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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매일 무미건조한 일상이 계속된다. 해가 뜨면 학교에 가고, 해가 지면 집으로 돌아온다. 그런 무료함을 뒤로한 채, 나는 집 앞에 묶어놓은 자전거의 자물쇠를 풀고 가볍게 다리를 들어올려 안장에 올라탔다. 페달에 발을 올려놓자 기름칠이 벗겨진 체인에서 끼익ㅡ 하는 낡은 소리가 났다.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나는 페달을 힘주어 밟았고 이내 자전거는 천천히 굴러갔다. 나의 일과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아직도 새벽같이 어스름한 아침이었다. 자욱히 낀 안개에 갑작스런 서늘함마저 들었다. 어젯밤 본격적인 봄비가 시작되고 아직 그 기운이 가시지 않아 그런 탓인 듯 했다. 얇은 교복 자켓 사이로 찬 바람이 스며들고, 핸들을 잡은 손이 추위에 발갛게  달아올랐지만 나는 구태여 자전거의 속도를 줄이지 않았지만 등교길과 출근길이 겹쳐 도로는 자동차들과 버스로 꽉 들어찼고, 도보도 그렇게 넉넉치 만은 않았기에 자연스럽게 자전거의 속도가 줄어들었다. 그래도 학생들은 바삐 걸음을 움직였고, 나 또한 답답한 마음을 뒤로하고 꾸준히 페달을 밟았다.
 
 
그렇게 수많은 학생들의 뒷모습을 치나치며 움직이던 중, 낯익은 인영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단정하게 빗어넘긴 엷은 갈색 머리칼의 뒷통수. 짙은 군청색의 교복이 꽤나 잘 어울리는, 변백현. 언제나처럼 흰 색의 이어폰을 귀에 꼽고, 손은 주머니에 찔러넣은 채, 작고 느린 보폭으로 걷는 모습. 신기하리만치 눈길이 가는 그의 모습에 나는 그를 지나치면서도 그의 모습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얀 얼굴이 스쳐지나 가고, 나는 별다를 일 없이 페달을 밟아 교문을 통과했다. 운동장 구석에 마련되어 있는 자전거 보관소에 도착해 즐비하게 늘어져있는 자전거들 사이로 내 자전거를 밀어넣고 자물쇠까지 꼼꼼히 채우고서 나는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맨 꼭대기 층에 위치한 3학년 복도는 여느 때처럼 조용해 질 줄을 몰랐고, 그 소란함에 절로 한숨을 흘린 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반으로 향했다.
 
 
이미 열려있는 문을 지나 교실로 들어오니, 공부하는 몇몇을 제외하고는 모두 제각기 모여 떠들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이 언제나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애써 무시하곤 내 자리를 찾아 가방을 정돈하고 의자에 앉았다. 그제서야 내가 온 것을 눈치 챈 건지 주위 친구들이 하나씩 인사를 건네왔다. 
 
 
"경수 왔냐."
"그래, 왔다."
 
 
나는 고개만 뒤로 돌려 들뜨지도, 그러나 싱겁지도 않은 톤으로 인사에 답해주었다. 그때, 나보다 먼저 도착해 자리에 앉아있던 변백현과 눈이 마주쳤다.
 

 

 우연치곤 신기하리만큼 집요한 눈이었다.
 
 
정확히 마주친 두 눈에 나는 조금 놀랐지만 정작 변백현은 그런 것 같지 않았다. 여전히 이어폰을 꼽은 채로 자신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나는 금세 당혹감을 지우고 백현과 시선을 마주봤다. 내가 그의 눈을 피하지 않자 오히려 표정 하나 없던 백현의 얼굴에 당황의 빛이 떠올랐다. 그러다 어깨를 한번 으쓱해보인 백현은 주머니에 꽂힌 MP3를 꺼내더니 이내 먼저 눈을 피했다.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정면을 향했고, 아무 일이 없던 것처럼 가방에서 문제집과 필통을 꺼내 자습에 임하기로 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담임 선생님이 들어와 조례를 시작했다. 반장 일어나라는 소리에 나는 천천히 일어나 차렷, 경례를 외쳤다. 학생들의 고개가 일제히 숙여지고 다시 제자리를 찾자 선생님은 짧게 오늘의 일정을 말하고, 이젠 정말 공부해야 할 때라는 류의 그저 그런 말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끝은 항상 야간 자율 학습에 빠지지 말라는 엄포였다. 담임의 반복되는 이야기에 지친 아이들은 저마다 딴 짓을 하며 시간을 때우는데 급급했다.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 였다. 샤프를 쥔 손으로 묵묵히 연습장에 수학 문제를 풀어나가니 어느새 담임은 인사도 없이 문을 열고 사라진 지 오래였다. 다행히 담임이 자신을 따로 불러내 또 다른 당부 말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나는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벌써 해가 저물어가고 자습시간이 성큼 다가왔다. 그러나 4월을 갓 넘기니 해가 길어진 것이 여실히 느껴졌다. 지난 겨울, 자습을 할 때에는 석식을 먹고 돌아오는 길이면 날이 어두워져 있었는데, 지금은 해가 아직도 하늘 구석에 떠 제 존재를 드러내고 있었다. 나는 한참이나 그것을 들여다 보다가 부시는 눈을 비비며 다시 친구들과 교실로 돌아갔다. 
 
 
자습시간엔 출석 번호대로 자리를 바꿔 앉아야 하기 때문에 나는 교실에 도착해 가방을 들고 4분단에서 1분단으로 건너가야 했다. 자리를 옮겨 의자에 앉자 마침 누군가와 석식을 먹고왔는지 교실로 들어오는 변백현이 보였다. 백현도 곧이어 가방을 들고 자리를 옮겼다. 드르륵ㅡ 의자 끄는 소리가 들리고 제 옆에 백현이 앉았다.
 
 
도경수, 변백현. 순서대로 출석 번호 9번, 10번. 나란히 앉게 된 나와 변백현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나는 평소처럼 문제집을 꺼내 풀기 시작했고, 변백현은 가만히 앉아 손가락을 까딱이고 있었다. 자습엔 참여하지만 딱히 공부에 손대지 않는 변백현이 하는 일이라고는 이어폰은 끼고 음악을 듣거나, 두 팔에 고개를 묻고 잠을 자거나, 공부하는 나를 빤히 쳐다보거나 하는 것이 다였다.
         
 
하루 중 자신이 유일하게 좋아하는 시간인 자습시간. 조용하다 못해 시계침 소리마저 울려퍼지는 교실 안은 왠지 모를 평온함 같은 것을 가져다 주었다.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초침 소리는 퍽 안정적이기도 했다. 그와 함께 변백현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턱을 손에 받친 채, 아무 동요없이 나를 바라보는 눈길이 싫지만은 않았다. 가만히 내가 하는 양을 지켜보는 게 꼭 선생님 같기도 했고, 아버지 같기도 했으며, 형 같기도 했다. 지루하지도 않은지 눈만 껌뻑이며 저를 쳐다보는게 신기하기도 했다. 문득 적막한 교실 안으로 몸을 휘감는 기이한 감각이 떠올랐다.
 
 
 
 
 
 
 
 
 
ㅡ넓은 교실에 단 둘만이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부산히 움직이던 펜을 멈추자 지켜보던 변백현은 슬며시 눈을 돌렸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한거지. 자조적인 웃음이 입가를 비집고 나왔다. 몇 마디 말도 주고 받은 적없는 상대에게 이런 괴상한 감정이라니, 웃기지도 않았다. 나는 다시 펜을 고쳐잡고 눈 앞에 보이는 긴 줄글을 읽어 내려갔다. 변백현은 더이상 제게 관심이 없는지 두 팔을 책상에 얹고 고개를 묻었다.
 
 
하지만 생각대로 집중이 되지않자 나는 괜히 옆에서 곤히 잠든 변백현을 노려봤다. 아기처럼 색색 대는 숨소리가 건장한 19세 청소년이라기엔 무리가 있어보였다. 나는 잠시 예민해져 세모낳게 뜬 눈을 고쳐뜨고 다시 그를 바라봤다. 파묻은 얼굴 아래로 하얗고 깨끗한 그의 손이 보였고, 아무렇게나 누워 헝크러진 갈색 생머리도 보였다.
 
 
변백현도 나를 이렇게 찬찬히 뜯어보고 있었을까?       
 
 
나는 멍하니 자고있는 변백현을 내려다 봤다. 대답을 종용하고 싶었지만 입은 쉽사리 열리지 않았다.
 
 
숨막히는 침묵이 계속되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어영부영 자습시간이 끝이 났다. 허무하게 낭비해버린 시간이 너무나 아까웠지만 한편으론 아무렴 어떻냐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자고있는 변백현이 깨어나기 전에 교실을 빠져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더 급했기 때문일 것이었다. 나는 가방 속을 정리할 틈도 없이 어깨에 아무렇게나 가방을 짊어메고 교실을 나왔다. 문을 열고 발을 내딘 황량한 콘크리트 바닥의 복도는 무척이나 추웠다. 차가워진 공기가 몸을 휘감자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린 나는 조금은 빠른 걸음으로 자전거 보관소를 향했다. 나는 복잡한 마음으로 자물쇠를 따 자전거를 옆에 세웠다. 타고 갈까 생각도 해봤지만 오늘은 그냥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오늘은, 이 밤의 서늘한 온도가 좋았다. 

 

 

 

 

 

 


***

 

안녕하세요~ 나그입니다! 사실 예전에 다른 곳에 한번 올렸었던 글이라 보신 분이... 있으실 수도 있겠네여

제목이 왜 19도인지 궁금하신 분이 있으실 텐데 일단 글 속 주인공들의 나이를 따서 지은거구욤

 아마 서서히 온도가 높아져 가겠죵?^ㅇ^

점점 올라가는 온도 속에서 고민하고 성장하고 또 감정에 눈을 뜨기 시작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일겁니다!

마니 싸랑해쥬쎄요 하뚜! 흐헿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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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오...분위기좋다! 백현이가 어떤성격일지 궁금해지네요ㅋㅋㅋ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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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a g
댓글 감사합니다~ 백현이 성격은 점점 드러나게 될테니 기대해주세요! (윙크)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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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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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a g
ㅠㅠ 칭찬감사히받겠습니당 재밌게봐쥬세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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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뭐지 이 풋풋하다 못해 싱그러운 분위기...ㅠㅠㅠ
담담한데 설레고..ㅠㅠㅠㅠㅠ잘읽고 갑니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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