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일이 있고 다음날 형은 내가 꿈을.. 꿨던 걸까....? 싶을 정도로 태도에 변화가 없었다. 아침에 똑같이 일어나 어색해서 눈도 못마주치는 나와는 다르게 변함없는 태도로 나란히 마주 앉았고. 밥을 먹는 동안은 소소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게 아침과 점심 시간이 지났다. 내가.. 뭔가 어제 큰 착각을 했다거나 꿈을 꿨나 보다. 혼자 마음을 정리하고 있을 쯤 형은 저녁을 먹는 식탁에 앉아 우리 김치찌개 먹을래? 된장찌개 먹을래? 묻듯 나에게 기습뽀뽀.. 그 다음엔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해야 내 마음을 알아줄까?물었다.
“..그..그...그..그런걸...왜..왜.. 나..나한테 무..무러보는데?!”
그 순간 당황한 티를 내지 않았어야 하는데 난 여과 없이 나의 당황한 모습을 형에게 노출했다. 떨리는 목소리 제멋대로 꼬여버린 발음과 말 더듬까지. 아.. 망했다.. 속으로 중얼거리며 아니이.. 그게 그렇잖아. 나한테 물어 보는건 뭔가 이상하지 않아? 덧붙여 말한다.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 것 같아. 알아서 해야지 뭐 이런 뻔뻔스러운!
“어제 했던 말 기억 안나? 너 나 도와준 다면서.”
“...도와.. 준.. 다고는 해찌이.. 근데. 그건”
상대가 누구인지 몰랐을 때 잖아 병신아! 어떤 미친놈이 자기 꼬신다는데 방법을 친절하게 제시해주냐? 임대갈의 시무룩한 표정을 보며 안절 부절 하다 몰라 나도 알아서 해! 쾅! 식탁을 치고 일어나 그대로 밖으로 나왔다.
그 후로 형과 마주칠 일을 웬만하면 피했다. 다른 놈들이 눈치 챌 만큼. 뭐야 형들 싸웠어요? 이번에는 꽤 오래 간다? 그전에는 금방 풀렸잖아요? 의아해하는 놈들을 보며 아.. 우리가 그랬었나? 지금처럼 옛날 생각이 잠겼었다. 그때는 예전의 나와 형의 모습을 떠올리며 아.. 그래 우리 그렇게 친했었는데. 이렇게 틀어진건 다 요환이 형 때문이야. 성질을 냈었다. 다른 놈들은 에이 뭔지 몰라도 빨리 푸세요. 라고 나에게 충고했다. 나라고 빨리 풀고 싶지 않겠니? 근데 이걸 풀려면 요환이 형 쪽의 마음이.... 먼저 해결돼야 한단 말이지.
주변의 녀석들은 불편함에 몸 둘바 모르며 거리를 두는 나를 속이고 형과 나의 술자리를 만들었다. 뭐야? 나 낚인거야?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주변에 다른 놈들이 있었기에 아.. 뭐 이정도 라면..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눈치 못채는 사이 녀석들은 화장실 좀... 여자친구가 기다려서요 등등 별 시답지 않은 변명들을 내뱉으며 하나 둘 사라져갔다. 정신을 차렸을 때 그 자리에 형과 나 단 둘 밖에 없었다. 그 숨막힐 듯 어색한 분위기가 짜증나 속으로 또 형을 원망했다. 왜 그런 말을 해가지고 - 자기가 부추긴건 생각도 못하고- 아... 난 여기서 어떻게 빠지지 요리 조리 눈동자만 굴리고 있을 때 형이 슥 잔을 내밀었다.
“한잔만 주고 그냥 가라.”
형도 알고 있을 터였다. 내가 자신을 왜 피하는지. 다른 놈들은 어떤 생각으로 이 자리를 만든 건지. 난 형을 피했지만, 그때 형은 피하는 나를 잡으려 하지 않았었다. 형의 잔을 채우는 순간이 되어서야 형이 그랬다는걸 깨달았다. 나에게 고백비스무리 한건 했지만.. 받아달라고 보채지도 않았고, 피하는 날 쫒지도 않았다. 아. 그랬구나. 벼락을 맞은 느낌이 들었다. 덕분에 형의 잔속에 붓던 술이 넘치고 말았고. 넘치는 술을 보고도 멍 때리는 나를 보고 형은 진호야? 내 이름을 불렀다.
“..아.. 미안. 나도 한잔 만 줘”
잔에 가득 차있던 술을 마시고 형 앞에 내밀었다. 형은 잠시 잠깐 내 눈을 보다 적당량의 술을 따라주었다.
“형,.”
“응.”
술을 따라준 후 형은 들어올리면 찰랑하고 넘칠듯한 잔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난 적당량의 술이 든 잔을 살짝 흔들며 형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도와줄까”
“...어?”
형의 고개가 번쩍 들리며 나를 똑바로 바라봤다. 멍청하게 살짝 헤 벌어진 입으로. 뒷통수를 빠르게 털어내듯 긁으며 아니.. 뭐. 나 한 입으로 두 말 안한다니까? 말해 원하는게 뭐야? 내가 받아줄 순 없겠지만.. 도와는 줄게. 뭔데 말만해 발음도 안좋은 주제에 랩을 하듯 쏟아냈다. 정말 어렵게 뱉은 말이었다. 내가 하려는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한 말. 형 역시 잘 알았을 거다. 내가 어렵게 한 말이었다는걸. 난감한 표정으로 이마를 매만지더니 픽. 웃음을 흘렸다. 슥슥 머리에 손을 얹고 쓰다듬는데 마치 무리 하지마 라고 말하는 것 처럼 느껴졌다.
“...진심이야. 기회는 지금 밖에 없어. 말해 뭘 어떻게 도와줘?”
형의 손을 쳐내며 물었다. 나 지금 완전 심란하니까 내가 묻는 말에 답이나 해 괜히 멋진 척 폼 재지 말고. 멋진 척 할거 였으면 애초에 날 이런 상황에 밀어 넣지 말던가. 형은 천천히 술잔을 비우며 골똘히 생각이 잠겼다. 탁. 내려놓으며 으으으으음.. 말 꼬리를 길래 늘였다.
“첫 번째”
형이 입을 열었을 때.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잔뜩 긴장했다. 일시정지를 하고 싶은 마음 반 빨리 감기를 하고 싶은 마음 반으로 형의 말을 기다렸다.
“나 피하지 마. 나도.. 고민 많았거든? 말할까 말까. 기왕지사 말한거 나중에 후회 없도록 최선을 다할거다. 내 욕심껏 최선을 다 할 때마다 네가 얼마나 당황스러울지 나 잘 알아. 근데. 너 많이 당황스럽게 할려고. 그리고.. 네가 날 끝까지 안 받아 준다면. 깨끗하게 포기 할 거야 그러니까... 내가 깨끗하게 포기 했을 때.. 나 예전만큼 못대하더라도 최소한 날.. 많이 불편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거 저런거 다 떠나서 넌 나한테 잃고 싶지 않은 동생이니까. 우리 만큼 핫한 라이벌도 없잖아 안 그래?”
진지함 반. 농담 반으로 끝난 말이었지만. 묵직하게 내게 다가왔다. 피하지 말라는 말. 형이 나에게 마음을 전하기 전에 그토록 고민했던 이유. 지금까지 쌓아왔던 우리의 시간들이 어그러지는 것. 형이 누군가를 마음에 두고, 그런 상황이 펼쳐지는게 무서워 고백하지 못하는걸 답답해 했으면서 내가 형이 가장 무서워 하는 것들 하려 했다. 형에게 알았어. 그거 말고.. 뭐 도와줄건 없어? 형에게서 열심히 달아나던 나는 달아나던 걸음을 멈추고 휙 돌아서 한발 한발 내딪기 시작했다.
형은 그랬다. 네 마음을 열수 있는 힌트 좀 달라고. 맨땅에 해딩 하는 느낌이라 힘들다고. 형은 그렇게 말했지만 나라고 별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나도 모르겠으니까 내 마음이 열릴 방법. 고민 하다 하다 선택한 방법은 누군가 필요할 때 마다 형을 부르는 거였다. 형 이거 먹고 싶어 사줘. 이거 사러갈껀데 나 혼자 들고 오기 힘들다 와줄꺼지? 전 같으면 ‘부탁해’ ‘해줄래?’ 제안을 했을 텐데 일방정적인 통보를 했다. 그때 마다 형은 알았어. 대답하고 바로 달려왔다.
직접적으로 몸싸움을 하지 않았다 뿐이지 그런 과정 하나하나가 전쟁과 같았다. 지키려는 자와 틈새를 파고들어 침략하려는 자와의 전쟁. 늘상 형과 나는 투닥 투닥 하기 바빴지만 그 시기엔 서로 서로 눈치를 보며 같은 말 한번을 하더라도 의미심장한 대사 들이 오고갔다. 내가 필요하면 언제나 형을 부르지만 아직 내 마음이 그쪽으로 간게 아니야 라는걸 난 어필했고 형은 그럼에도 난 너를 포기 하지 않았음을 어필했다. 이렇게 한바탕 헤프닝으로 넘길 수 있겠구나 생각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이 보이지 않는 전쟁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날도 평소와 같이 형을 불렀다. 다른때 같으면 바로 달려왔을 인간이 그때는 좀 늦었었다. 그 당시의 나는 언제나 오 분 대기조인 형에게 익숙한 상태였고, 뒤늦게 나타난 형을 향해 투덜 거렸다. 형은 미안. 중얼거리며 내가 먹고 싶다고 말한 족발을 식탁에 올려 놓고 나 좀.. 자도 돼지? 잠이 부족해서. 말하며 방안으로 들어갔다. 난 형에게서 이상한 낌새를 느낀게 아니라 단순히 혼자 먹으면 맛없다는 이유로 형을 깨우러 방안에 들어갔다.
“..뭐야 열 있어?”
“조금. 신경쓰지마.”
“어떻게 신경을 안쓰냐! 이 상탠데..”
고작 족발 심부름 하러 여기 까지 온 거냐 멍청한 인간아? 불쑥 올라왔다. 꾹 눌러 삼키며 약은 먹었어? 병원은 갔다 왔고? 아씨 짐덩어리야! 이 찐따야! 집에서 잠이나 쳐 자지 여기 까진 왜 기어 나오냐? 투덜 거렸다. 그 와중에 실없이 너 자꾸 나 걱정해주면 기대하게 돼는데.. 중얼거리는 형의 말을 무시하며 밥은 먹었어? 형의 상태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됐어 좀 자면 돼. 침대에서 너 냄새 난다 좋아. 실실 거리며 꾸물거리는 인간을 두고 밖으로 나와 약을 사왔다. 그 잠깐 사이 형은 잠들어 있었고. 난 죽을 끓였다. 자고 일어난 형에게 죽과 약을 가져갔다.
“..이럼 나 완전 기대 할지도 모르는데..”
중얼거리며 죽을 떠먹었다. 그때부터 였다. 조금씩 내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한 것이. 강한 공격 보다는 은근히 조금씩 침범해 가고 있었던 거다... 임대갈은. 약한 모습에 괜히 나도 약해져서 침대에 앉아 땀에 눌러 붙은 형의 머리카락을 보다가 하아. 한숨처럼 물었다.
“언제부터 였어?”
“어?”
“...그러..니까. 그. 흠. 그런 생각든거?”
정확하게 뭔지 지정하지 않고 물었다. 형은 내 말을 듣고 흠... 죽을 먹던 수저를 쟁반위에 올려놓고 이마에 눌러 붙은 앞머리를 한손으로 쓸어 올렸다.
“...정신 차리고 보니까? 나도 잘 모르겠어. 귀엽네.. 라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그게 정신 차리고 보니까 그렇게 돼있더라고 나도 어떻게 노선 변경을 못하겠더라 너무 많이 와버려서.”
“....얼마나 오래 달려왔길래.”
“음.. 한 일년? 아니 이년? 그거도 잘 모르겠다. 근데 적어도 일년은 됐어.”
처음엔 믿을 수 없었고. 두 번째엔 아 쉽게 내린 결정이 아니었구나 싶었고. 세 번째에는 결코 가벼운 마음이 아니란걸 깨달았다. 죽을 먹고 약까지 챙겨 먹인 후에 난 거실 쇼파 위에서 한참을 뒤척이다 잠들었고, 형은 그대로 침대에서 잠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눈을 떳을 때 난 어느새 침대 위에 형은 쇼파에 누워있었다. 저 멍청이. 울컥 하는 마음으로 다가가 형의 코를 잡았다. 숨이 막히는지 형은 허공에서 수영을 하듯 허우적 거리며 눈을 떴다.
“어? 일어났어?”
“...일어났어는 개뿔”
투덜 거리며 형의 이마를 짚었다. 완전히 났진 않았어도 어제 보다 낮아진 체온이 느껴졌다. 열이 더 올랐으면 어떻게 깽판 쳤을지 모른다. 그게 다 컨셉이었는지 작전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난 그 모습에 홀랑 넘어가 버렸다.
“뭐 해줄까?”
“어?”
“...도와.. 준다고 하고 너무 받기만 했잖아.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 같아서. 말해. 해줄게.”
형은 사뭇 심각한 표정이 됐다. 엄청난 결단을 내리는 사람 마냥 진지한 눈으로 턱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난 가만히 기다렸다. 뭘 제안하려나? 데이트? 아니면... 내가 어만 곳을 헤매고 있을 때 형은 그럼 가만히 있어 가만히만 있으면 돼 알겠지? 내 얼굴을 보았다. 가만히 있어? 가만히 있으면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거지? 눈을 꿈뻑 거리며 멈춰 있었다. 형은 손을 뻗어 내 양 볼을 감싸 안았다. 내가 그게 어떤 의미인건지 파악하기 전 이미 형의 입술은 내 입술에 닿아있었다. 형이 하는 대로 난 딱딱하게 굳어 가만히 있었다. 닿은건 약 10...초 남짓? 떨어진 형은 식 웃으며 성공. 이라고 중얼거렸으며 난 넋이 완전히 나가 있었다.
“충격적이었지...”
무의식 중에 입술을 만지작 거리며 중얼거리는 말에 형의 눈과 두희의 눈이 내 쪽을 향한다. 어? 아니아니 계속해 계속 그래서 그때 어쨌다고? 지금 시간의 형을 본다. 세삼 잊고 있던 그날의 감각이 찾아온다. 솔직히.. 형이랑 그런걸 한다는거 굉장히 기분 나쁠줄 알았다. 처음 형의 마음을 알고 나서 내 나름대로 마음속으로 상상해봤다. 만약에 내가... 형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된다면? 바로 나오는 대답 그건 좀 아닌 것 같아.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니야 그랬었다. 형과 그렇게 될수 없지만, 형의 마음을 내치기엔.. 그 마음의 무게가 껴져서 그럴수 없었다. 때문에 미련이 남지 않을 만큼만 받아주자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상상이 현실이 된 그 순간... 기분이 전혀 나쁘지 않았다. 끔찍할줄 알았는데 뭔가... 괜찮았다. 순간 어? 부드럽다하는 감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형은 내 맘을 모르는채 실실 웃으며 내 눈치를 살폈다. 진호야 너... 괜찮...까지 듣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어 괜찮아. 잠깐만 나 머..머..뭐..어 조..좀 사러 갔다 와야겠다. 당황한 티를 다 내며 밖으로 나왔다.
그때가... 그래 겨울이었던 것 같다. 겉옷도 없이 맨발로 슬리퍼를 신고 덜렁 나와 타오를듯한 얼굴을 식혔다. 사춘기 소년도 아니고. 추운 겨울 새벽 옷 몸을 잡아 당기며 손부채질을 했다. 겨우 겨우 식히고 나서 문에 몸을 기대고 살짝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순간 찌릿하고 입술부터 가슴까지 이상한게 움직였다. 순식간에 지나간 감촉이 입가에는 한 모금 삼키고 나도 향이 오래 남는 커피처럼 오래도록 머물러 있었다.-...심지어 잔향의 여운까지 있었다- 와.. 미치겠다. 머리를 움켜쥐고 바닥에 쪼그려 앉았을 때 문 뒤에서 똑똑 노크와 함께 나 밖에 나가도 돼? 하는 형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야 나 갔다 왔어 말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형의 손에는 겉옷이 들려있었다. 난 그걸 보고도 어색하게 웃으며 슈퍼 갔는데 없더라고 찾는게. 발연기를 했고, 형은 겉옷을 뒤로 숨기며 아..그래? 춥겠다 빨리 들어와 응해줬다.
집으로 들어와 아.. 졸리다. 좀 더 자야지. 형은? 과장되게 물었다. 형은 아 집에 가야지 식 웃었다. 다시 침대에 누었을 때 형은 조용히 다가와 침대 끄트머리에 앉았다. 온 신경이 형에게 가있는 듯 했다. 심장소리가 크게 들려서 형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아 당황스러웠다. 심장 소리를 TV볼륨처럼 줄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뭘 하려는 거지? 잔뜩 경계한 나의 귓가에 심장소리보다 크게 형의 목소리가 들렸다.
“너 당황스러운거 아는데, 도와주기로 약속했으니까 앞으로 내가 더 당황스럽게 해도 나중에 나 모른척 않기다? 그래도 싫으면 말해.... 아님 네 식대로 아구창을 날리던가... 네가... 죽을 만큼 싫다 그럼 안할거야 나.”
거기까지 말한 형은 끼익 소리와 함께 일어났다. 형이 집으로 간 후에도 한참 동안 뒤척였다. 한손으로 가슴께를 움켜쥐고서. 미쳤구나 홍진호 중얼거리면서. 그 일이 있은 후 형은 나를 위해서인지 본인을 위해서인지 더 이상 다가오지 않고 평소처럼 깐족거리고 실실 거리며 내 약을 올렸다. 그러다가도 문득 기척이 없어 돌아보면 멍하니 내 얼굴을 보고 있었다. 순간 눈이 마주치면, 입술의 감촉이 떠올라 당황한 티를 고스란히 내면서 고개를 휙 둘려 버렸다. 그렇게 점점점 형이 다치지 않게 받아주자 정도 생각했던 마음은 내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틀어졌고, 천천히 가속도를 올려가고 있었다.
문제의 그날 형은 할 말이 있다며 늦은 저녁 우리 집을 찾았었다. 문을 열자마자 술 냄새가 훅 하고 뿜어졌다. 형은 안으로 바로 들어오지 않고 현관 앞에 서서 뭐야? 뭐 이렇게 많이 마셨어? 괜찮아 투덜거리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사라져 버릴 것 같았다. 덜컥 겁이 났지만 티내지 않으며 왜 안 들어와? 물었다. 형은 양팔을 벌리며 콩이 안아주면 들어가지이이이 히히 술기운이 더해진 실없는 웃음을 지었다. 평소라면 뭔 헛소리야? 받아쳤겠지만 그렇게 내치면 바로 알았어 돌아서 사라져 버릴 것 같아 순순히 푹 안아줬다.
“무슨 일.. 있어?”
대답대신 형은 체중을 실었다. 나는 천천히 뒷걸음질 쳐 집안으로 들어왔다. 결국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뒤로 넘어갔고. 형은 내 가슴에 얼굴을 묻은채 내 허리를 꼭 감싸 안았다.
“콩.”
“응”
“나... 오랫동안 못 볼지도 모르는데.”
“...뭐?”
조금만 생각하면 저게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었을 텐데, 분위기에 취해서인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놀라 누워있던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무슨 소리야 어디 아파? 이민이라도 가? 아니면.. 혹시 사채라도 썼냐? 다다다 쏘아붙이는 말에 형을 실실 웃음을 흘렸다.
“나 오래 못 본다니까 걱정은 되나 보네”
“당연하지 병신아. 뭔데 말해 뭐야? 똑바로 얘기 안 하냐 너?”
형은 술기운에 무거워진 눈꺼풀을 끔뻑거리며 내 가슴가에 턱을 내고 빤히 날 올려다 보았다. 글쎄 뭘까 네가 이렇게 나오니까 더 말하기 싫은데 헛소리를 중얼거리면서. 다시 고개들 들어올렸을땐 불안하게 눈가가 촉촉한 듯 했다. -...거기에 홀라당 넘어간 거다 나는....- 이 인간이 이럴 정도로 심각한 일이 도대체 뭐지? 별에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콩콩콩.. 진호야 홍진호.. 중얼거리며 베실베실 거리는 얼굴에 힘이 없어서 이상하게 내 기분이 다운됐다.
“야. 뭐냐니까?”
“이게 빠져가지고. 야 라니... 몰라 얘기 안할거야. 너 속 타게 해야지...이....”
실실 거리는 얼굴을 보기 싫었던 것 같기도 하고. 단순이 열불이 뻗쳐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단순히 내가 하고 싶어서 였던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그때의 난 제정신이 아니었다.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임대갈의 양 볼을 감싸 쥐고 잡아 당겨 입을 맞췄다. 놀란 임대갈이 술기운이 확 달아나 가느다란 눈을 애써 부릅뜨며 날 쳐다 보았다.
“똑바로 말해라 너. 뭐야 뭔데 그래?”
임대갈은 점점 진정이 되는지 후우.. 숨을 몰아쉬고 손가락으로 입술을 매만지며 물었다.
“대답하면 제대로 해줄꺼냐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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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지난편 재밌고 설래게 봐주신 분들이 많아서 기분 좋았습니다 ㅠㅠㅠ
이번편..도 그랬으면 좋겠네요.
점점 임콩의 인지도가 올라가는것 같아서 행복합니다 ㅠㅠ
부족한글 재밌게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너무 감사합니다 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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