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니어스 6회전에 언급한 콩둫임의 식사 타임에서 시작합니다.
“둘이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친해 진거예요? 둘이 라이벌 아닌가?”
두희와 같이 밥을 먹게 됐다. 게임 안에서의 이런 저런 대화도 나누지만, 서로 서로 게임 밖에선 어떻게 살아가는지 이제껏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왔다 갔다 한다. 셋다 보통 사람들이 말하는 평범한 루트에서 벗어난 길을 걸어온 사람들이니까. 어떻게 살아왔냐에 대한 얘기만 하더라도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나랑 형이랑?”
어떻게.. 친해 졌냐..라. 술이 한 두 잔 들어가면 이성 보단 감정의 움직임이 더 세져서 괜히 맨정신일 때 보다 감성적으로 예전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이 질문을 받기 전 내가 걸어온 시간들을 쭉 둘러봐서인지 더 선명하게 나와 형의 기억이 떠오른다.
“형”
언제 친해 졌냐라는 기억을 넘어 언제부터 우리의 관계가 본격적으로 바뀌었던 시기에 대한 기억으로 넘어왔다. 그 시기에 형은 유독 멍하니 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때도 지금처럼 실실 거리긴 했어도 이렇게 까지 어벙하진 않았으니까. 그 당시 난 말을 걸어도 반응이 없고 멍한 형의 상태가 걱정스러웠다. 무슨 걱정이 있는 걸까? 그 날도 그랬다. 지금도 거의 같이 살다 싶이 하지만 그때도 각자의 집을 오가며 밤새 게임을 하는게 일상이었다. 밤을 세고 일어난 늦은 오전. 아침겸 점심 상 앞에서 정신을 놓고 있는 형을 불렀다.
“형!”
무슨 생각을 그리 깊이 하는지. 형은 내 부름이 들리지 않는 듯 손가락으로 이마를 매만지며 혼자만의 세상을 걷고 있었다.
“야! 임요환!”
참지 못하고 이름을 불렀다. 그제야 정신이 든 건지 어? 어? 얼빵하게 눈을 끔뻑이며 주변을 둘러 봤다. 여기 여기 여기라고. 어딜 보는 거야? 형 무슨 고민 있어? 왜 그러냐 실없이? 던진 질문에 형은 물끄러미 내 눈을 보았다. 그때부터 뭔가 기분이 이상했던 것 같다. 눈을 마주본게 한 두 번이 아닌데, 기분이 이상했다. 정확하게 표현할 수 없지만 말을 거는 것 같기도 하고... 자책하는 것 같기도 하고. 하고 싶은 말이 굉장히 많은 눈이었다. 괜시리 민망해져서 뒷통수를 긁적이며 팔꿈치로 형의 어깨를 툭툭 쳤다.
“뭔데 그래~ 무슨 고민있냐?”
형은 입을 벙긋이다 아.. 아니다. 픽 웃으며 툭 머리위에 손을 올려 놓았다. 휘휘 머리를 쓰다듬는 손이 점점 느려지며 입에서 휘유.. 한숨이 나왔었다. 나만 형의 이상한 낌새를 느낀게 아니였다. 주변에 있던 모든 놈들이 요즘 상태가 영 이상한 것 같다고 쑥덕거렸다. 무슨 일인지 물어봐야 되지 않냐고 숙덕거리며 모두 나를 쳐다보았다. 하고 많은 놈들 중에 왜 하필 나야? 투덜 거리면서도 알겠다라고 대답했다. 형이 왜 저러는 건지 궁금했으니까.
눈치를 보다 날을 잡고 또 같이 밤을 세는 날에 술을 꺼내 들었다. 한잔 두잔 홀짝거리며 형의 상태를 살폈다. 술을 마시면 많은 이야기가 오가는게 보통인데, 이상하게 그날은 형도 내가 형을 살피는걸 느낀건지 어떤건지 말이 없었다. 술을 마시며 힐끗 내가 형의 얼굴을 살피는 것처럼. 형도 술을 마시며 힐끗 내 얼굴을 살펴보았다. 째각 째깍. 처음 만난 사람 단둘이 마주 앉아 있는 것 같은 고요함 속에 시계 가는 소리와 술 병과 술잔이 부딪치는 소리만이 들려왔었다.
“아.. 못해먹겠네 진짜. 형 알고 있지? 지금 애들 형 이상하다고 눈치 보고 있는거. 먼데 빨랑 말해 분위기 잡지 말고.”
답답한 공기를 이기지 못하고 짜증스럽게 말했다. 대답대신 돌아온건 더 숨막히는 침묵이었다. 아무 말 없이 턱을 괴고 멍하니 내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돈 문제냐? 아님 뭐 조금 있으면 군대 가는 거? 아님.”
줄줄줄 되는 데로 말하다.
“아님 연애문제?”
툭 던진 말에 형의 얼굴이 살짝 흔들리는걸 느꼈다. 뭐야. 그거 였어? 참나.
“큰일이라도 난줄 알았네. 확 그냥 질러 버려 애들 분위기 안 좋아지게 칙칙하게 쭈그러져 있지 말고.”
지금이야 얼굴 왕바위만한 능글맞은 아저씨가 됐지만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외모만으로 팬을 거느릴 정도였다. 뭐가 걱정돼서 혼자 끙끙 되고 있냐? 멍청하게 혀를 끌끌 차며 형의 빈 잔에 술을 따라 넣었다. 내 술을 받은 형은 소주잔을 들어 올리고 술에 나를 투과 시켜 바라보며 픽 웃었다. 술을 쭉 마시고 꽃받침을 만들어 술에 취해 반쯤 풀린 맛 이간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기왕 말 꺼내기 시작한거 끝을 보자. 누구냐고 캐묻기 시작했다. 형은 그 포즈 그대로 내 말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 보내며 실실실 웃었다. 뭐야? 아직 주량 안 넘었는데? 왜이래 이 인간? 취한건가? 눈 가까이 손을 가져다 대고 휘휘 휘둘렀다. 턱. 형이 내 손을 잡아 내렸다.
“콩”
“아 그렇게 부르지 말랬찌?!”
“부르지 말라고 그래찌 근데 난 그렇게 부르고 싶은데~에?”
아 취했구나. 제정신이 아니구나. 에휴. 정확한건 나중에 물어보자 생각하고 오늘은 그냥 자자 여기까지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형은 내 손을 잡은 팔에 힘을 주어 날 다시 자리에 앉혔다.
“콩”
“아~ 뭐~ 말해봐 뭔데?”
그때까지 내 머릿속엔 이 인간을 빨리 재워야지. 그 생각밖에 없었다. 앞으로 나에게 무슨일이 벌어질지. 그리고 그 일로 인해 내 인생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체 형의 말을 기다렸다.
“확 질렀다가 다시 못 보면?”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대잖아 계속 하면 돼지”
“너 그럼 열 번 찍어서 넘어올때까지 나 도와줄래?”
형은 양손으로 내손을 꼭 쥐고 물었다. 순간 형의 눈을 보고 느꼈던 그 이상한 느낌이 슥 지나갔다. 무수히 많은 말을 담은 것 같은 의미심장한 눈빛. 그리고 그 눈빛과 마주하고 있는 나. 평소 같으면 당연하지! 라고 말했겠지만 그 순간 바로 대답이 나가지 않았다. 입안에만 맴도는 말을 건내지 못하고 웅얼거리는 나를 보며 형은 불쌍한 눈으로 응? 도와줄거지? 재차 물었다. 뭔가 불길하다고 대답하지 말라고 본능이 경고를 보냈음에도 그 눈을 이기지 못하고 당연하지! 라고 기어코 대답해 버리고 말았다.
“진짜지?”
“아~ 내가 한 입으로 두 말하는거 봤어?”
“그럼. 진호야. 처음엔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
처음엔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라니... 당연한걸 가지고.
“으이그 이 찐따야 그쪽이 형이 마음 있는거 모르는 것 같으면 말해.”
“안돼. 말하면 바로 나 안보겠다고 길길이 날뛸 성질머리야. 아니지. 아구창을 날릴지도 모르겠다.”
.....어째서.. 그런 막돼먹은 성격을 좋아하게 된 건지. 어떻게 만나게 된 건지.. 누군지 모르겠지만. 그냥 포기 하면 안돼? 라고 대답하고 싶은 마음으로 에이 그래도 될 때까지 해봐야지. 말했다. 형은 픽 웃으며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니까~ 정말 복잡하고 어렵고 난해한 상대라고. 열변을 토했다.
“....티는 내봤어?”
“아니. 눈치 채면 바로 연락 끊을까봐 무서워서 안 그랬어. 어쩔 수 없이 다시 봐야할 사이인데, 어색해 지는 것도 싫고.”
...도대체 누구지? 그럴만한 사람이.. 있나? 어쩔 수 없이 다시 봐야할 사이라는건... 나도 아는 사람이라는 건데..? 열심히 리스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럼 멍청하게 계속 끙끙 대겠다고? 뭐라고 해봐. 다시 봐서 어색해지면 뭐. 연락 끊어도 다시 볼 사이면 오히려 더 들이대야 되는거 아냐?”
“정말. 그렇게 생각해?”
그때는 그 말이 참 답답하게 느껴지고 이 인간 왜 이러나 싶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형이 그 물음을 하기 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 싶다. 형은 무겁게 물은 물음에 난 가볍게 당연하지 대답했다. 형은 복잡한 미소를 지으며 내 손을 잡았다. 난 아무 생각 없이 날 잡은 형의 손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할까?”
“어?”
“들이 대라면서. 어떻게 들이대면 되는데?”
이런 것 까지 내가 말해 줘야 돼? 아.. 뭐 선물 공세를 벌인다거나. 은근히 티를 낸다거나.. 그래도 눈치 못체는 것 같으면
“확 기습 뽀뽀라도 해버리던가”
나도 어디선가 봤었던 것 같다.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한테 확 기습 뽀뽀를 하는걸. 그 장면을 떠올리며 툭 던진 말에 형의 눈이 반짝였다. 형은 정말? 그러다 한 대 맞으면? 너가 책임 질 거야? 물었다. 그걸 내가 왜 책임 져야 하나.. 생각하면서도 분위기를 맞춰줄 요량으로 그래~ 그래~ 내가 다 책임 질테니까 일단 뭐라도 저질러 보라고. 형을 다독였다. 형은 알았어 고마워 덕분에 용기가 좀 생긴다. 말했다. 그래! 오늘 계획대로 술술 풀리는구나 이제 씻고 잠이나 자야지. 30초 뒤에 벌어질 일을 예상치 못한 나는 속으로 콧노래를 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순간 귓가에 홍진호 라고 내 이름을 부르는 형의 목소리가 들렸고 어? 하고 돌아보는 순간 눈앞에 별이 튀었다.
“아!”
기습 뽀뽀도 아닌 그냥 입술 접촉 사고. 잔뜩 긴장했던 형이 잘못 각도를 맞추는 바람에 딱하는 소리와 함께 부딪쳤고. 엄청난 아픔과 함께 눈앞에 번쩍했다. 으아악! 소리치며 입술을 부둥켜 안고 야! 나한테 하지 말고 짝사랑 상대한테 하라고! 빽 소리치는 나에게 형은 아 그러니까 했잖아 라고 천연덕스럽게 대꾸했다.
“...뭐?”
순간 잘못 들은줄 알고 멍하니 있는 나를 보고 형은 접촉 사고로 인해 얼얼하게 붉어진 입술로 곡선을 만들며 씩 웃었다. 아.. 멋지게 했어야 됐는데 실패했네 아쉽다 다음엔 더 잘할게 로맨틱하게. 중얼거리며 혼이 나간 내 이마위에 입을 맞췄다.
“잘자라.”
그랬었지. 그렇게 시작됐다. 나와 임대갈의 관계의 시작. 그때를 회상해서 인지 그때의 아픔이 밀러오는 것 같아 괜히 입술을 만지작 거린다. 그 아픔도 뒤이어진 형의 말에 싹 사라져버리고 말았지만. 처음 형이 날 좋아한다는걸 알았을땐.. 누군가 갑자기 절벽에서 날 밀어버린 아찔한 느낌이 들었었다.
“형...?”
두희가 옛 추억에 허덕이느라 쟤 얘기를 듣지 못하는 내 이름을 부른다.
“어? 아.. 어어 계속 해봐 그래서 뭐?”
“제가 아니라 요환이 형님이 말하고 있었잖아요. 그래서 둘이 사석에서도 그렇게 많이 싸웠다면서요?”
싸워? 그래.. 많이 싸웠었지. 그렇게 첫 접촉 사고가 일어난 다음 날부터 우리들의 전쟁이 시작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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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회전때 짠내 났던 세사람이죠.... ㅠㅠ
이런 저런 망상을 하는게 두 아저씨한테 미안하면서도....
지니어스에 화난 마음을 이렇게 풀고 있습니다.
부족한 글 재밌게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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