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오세요, 베이커리 EXO입니다
우리 동네에 새로운 빵집이 생겼다.
워낙 이 동네는 유동인구가 많은 터라 프랜차이즈 빵집들이 장사가 더 잘 되곤 했었다.
파리X게트, 뚜레XX 같은 빵집들 말이다.
헌데 이 빵집, 새로 생기고 나더니 순식간에 손님들이 프랜차이즈 빵집을 뚫고 몰리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비결이 있는거지?
-
"아! 그러니까 너도 같이 가자~ 응?"
"얘가 갑자기 왜 그래? 너 원래 빵에 ㅂ자도 관심 없었잖아? 오히려 빵 먹으면 살찐다며 싫어하더니."
"아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얼른 준비해!"
지금 나는, 같이 사는 룸메이트 정수정의 때 아닌 떼 쓰기를 듣고 있다.
얘가 갑자기 오늘 우리 둘 다 공강이라며 늦잠을 자려던 나를 아침 일찍 깨우더니,
새로 생긴 빵집에 같이 가자며 나를 조르기 시작했다.
원래 나는 학교 다닐 때 빵순이라 불릴 정도로 매점 빵을 올킬... 하는 매서운 빵 사랑을 가지고 있었지만,
말하자면 불알 친구였던 정수정은 내가 그렇게 빵을 먹을 때마다 그만 좀 처 먹으라며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리곤 했었다.
대학교에 들어가서도 항상 말로만 다이어트를 실천하던 정수정은 빵엔 입도 대지 않았고 나는 빵에 이어 케이크 같은 디저트류까지 섭렵하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지금 이렇게 뒹굴어다니는 걸지도 모르지만.
눈물이 차오르려는 것을 애써 가라앉히고 자꾸 준비하라고 재촉하는 그녀를 흘깃 쳐다보자,
그렇다면 비장의 무기가 있지, 라는 표정을 지은 정수정은 내 표정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너가 항상 먹고 싶다고 찡찡대던 몽블랑, 거기 팔던데? 그래도 같이 안 갈거야?"
"안 갈…. 뭐? 몽블랑!?"
헐. 하느님. 몽블랑이라니요.
며칠 전부터 먹고 싶다고 매일 같이 정수정에게 하소연하듯이 털어놨었는데 얜 또 어떻게 정보를 알아낸건지 그 빵집에서 몽블랑을 팔더라며 나를 꼬드겼고,
나는 그 꾀임에 넘어갔다.
"콜, 당장 가자!"
"오케이!"
우리 둘은 서로 당장에라도 달려갈 듯이 준비하기 시작했다.
누가 보면 빵집에 보물이라도 숨겨두고 있는 줄 알겠네.
-
딸랑-
경쾌한 소리를 내며 문을 연 정수정은 나를 끌고가다시피 해서 빵집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오세요! 베이커리 EXO입니다~"
엄청난 남자들의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만세삼창을 하는 듯한 큰 우레와 같은 소리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정수정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콧노래를 부르며 더욱 더 깊게 들어갔다.
커피 같은 것도 파는건지, 테이블 이곳저곳을 채우고 있는 여러 사람들이 보였다.
특히 여자들이 많은 것 같은데, 그건 내 착각이겠지…?
"내가 여기 왜 온 줄 알아?"
갑자기 가다 말고 걸음을 멈추더니 정수정이 나를 뒤돌아보며 말을 걸었다.
모르겠다는 듯 어버버, 하고 있으니 정수정이 훗, 하고 웃어보이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
"여기, 직원들이 다 남자들이거든. 그리고 제일 좋은 건, 그 남자들이 하나같이 다 잘생겼다는 거."
그럼 그렇지, 그제서야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빵을 그렇게나 싫어하던 정수정이 아침부터 가자고 조른 이유,
여기 손님이 주로 여자들인 이유.
다들 이 직원분들 보러 온 거구만.
확실히 스윽, 하고 대충 보는데도 눈에 띄일 정도로 다 하나같이 멋있고 잘생겼다.
여기 오길 잘했네!
사실 이 빵집이 새로 생겼을 때, 마음먹고 가보려 한 적은 수도 없이 많았지만 매번 그 계획이 틀어지곤 했었다.
오늘만 해도 늦잠을 자고 싶어서 못 나올 뻔했으니까.
"커피 마실래? 너 몽블랑이나 뭐, 여러가지 살 동안 뭐라도 하게."
"응? 너가 왠일로 나에게 커피를 사준다고 하냐?"
"오늘은 특별히 이 언니님께서 쏘는 거다! 부담 없이 아무거나 골라."
빵을 요리조리 살펴보던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정수정이 나에게 커피를 마실거냐며 물어왔다.
왠일로 매일 더치페이를 외치던 정수정이 커피를 사 준다고 하지?
의아해진 나는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론 이상한 눈빛을 보이자 오늘은 특별히 이 언니가 쏜다며 아무거나 고르라고 한다.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되지!
"올, 나 그럼 핫초코."
"…헐, 여기서도 초딩 입맛."
"뭐 어쩔, 이미 초딩 입맛인 거 알면서."
"눼에~ 눼에~"
아… 정수정 때리고 싶다.
핫초코가 뭐 어때서? 달달하고 좋기만 한데!
흥이다, 싶어서 카운터로 가는 정수정을 내버려두고 빵을 좀 더 구경하기 위해 눈길을 돌렸다.
아, 일단 몽블랑부터 살까.
몽블랑을 파는 곳은 흔치 않은데, 이런 좋은 기회가 있을 줄이야.
케이크 진열대로 가서 천천히 케이크를 살펴보았다.
평범한 빵집 케이크부터 정말 고급스러운 케이크까지, 정말 다 예쁘고 맛있게 생겨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손님, 찾으시는 케이크 있으세요?"
옆에서 인기척이 들려 흠칫, 하고 옆을 바라보자 직원인 듯한 남자가 내 옆에 서 있었다.
헐, 귀엽게 생겼어….
생긴 게 꼭 강아지 같이 생겨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그 남자를 빤히 쳐다보다, 이내 정신을 차리곤 케이크 진열대로 시선을 돌렸다.
너무 빤히 쳐다본 거 아냐?
"어, 저…. 몽블랑 하나 포장해주세요."
"아, 몽블랑이요? 이 케이크 아는 사람 많지 않을텐데. 몽블랑 사가시는 분 손님께서 처음이세요!"
"네? 아, 아아, 그렇구나."
"금방 포장해드릴게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정신을 가다듬고서 몽블랑 케이크 하나를 포장해 달라고하니,
강아지를 닮은 것 같은 남자는 내가 처음 몽블랑을 사가는 것이라며 메우 좋아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고,
나는 당황해서 대충 웃으며 그렇구나, 라고 얼버무리니 그가 살짝 미소를 짓고는 잠시만 기다리라며 케이크를 꺼내 사라졌다.
카운터로 다가가니 아직 커피가 완성이 되지 않은건지 정수정이 그 자리에서 계속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정수정! 뭐 이렇게 오래 기다려?"
"가만히 있어봐. 여긴 핸드드립이라 직접 원두를 내린단 말이야."
"어? 아아, 뭐."
다가가 뭘 이렇게 오래 하는 건지 넌지시 물으니
핸드드립이라며 대충 받아넘기고는 물끄러미 그 모습을 쳐다보고 있었다.
도대체 뭘 하길래, 하고 나도 대충 대꾸하곤 그 모습을 쳐다보니 정말 커피를 직접 내리고 있었다.
그것도 잘 생긴 바리스타가. 헐.
으아니 설레ㅜㅠㅠ
이런 일은 엄청 능숙하다는 듯 순식간에 커피콩을 볶고 내리는데 정말 멋있다.
그런 우리들의 시선을 느낀건지 웃음을 짓으며 커피를 살피는데, 그 눈빛이 날카롭다.
"몽블랑 나왔습니다~"
구경하느라 까맣게 잊고 있었던 내 몽블랑을 옆에서 허겁지겁 챙겨들며 계산을 했다.
집에 가서 먹을 생각하니 기분이 정말 좋아졌다.
"처음 저희 베이커리 오신건가 봐요?"
"네? 아, 네. 처음이에요."
아까 케이크 진열대 옆에서 몽블랑을 꺼냈던, 강아지를 닮은 남자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처음 베이커리 온 거냐며 상냥하게 웃으며 말하는데 정말, 웃으면 웃을수록 강아지를 닮았다.
나도 처음 온 거라며 같이 미소를 지으니 그가 계속 말을 이어간다.
"보시다시피 저희 케이크는 케이크 담당 파티쉐가 만들고 있어요. 빵은 또 따로 빵 담당이, 디저트류는 따로 디저트 담당 파티쉐가 만들고 있구요."
"아, 그렇군요."
"생각나시면 놀러오세요! 저희 베이커리 사람들 소개시켜 드릴게요."
"네?"
"이건 특벌히 손님만 허락해드려요. 저희 케이크를 알아보신 분이시니까요."
베이커리에 대해 설명을 하는가 싶더니,
갑자기 생각나면 놀러오라며 베이커리 사람들을 소개시켜 주겠다나 뭐래나?
이게 무슨 소리요?
하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난다.
"어? 이 사람이 경수 형 몽블랑 사간 사람이야?"
헐, 이 분 겁나 시크하게 생기셨다.
'경수 형' 이 누구를 말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튀어나와서 나를 가리키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몽블랑을 사간 사람이 나냐고 물어왔다.
"응. 왜?"
"아니, 경수 형이 물어보길래. 케이크에 대해선 나름 자존심 있는 형이잖아."
"아, 그래?"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도통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가만히 서 있는데 옆에 있는 정수정은 아주 빠져있어서 내가 뭘 하는지도 관심이 없다. 으이구.
"그럼 이왕 말하는 김에 이것도 전해줘. 다음에 이 손님 오시면 단체로 인사드리기로."
예? 이건 또 무슨 말이에요?
"어, 알았어.'
왜 수긍하는 거지?
보통 그러면 자기가 뭔데 인사드리라느니 뭐니 이러고 싸우지 않나?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시크한 남자는 들어가고 강아지 같은 남자만 남아있었다.
"아무튼 다음에 꼭 다시 와요! 꼭 와야 되요? 알았죠?"
"네? 아, 아하하, 네."
꼭 오라고 강조하는 그의 말에 나도 모르게 얼버무리며 긍정의 말을 해 버렸다.
하, 나 다음에 이 곳 어떻게 오지.
"커피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감사합니다~ 야, 가자!"
"어? 으응."
어느 새 커피가 다 된 건지 일회용 컵에 내 핫초코와 정수정의 정체 모를 커피를 담아 건네주는 바리스타에 정수정은 평소에도 안 하던 감사합니다~ 라는 인사를 하곤 가자며 나에게 핫초코를 주곤 재촉했다.
그 바람에 나는 또 다시 끌려가다시피 빵집을 나서게 되었다.
이 빵집, 다음에 가도 괜찮을까?
「오늘의 빵」
몽블랑
알프스의 최고봉 몽블랑을 본떠 만든 케이크.
밤퓌레를 가늘게 짜 산처럼 쌓아 올려 만든다.
맛이 달아 작은 은수저로 조금씩 떠서 천천히 즐긴다.
프랑스의 전통 디저트로 밤퓌레 대신 고구마, 호박, 녹차 가루를 활용하기도 한다.
안녕하세요!
첫 연재 첫 화라 가볍게 시작하는 베이커리 엑소입니다!
처음 인사드려요~
엑소를 다 넣고 싶었는데, 오늘은 3명만 넣어봤어요~
프롤로그치곤 어수선하고 문맥이 깔끔하지 못해도 제가 전문적으로 글을 배운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비루하지만 조심스럽게 써봤습니다! 괜찮으신가요?
빵...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저런 빵집 하나 있으면 소원이 없겠네요ㅋㅋㅋ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인스티즈앱 
응팔 mt 보고 느낀건데