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도 학연은 어린이집의 온갖 잡무를 혼자서 다 해내고 있었다. 아줌마 선생님들은 할 말이 어찌 그리 많으신지, 휴게실에서 각자 종이컵에 커피 한 잔씩을 타놓고 자식 얘기, 남편 얘기, 친구 얘기 등으로 한참 웃음꽃을 피우다 원장이 상담에 들어간 사이에 근처 카페로 2차를 떠났다. 놀이터의 먼지, 거미줄을 다 털어내고 미끄러짐 방지 스티커도 꼼꼼히 다 붙이고 들어온 학연은 시끄러운 수다 소리가 들리지 않아 의아했다.
"이 아줌마들이 왜 이렇게 조용해.....? 학부모님 오셨나?"
나야 나쁠 것 없지만. 학연은 아이들 말소리와 웃음소리로 가득한 어린이집은 오랜만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자기가 온 뒤로 무언가 부족했던 어린이집이 조금이나마 나아지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한 학연이었다. 보수도 더 주면 좋을 텐데. 학연은 시원하게 기지개를 켰다. 어깨에서 뽀드득 소리가 났다.
"어, 뭐야. 점심시간 십 분 밖에 안 남았어? 밥도 못 먹었는데?"
아이씽. 대충 빵이라도 먹어야겠다. 학연은 머리를 긁적이며 주방으로 들어갔다. 좁은 주방에서 한참을 뒤적거린 후에야 남은 식빵을 발견한 학연은 그 자리에서 배를 채우기 시작했다.
나도 제대로 앉아서 점심 먹고싶다. 학연은 볼이 빵빵한 채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렇게 급하게 먹고 나면 다음날 또 체할 게 분명하다.
"재환이 형한테 약이라도 좀 사놓으라고 해야겠네......"
부려먹을 사람이 있다는 건 좋은 거네. 학연이 다 먹은 비닐을 접어 쓰레기통에 넣고 바닥에 흘린 부스러기들을 청소하려고 할 때였다.
"까만 선생님! 선생님!"
아이 하나가 울먹거리며 학연에게로 뛰어왔다.
"유빈이가 새하 눈 찔렀어요! 새하 눈이 빨개요!"
***
정신이 없었다. 상담 중인 원장실 문짝에 급히 휘갈겨쓴 포스트잇 하나를 붙여놓고, 우는 아이를 달래 병원까지 안고 뛰어왔다. 외투까지 꼭꼭 싸매입고 마스크까지 한 아이, 새하와는 다르게 학연은 어린이집에서 일하던 그 차림 그대로였다. 달달한 향기라도 날 것 같은 분홍색 앞치마를 한 180cm짜리 청년은 병원 로비에 있던 모든 사람의 눈길을 끌었지만 정작 학연은 새하에게 온 정신이 쏠려 있었다. 왼쪽 눈이 빨갛게 물들어서는, 그래도 남자라고 눈물을 꾹 참는 게 여간 걱정되는 게 아니었다. 새하에게 외투를 입혀주며 나갈 준비를 하는 그 짧은 시간 동안 학연의 옆에서 조잘대던 아이들의 말을 들어보니, 아이들끼리의 흔한 말다툼 중에 유빈이 욱해서 교구를 던져 새하가 맞은 듯했다.
"그게 왜 하필 눈에 맞아서는........많이 아파, 새하야?"
병원 로비의 대기 의자에 앉아 초조하게 기다리는 동안 학연이 걱정스레 물었지만, 새하는 고집스럽게 고개를 내저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작고 통통한 볼에는 눈물 자욱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많이 다쳤으면 어떡하냐, 진짜. 학연은 얼굴을 쓸어내렸다. 이참에 아줌마 쌤들한테 한마디 좀 해야겠다. 아무리 점심시간이래도 그렇지.....
"김새하 어린이? 안으로 들어오세요~"
학연이 툴툴거리며 새하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을 때, 진료실 문이 열리고 간호사가 새하의 차례임을 알렸다.
"가자, 새하야."
학연은 새하를 번쩍 안아들었다. 다섯 살이라고는 하나 가볍게 들 수 있는 무게는 아니었지만 뭐, 군대에서는 이보다 더 무거운 것도 날랐는데. 학연은 성큼성큼 진료실로 발을 내딛었다.
그리고 그 때는 아무도 몰랐다. 저 분홍분홍한 앞치마를 한 까맣고 긴 청년을 이후 해파리병원의 마스코트라고 부르게 될 줄은.
분량조절의 실패ㅠㅠㅠ |
택운이를 이번에 꼭 넣으려고 했건만ㅠㅠㅠㅠㅠ 생각했던 것보다 연재텀이 훨씬 느리네요 네 죄송합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다음편에는 택운이 꼭 데리고 오겠습니다 약속! 그리고 혹시나 물어보는거지만 분량 너무 작나요? 작으면 늘려드릴라구...... 읽어주셔서 코ㅎ맙습니다♡ 'ㅋ' 하나라도 댓글 써 주시면 감사해요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