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형..”
찾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처음에는 이민형을 찾아다니는 나를 현주는 이상하게 생각했다. “아니 그러니까 이민형이 누구냐니까?!” 정확한 상황 설명을 해주지 않은 탓에 현주는 나를 답답해했다. 근데 뭐, 상황 설명을 해 줘도 못 믿을 이야기가 분명했다.
꿈에서 만난 사람들이라니. 그런 말도 안 되는 얘기를 누가 믿겠어.
평소와 같은 일상이었다. 알바를 가기 위해 아침 일찍 떠지지 않는 눈을 떠 겨우 현관을 나섰다. 그곳에 가기 전에는 늘 해왔던 일상이었지만, 안 하던 알바를 다시 하려니 몸이 고단했다. 오늘도 길게 이어지는 매니저의 닦달에 둘 다 지쳐 씩씩대며 기계적으로 움직이기만 할 줄 알았다. 그런데, 결국 빡친 현주가 떼려 치자며 유니폼을 벗어재꼈다. 그리고는 내게
“어 야 맞아. 오늘 그 누구야 아 씨 이름이 기억 안 나냐. 내가 저번에 잘 생겼다고 했던 그…. 아 김수현!!. 경복궁에서 프리허그 한다고 하더라~”
“…어?”
“버스표는 내가 끊을게. 같이 가 주라.”
이 장면, 어디서 본 것만 같은데 분명.
혼자 싱숭생숭한 맘으로 현주가 표를 끊어준 버스에 올랐다. 자꾸만 어디선가 겪은 일이 반복되는 것 같은 느낌에 답답해서 잠에 들지 못한 채 뜬눈으로 경복궁에 도착했다.
“도착했어 일어나.”
아직도 정리되지 않은 마음으로 현주를 깨워 버스에서 내렸다. 그래, 이곳이었다. 경복궁. 이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한복을 입고 있었고,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김수현 보러 왔나? 하며 경복궁 안으로 들어갔는데, 발걸음이 자꾸만 대나무 숲으로 향한다. 혹시나, 혹시나 정말 화장실이 있을까 해서.
“현주야 나 화장실 좀…”
“어? 내가 줄 서고 있을 테니까 저기 보이지? 대나무 ㅅ… 야! 그렇게 급해?”
그러다 팟 떠올랐다. 이 날, 이 날 그곳으로 갔잖아. 그 곳. 이민형이 있었던 그 곳.
데자부. 상황이 반복되고 있었다. 그 때의 상황 그대로. 현주의 대사도 그래도, 화장실의 있다는 위치도 그대로였다. 급하게 전에 갔던 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혹시나 늦기라도 한다면 그곳이 없어져 버리기라도 한다는 듯이.
“후.”
정말 그대로였다. 대나무 숲으로 달려가니 화장실이 있었고, 문을 여니 작은 의자 또한 있었다. 쉽게 가라앉지 못하는 마음을 가라앚히려 애쓰며 의자에 앉아 눈을 감았다. 제발, 제발 잠에 들어라.
하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이곳에서 꿈을 꿔야 하는데, 그래야 이민형을 만날 수 있을 텐데. 이제 보면 미친 것 같았다. 심장이 쿵쾅대 잠에 들지 못 했다. 결국 날 이상하게 쳐다보는 여러 사람들의 눈빛에 의해 화장실을 나왔다.
역시 그대로였다. 바뀐 것은 하나도 없었고, 저 멀리서 현주가 핸드폰을 만지고 있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너 또한.
내 시야에 가득찼다.
저 멀리서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한복을 입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그 역시 그대로였다. 잠시 이곳이 그곳인가 하고 착각할 정도로, 너는 그곳에서의 옷차림과 똑같이 입고 있었다.
혼자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이민형이 맞아도 이상했고, 아니라 해도 이상한 상황이었다. 그가 이민형이 맞다면 어떻게 여기 있는 것이고, 아니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똑같이 생겼기 때문에. 그냥 이민형과 똑같다. 아주.
말을 걸 수도 없고 안 걸 수도 없어서 그의 뒤를 졸졸 쫓아다녔다. 친구 여럿과 누구를 기다리는 듯 10분 째 무리 안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 왜 안 와?"
"곧 오겠지."
막상 친구의 말에 대답하는 그의 목소리를 들으니 심장이 주체할 수 없이 뛰었다. 그저 보기만 했을 때는 확신이 없었는데, 목소리까지 완벽하게 그였기 때문에.
"어, 왔다!"
그 기다리는 누군가가 왔을 때에는,
"야!"
나는 그대로 이민형에게 직진할 수밖에 없었다.
"웬일로 늦었어 이태용."
"미안. 차가 막혀가지ㄱ… 뭐야?"
뛰어가서 그의 팔을 잡았다. 이민형보다 먼저 반응한 것은 이태용이었다. 그 뒤에 나를 돌아본
"?"
이민형.
"이민형."
"뭐야, 이민형 너 아는 사람이야?"
내가 네 이름을 불렀을 때
"아니. 모르는 앤데."
그는 날 알지 못했다.
*
왜 나는 그가 당연히 나를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을까. 지금은 그곳의 대한민국이 아닌데. 당황한 이민형의 모습을 본 후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다. 어버버거리며 말을 하다 말고 결국 나를 끝까지 모르는 그에게 고개 숙여 사과한 후 싸인까지 받고 좋아하는 현주를 데리고 경복궁을 빠져나왔다.
그게 벌써 2주 전인가.
"야 너 진짜 안 만날거야? 아 너랑 제일 친하단 말이야"
"아 오키오키. 이따 저녁에 만나든지."
"진짜지? 어기기만 해 봐라."
"알겠어. 끝나고 전화해."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현주의 말에 그렇냐니까 안 만나볼 거냐고 묻는다. 내가 걔를 왜? 하고 물으니 다른 애들보다 나를 제일 먼저 보여주고 싶다나 뭐라나. 그런 현주의 말에 알겠다며 저녁에 만나자는 말을 한 후 끊었다. 지금 안 보면 언제든 꼭 보여줄 현주였기 때문이었다.
전화를 끊고 난 뒤 5분이 채 되지 않아 현주에게 문자가 왔다.
-이따 저녁 7시에 엔티에서 만나!
얘도 참, 변한 게 없었다. 엔터라니까 엔터. 일년 전 처음 갔을 때부터 이름을 바꿔 부른다. 오랜만에 가는 레스토랑에 현주에게 -알겠어. 하고 답장을 보낸 후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아직도 입김이 나오는 날씨였다. 여전히 추웠고 하늘은 맑았다.
벌써 한달이 넘었구나. 그곳에 갔다 온 지가. 새삼 빨리 흘러가는 시간에 한 번 웃고는 흘러내리려 하는 콧물을 킁 하고 집어넣었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져 목도리에 코를 박고 생각해본다.
그 때 경복궁에서 만난 사람, 이민형이 맞았을까.
*
"빨리 와 !"
저 멀리서 현주가 내게 손을 흔드는 것이 보인다. 또한 옆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는 현주의 남자친구로 추정되는 인물도 함께 보인다. 대하생 오빠를 사귀었다더니, 저 사람인가.
"안녕하세요."
"앉으세요. 현주랑 제일 친한 친구분이시라고…"
"아, 네."
어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곧이어 먼저 시킨 듯한 메뉴가 나왔고 그 남자는 현주의 스테이크를 썰어주기 시작했다. ………내가 이런 염장질이나 보려고 이곳에 온 게 아닌데.
"현주야!"
속으로 작은 한숨을 쉬며 나도 남자친구를 만들어야 하나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내 뒤쪽에서 현주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고 뒤를 돌아보니 예상했던 강민정의 목소리였다. 설마, 설마.
"어? 뭐야 너네도 여기 왔어?"
"응 근데 자리가 없대…… 혹시 안 불편하면 합석해도 돼?"
이럴 줄 알았다. 강민정은 현주의 친구였다. 설마설마 했는데. 현주는 강민정의 목소리를 들은 후 내 눈치를 보며 내게 물었다. "……괜찮아?"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이쪽을 보고 있을 텐데 아니라고 고개를 저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여섯 개의 의자 중 다섯 개가 찼다. 강민정도 그녀의 남자친구와 온 것인지 내 옆의 자리만 빈 채 식사는 계속됐다.
"…나 화장실 좀."
"어? 그래그래 갔다와"
짜증만 쌓여가던 중 내가 뱉은 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소외감을 안 느끼면 이상한 거였다. 본인들끼리 언제 사귀었니 뭐니 커플 얘기를 해대니 나는 할 말이 없었다. 묵묵히 고기만 썰다 체할 것 같은 느낌에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에 들어와 세면대에서 손을 씻었다. 핸드폰을 켜 시간을 확인했다. 일곱시 사십 분이었다. 삼십분정도 식사를 했음에도 끝나지 않기에 나온 것이었다. 거울을 보며 한숨을 푹 쉬었다.
"…차라리 돌아가고 싶다."
그곳에서 내가 너무 호화로운 대접을 받았기 때문이었을까, 이곳에서 적응이 잘 되지 않았다. 일반복보다 한복이 더 편하고 양말보다 버선이 더 편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기에, 다시 한 번 한숨을 쉬고 화장실에서 나왔다.
다시 저 끔찍한 곳으로 어떻게 웃으며 들어가야 하나 싶어 머리만 굴리고 있을 때였다.
"……"
지금 내 눈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앞쪽에서 핸드폰을 만지며 걸어오는 사람은 이민형이었다. 그를 봤음에 놀라 굳었던 것도 잠시, 날 지나치려 하는 그의 팔을 잡았다.
"?"
"이민형?"
"뭐야, 저번에 봤던 애잖아."
그가 뭐냐는 듯 물었고, 나는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는 나를 보며 인상을 찌푸리다가 전에 경복궁에서의 일이 기억난 듯 뭐냐 물었다.
"날 알아?"
"어…?"
자신을 아냐는 그의 말에 아무 대답조차 할 수 없었다. 알지, 아는데…. 아는데 모르지. 어떻게 말해야 할 지 곰곰히 생각하다 변명거리를 찾았다.
"나 너랑 같은 초등학교 나왔잖아…!"
내 말에 그는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고
"나 외국에서 중학생 떄 왔고, 그곳에 있는 한국인이라고는 두 명밖에 없었어."
씨발…망했다.
다시 날 지나쳐 가려는 그의 팔을 잡고 외쳤다.
"도와줘."
"?"
어지간히도 급했나, 저들 사이를 빠져나오는 것이. 다짜고짜 도와달라니, 나 같아도 웃기겠다. 내 말에 그는 조용히 자신의 팔을 빼내며 물었다. "뭘?"
"……나랑 의도치않게 같이 밥 먹게 된 사람들이 있는데, 도저히 밥이 넘어가지 않아. 나 좀 빼내줘"
이번에도 코웃음을 치며 지나쳐 갈 줄 알았다. 만약 네가 날 모른다면, 처음 보는 사람이 도와달라는 것인데… 현재 너의 성격으로는 전혀 도와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너는, 의외로 내게 되물었다.
"저 쪽이지."
"…어? 어…."
이민형은 자신의 손으로 내가 온 테이블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현주와 강민정네. 딱 넷이서 하하호호 하며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래, 저게 맞는 그림이지 커플들 사이에 껴서 내가 무슨 호강을 누리겠다고. 그러자 그는 자신의 팔을 빼내며 말했다.
"미안한데,"
"……"
"내가 처음 본 사람 도와줄 정도로 한가하지 않아서."
"……"
"그럼,"
그는 그렇게 다시 시선을 핸드폰에 두며 화장실로 들어가 버렸다. 왜인지 모르게 존나게 서운하고 서럽지만, 그의 입장에서 보면 맞는 말이었다. 그래, 우리는
'처음 본 사이'니까.
다시 테이블로 들어와 앉았다. 눈치 없는 강민정이 왜 이렇게 늦게 왔냐며 친한 척을 해댔다. 그녀의 말에 "전화 좀 받고 왔어." 하고 거짓말을 하며 다시 고기에만 집중했다. 차라리 아무 소리도 안 듣는 게 나아.
두 점 정도를 먹었을까, 내 머리 위로 그림자가 졌고 고개를 들어 앞을 보니 현주와 강민정의 시선은 모두 내 뒤쪽을 향해있었다.
"이렇게 늦는다는 말은 없었잖아."
"……?"
"실례가 안 된다면 얘 좀 데려가도 될까요."
갑작스레 들려오는 네 목소리에 온몸이 굳었고
"아는 사람이야?"
아는 사람이냐는 현주의 말에
"…응."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인 탓에
"그럼, 가보겠습니다."
손목이 잡힌 채로 레스토랑을 빠져나갔다.
*
"뭐야?"
"도와달라며."
어…맞는 말이지. 도와달라고 한 건 나였지. 이민형의 손에 이끌려 레스토랑을 나와 십미터도 걷지 않아 내가 물은 말이었다. 뭐야? 그 후 들려오는 그의 어처구니 없는 대답에 다시 물었다.
"처음 본 사람 도와줄만큼 한가하지 않다며."
"싫으면 다시 들어가든지."
까칠한 그의 대답에 입을 꾹 다물고 생각했다. 그도 갑자기 생긴 일이라 딱히 갈 곳이 없었던 것인지 나와 걸음을 함께 하고 있었다.
"너 지금 어디 가는 거야?"
"안녕."
"아, 야 …"
어디 가는 거냐고 묻자마자 인사를 하며 돌아서려는 그를 잡았다.
"기왕 온 김에 나 좀 데려다 주라 저기 정류장 까지만…"
"귀찮게"
그러면서 또 따라오고 있는 이민형이었다. 별 얘기는 아니었지만 함께 얘기를 나누다 보니 아무리 봐도 이민형이 맞는 것 같았다. 문득 이민형과의 첫만남이 생각났고
밥 먹고 가라는 이태용의 말에 “아 뭘 먹고 가.” 하며 밥그릇을 꺼내주던 이민형의 모습이 떠올라 웃음이 나왔다. 이젠 그 기억, 나 혼자 기억하고 있는 것 같지만.
"야 이민형."
"너 자꾸 날 안다는 듯 부른다."
"친구 하자."
정류장에 가만히 둘이 앉아 있다 내가 꺼낸 말이었다. 친구. 친구 하자. 그 말을 하며 조용히 그의 팔목을 쓱 훑었다.
그래, 팔찌 같은 게 있을 리가 없지. 그의 손에는 은색 메탈시계가 자리하고 있을 뿐 팔찌따윈 없었다. 그리고 그 뒤에 들려오는 이민형의 대답은
"친구? 왜."
"이것도 인연 아니야?"
"인연이 꼭 좋은 인연만은 아닌 것 같은데."
"…"
"솔직히 말해서 도와달래서 도와주긴 했는데 네가 자꾸 날 안다는 듯 구는 것도 이상하고"
"……"
"개인적으로 친구같은 거 만드는 거 별로 안 중요하게 생각해서."
충격적이었다.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멍했다. 바보 같이 아무 말도 하지 못 하고 있었다. 그의 얼굴을 쳐다보며 말을 듣다가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아 까말히만 한 밤하늘로 고개를 돌렸다.
"…나 갈게."
"아직 버스 안 왔는ㄷ…"
"갈 곳이 생겨서. 고마웠어."
다시 이민형을 바라보며 내뱉었다. 갈게. 버스가 오려면 아직 남았다는 이민형의 말에 갈 곳이 생겼다고 대충 둘러대며 일어났다.
"아는 척 해서 미안."
"……"
"다시는 보지 말자."
내가 아는 그가 아닌 것 같은 느낌에, 인사를 건넨 후 뒤돌아 걸었다.
얼마 뒤에 뒤에서 이민형이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모른 척 귀를 닫고 앞을 향해서 나아갔다. 가야겠어. 가야 돼.
아직까지 마음을 툭 터놓고 얘기할 곳은 없었다. 단, 딱 한 곳. 자꾸만 예전 생각이 나면 찾게 되는 곳이 있었다.
경복궁, 경복궁을 가야겠어.
*
화장실. 대나무 숲에 있는 화장실. 그곳을 향해 달렸다. 자꾸만 급했다. 모든 사람에게 시간은 동일하게 흘러가고 있는데, 나 혼자만 촉박했다.
화장실로 들어와 눈을 감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봤지만 상관 없었다. 제발, 제발 가게 해 달라고 빌었다.
눈을 감았다.
잠을 청했다.
*
잠이 들었던 건가, 밖은 여전히 밤이었다. 아마 잠이 들지 않았던 것으로 간주해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고개를 떨구었다. 후-. 추운 겨울에 입김이 하얗게 피어올라 하늘 속으로 사라진다.
"아씨!"
그 때였다. 누군가가 내 뒤에서 날 불렀고, 그 목소리에 자연스레 뒤돌아 보았다. 없었다. 화장실이 없다. 날 부르는 아이의 목소리는 어영이었다.
"어영아!!"
반가운 마음에 그녀를 꽉 껴안았다. 그러자 놀란 그녀가 어버버거리며 내게 물었다. "왜 그러세요 아씨?"
그런 그녀에게 이따 보자며 말한 후 냅다 뛰었다.
이민형, 그를 찾아서.
물어 물어 온 저자거리였다. 바뀐 것이 하나도 없었다. 밤이 되니 상인들이 모두 문을 닫고 있었고, 나는 기억해 내야만 했다. 이태용과 이민형의 집을.
마침내 기억이 났고 정말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저 멀리 보이는 이태용과 이민형의 집으로 향했다. 그들의 집 앞에 도착하자 인사도 없이 문을 벌컥 열었다. 그 안에는
비단의 치수를 재고 있던 이태용과
물을 마시고 있던 이민형이 있었고
나는 그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정신을 잃었다.
*
곧바로 꺴다. 다시 눈을 떴다. 화장실 안이었다. …꿈이었구나. 꿈에서라도 말하지 못 하고 나온 것이 걸렸다.
그를 만나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같이 가기로 해 놓고 사라져 버려서 미안하다고. 많이 놀랐냐고. 그렇게 물어보고 싶었는데, 모두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멍하니 화장실 바닥만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울려 오는 벨소리에 핸드폰을 들었다. '현주 받아야 하 나 안 받아야 하나 고민하다 결국 왼쪽 버튼을 오른쪽으로 당겼다.
"여보세요."
"야!!! 너 아까 남자친구지?! 남자친구가 생겼으면 말을 해야ㅈ…"
끊어버렸다. 기껏 받았더니 한다는 소리가 이민형 얘기다.
"……씨."
눈물이 나왔다.
저런 이민형이라면 차라리 만나게 하지나 말지 왜 자꾸 눈에 밟히게 해서…….
서러웠다. 그가 날 알지 못 하는 점에 대해, 나 혼자 기억하는 그에 대해.
눈물을 한두방울 흘리다 코를 훌쩍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앞으로 다시는 보지 말자고 했으니까 괜찮을거야. 볼에 남아있던 눈물자국을 없애며 화장실 문을 열었다.
쏴아아-
오늘 왜 이러지 정말. 시원하게 물줄기를 쏟아붓는 하늘을 원망했다. 그 후 화장실 처마 밑에 쭈그려 앉아 있었다. 한 발자국만 더 나아가면 비에 차갑게 젖을 수 있는 그런 작은 처마 밑에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때였다.
머리 위로 검은 그늘이 진 것은.
"비 오는데."
너무나도 당당히 앞에 등장한 그에게 어떻게 왔냐는 물음 대신 다른 말을 내뱉으며 일어났다.
"다신 보지 말자고 했잖ㅇ…"
"경복궁에서 처음 만난 날."
갑자기 이주 전 얘기를 꺼내는 그의 말에 뭐지 싶어 생각했다. 뭐 혹시 그 때 사과까지 받으러 온 건가. 씨발 미안하다 미안해. 나 혼자만 알던 너한테 아는 척을 해서. 생각을 입밖으로 꺼내려던 참이었다.
"그 뒤로 이 주 동안이나 네 주위에 있었는데."
"……?"
"오늘에서야 발견하냐. 모른 척 하느라 죽는 줄 알았네."
지금 내 앞에서 그가 뱉고 있는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그 뒤로 네가 왜 내 주위에 있었는데.
"장난이 많이 심했나. 미안."
"……"
"이태용이랑 너 모른 척 하느라고 죽을 뻔 했어."
…허. 이제서야 이해가 간다. 그러니까 지금 네가 날 안다는 말이야? 혹여나 아닐까 그를 쳐다보며 가만히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었다.
"물어볼 게 있는데."
그런 나를 가만히 보다 입을 연 그가 건넨 말을 듣자
"너 혹시."
무너져 버린 세상이
"팔찌 좋아해?"
다시 제자리를 찾아 돌아온 것만 같았다.
! 작가의 말 ! |
안녕하세요 니퍼입니다..! ㅠㅠㅠㅠㅠ 아 뭔가 완결에서 망쳐버린 이런 느낌.. 빨리 좋다고 해 주세요ㅠㅠㅠㅠ 갑자기 뚝 끊겨버린 이런 느낌 ㅠㅠㅠ 완결은 민형이가 쓰기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흑흑. 다른 멤버들 완결도 다 생각해 봤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민형이 제일 어려운 이 느낌 ㅠㅠ.. 다른 애들은 죽도록 사랑하구 그랬는데 민형이는 쌍방으로 엄청 막 애달프게 사랑한 부분이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흑흑..,. 아 이거 보고 애들꺼 안 보는 거 아니죠 다른 멤버들꺼..? 보러 와 줘요.,.(주절주절) ♥ 오늘도 부족한 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