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해서 쓴 에피소드입니다!!
진호는 자기 자신이 굉장히 애교도 없고 틱틱 거리고 쌀쌀맞게 군다고 생각한다. 타인이 생각 하는 나와 내가 생각하는 나에는 생각보다 많은 차이가 있다. 내가 이따금 나를 평가하는 사람들의 말을 듣고 아.. 나한테 그런 면이 있구나. 깨닫게 되는 것처럼. 나에게 있어 홍진호는 본인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애교도 없고 틱틱 거리고 쌀쌀 맞기만 한 녀석이 아니다.
오전 7:00
눈을 뜬다. 아... 일어나기 싫다. 근데 일어나야 된다. 침대 뒤에서 뒹굴 거리다 일어나 세수를 한다. 씻고 나오니 진호가 보인다.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있는 폼이 아기 같다. 다른 놈들이 이런 생각 하는거 알면 미친놈이라고 하겠지. 괜히 장난끼가 발동해서 곤히 자고 있는 녀석의 코를 꼭 잡는다.
“우으음 무..뭐해에에? 아.. 임대갈 찐따야아 꺼져 뭐하는거야아아아...”
허공에서 허우적 허우적 거리며 더듬 더듬 말한다. 잠과 특유의 발음이 뒤범벅 돼서 무슨 말을 하는지 해석을 해야 하는 지경이지만, 웅얼 웅걸 거리는게 귀엽게 들린다. 본인은 자신의 발음이나 행동이 다른 사람 눈에 어떻게 보이는지 전혀 자각을 전혀 못하는 것 같지만. 더 놀려주고 싶어서 일어나 나 심심해 해떴어 응? 진호가 어제 늦게 잠든걸 뻔히 알면서 팔과 몸을 꼬집는다. 몸에 벌레가 붙은 듯 탈 탈 털어내며 이술 속으로 쏙 들어간다.
“콩콩! 안 일어날 거야?”
대답대신 손을 뻗어 날 잡아 당겨 꼭 안는다. 등을 두드리며 임대갈 자자... 자. 그냥 좀 닥치고 자자. 날 토닥인다. 토닥 토닥 하던 손이 점점 느려진다. 툭. 살짝 두드리는걸 마지막으로 색색 거리는 숨소리와 함께 잠이 든다. 따뜻한 기분에 그냥 이대로 콩을 푹신한 곰 인형 삼아 자는 것도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지만 오늘은 할 일이 있다. 에휴.. 아쉬운 마음에 꼭 진호를 안았다 놓고 밖으로 나온다.
오전 8:00
혼자 쇼파에 앉아 이것 저것 건드리다가 아침을 차리기 시작한다. 왔다갔다 하는 가운데 질질질 익숙한 발소리와 함께 툭 등에 뭔가가 부딪친다. 얼굴을 박고 부비는 느낌이 생생하다. 요거 요거 아직 잠 덜깼구만. 돌아서자 눈을 감고 서있는 진호가 보인다.
“왜 더 안자고?”
“돼써.. 못자게..에.. 괴롭힌게.. 누군...데”
입이 찢어질 듯 하품을 한다. 분명 아침 하는 소리를 듣고 무거운 몸을 이끌고 나왔을 거다. 둘 다 알고 있으니까 혼자 먹는 밥상이 얼마나 맛없는지를. 기특하게 나와 아침 식사를 위해 억지로 몸을 일으키고 나오긴 했는데 아직 반은 꿈나라다. 그냥 재울까 하나 그럼 또 하루 종일 퉁퉁 부어있을 것 같아서 양쪽 귀를 잡고 입술에 아침 인사를 한다.
“뭐야아...”
“잠 달아나는덴 이게 직빵이지.”
“미친놈.”
픽 웃으며 한결 가벼워진 눈을 깜빡인다. 아직 부족한지 눈을 깜빡이며 툭툭 손가락으로 입술을 두드린다. 쪽 경쾌한 소리가 나도록 입맞춰 주자. 팔을 뻗어 목에 대롱대롱 매달리며 깊숙하게 입을 맞춘다. 분명 시작은 부엌에서 한 것 같은데 내가 정신을 차린건 거실 쇼파 위. 녀석은 떨어지자 마자 툭. 가슴에 기대며 배고파... 중얼거린다. 기다려 다 됐어. 자리에서 일어나 아침 상을 마무리한다. 하음 기지개를 켜고 걸어와 머리에 까치집을 얹은채 내 앞자리에 앉는다.
오후 1시
그전까지는 각자 할 일이 있어 자신의 영역에서 왔다갔다 했다. 진호는 지니어스 게임으로 부쩍 인지도가 올라 여기 저기서 연락이 오고, 방송이 잡혀서 준비해야 할게 많았고. 나는 나 대로 포커플레이어로의 전향 등등으로 각자의 시간이 필요했다. 점심을 같이 먹으면서도 대화가 있는 듯 없는 듯 흘렀고.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한시가 돼 있었다. 으짜. 찌부드드한 몸을 풀기위해 기지개를 켠다. 하음. 하품과 함께 진호가 있는 방으로 들어간다.
진호야 뭐해 라는 물음 대신 의자에 앉아 빤히 뭔가에 집중한 진호의 얼굴을 바라본다. 역시. 뭔가에 집중하고 있는 누군가의 얼굴은 멋있다. 특히나 내가 좋아하는 사람일 때는 몇배는 뻥튀기 돼서 보이는 법이다. 내 시선이 부담스러운지 휙 고개를 돌려 표정을 구긴다. 휘휘 손짓을 하며 날 쫓아내려한다. 어쭈 이게 동내 똥강아지 취급 하겠다 그거지? 끈질기게 내 시선이 오갔던 데로 손을 뻗어 만지작거린다. 탁탁 여름날 모기나 파리를 잡듯 내 손등을 내리친다.
“아 진짜! 나 바쁜거 안보이냐?”
“보이지.”
“근데”
“ 심심해서.”
미친놈 대책 없는 놈 기타 등등의 말이 담긴 한숨을 깊게 내쉬며 자리에서 번쩍 일어난다. 진호의 뒤를 졸졸 좆아 다닌다. 아 좀 꺼지라고 탈탈 손짓을 한다. 내가 생각해도 내가 좀 변태 같은게 그게 좋다고 또 쫄래 쫄래 쫒아다닌다.
“야! 오늘 라디오 있다고 했어 안했어? 너 때문에 준비 못해서 방송 망치기만 해봐 너 가만 안둔다!”
투덜거리면서 인사도 없이 쾅!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가버린다. 좀... 심..하게 놀렸나? 뒷머리를 긁적이며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와 오늘 해야 할 일에 집중한다.
오후8시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익숙한 발소리가 들린다. 집 안에 들어와 한참 동안 주변을 왔다 갔다 한다. 평소라면 잘갔다 왔어? 내가 현관 문 앞까지 마중을 갔을 텐데, 오늘은 가만히 내 자리에서 내 할 일을 하고 있다. 조용한 집 분위기에 진호가 슬슬 내 눈치를 보는게 느껴진다. 낮에 그러고 나간 것도 신경 쓰이고, 라디오에서 한 말도 신경 쓰여서 저러는 걸꺼다. 사실... 난 별생각 없었는데 진호가 저러는걸 보니 없던 감정이 스물스물 올라온다.
혀..혀엉... 더듬 더듬 다가와 나를 부른다. 온 신경은 진호에게 가있는 주제에 안 들리는 척 탁탁 자판만 두드린다. 홍진호가 얼마나 가만히 있을 것인가. 속으로 카운트를 센다. 하나.. 둘.. 셋. 다섯이 채 되기 전에 뒤에서 불쑥 팔이 내 목을 두른다.
“나 갔다 왔다니까?”
“어.”
“....밥은 먹었어?”
“알아서 했어”
단답형으로 대꾸한다. 아.. 씨 기분 많이 상했나? 불안해하는 진호의 얼굴이 보인다. 음... 의자 팔걸이에 양손을 가지런히 올려놓고 쪼그려 앉아 나를 올려다본다. 진호는 단순히 내 기분 상태를 살피려 한 자세겠지만 생각이 잠겨 늘 입술을 쭉 빼고 날 올려다 보는 폼이 귀여워 반사적으로 웃어 버릴뻔 했다. 고개를 휘 돌린다. 에이.. 형. 왜 그래..? 혹시 방송 들었냐? 어? 의자 주변을 쫑쫑쫑 왔다 갔다 하며 묻는다. 어. 툭 대꾸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에서 아무 종이나 대충 집어들고 거실 쇼파로 가서 앉는다. 방안에서 아씨 몰라! 짜증스럽게 꿍얼거리는 콩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큭큭큭 쇼파에 앉아 소리 죽여 웃는다. 웃음끼 가득한 얼굴을 재정비 할 때 쯤 슬그머니 진호가 방안에서 나온다.
“형”
손에 들린 종이를 뺏어 다른 쪽에 내려놓는다.
“나 하루 이틀 보는 것도 아니고. 낮에 내가 진짜 화낸거 아닌거 알지?”
알지. 내가 모르겠냐? 그래서 뭐? 진호를 빤히 본다. 진호는 음.. 그래서 말이지. 내가. 어... 그러니까... 말을 재대로 잇지 못하다 뒷머리를 벅벅 긁는다. 아.. 씨. 그리고 혹시.. 방송 들었는지 모르겠는데 내가 형한테 적이라고 한건.. 말이지...이.. 그건. 아니. 막말로 우리가 공적으론 라이벌이잖아. 안 그래? 기어들어가던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그렇지 너랑 나는 공적으로는 라이벌 사이지.
“알고 있어.”
“알고 있다는 인간이 치사하게 삐지기냐?”
“ 그거 때문에 내가 이러는줄 알아? 너 왜 내 앞에선 안하냐”
너 잘못 짚은거 아냐? 내가 너한테 이렇게 까지 튕기고 있는건 그런 이유가 아니란 말이지. 콩 특유의 얼빠진 표정이 나온다. 눈을 뎅그렇게 뜨고 입술을 쭉 내밀고 요리 조리 돌린다. 눈동자는 하늘을 향했다가 다시 나를 향한다. 내가 뭘 형 앞에서 안했.......까지 말했던 녀석는 미친 절대 싫어! 소리친다. 내 그럴줄 알았지. 홍진호가 내 앞에서 보여줄 리가 없지. 알았어 알고 있었어 나 바빠 가서 발 닦고 자 오늘 피곤 했잖아 손을 휘휘 젖는다. 자라면 내가 못 잘줄 아냐?! 쾅 방안에 들어가서는 십분도 못 채우고 빼꼼히 나와서 내 주위를 배회한다.
콩콩콩 이리 저리 왔다 갔다 하며 머리 굴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씨. 성질을 못 이기고 쿵쾅 쿵쾅 걸어와 딱 한번이니까 제대로 봐라? 선전 포고를 한다. 전투력이 100% 찬 얼굴 표정으로 -흡사 전투 직전의 병사 같은...- 날 금방이라도 내리칠 듯 양 주먹을 부들 거리며 꼭 쥔 뒤에 번쩍 들어올려 양 볼에 붙힌 후 번개불에 콩 구워 먹는 속도로 뿌잉뿌잉을 시도한다.
“....야아.. 해..했자나!”
그래 했지...뿌잉 뿌잉 아무 반응 없는 나를 보며 민망한지 진호 얼굴이 방금 구운 콩 마냥 빨갛게 달아오른다. 아씨 네가 봐도 토 나오지? 그래서 안할라고 했는데 뭐라는 건지 잔뜩 세는 발음으로 웅얼거리는 녀석의 모습을 감상하다 못 견디고 양팔 가득 꼭 품에 안는다. 야! 야! 수..숨막혀 캑캑 거리는 콩의 어깨를 앙 물어 버린다.
“미친놈아! 뭐 하는 데!”
“아.. 넌 어떻게 나이를 먹을수록 귀엽냐?”
“미친 새끼. 이빨 닫아라!”
마치 아까 붉어진건 원래 색이었다는 듯 진호의 얼굴은 더욱 붉어진다. 어쩔줄 모르는 녀석을 꼭 안고 어깨에 턱을 기대 큭큭큭 웃는다.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이 사기꾼 새끼. 언젠간 강냉이를 다 털어버리고 만다 꿍얼꿍얼 거리며 품에서 벗어나려 바둥 거린다. 꼬물 거리는 손가락을 앙 문다. 에비 그거 먹는거 아니야! 미친놈아! 콩은 미간을 조이며 투덜 거린다.
“그엄 이거 대시인 머 주껀데?”
손가락을 물고 잔뜩 뭉게진 발음으로 물었는데, 자기 발음이랑 비슷해서인지 용케 알아 듣고 아 몰라 새끼야 줄꺼 없어. 다 먹어버려라. 오히려 손가락을 밀어 넣는다. 난 오케이 잘먹겠습니다. 번쩍 콩을 들어 올린다.
새벽 3:00
“아..허리야.....미친놈. 내가 다시는 너한테 속나 봐라”
나른 하게 잠든 밤 진호의 목소리가 들린다. 들려도 못들은척 눈을 꼭 감고 콩의 허리를 꼭 안는다. 방금 투덜 거린 말대로 라면 날 밀어내는게 당연한건데 녀석은 꼭 내 품안으로 들어와 가슴가에 얼굴을 기댄다. 얼굴을 가린 내 머리카락을 콩의 손이 치우는게 느껴진다. 슬쩍 실눈을 뜨고 본다. 멍하니 내 얼굴을 보고 있는 진호의 얼굴이 보인다.
“왜 너무 잘생겼냐?”
“....미친놈”
콩이 손바닥으로 얼굴을 밀어내며 잠이나 쳐 자라. 잠꼬대 하지 말고 투덜거린다. 그러면서도 얼굴에 살짝 살짝 닿는 손은 거두지 않는다. 눈을 꼭 감은 채로 입술을 두드리며 해주면 자지. 내 어리광에 하아... 참 가지가지 한다. 하면서도 쪽 진호의 입술이 왔다간다. 오늘 정신 없이 바빴다는 인간이. 조용히 하고 자. 내일 어디 가야 될 데도 있다면서. 그러다 지각한다? 하는 저 말이 무슨 뜻인지 내가 모를 리가 없다. 잠들지 않는 내가 걱정이 되는지 얼굴을 만지지 않는 손으론 등을 살살 만져준다. 본인은 애교도 없고 툴툴거리고 사나운 성격이라고 생각하는 하지만 내가 보기엔 전혀 아닌 콩의 기분 좋은 잔소리를 자장가 삼아 점점 잠이 든다.
=---------------------------------
원래 12시에 올리려고 했는데 노트북이 갑자기 안돼서 ㅠㅠ 낑낑거리다 올리니 이 시간이네요.
언제나 콩시점이었기 때문에 임시점으로 써보고 싶었습니다 ㅋㅋㅋㅋ
의견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원하시는 방향으로 쓰는것 같지는 않지만요ㅠㅠㅠㅠ
올드스쿨을 듣지 못해서... 정확하게 어떤 내용인지는 모른채 대강 인터넷 서핑으로 주워들은
걸로 들어서.. 퀄리티가 더 떨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ㅠㅠㅠㅠ
부족한글 읽어주시는 분들감사합니다!
ps. 콩좋아하시는 분들은 모두 보셨을것 같지만 ㅋㅋㅋ 보라에서 뿌잉뿌잉을 했어요 ㅋㅋㅋㅋㅋㅋ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임콩] 콩과 순두부 - "내 남자의 관찰일기"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2/b/22b818a3f6379bd49e2ecad71ffd5a23.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