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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182

현재, 그리고 스파이


22:45


가단호텔 35층

*


따뜻한 기운이 넘실거리는 스위트 룸에서 한 여자가 쇼파에 앉아 있다. 홀로, 이 넓은 방안에-
그녀는 조용히 물기 어린 창문을 응시하고 있었다. 가만히 손 끝을 자근자근 씹으며 그가 했던 말을 되새기고 있었다.


-과거는 어둡고, 미래는 두려울 거야. 네 현재는..?


무슨 뜻일까.
남자는 무슨 뜻으로 자신에게 그렇게 말한 것일까,하며 손 끝만 씹고있었다.
계속해서 부정하지만 이미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그녀는 들킨 것이었다. 결론이라고 할 것 까진 없지만 그녀가 내린 결론에 의하면
그녀가 보스의 근처에 접근하고 지금까지 임무를 수행한 것- 그 모든 것이 그녀라는 스파이가 조직의 정보를 빼내기 위한 것임을 이미 그는 알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는 어두웠다.

그녀가 스파이로 들어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양아치들을 상대했고 실적을 쌓았는가-

미래는 두렵다.

이미 그가 알고 있다면 왜 그녀를 놔두는 것인지, 그녀 자신의 입으로 사실을 알린다면 무슨 댓가가 뒤따를지-

그렇다면 내 현재는?

비밀스러운 현재, 나는 어떻게 해야하지?

 

-

22:27

또각 또각

경쾌한 구두소리를 내며 문에 다가가 살짝 문고리를 돌린다. 그녀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널찍한 등과 그 등을 감싼 하얀 셔츠
다가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자 그가 돌아서 빙긋 웃어준다.

"언제까지야?"

"뭘 말하는 걸까.. 미스터 문?"

"이제 모르는 척 그만하지 그래, 퀸?"

"..흠, 정말 모르겠어서 그러는데 뭘 뜻하는거야?"

시선을 내리깔며 늘어지는 목소리로 그에게 답문한다. 정말 무슨 소리야?
이내 시야에 닿은 그의 손목과 시계를 보며 그녀는 생각한다. 참 남자다운 손목이며 그 시계 또한 멋들어지게 잘 어울린다고

"네 현재는 어때?"

"그러니까, 뭐? 아.. 혹시 네가 맡긴 그 한산건설 건 말하는 건가? 그거라면 조용히 성,"

"에이, 퀸이 그런거 실수할 사람도 아니고 그런걸 물어보는거겠어?"

"..."

"과거는 어떻다고 생각해?"

"..."

욱신,
스치듯 지나가는 과거의 조각난 기억들이 그녀의 뇌리를 스치자 문득 덮어두었던 아픔,고통,수치,분노의 감정이 떠오른다.
왜 묻는걸까, 그는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그저 내가 '퀸'이라는 것만을 안다. 아, 그리고 '김주나'라는 것도-
그는 느리게 눈을 깜박이며 어깨 위의 가냘픈 손을 살짝 잡아 내리며 입을 연다.

"네 과거는, 나는 말이야, 어둡다고 생각해. 추측이지, 어두웠을거야. 그리고 힘들었겠지."

느릿하게 시선을 맞추며 살풋 웃어주는 그에게 입이 붙은 것 마냥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맞을까?아니야, 그럴리 없어. 그가 벌써 '나'에 대해 파악했을리 없어. 그리고, 그리고.. 과거에 대해 알리도 없어. 
그녀는 그저 힘겹게 부정할 수 밖에 없다.
머릿속에 하나, 둘 떠오르는 가설을 의식의 저편으로 미루려고 애쓰기 시작한다.

"...그래서?"

"그리고 미래는, 예상하기에 어렵지만 두려울거야."

"..."

"아, 물론 그 두렵다는 게 어떤 결과가 될지 몰라 두렵다는거야. 과거보다 더 좋은 미래가 펼쳐질 수도 있지."

"..."

"그리고 현재는.. 너무 나만 말하는 거 아닌가?"

무릎을 굽히며 미소 지어주는 그에게 대체 무슨 말을 해야할까

"퀸, 네 현재는 어때?"

"..."

"에이, 꿀 먹은건가? 말을 못하네 퀸, 아니 주나."


"..."

"주나로서 대답해주면 안되나? 네 현재는 어때? 비밀스럽지 않나?"

"..히 해."

"응?"

"조용히 하고 나가, 미스터 문."

"후, 보스한테 나가라고 명령하네?응?....'퀸'의 명령이라면 어쩔 수 없지."

굽혔던 무릎을 펴고 살풋 웃으며 우두커니 서 있는 퀸의 머리를 톡톡 두번 두드린 그는 몸을 돌려 나갈 채비를 한다.

"언제라도 좋으니, 대답해줄래? 네 현재. 네 입으로 듣고 싶거든."

달칵

그가 문을 열고 나서자 비로소 그녀의 다리에 힘이 풀린다.
부들거리는 다리에 힘을 주고서 겨우 쇼파를 찾아서 앉은 뒤 멍하니 창문을 응시한다.

과거는 어둡고 미래는 두려울 것이다.
그럼 현재는?


22:50

 

그녀는 생각을 정리했고 마침내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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