을 다 잃은 표정이야, 왜."
"패배감에 휩싸여 있으니까 말 걸지 마요."
사장님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씨, 말 걸지 말라니까 진짜 말 안 거는 것 좀 봐. '말 걸지 말라고 진짜 말 안 걸어요?' 내가 묻자 사장님이 눈을 깜빡거렸다. 말, 걸지 말라며…. 아니, 슈밤. 물론 제가 그러기는 했지만요…. 고개를 저었다. 아녜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인 사장님이 물었다.
"점심 뭐 먹을래?"
"뭐 드시고 싶은데요?"
"나는 피자."
사장님의 말에 빠직, 올라오는 화를 가라앉히고서 웃었다. 내가 좋아하는 피자를 시키니까 왜 더 화가 나지. 네, 시키세요. 현금 결제요. 내 말에 사장님이 해맑게 웃으며 제 휴대폰을 들었다. 아오, 왜 저렇게 얄밉지. '네, 아, 그리고 결제는 카드로 할게요.' 사장님의 주문을 듣다 말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니, 미친. 현금이라니까요? 내 말을 들은 건지 만 건지 전화를 뚝 끊은 사장님이 어쩌지? 라며 웃었다.
"사장님 싸울래요? 저 카드 두고 왔는데, 싸우자는 거죠?"
사장님이 내 말에 그저 허허, 웃기만 하다가 제 지갑을 뒤적거려 카드를 하나 꺼냈다. '뭐하자는 거죠?' 내가 고개를 갸웃하자 사장님이 눈웃음 지으며 말했다.
"나랑 데이트 해줬으니까 피자는 내가 살게."
"…."
"그러니까 그렇게 세상 다 무너진 표정 짓지 마."
짠해. 사장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장님, 멋있다. 우리 사장님이 최고다.
내가 쌍 엄지를 치켜세우자, 나를 보며 웃던 사장님이 쓰러진 젠가를 다시 세우기 시작했다. 그럼, 피자 올 때 까지 한 판만 더 할래? 사장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장님 사실 그동안은 제가 봐드린 거예요. 이제 안 봐드릴 거니까 긴장하세요. 사장님이 내 말에 말만 잘 한다며 웃었다.
그런 사장님에게 말이라도 잘 해야죠~ 라고 뺀질거린 뒤, 게임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나는 진짜 신기한게, 내가 할 때 까지만 해도 아슬 아슬 하게 흔들리던 젠가가 사장님 차례만 되면 무너질 기미도 보이지 않고 멀쩡하게 서 있다는 거야. 너 지금 사람 가리냐? 죽고 싶냐?
"아, 진짜 무너질 것 같은데 안 무너지네."
"내가 좀 잘해야지."
"사장님 빨리 인정해요. 사기 치는 거 맞죠? 맞죠?"
사장님이 웃기지 말라는 식으로 말하고서는 내게 턴을 넘겼다. 봐봐, 또 내가 할 차례 되니까 무너질 준비하고 대롱 대롱 흔들리는 거. 내진 설계 된 건물도 아니고 지가 막 흔들려. 죽을라고. 후, 심호흡을 한 번 하고서 덜덜덜 떨리는 손으로 젠가를 하나 잡았는데,
"으악!!!!!!"
타이밍 좋게도 우르릉 쾅쾅 하며 정전이 되어 버린 사무실이다. 그에 내가 화들짝 놀라며 젠가를 떨치고서 사장님 품 속으로 뛰어들었다. 잠깐만, 어디로 뛰어들어? 사장님 품 속으로 뛰어 들었다고? 3초 간의 정적이 흘렀다. 나는 나대로, 사장님은 사장님대로 놀라서는 서로 어, 어, 하고만 있었다.
"제, 젠가가 무, 무너졌네!"
눈동자만 데구르르 굴리다가 괜히 젠가 탓을 하며 몸을 제대로 일으키려 하자, 내 팔을 잡고서 다시 그 자세로 돌려 놓은 사장님이 말했다. '아, 천둥 무섭다.' 저기요, 전혀 무섭다는 목소리가 아닌데요. 내가 어색하게 웃으며 '사장님 사기 잘 친다….' 라고 말하자, 사장님도 덩달아 웃었다.
"어떡하지, 천둥이 너무 무서운데."
쿵쿵거리는 게 내 심장 소리인지, 사장님 심장 소리인지. 눈을 질끈 감았다.
황제 흥신소
그렇게 껴 안고 있는 건 피자가 도착하고, 정전이 끝나면서 함께 끝났다. '피자 왔습니다.' 배달원 분의 목소리에 사장님 품에서 잽싸게 나와 아까 사장님이 내려 놓은 카드를 들고서 쫄쫄쫄 문을 열었다. '맛있게 드세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잽싸게 나가면 나 마음 아파."
"우, 웃기시네요. 피자나 드세요."
"내가 사는 건데?"
"맛있게 먹을게요, 사장님."
내 말에 사장님이 많이 먹으라며 웃었다. 그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고서 피자를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헐, 맛있어. 입에서 살살 녹는 피자의 맛에 배시시 웃자, 그렇게 좋냐며 바람 빠지는 웃음 소리를 내는 사장님이다. '사장님은 안 드세요?' 우물거리며 묻자, 사장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 피자 별로 안 좋아해. 사장님의 말에 먹던 피자를 내려 놓았다. 그럼 왜 시켰어요? 눈을 깜빡이며 묻자, 나른하다는 듯 하품을 작게 한 번 한 사장님이 웃으며 말했다.
"너 피자 좋아하잖아."
사장님의 말에 울상을 지었다. '사장님 점심은요?' 내 물음에 별 걸 다 걱정한다며 사장님이 웃었다. 나는 배 별로 안 고파. 사장님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점심마다 스테이크 먹으러 다녀 오면서 무슨. 내 말에 사장님이 고개를 갸웃했다. 나 원래 점심 잘 안 챙겨 먹는데? 그 가게도 간 지 일주일 정도 밖에 안 됐어. 사장님의 말에 눈을 깜빡거렸다. 그럼 그 전에 점심마다 어디 가셨어요? 내 말에 사장님이 웃었다.
"나 봉사 다녀 오는데."
봉사요? 전혀 상상조차 한 적이 없던 일이라 고개를 갸웃했다. 사장님은 뭐, 자기 아버지 회사 재단에서 설립한 보육원에 가서 점심마다 봉사활동을 한다고 그랬다. 오, 봉사. 내가 '사장님 좀 멋있네요.' 라고 말하자, 조금? 이라며 물은 사장님이 웃었다.
"그럼 다음 데이트는 봉사 할래요, 우리?"
내 물음에 사장님이 좋다며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보니까 좀 멋있기도 하고. 내가 배시시 웃자, 갑자기 또 우르릉 쾅쾅하며 내리는 천둥이다. 그 소리에 흠칫, 놀라자, 사장님이 웃으며 팔을 벌렸다. 왜, 또 뛰어들어오게?
"아, 안 안겨요! 진짜 사람을 뭘로 보고…."
아까 그건 그냥 순전히, 소리와 함께 갑자기 깜깜해져서 놀라서 그런거고, 저 원래 천둥 소리 따위에 겁 먹지 않는 여자거든요? 내가 말하자, 웃기다는 듯 웃던 사장님이 나른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안겨도 되는데.' 네? 내가 잘못 들었나 싶어 다시 묻자, 씩, 웃은 사장님이 말했다.
"안겨도 된다고."
안 안길 거거든요. 아직 따뜻한 피자를 들며 고개를 저었다.
ⓥ0ⓥ
안녕하세요!!!!!!!!!!!!!!!!!!!!! 우왕 되게 오랜만인 것 같지 않아요?ㅋㅋㅋㅋㅋㅋㅋㅋ 하하하하하 저 장염걸려서 아침부터 멘붕왔거든요. 그래서 글이 이따구니까 아, 이 작가가 장염에 걸리더니 정신도 이상해서 글을 이렇게 썼구나~ 하고 넘겨 주시면 정말 감사할 것 같습니다.
글삭 = 작가가 너무 민망하고 화가나서 글을 삭제함
그리고 저 7화 초록글에 올랐었어요 저 진자 너무 행복해서 엉엉 울뻔 했습니다. 진짜. 저 그 때 글 올린 거 보셨죠? 횡설 수설하면서 행복해 했습니다........ 초록글... 행복해따...... 찡긋.
암호닉은 언제나 받습니다!!
♡ 암호닉 신청해주신 쿄쿄님, 황제펭귄님, 충성충성님, 0217님, 황갈량님, 봉봉님, 균킹님, 황도님, 뉴리미님, 랕둥이님, 브룩님, 임금님, 홍홍님, 아가베시럽님, 짝소부님, 빈럽님, 옹스더님, 0713님, 1232님, 털없조 알파카님, 유팜님, 슬님, 멍귤님, 황제뿡뿡이님, 무기력님, 미망님, 돌멩이님, 르래님, 강낭콩님, 수파루파님, 급식체님, 뿌님, 갓제흥신소님, 황제의신하님, 슬님, 샘봄님, 부깅이님, 순이님, 걀량님, 몬님, 줄리님, 자연스롭겡님, 정수기님, 각꿍님, 앵두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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