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I'm The One (Feat. Justin Bieber, Quavo, Chance The Rapper & Lil Wayne) / DJ Khal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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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의 아침은 늘 조용해요. 그 어떤 알람도, 어떤 전화벨도 울리지 않아요.
그래서 당신은 항상 낮 열두시가 다 되어서야 슬그머니 눈을 떠요.
잠을 자던 자세 그대로 누워서 눈만 꿈뻑이던 당신을 깨우는 건,
꼬르륵-
배꼽시계 뿐이죠.
그 후에도 한참을 더 꿈지럭 거리던 당신이 부시럭 침대에서 일어나요.
그의 얼굴을 보는 건 오늘로 두번째예요.
부시시 일어난 머리, 퉁퉁 부어 뜬 건지 감은 건지 구별이 가지 않는 눈, 더 퉁퉁 부어오른 코와 입술.
어느 구석 하나 빠지는 데 없이...
...잘생겼네요.
지금부턴 그의 하루 일과를 소개해 줄게요.
침대에서 일어난 그는 눈을 부비며 주방으로 먼저 가요. 냉장고에서 큰 생수 통을 꺼내어 들곤 벌컥 벌컥 들이킵니다.
입가를 닦고 물을 제자리에 넣어둔 그는 다른 무언 가를 꺼내요.
오늘 아침은, 아니, 점심은 시리얼이네요.
핸드폰을 밥그릇 옆에 두고 식사를 해요.
어찌나 열심히 폰을 들여다 보는지, 시리얼을 먹는 입은 그저 기계적으로 오물거려요.
순식간에 밥을 해치우고 나면 설거지를 해요. 고무장갑을 끼기 전 휴대폰으로 틀어놓은 노래는- 'I'm The One'. 그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에요.
흥얼흥얼 노래를 따라부르다 보면 1인분의 설거지도 금세 끝이 나요. 손에 남은 물기를 옷에 슥슥 닦고 화장실로 향해요.
그는 귀여운 놀이를 해요.
방금 설거지를 끝냄과 동시에 끝이 난 노래가 다시 처음부터 재생되는 걸 시작으로
노래가 다시 한번 끝이 나기 전까지 세수와 양치를 모두 마치는 것.
오늘도 어김없이 폭풍같은 세수를 하고 나온 그가 수건으로 얼굴을 닦고 나오며 씨익 웃어요.
이제 막 음악이 후렴구에 들어갔거든요.
수건을 대충 의자에 걸쳐두고 내가 있는 창가로 다가와요.
활짝 걷어져있는 커튼을 손으로 잡아 닫으려던 그가 멈칫 하더니 나를 봐요.
잠깐 고민하더니 커튼을 치려던 손을 내려놓아요. 고마워요.
그는 방 안으로 쏟아지는 햇볕을 보며 눈을 찡그려요. 그러곤 다시 침대로 올라가요.
다시 이불을 덮고, 무릎 위에 노트북을 올리고, 머리맡에 둔 과자봉지를 꺼내요.
지금부턴 감상 시간. 특별한 일이 없는 날의 일과는 여기서 끝이에요.
침대에서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울다가, 웃다가, 귀까지 발그래져서는 이불 위를 뒹굴기도 하다가, 잠이 들죠.
제 뒤로 비추는 햇살을 제외하면, 오늘도 늘 그래왔듯 그런 하루예요.
♬
전화벨이 울려요.
무슨 일이죠? 얼떨떨한 표정으로 몇차례 대답을 한 그의 표정이 숨길 데 없이 밝아져요.
노트북을 덮어요. 오늘은 특별한 날이네요.
아무래도 좋은 일이 생긴 것 같아요.
오늘 나는 팔레놉시스 예요.
-행복이 날아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